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집에서 1년째”…전세사기 2차 피해? [취재후]

입력 2024.08.08 (15:07) 수정 2024.08.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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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히 들여다보이는 천장과 나무 뼈대.

벽지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었고, 시멘트에는 물이 맺혀 있습니다. 임시로 설치한 '비닐 천막'도 지독한 곰팡냄새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 집은 A 씨 모녀의 보금자리입니다.

■"갑자기 물이 주르륵 떨어졌어요"

A 씨 가족의 악몽은 1년여 전 여름 시작됐습니다.

장마가 한창이던 어느 날, 윗집에서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한밤중 시작된 누수는 집안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약간 뭐가 터지듯이 물이 주르륵 내리는 거예요. 주방부터 해서 싱크대부터 저기 식탁까지 주르륵 내리는데. 잠결에 놀랐죠. 계단에서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고. 우선 윗집에 밸브부터 잠가달라고 했어요."
- A 씨 / 누수 피해자

공동주택에선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누수.

A 씨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벽지 도배 공사 등을 하고 윗집으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윗집 주인은 '연락 두절'…알고 보니 전세사기범

하지만 A 씨는 윗집 주인으로부터 어떠한 피해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사비 지원은커녕, 집주인과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윗집에 전세로 들어오신 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집주인한테 연락해 봐라' 그랬어요. 그래서 '집주인 연락처를 나한테 달라'라고 얘기해서 그분한테 연락을 했더니 '아 그래요.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문자만 왔어요."
- A 씨 / 누수 피해자

'곰팡이 집'을 견디다 못한 A 씨는 자신의 돈으로 먼저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천장에 시멘트를 덧대고, 벽지까지 새로 시공했습니다.

수백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A 씨에게는 큰 돈이었습니다.

공사 후에도 집주인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A 씨는 집주인을 직접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등기부등본 떼서 집주인이 어디 살고 있는지까지 찾아봤어요. 찾아갔더니 우편물이 법원에서 온 거, 구청에서 온 거, 여기저기서 온 게 막 붙어 있더라고요. 사실 빈집이었던 거죠. 등록지만 거기고 안 살고 있던 거예요."
- A 씨 / 누수 피해자

수상한 집주인의 정체... 전세 사기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권 모 씨였습니다.

[연관 기사] ‘깡통전세 사기’ 안산 빌라왕 일당…1심에서 징역 5~8년형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660584

■1년 만에 또 누수…"윗집 들어가지도 못해"

1년이 지나 다시 찾아온 장마철. A 씨 가족의 보금자리는 또다시 물바다가 됐습니다.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윗집에 들어가 물이 어디서 얼마만큼 새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못하게 됐습니다.

윗집 세입자가 이사하면서, 집주인인 권 씨의 허락 없이는 빈집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된 겁니다.


"윗집 상황이라도 빨리 봐서 뭐가 잘 안 메꿔졌으니까 물이 저한테 새고 있는 거잖아요."
- A 씨 / 누수 피해자

보증보험금을 내주고 집을 압류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도 방법이 없다고 하는 상황. 지자체에 문의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주거침입죄가 된다'는 설명뿐입니다.

"관리의 주체가 저희가 아니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법적 권한이 없어요. 저희는 단순 채권자라서 집을 유지·보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도 못 들어가요. 무단침입이 돼요."
- HUG 관계자

■"지독한 냄새에 마스크까지"…심각한 전세사기 2차 피해

곰팡이 가득한 집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한 달째.

지독한 냄새에 A 씨 가족은 종일 마스크를 낀 채 생활 중입니다. 창문을 열어놔야 하는 탓에 에어컨도 틀지 못한 채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밥을 먹어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약간 오물이 이제 썩는 냄새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이들 공부하는 방까지 곰팡냄새가 나서 책상을 쓰지도 못해요."
- A 씨 / 누수 피해자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 5월까지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신고는 22,942건.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뿐 아니라 이웃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2차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연관 기사] 1년째 누수 피해에도 속수무책…전세사기 2차 피해? [제보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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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팡이 집에서 1년째”…전세사기 2차 피해? [취재후]
    • 입력 2024-08-08 15:07:52
    • 수정2024-08-08 16:08:46
    취재후·사건후

훤히 들여다보이는 천장과 나무 뼈대.

벽지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었고, 시멘트에는 물이 맺혀 있습니다. 임시로 설치한 '비닐 천막'도 지독한 곰팡냄새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 집은 A 씨 모녀의 보금자리입니다.

■"갑자기 물이 주르륵 떨어졌어요"

A 씨 가족의 악몽은 1년여 전 여름 시작됐습니다.

장마가 한창이던 어느 날, 윗집에서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한밤중 시작된 누수는 집안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약간 뭐가 터지듯이 물이 주르륵 내리는 거예요. 주방부터 해서 싱크대부터 저기 식탁까지 주르륵 내리는데. 잠결에 놀랐죠. 계단에서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고. 우선 윗집에 밸브부터 잠가달라고 했어요."
- A 씨 / 누수 피해자

공동주택에선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누수.

A 씨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벽지 도배 공사 등을 하고 윗집으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윗집 주인은 '연락 두절'…알고 보니 전세사기범

하지만 A 씨는 윗집 주인으로부터 어떠한 피해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사비 지원은커녕, 집주인과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윗집에 전세로 들어오신 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집주인한테 연락해 봐라' 그랬어요. 그래서 '집주인 연락처를 나한테 달라'라고 얘기해서 그분한테 연락을 했더니 '아 그래요.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문자만 왔어요."
- A 씨 / 누수 피해자

'곰팡이 집'을 견디다 못한 A 씨는 자신의 돈으로 먼저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천장에 시멘트를 덧대고, 벽지까지 새로 시공했습니다.

수백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A 씨에게는 큰 돈이었습니다.

공사 후에도 집주인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A 씨는 집주인을 직접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등기부등본 떼서 집주인이 어디 살고 있는지까지 찾아봤어요. 찾아갔더니 우편물이 법원에서 온 거, 구청에서 온 거, 여기저기서 온 게 막 붙어 있더라고요. 사실 빈집이었던 거죠. 등록지만 거기고 안 살고 있던 거예요."
- A 씨 / 누수 피해자

수상한 집주인의 정체... 전세 사기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권 모 씨였습니다.

[연관 기사] ‘깡통전세 사기’ 안산 빌라왕 일당…1심에서 징역 5~8년형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660584

■1년 만에 또 누수…"윗집 들어가지도 못해"

1년이 지나 다시 찾아온 장마철. A 씨 가족의 보금자리는 또다시 물바다가 됐습니다.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윗집에 들어가 물이 어디서 얼마만큼 새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못하게 됐습니다.

윗집 세입자가 이사하면서, 집주인인 권 씨의 허락 없이는 빈집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된 겁니다.


"윗집 상황이라도 빨리 봐서 뭐가 잘 안 메꿔졌으니까 물이 저한테 새고 있는 거잖아요."
- A 씨 / 누수 피해자

보증보험금을 내주고 집을 압류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도 방법이 없다고 하는 상황. 지자체에 문의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주거침입죄가 된다'는 설명뿐입니다.

"관리의 주체가 저희가 아니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법적 권한이 없어요. 저희는 단순 채권자라서 집을 유지·보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도 못 들어가요. 무단침입이 돼요."
- HUG 관계자

■"지독한 냄새에 마스크까지"…심각한 전세사기 2차 피해

곰팡이 가득한 집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한 달째.

지독한 냄새에 A 씨 가족은 종일 마스크를 낀 채 생활 중입니다. 창문을 열어놔야 하는 탓에 에어컨도 틀지 못한 채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밥을 먹어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약간 오물이 이제 썩는 냄새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이들 공부하는 방까지 곰팡냄새가 나서 책상을 쓰지도 못해요."
- A 씨 / 누수 피해자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 5월까지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신고는 22,942건.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뿐 아니라 이웃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2차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연관 기사] 1년째 누수 피해에도 속수무책…전세사기 2차 피해? [제보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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