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무궁화는 대한민국의 국화가 아니다?”…나라꽃 무궁화의 우여곡절 이야기

입력 2024.08.03 (10:03) 수정 2024.08.03 (11: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영국은 장미, 네덜란드는 튤립, 스위스는 에델바이스.

나라별로 국가를 상징하는 나라꽃, 국화(國花)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화라고 하면 대부분 무궁화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하지만 공식적으로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가 아니라고 합니다.

무궁화가 어떻게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KBS 취재진이 찾아보았습니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2024년 8월 15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무궁화 기획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국립세종수목원에서 2024년 8월 15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무궁화 기획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국민에게 선택받은 나라꽃, 무궁화

많은 나라의 국화는 왕실의 상징 혹은 귀족 가문을 대표하는 꽃들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오랜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서기 897년 신라 시대 때, 효공왕이 당나라 광종에게 보낸 나라 문서에는 우리나라를 무궁화의 나라라는 뜻의 근화향(槿花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조선왕조의 상징인 이화(오얏꽃)에 잠시 밀려났지만 이후 일제강점기에 다시 그 명성을 되찾게 됩니다.

"무궁화는 국권을 강탈당했을때 자연스럽게 선조들에 의해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한 경우"

현재 국가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태극기와 애국가 모두 독립운동과 함께했듯, '무한히 피어나는 꽃'이자 '생명력이 강한 꽃'으로 무궁화도 자연스레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행정, 입법, 사법 상징에 들어가 있는 무궁화와 문구 브랜드로 쓰였던 무궁화대한민국 행정, 입법, 사법 상징에 들어가 있는 무궁화와 문구 브랜드로 쓰였던 무궁화

■ 최고의 브랜드 = 무궁화

광복 이후, 무궁화는 최고의 가치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 영문 초청장의 배경은 물론, 광복 이후 화폐에도 무궁화가 들어갔습니다.

공무원의 임명장, 국회의원의 배지 그리고 사법부의 법복에도 무궁화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 국민의 생활 용품 곳곳에서도 무궁화의 상징적 위치를 유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캐러멜과 사이다 그리고 소주까지. 무궁화는 당시 고가의 상품이거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제품들에 붙이는 상징적인 이름이었습니다.

1960년 2월 21일 초특급 열차 발대식 당시 운행했던 열차도 무궁화호였으며, 이 열차는 2년간 운행 후 '재건호'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 최고 등급 바로 아래인 우등열차에 무궁화호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주었고, 현재까지 운행 중입니다.

현재는 '별'로 표시되는 호텔 등급도 1971년부터 2015년까지 무궁화 등급으로 평가를 매겼었습니다.

1960년 2월 21일 초특급 열차 발대식 당시 무궁화호라고 명명, 2년간 운행 후 ‘재건호’로 명칭 변경1960년 2월 21일 초특급 열차 발대식 당시 무궁화호라고 명명, 2년간 운행 후 ‘재건호’로 명칭 변경

■ 국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무궁화

당연하게 무궁화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꽃으로 쓰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공식 국화는 아닙니다.

국회에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공식 지정하고자 하는 노력은 늘 있었지만, 매번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폐기되었습니다.

외래종이라는 이유, 너무 많은 품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국화는 관습법에 따르기 때문에 법제화가 필요 없다는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

"왜 무궁화의 날은 없나요?"

2006년 1월, 한 어린이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글을 본 비영리단체 '무궁나라' 김영만 회장은 실제로 무궁화의 날이 없음을 깨닫고 몇 명의 어린이들에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 모두 흔쾌히 무궁화의 날을 만드는 데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무궁나라 어린이들을 주축으로 전국의 어린이들이 2년간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아 어린이 신문고에 정식 안건으로 올렸고 2007년 8월 8일 무궁화의 날을 국회와 울릉도에서 선포했습니다.

무궁화의 날이 8월 8일인 이유는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 기호)가 되고, 이 모습이 무한히 피는 무궁화와 유사하다고 하여 8월 8일로 제정했다고 합니다.

2007년 8월 8일 국회에서 무궁화의 날 선포식을 진행하는 아이들2007년 8월 8일 국회에서 무궁화의 날 선포식을 진행하는 아이들

■ 관심으로 마음에 심는 무궁화

30년간 무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재배하고 무궁화 묘목을 주변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며 무궁화를 알린 송석응씨(대봉수목원 대표)는 무궁화에 대한 관심이 무궁화 사랑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무궁화의 날 제정에 크게 기여했던 김영만 교수는 현재 신구대학 미디어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무궁화를 문화 콘텐츠에 녹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나 캐릭터, 디자인 등 문화 콘텐츠로써 무궁화를 더 친숙하게 받아들여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무궁화를 사랑하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어린이들이 하고 있다〈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어린이들이 하고 있다

무궁화는 여름에 피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벚꽃처럼 한꺼번에 만개하지 않지만, 여름 내내 끊임없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사람들과 함께 무더운 여름을 지냅니다.

이번 취재를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주변에 무궁화가 참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8월 8일, 무궁화의 날을 맞이해 우리 주변에 무궁화를 한 번 더 바라보며 마음속에 무궁화를 한 그루씩 심어보는 건 어떨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주말엔] “무궁화는 대한민국의 국화가 아니다?”…나라꽃 무궁화의 우여곡절 이야기
    • 입력 2024-08-03 10:03:26
    • 수정2024-08-03 11:16:28
    주말엔

영국은 장미, 네덜란드는 튤립, 스위스는 에델바이스.

나라별로 국가를 상징하는 나라꽃, 국화(國花)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화라고 하면 대부분 무궁화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하지만 공식적으로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가 아니라고 합니다.

무궁화가 어떻게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KBS 취재진이 찾아보았습니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2024년 8월 15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무궁화 기획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국민에게 선택받은 나라꽃, 무궁화

많은 나라의 국화는 왕실의 상징 혹은 귀족 가문을 대표하는 꽃들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오랜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서기 897년 신라 시대 때, 효공왕이 당나라 광종에게 보낸 나라 문서에는 우리나라를 무궁화의 나라라는 뜻의 근화향(槿花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조선왕조의 상징인 이화(오얏꽃)에 잠시 밀려났지만 이후 일제강점기에 다시 그 명성을 되찾게 됩니다.

"무궁화는 국권을 강탈당했을때 자연스럽게 선조들에 의해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한 경우"

현재 국가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태극기와 애국가 모두 독립운동과 함께했듯, '무한히 피어나는 꽃'이자 '생명력이 강한 꽃'으로 무궁화도 자연스레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행정, 입법, 사법 상징에 들어가 있는 무궁화와 문구 브랜드로 쓰였던 무궁화
■ 최고의 브랜드 = 무궁화

광복 이후, 무궁화는 최고의 가치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 영문 초청장의 배경은 물론, 광복 이후 화폐에도 무궁화가 들어갔습니다.

공무원의 임명장, 국회의원의 배지 그리고 사법부의 법복에도 무궁화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 국민의 생활 용품 곳곳에서도 무궁화의 상징적 위치를 유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캐러멜과 사이다 그리고 소주까지. 무궁화는 당시 고가의 상품이거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제품들에 붙이는 상징적인 이름이었습니다.

1960년 2월 21일 초특급 열차 발대식 당시 운행했던 열차도 무궁화호였으며, 이 열차는 2년간 운행 후 '재건호'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 최고 등급 바로 아래인 우등열차에 무궁화호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주었고, 현재까지 운행 중입니다.

현재는 '별'로 표시되는 호텔 등급도 1971년부터 2015년까지 무궁화 등급으로 평가를 매겼었습니다.

1960년 2월 21일 초특급 열차 발대식 당시 무궁화호라고 명명, 2년간 운행 후 ‘재건호’로 명칭 변경
■ 국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무궁화

당연하게 무궁화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꽃으로 쓰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공식 국화는 아닙니다.

국회에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공식 지정하고자 하는 노력은 늘 있었지만, 매번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폐기되었습니다.

외래종이라는 이유, 너무 많은 품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국화는 관습법에 따르기 때문에 법제화가 필요 없다는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

"왜 무궁화의 날은 없나요?"

2006년 1월, 한 어린이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글을 본 비영리단체 '무궁나라' 김영만 회장은 실제로 무궁화의 날이 없음을 깨닫고 몇 명의 어린이들에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 모두 흔쾌히 무궁화의 날을 만드는 데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무궁나라 어린이들을 주축으로 전국의 어린이들이 2년간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아 어린이 신문고에 정식 안건으로 올렸고 2007년 8월 8일 무궁화의 날을 국회와 울릉도에서 선포했습니다.

무궁화의 날이 8월 8일인 이유는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 기호)가 되고, 이 모습이 무한히 피는 무궁화와 유사하다고 하여 8월 8일로 제정했다고 합니다.

2007년 8월 8일 국회에서 무궁화의 날 선포식을 진행하는 아이들
■ 관심으로 마음에 심는 무궁화

30년간 무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재배하고 무궁화 묘목을 주변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며 무궁화를 알린 송석응씨(대봉수목원 대표)는 무궁화에 대한 관심이 무궁화 사랑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무궁화의 날 제정에 크게 기여했던 김영만 교수는 현재 신구대학 미디어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무궁화를 문화 콘텐츠에 녹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나 캐릭터, 디자인 등 문화 콘텐츠로써 무궁화를 더 친숙하게 받아들여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무궁화를 사랑하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어린이들이 하고 있다
무궁화는 여름에 피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벚꽃처럼 한꺼번에 만개하지 않지만, 여름 내내 끊임없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사람들과 함께 무더운 여름을 지냅니다.

이번 취재를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주변에 무궁화가 참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8월 8일, 무궁화의 날을 맞이해 우리 주변에 무궁화를 한 번 더 바라보며 마음속에 무궁화를 한 그루씩 심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