“불법 폭주 끝까지 추적”…5달만에 덜미 잡힌 10대 폭주족

입력 2024.08.02 (16:04) 수정 2024.08.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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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충남에 출몰한 폭주족.2023년 5월 충남에 출몰한 폭주족.

3월 1일과 6월 25일 그리고 8월 15일. 법정기념일인 이날만 되면 출몰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불법 폭주족입니다. 특히 천안 등 충남을 중심으로 해마다 끊이질 않고 출몰하는 폭주족 때문에 시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난폭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까지 합니다.

이들은 주로 틱톡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지를 올리고 정해진 곳에 집결해 폭주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3월 3일 불법 폭주를 하자며 틱톡에 글을 올리고, 실제로 폭주를 한 뒤 도주한 10대 청소년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5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지난 3·1절을 앞두고 틱톡에 올라온 폭주족 집결 공지.지난 3·1절을 앞두고 틱톡에 올라온 폭주족 집결 공지.

■무산된 3·1절 폭주

지난 3·1절 당시, 불법 폭주족들이 충남 천안에 집결하자는 공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 틱톡에 올라왔습니다. 한글 초성으로 된 암호를 섞어 쓴 글을 풀어보면, 천안의 한 병원 앞 도로에서 새벽 1시 30분, 경찰을 무시하고 폭주를 관전하러 온 이들은 환영한다는 내용입니다.

폭주에 참여하겠다는 댓글도 상당수 올라왔습니다. 폭주족들의 단체 대화방에서는 1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몰려 폭주할 장소를 상의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미리 파악한 경찰이 집결장소로 공지된 도로를 비롯해 폭주족 상습출몰지역에 경찰 인력을 대거 배치하면서 폭주족들의 3·1절 난폭운전은 실패했습니다.

3·1절 폭주족 집결이 실패하자 다음 날인 3월 2일 새벽 6시 틱톡에 또다시 올라온 폭주족 집결 공지.3·1절 폭주족 집결이 실패하자 다음 날인 3월 2일 새벽 6시 틱톡에 또다시 올라온 폭주족 집결 공지.

■홍성에 다시 폭주

3·1절 폭주가 실패로 끝난 바로 다음 날 새벽 6시, 틱톡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3월 4일 1시 30분 ㄷㄹㅁㅇ ㅅㄱㄹ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자’는 폭주족의 재공지였습니다.

실제로 폭주는 하루 앞서 3월 3일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이뤄졌습니다. 한글 초성으로 공지한 장소는 두레마을 사거리, 충남 홍성군 홍북읍 내포신도시 일대였습니다. 폭주족의 요란한 소동에 주민들은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단서가 딱 하나였습니다. 틱톡에 올린 화면 폭주족 공지글 화면 캡처가 유일한데, 이것만 가지고 처음에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이장선 충남경찰청 교통조사계장

■폭주, 끝까지 추적

충남경찰청은 홍성에서 이뤄진 폭주를 주도한 틱톡 게시자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범행 사흘 뒤 법원은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틱톡 코리아를 상대로 ID를 통한 신원 추적 수사를 진행했고, 충남 홍성에 사는 17살 A 군이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 군은 “글은 올렸지만, 자신은 폭주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범행 일체를 부인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A 군의 휴대전화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두 번째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리고 압수된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이 이뤄졌습니다. A 군의 휴대전화에서는 폭주족과 관련된 영상과 사진 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더 나아가 경찰은 A 군 휴대전화의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한 통신수사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기지국 위치 추적과 동선을 역추적한 결과, 폭주가 이뤄졌던 3월 3일 새벽 A 군이 범행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3월 3일 새벽 1시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관제 CCTV에 포착된 폭주족들의 모습.지난 3월 3일 새벽 1시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관제 CCTV에 포착된 폭주족들의 모습.

■5개월 끈질긴 수사

경찰은 끈질긴 수사를 통해 A 군이 지난 3월 2일 새벽 틱톡에 폭주를 주동하는 글을 올린 뒤 다음날인 3월 3일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 일대 도로 8km 구간에서 번호판이 없는 125cc급 오토바이를 몰며 폭주 행각을 벌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A 군과 동행한 폭주족은 15명으로, 이들은 범행 당시 무등록 무보험 오토바이로 난폭운전을 하며 다른 시민들에게 교통상 위험을 발생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5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지난달 31일, A 군을 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 자동차관리법 위반, 자동차손해배상보상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지난 6월 25일 대전에서 폭주 행각을 벌이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경찰이 검거하고 있다.지난 6월 25일 대전에서 폭주 행각을 벌이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경찰이 검거하고 있다.

■광복절도 예의주시

폭주를 주도한 A 군에 검거 앞서, 경찰은 지난 3·1절 폭주족 집결 당시 천안과 아산, 홍성 등에서 64명을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오는 8·15 광복절에도 대규모 폭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SNS 등에 폭주를 주도하는 글을 올리는 주동자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폭주족들의 난폭운전은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중범죄라며 폭주를 주도하는 글을 올리는 주동자를 끝까지 추적해 붙잡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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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폭주 끝까지 추적”…5달만에 덜미 잡힌 10대 폭주족
    • 입력 2024-08-02 16: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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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충남에 출몰한 폭주족.
3월 1일과 6월 25일 그리고 8월 15일. 법정기념일인 이날만 되면 출몰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불법 폭주족입니다. 특히 천안 등 충남을 중심으로 해마다 끊이질 않고 출몰하는 폭주족 때문에 시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난폭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까지 합니다.

이들은 주로 틱톡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지를 올리고 정해진 곳에 집결해 폭주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3월 3일 불법 폭주를 하자며 틱톡에 글을 올리고, 실제로 폭주를 한 뒤 도주한 10대 청소년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5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지난 3·1절을 앞두고 틱톡에 올라온 폭주족 집결 공지.
■무산된 3·1절 폭주

지난 3·1절 당시, 불법 폭주족들이 충남 천안에 집결하자는 공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 틱톡에 올라왔습니다. 한글 초성으로 된 암호를 섞어 쓴 글을 풀어보면, 천안의 한 병원 앞 도로에서 새벽 1시 30분, 경찰을 무시하고 폭주를 관전하러 온 이들은 환영한다는 내용입니다.

폭주에 참여하겠다는 댓글도 상당수 올라왔습니다. 폭주족들의 단체 대화방에서는 1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몰려 폭주할 장소를 상의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미리 파악한 경찰이 집결장소로 공지된 도로를 비롯해 폭주족 상습출몰지역에 경찰 인력을 대거 배치하면서 폭주족들의 3·1절 난폭운전은 실패했습니다.

3·1절 폭주족 집결이 실패하자 다음 날인 3월 2일 새벽 6시 틱톡에 또다시 올라온 폭주족 집결 공지.
■홍성에 다시 폭주

3·1절 폭주가 실패로 끝난 바로 다음 날 새벽 6시, 틱톡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3월 4일 1시 30분 ㄷㄹㅁㅇ ㅅㄱㄹ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자’는 폭주족의 재공지였습니다.

실제로 폭주는 하루 앞서 3월 3일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이뤄졌습니다. 한글 초성으로 공지한 장소는 두레마을 사거리, 충남 홍성군 홍북읍 내포신도시 일대였습니다. 폭주족의 요란한 소동에 주민들은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단서가 딱 하나였습니다. 틱톡에 올린 화면 폭주족 공지글 화면 캡처가 유일한데, 이것만 가지고 처음에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이장선 충남경찰청 교통조사계장

■폭주, 끝까지 추적

충남경찰청은 홍성에서 이뤄진 폭주를 주도한 틱톡 게시자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범행 사흘 뒤 법원은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틱톡 코리아를 상대로 ID를 통한 신원 추적 수사를 진행했고, 충남 홍성에 사는 17살 A 군이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 군은 “글은 올렸지만, 자신은 폭주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범행 일체를 부인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A 군의 휴대전화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두 번째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리고 압수된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이 이뤄졌습니다. A 군의 휴대전화에서는 폭주족과 관련된 영상과 사진 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더 나아가 경찰은 A 군 휴대전화의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한 통신수사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기지국 위치 추적과 동선을 역추적한 결과, 폭주가 이뤄졌던 3월 3일 새벽 A 군이 범행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3월 3일 새벽 1시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관제 CCTV에 포착된 폭주족들의 모습.
■5개월 끈질긴 수사

경찰은 끈질긴 수사를 통해 A 군이 지난 3월 2일 새벽 틱톡에 폭주를 주동하는 글을 올린 뒤 다음날인 3월 3일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 일대 도로 8km 구간에서 번호판이 없는 125cc급 오토바이를 몰며 폭주 행각을 벌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A 군과 동행한 폭주족은 15명으로, 이들은 범행 당시 무등록 무보험 오토바이로 난폭운전을 하며 다른 시민들에게 교통상 위험을 발생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5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지난달 31일, A 군을 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 자동차관리법 위반, 자동차손해배상보상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지난 6월 25일 대전에서 폭주 행각을 벌이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경찰이 검거하고 있다.
■광복절도 예의주시

폭주를 주도한 A 군에 검거 앞서, 경찰은 지난 3·1절 폭주족 집결 당시 천안과 아산, 홍성 등에서 64명을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오는 8·15 광복절에도 대규모 폭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SNS 등에 폭주를 주도하는 글을 올리는 주동자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폭주족들의 난폭운전은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중범죄라며 폭주를 주도하는 글을 올리는 주동자를 끝까지 추적해 붙잡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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