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성으로 ‘별자리’ 새길 판…올해만 저궤도 위성 108기 쏜다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8.09 (11:00) 수정 2024.08.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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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로켓이 발사됐습니다. 이 로켓에는 저궤도 위성 18기가 실려있었는데요. 바로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천 개의 돛 별자리’ (千帆星座)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올해에만 ‘저궤도 위성’ 108기를 쏘아올릴 예정입니다. 2025년까지는 648기, 2030년에는 만 5,000기의 위성을 안착시키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그야말로 저궤도 위성으로 우주에 ‘별자리’를 새길 기세입니다.


저궤도 위성은 일반 ‘정지 위성’ 보다 낮은 고도에서 지구 주변을 도는 위성인데요. 정지 위성이 3만km 이상 고도에서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도는 데 비해, 저궤도 위성은 200~1,500km 이내의 낮은 고도에서 통신 기능을 주로 담당합니다. 정지 위성보다 경제적이기도 하죠.


이번에 발사된 ‘저궤도 위성’은 중국 국유기업 상하이 위안신위성과학기술공사(SSST)의 작품입니다.

스페이스X와 유텔셋원웹, 아마존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저궤도 위성 사업’을 선점하자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직접 지원하고 나선겁니다.

차이루번/상하이위안신위성과학기술(SSST) 수석부사장
“첫 번째 단계로 1,296개의 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를 완전히 커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앞으로 1,000km에서 500km, 300km로 위성 고도를 지구 표면과 더 가깝게 낮춰
휴대폰 직접 연결과 광대역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처럼 만 5,000여 기의 인공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 글로벌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너도 나도 ‘저궤도 위성’ 발사… 한반도 통과 위성만 7천 기 넘어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현재 4천여 기의 저궤도 위성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국 계획대로라면 스타링크의 4배에 달하는 중국 저궤도 위성이 지구 상공을 돌게 됩니다. 스타링크도 2027년까지 위성을 만 2,000기로 늘릴 예정이긴 합니다.

아마존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광대역 인터넷 통신 서비스 ‘카이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투자금 규모만 13조 원이 넘는데요. 2029년까지 3천 2백여 기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입니다.

이렇게 너도 나도 저궤도 위성 발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지구 상공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마저 나오는데요.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2019년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는 저궤도 위성은 368기였는데, 지난해에는 7,334기로 5년 사이 2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위성이 동시에 떠다니다 보니 위성끼리 충돌하거나 전파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위성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박찬대 의원은 ‘위성 감시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저궤도 위성 주파수를 감시하는 기지국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중앙전파관리소는 “2025년부터 전국 감시가 가능하도록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신 인프라의 ‘혈관’... 군사적 활용에도 대비해야

저궤도 위성은 지구 상공에 촘촘하게 배치돼 지상 통신이 커버할 수 없는 산간이나 오지도 커버할 수 있어 통신 인프라의 ‘혈관’이라고 불립니다.

중국 당국도 이번 ‘천 개의 돛 별자리’ 프로젝트를 시행 이유를 이렇게 밝혔는데요.

“지상 통신 서비스가 면적의 6% 미만을 커버하고 있다”며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 육상 기지국을 설치할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외딴 지역과 해양 등을 연결하기 위해 저궤도 위성 사업을 시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매년 300기 이상의 저궤도 위성을 직접 생산하기로도 했습니다. 자동차 자율주행이나 무인 이착륙기에도 정확한 이동 방향을 찾기 위해 저궤도 위성이 필수적인데요. 중국이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위성산업회는 2020년 글로벌 위성 산업 규모가 2,706억 달러(약 370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그 가운데 통신 위성이 54%로 가장 많습니다. 위성 통신 시장은 2040년까지 5,846억 달러(약 805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상업적 이유 말고도 군사적 전략 경쟁 측면에서도 각국은 이 ‘저궤도 위성’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2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통신 시설과 방송국 대신, 저궤도 위성 ‘스타링크’ 서비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전송해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겁니다.

중국 인민해방군도 이런 통신 위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최근 2년 동안 ‘스타링크 우크라이나 전장 배치 영향’에 대해 심층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위성 발사는 전략적 발전 측면에서 중국이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위성 사업이 경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국방과 외교 문제 등에 깊숙이 연계되고 있는데요. 우리 나라에서도 범부처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픽:이영현,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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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위성으로 ‘별자리’ 새길 판…올해만 저궤도 위성 108기 쏜다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8-09 11:00:07
    • 수정2024-08-09 1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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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로켓이 발사됐습니다. 이 로켓에는 저궤도 위성 18기가 실려있었는데요. 바로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천 개의 돛 별자리’ (千帆星座)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올해에만 ‘저궤도 위성’ 108기를 쏘아올릴 예정입니다. 2025년까지는 648기, 2030년에는 만 5,000기의 위성을 안착시키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그야말로 저궤도 위성으로 우주에 ‘별자리’를 새길 기세입니다.


저궤도 위성은 일반 ‘정지 위성’ 보다 낮은 고도에서 지구 주변을 도는 위성인데요. 정지 위성이 3만km 이상 고도에서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도는 데 비해, 저궤도 위성은 200~1,500km 이내의 낮은 고도에서 통신 기능을 주로 담당합니다. 정지 위성보다 경제적이기도 하죠.


이번에 발사된 ‘저궤도 위성’은 중국 국유기업 상하이 위안신위성과학기술공사(SSST)의 작품입니다.

스페이스X와 유텔셋원웹, 아마존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저궤도 위성 사업’을 선점하자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직접 지원하고 나선겁니다.

차이루번/상하이위안신위성과학기술(SSST) 수석부사장
“첫 번째 단계로 1,296개의 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를 완전히 커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앞으로 1,000km에서 500km, 300km로 위성 고도를 지구 표면과 더 가깝게 낮춰
휴대폰 직접 연결과 광대역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처럼 만 5,000여 기의 인공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 글로벌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너도 나도 ‘저궤도 위성’ 발사… 한반도 통과 위성만 7천 기 넘어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현재 4천여 기의 저궤도 위성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국 계획대로라면 스타링크의 4배에 달하는 중국 저궤도 위성이 지구 상공을 돌게 됩니다. 스타링크도 2027년까지 위성을 만 2,000기로 늘릴 예정이긴 합니다.

아마존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광대역 인터넷 통신 서비스 ‘카이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투자금 규모만 13조 원이 넘는데요. 2029년까지 3천 2백여 기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입니다.

이렇게 너도 나도 저궤도 위성 발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지구 상공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마저 나오는데요.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2019년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는 저궤도 위성은 368기였는데, 지난해에는 7,334기로 5년 사이 2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위성이 동시에 떠다니다 보니 위성끼리 충돌하거나 전파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위성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박찬대 의원은 ‘위성 감시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저궤도 위성 주파수를 감시하는 기지국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중앙전파관리소는 “2025년부터 전국 감시가 가능하도록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신 인프라의 ‘혈관’... 군사적 활용에도 대비해야

저궤도 위성은 지구 상공에 촘촘하게 배치돼 지상 통신이 커버할 수 없는 산간이나 오지도 커버할 수 있어 통신 인프라의 ‘혈관’이라고 불립니다.

중국 당국도 이번 ‘천 개의 돛 별자리’ 프로젝트를 시행 이유를 이렇게 밝혔는데요.

“지상 통신 서비스가 면적의 6% 미만을 커버하고 있다”며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 육상 기지국을 설치할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외딴 지역과 해양 등을 연결하기 위해 저궤도 위성 사업을 시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매년 300기 이상의 저궤도 위성을 직접 생산하기로도 했습니다. 자동차 자율주행이나 무인 이착륙기에도 정확한 이동 방향을 찾기 위해 저궤도 위성이 필수적인데요. 중국이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위성산업회는 2020년 글로벌 위성 산업 규모가 2,706억 달러(약 370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그 가운데 통신 위성이 54%로 가장 많습니다. 위성 통신 시장은 2040년까지 5,846억 달러(약 805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상업적 이유 말고도 군사적 전략 경쟁 측면에서도 각국은 이 ‘저궤도 위성’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2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통신 시설과 방송국 대신, 저궤도 위성 ‘스타링크’ 서비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전송해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겁니다.

중국 인민해방군도 이런 통신 위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최근 2년 동안 ‘스타링크 우크라이나 전장 배치 영향’에 대해 심층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위성 발사는 전략적 발전 측면에서 중국이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위성 사업이 경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국방과 외교 문제 등에 깊숙이 연계되고 있는데요. 우리 나라에서도 범부처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픽:이영현,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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