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사체 냄새에 ‘왈왈’”…수중이든, 지상이든 반드시 찾는다!

입력 2024.08.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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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왈"

어제(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행주 나루터에서 별안간 우렁찬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 개 짖는 소리, 다른 곳도 아니고 한강 한가운데서 그것도 물 위에서 들려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경기 북부 수중 실종자 80%가 이 곳에서 발견…'수색 합동훈련' 진행


우렁차게 짖은 개의 정체, 다름 아닌 실종자나 시신을 찾거나 마약 탐지 등 경찰 과학수사대에서 수사 목적으로 운용 중인 '체취증거견'이었습니다.

어제 수중에서 사망한 실종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실종자를 신속히 발견하기 위한 수중수색 합동훈련이 진행된 겁니다. 수중수색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수중 사체를 발견할 방법이 특별하게 없어요. (사체가) 부상할 때까지 저희가 기다려야 하고요. …그래서 물속에 있는 사체를 신속하게 발견하기 위해서 체취증거견과 수중드론, 이렇게 협업 체계를 구축해서 신속히 발견하려고 합니다."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 체취증거팀 최영진 팀장

훈련이 이뤄진 곳은 행주대교 밑, 방화대교와 김포대교 사이입니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경기 북부 관내 수중 사망 실종자의 80%가 바로 이 구간에서 발견됐습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형인데다가 신곡수중보가 설치돼 있어, 실종자 대부분이 수중보에 걸리거나 바닷물 역류로 인해 이 근방에서 발견되곤 하는 건데요.

최대한 실전과 가깝게 진행된 이번 훈련, 경찰에서 최초로 실시됐습니다. 무려 5개 시·도 경찰청, 해양경찰, 한국애견협회, 해병전우회 등이 모여 합동 시행했는데, 핵심은 '체취증거견'과 '수중드론'의 합동 활약에 있었습니다.

■[1단계] 물속 사망자의 '부패가스'를 맡아라!

훈련이 시작되기 전, 시신이 부패하면 만들어지는 '부패 가스'가 분출되도록 제작된 마네킹을 한강 아래에 숨겼습니다.

보통 수중에서 숨진 실종자는 수면으로 부상하기까지는 최소 3일에서 길게는 9일까지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물속 아래에 '수중 시체'를 가라앉힌 겁니다.


물속 시체는 내부가 부패 되며 '가스'가 생성되는데요. 이 부패 가스는 물의 분자보다 가벼워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이 부패 가스를 찾아내는 게 바로 '체취증거견'입니다. 뛰어난 후각을 활용하는 건데요. 수상 보트에 올라 강을 지그재그 방향으로 순회하면서 수면으로 올라온 부패 가스를 탐지한 순간, 체취증거견이 '왈왈' 짖으며 이를 알린 겁니다.

수중 수색 훈련을 위해, 체취증거견들은 약 한 달 동안 보트에서 안정적으로 있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거쳤습니다. 또, 물속 시체 특유의 냄새 분자에 적응하는 훈련도 거쳤습니다.

■[2단계] 혼탁한 물속도 문제없다!…수중드론 투입

추정 위치를 찾았더라도, 한강 속을 수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속이 혼탁해 1~5m 정도의 시야밖에 확보되지 않는 데다가, 빠른 유속과 바닥의 뻘, 구조물 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투입되는 게 바로 '수중드론'입니다. 시체가 있는 것으로 특정된 장소에 드론을 잠수시키고, 지상에서 드론을 통한 화면을 보며 수중시체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과학수사 수중수색팀이 드론이 표시하는 지점에 실제로 다이빙해, 실종자를 무사히 인양하게 됩니다.


■"냄새가 보인다"…수중이든 지상이든 찾아내는 '체취증거견'

오늘 훈련에서도 맹활약한 '체취증거견'은 경찰의 과학수사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료입니다. 체취증거견은 인간과 비교하면 1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훈련을 거치기 때문에 일반 개보다도 후각 능력이 훨씬 뛰어납니다.

"과학수사에서 운용하는 견들을 통칭해서 '체취증거견'이라고 이야기하고요. (그 중에) 시체 발견, 마약 탐지견…. 종류는 많아요.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희가 지방청마다 3두씩 배치된 증거견을 운영하는 운영단들이 있는데요. 지금 이 날씨에도 산이라든지, 강이라든지 (훈련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 체취증거팀 최영진 팀장


경기북부경찰청에서 활약 중인 '알파'가 대표적입니다. 실종자가 살아있든, 숨졌든, 지상이든, 수중이든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체취증거견 3마리를 운용하고 있는데, 2마리는 '시체 수색견', 1마리는 '마약 탐지견'에 특화돼 있습니다.

2019년 전남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 피해자 발견, 2021년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마지막 실종자 발견, 그리고 2021년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 실종자 발견…. 이들이 발견한 강력사건 피해자와 실종자는 무려 62명에 달합니다.


한강의 경우, 강폭이 1,000~1,500m 정도라 1~2두의 체취증거견으로는 수색 진행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한국애견협회와 협업해 실제 사건이 발생하면 5두 이상의 체취증거견을 현장에 투입할 예정인데요.

경찰은 체취증거견의 역할이 굉장히 결정적이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 체취증거팀 최영진 팀장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 체취증거팀 최영진 팀장

"체취증거견의 목적은 '인력 투입'을 축소하는 거예요. 견 한 마리가 투입되면 약 200~300명의 사람이 투입되는 장소를 (수색 범위에서) 지울 수 있거든요.

육성되면 될수록 그런 경찰력이 다른 치안요소로 지원되면, 국민들에게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촬영기자 : 김경민/그래픽 제작 : 이재희/대문사진 제작 : 반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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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09 0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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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왈"

어제(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행주 나루터에서 별안간 우렁찬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 개 짖는 소리, 다른 곳도 아니고 한강 한가운데서 그것도 물 위에서 들려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경기 북부 수중 실종자 80%가 이 곳에서 발견…'수색 합동훈련' 진행


우렁차게 짖은 개의 정체, 다름 아닌 실종자나 시신을 찾거나 마약 탐지 등 경찰 과학수사대에서 수사 목적으로 운용 중인 '체취증거견'이었습니다.

어제 수중에서 사망한 실종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실종자를 신속히 발견하기 위한 수중수색 합동훈련이 진행된 겁니다. 수중수색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수중 사체를 발견할 방법이 특별하게 없어요. (사체가) 부상할 때까지 저희가 기다려야 하고요. …그래서 물속에 있는 사체를 신속하게 발견하기 위해서 체취증거견과 수중드론, 이렇게 협업 체계를 구축해서 신속히 발견하려고 합니다."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 체취증거팀 최영진 팀장

훈련이 이뤄진 곳은 행주대교 밑, 방화대교와 김포대교 사이입니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경기 북부 관내 수중 사망 실종자의 80%가 바로 이 구간에서 발견됐습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형인데다가 신곡수중보가 설치돼 있어, 실종자 대부분이 수중보에 걸리거나 바닷물 역류로 인해 이 근방에서 발견되곤 하는 건데요.

최대한 실전과 가깝게 진행된 이번 훈련, 경찰에서 최초로 실시됐습니다. 무려 5개 시·도 경찰청, 해양경찰, 한국애견협회, 해병전우회 등이 모여 합동 시행했는데, 핵심은 '체취증거견'과 '수중드론'의 합동 활약에 있었습니다.

■[1단계] 물속 사망자의 '부패가스'를 맡아라!

훈련이 시작되기 전, 시신이 부패하면 만들어지는 '부패 가스'가 분출되도록 제작된 마네킹을 한강 아래에 숨겼습니다.

보통 수중에서 숨진 실종자는 수면으로 부상하기까지는 최소 3일에서 길게는 9일까지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물속 아래에 '수중 시체'를 가라앉힌 겁니다.


물속 시체는 내부가 부패 되며 '가스'가 생성되는데요. 이 부패 가스는 물의 분자보다 가벼워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이 부패 가스를 찾아내는 게 바로 '체취증거견'입니다. 뛰어난 후각을 활용하는 건데요. 수상 보트에 올라 강을 지그재그 방향으로 순회하면서 수면으로 올라온 부패 가스를 탐지한 순간, 체취증거견이 '왈왈' 짖으며 이를 알린 겁니다.

수중 수색 훈련을 위해, 체취증거견들은 약 한 달 동안 보트에서 안정적으로 있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거쳤습니다. 또, 물속 시체 특유의 냄새 분자에 적응하는 훈련도 거쳤습니다.

■[2단계] 혼탁한 물속도 문제없다!…수중드론 투입

추정 위치를 찾았더라도, 한강 속을 수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속이 혼탁해 1~5m 정도의 시야밖에 확보되지 않는 데다가, 빠른 유속과 바닥의 뻘, 구조물 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투입되는 게 바로 '수중드론'입니다. 시체가 있는 것으로 특정된 장소에 드론을 잠수시키고, 지상에서 드론을 통한 화면을 보며 수중시체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과학수사 수중수색팀이 드론이 표시하는 지점에 실제로 다이빙해, 실종자를 무사히 인양하게 됩니다.


■"냄새가 보인다"…수중이든 지상이든 찾아내는 '체취증거견'

오늘 훈련에서도 맹활약한 '체취증거견'은 경찰의 과학수사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료입니다. 체취증거견은 인간과 비교하면 1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훈련을 거치기 때문에 일반 개보다도 후각 능력이 훨씬 뛰어납니다.

"과학수사에서 운용하는 견들을 통칭해서 '체취증거견'이라고 이야기하고요. (그 중에) 시체 발견, 마약 탐지견…. 종류는 많아요.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희가 지방청마다 3두씩 배치된 증거견을 운영하는 운영단들이 있는데요. 지금 이 날씨에도 산이라든지, 강이라든지 (훈련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 체취증거팀 최영진 팀장


경기북부경찰청에서 활약 중인 '알파'가 대표적입니다. 실종자가 살아있든, 숨졌든, 지상이든, 수중이든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체취증거견 3마리를 운용하고 있는데, 2마리는 '시체 수색견', 1마리는 '마약 탐지견'에 특화돼 있습니다.

2019년 전남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 피해자 발견, 2021년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마지막 실종자 발견, 그리고 2021년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 실종자 발견…. 이들이 발견한 강력사건 피해자와 실종자는 무려 62명에 달합니다.


한강의 경우, 강폭이 1,000~1,500m 정도라 1~2두의 체취증거견으로는 수색 진행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한국애견협회와 협업해 실제 사건이 발생하면 5두 이상의 체취증거견을 현장에 투입할 예정인데요.

경찰은 체취증거견의 역할이 굉장히 결정적이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 체취증거팀 최영진 팀장
"체취증거견의 목적은 '인력 투입'을 축소하는 거예요. 견 한 마리가 투입되면 약 200~300명의 사람이 투입되는 장소를 (수색 범위에서) 지울 수 있거든요.

육성되면 될수록 그런 경찰력이 다른 치안요소로 지원되면, 국민들에게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촬영기자 : 김경민/그래픽 제작 : 이재희/대문사진 제작 : 반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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