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석산개발 놓고 수년째 갈등…감사원 “특혜있었다”

입력 2024.08.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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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석 채취 갈등…감사원 감사 청구로까지

전북 고창군에는 '암치(岩峙)'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바위가 많이 깔려 있어 바위 '암', 언덕 '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민들은 이 일대에서 산을 깎아 흙과 돌을 캐내 파는 이른바 '석산 개발'이 끊임없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전북 고창군 토석 채취 현장전북 고창군 토석 채취 현장

암치마을과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지금도 토석 채취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 건설업체가 2012년 고창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토석 채취 허가 면적은 약 10만㎡, 축구장 14개 넓이입니다.

인근 주민들은 폭파 진동과 소음, 먼지 피해를 호소하다가 지난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고창군이 건설업체를 제대로 감독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 감사 보고서 보니…"고창군 관리·감독 소홀"

감사원은 주민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감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감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주민들 요청에 따라 4개 항목에 대한 감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① 토석채취 기간연장 허가의 적법성
② 토석채취 면적변경 허가의 적법성
③ 토석채취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④ 토석채취업체와 공무원의 유착에 따른 특혜 제공 의혹

감사원은 감사 결과, 4개 항목 가운데 ② 토석채취 면적변경 허가의 적법성, ③토석채취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토석채취업체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창군은 2017년 경찰로부터 '건설업체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건설업체 대표는 무허가 토석채취 혐의로 입건됐고, 2018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고창군은 2020년에서야 건설업체에 '토석채취 중지 1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또, 채취 중지 기간에는 토석 반출도 금지되지만 토석 반출이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창군이 현장점검을 한 차례만 하는 등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업체는 이 기간 고창군에도 토석을 한 차례 납품했습니다. '늑장 처분'에 '감독 소홀'이 드러난 셈입니다.

■ "허가 업무도 부당 처리…업체에 특혜 제공"

감사원은 고창군이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해 건설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게 됐다고도 판단했습니다. 관련 법을 보면, 토석채취구역의 면적을 확대할 때는 기존 허가 면적의 20% 이내에서 한 차례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감사 결과, 고창군 담당 공무원이 허가 면적을 임의로 정정하고, 정정된 면적으로 확대를 허가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즉, 원래 허가받은 전체 면적을 '정정'으로 넓히고(1차 허가), 정정된 면적을 기준으로 확대를 허가(2차 허가)해 사실상 두 차례에 걸친 허가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존 허가 면적의 20% 이내여야 하는 토석채취구역 면적이 32%로 늘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감사원 감사 보고서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고창군에 관련 허가 취소 검토와 담당 공무원 징계 등을 요구했습니다. 또 토석채취 중지 기간 이뤄진 반출에 대해서는 업체를 고발하는 등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다만, 주민들이 요청한 ① 토석채취 기간연장 허가의 적법성과 ④ 토석채취업체와 공무원의 유착에 따른 특혜 제공 의혹은 특별한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주민들 "감사원 통보 이행"…고창군 "일부 내용 재심의 청구"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어제(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창군의 봐주기 행정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거짓과 불법을 용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법을 합법화해 주는 것으로 모자라 특혜까지 줬다"고 했습니다. 이어 감사원이 통보한 허가 취소와 업체 고발, 담당 공무원 징계 등을 서두르라고 요구했습니다.

전북 고창군청 앞에서 열린 주민·환경단체 기자회견전북 고창군청 앞에서 열린 주민·환경단체 기자회견

고창군은 이에 대해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업체에 대한 사법처리와 공무원 징계절차에 착수했다"면서도 "기존 토석채취 허가 면적 '정정' 등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신 고창군 산림녹지과장은 "자문을 통해 담당 공무원이 '정정'한 부분을 감사원은 '한 차례'로 봤다"며 "서로 애매한 부분이 있어 재심의를 청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왜 정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내용"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창군의 재심의 청구 사실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는 물론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됐지만 수 년째 토석 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특혜 제공·봐주기 드러나”…고창 ‘석산 논란’ 확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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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석 채취 갈등…감사원 감사 청구로까지

전북 고창군에는 '암치(岩峙)'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바위가 많이 깔려 있어 바위 '암', 언덕 '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민들은 이 일대에서 산을 깎아 흙과 돌을 캐내 파는 이른바 '석산 개발'이 끊임없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전북 고창군 토석 채취 현장
암치마을과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지금도 토석 채취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 건설업체가 2012년 고창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토석 채취 허가 면적은 약 10만㎡, 축구장 14개 넓이입니다.

인근 주민들은 폭파 진동과 소음, 먼지 피해를 호소하다가 지난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고창군이 건설업체를 제대로 감독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 감사 보고서 보니…"고창군 관리·감독 소홀"

감사원은 주민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감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감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주민들 요청에 따라 4개 항목에 대한 감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① 토석채취 기간연장 허가의 적법성
② 토석채취 면적변경 허가의 적법성
③ 토석채취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④ 토석채취업체와 공무원의 유착에 따른 특혜 제공 의혹

감사원은 감사 결과, 4개 항목 가운데 ② 토석채취 면적변경 허가의 적법성, ③토석채취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토석채취업체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창군은 2017년 경찰로부터 '건설업체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건설업체 대표는 무허가 토석채취 혐의로 입건됐고, 2018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고창군은 2020년에서야 건설업체에 '토석채취 중지 1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또, 채취 중지 기간에는 토석 반출도 금지되지만 토석 반출이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창군이 현장점검을 한 차례만 하는 등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업체는 이 기간 고창군에도 토석을 한 차례 납품했습니다. '늑장 처분'에 '감독 소홀'이 드러난 셈입니다.

■ "허가 업무도 부당 처리…업체에 특혜 제공"

감사원은 고창군이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해 건설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게 됐다고도 판단했습니다. 관련 법을 보면, 토석채취구역의 면적을 확대할 때는 기존 허가 면적의 20% 이내에서 한 차례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감사 결과, 고창군 담당 공무원이 허가 면적을 임의로 정정하고, 정정된 면적으로 확대를 허가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즉, 원래 허가받은 전체 면적을 '정정'으로 넓히고(1차 허가), 정정된 면적을 기준으로 확대를 허가(2차 허가)해 사실상 두 차례에 걸친 허가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존 허가 면적의 20% 이내여야 하는 토석채취구역 면적이 32%로 늘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고창군에 관련 허가 취소 검토와 담당 공무원 징계 등을 요구했습니다. 또 토석채취 중지 기간 이뤄진 반출에 대해서는 업체를 고발하는 등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다만, 주민들이 요청한 ① 토석채취 기간연장 허가의 적법성과 ④ 토석채취업체와 공무원의 유착에 따른 특혜 제공 의혹은 특별한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주민들 "감사원 통보 이행"…고창군 "일부 내용 재심의 청구"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어제(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창군의 봐주기 행정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거짓과 불법을 용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법을 합법화해 주는 것으로 모자라 특혜까지 줬다"고 했습니다. 이어 감사원이 통보한 허가 취소와 업체 고발, 담당 공무원 징계 등을 서두르라고 요구했습니다.

전북 고창군청 앞에서 열린 주민·환경단체 기자회견
고창군은 이에 대해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업체에 대한 사법처리와 공무원 징계절차에 착수했다"면서도 "기존 토석채취 허가 면적 '정정' 등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신 고창군 산림녹지과장은 "자문을 통해 담당 공무원이 '정정'한 부분을 감사원은 '한 차례'로 봤다"며 "서로 애매한 부분이 있어 재심의를 청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왜 정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내용"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창군의 재심의 청구 사실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는 물론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됐지만 수 년째 토석 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특혜 제공·봐주기 드러나”…고창 ‘석산 논란’ 확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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