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나리오엔 ‘겨울 사라지고 200일의 여름’ [주말엔]
입력 2024.08.10 (07:00)
수정 2024.08.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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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가 예측한 2100년의 울산 모습을 볼까요? 겨울은 없고 4월부터 여름이 시작됩니다. 여름 일수가 한해 200일에 달합니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도 100일이 넘습니다. 연 최고기온은 40도를 넘고, 한 해 평균 기온도 20도를 웃돕니다. 밖에서 잠깐 걷기도 힘든 낮과 무더위로 잠 못 드는 요즘 같은 밤이 1년 중 3달 넘게 계속됩니다.
기상청이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벌어질 상황을 가정한 겁니다. 기상청은 이를 '고 탄소 시나리오'라고 부릅니다.
전문가들은 '고 탄소 시나리오'를 통해 기후위기를 경고하면서도, 한편에선 '저 탄소 시나리오'에 주목합니다. 온실가스를 서서히 감축해 2070년에 탄소 중립에 이른다면, 적어도 한 달이라도 한반도에 겨울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은 높여서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대로면 한해 절반이 여름…남부지방은 '겨울 소멸'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나타난 울산의 계절 길이 미래변화
기상청 기후정보 포털에 있는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전국 기준 올해 예측 폭염 일수는 23.5일, 열대야 일수는 23.6일입니다. 지금 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30년 뒤 2054년에는 폭염 일수가 37.6일로 늘고, 열대야 일수도 32일로 늘어납니다. 20년 뒤 2074년에는 폭염 일수가 73일, 열대야 일수는 63일로 올해보다 3배나 늘어납니다.
폭염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집니다. 전국기준 현재 기상학적 여름(하루 평균기온 20도 이상이 유지되는 기간)은 6월 중순에 시작해 97일간 입니다. 365일 중 26% 비율로, 107일인 기상학적 겨울(하루 평균기온 5도 미만이 유지되는 기간)보다 짧습니다. 그런데 21세기 후반에는 한해 절반가량이(46.3%) 여름입니다. 겨울은 불과 40일,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더 심각합니다. 울산·부산·광주 등 8개 자치 단체는 21세기 후반 기상학적 '겨울'이 사라집니다. 특히 부산은 21세기 전반기에 겨울이 29일에 불과하고, 중반기부터 겨울이 사라집니다.
21세기 후반이 되면 여름이 200일가량 이어집니다. 대구 198일, 부산 196일, 울산과 광주는 각각 195일, 190일이 여름입니다. 이때 대구의 일 최고기온은 45.7도, 광주의 일 최고기온은 44도에 이릅니다.
■'다른 시나리오'가 있다…탄소 중립 해낸다면?
1.5도 수준으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억제하면 과거 기후로 돌아갈 확률이 있지만, 일정 온도를 넘어 남극의 빙산 등이 녹으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이명인 교수 유니스트 폭염연구센터장 |
비관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현재 수준과 비슷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하는'고 탄소 시나리오'(SSP5-8.5)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70년쯤 탄소 중립에 이르는 '저 탄소 시나리오'(SSP1-2.6)'도 있습니다.
'저 탄소 시나리오'를 보면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고 탄소 시나리오에서 제시됐던 2054년 폭염 일수 37.6일, 열대야 일수 32일이 각각 13.4일과 16.6일로 줄어듭니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겁니다. 60일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던 2074년 폭염과 열대야 일수도 25.9일, 22.4일로 줄어듭니다. 2100년이 되더라도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20일을 넘지 않게 됩니다.
계절 길이 변화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1세기 후반기 겨울 길이는 40일에 불과하지만,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면 82일이 됩니다. 현재 107일에 비해 크게 줄지 않는 겁니다. 여름의 길이도 97일에서 129일로 늘지만, 169일로 전망됐던 '고탄소 시나리오'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유니스트 폭염연구센터장 이명인 교수는 탄소 중립이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다"고 경고했습니다. 해결책은 '빠른 탄소 중립'이라고 말합니다. 기업체에서 탄소 중립 달성이 꼭 필요하고, 국가는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달 전국 열대야 일수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1위인 8.8일을 기록했습니다. 평년보다 3배 많은 수준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한해 100일의 '열대야'를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폭염의 기세가 매서운 이번 여름,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경고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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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시나리오엔 ‘겨울 사라지고 200일의 여름’ [주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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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8-10 07:00:18
- 수정2024-08-12 09:44:38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가 예측한 2100년의 울산 모습을 볼까요? 겨울은 없고 4월부터 여름이 시작됩니다. 여름 일수가 한해 200일에 달합니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도 100일이 넘습니다. 연 최고기온은 40도를 넘고, 한 해 평균 기온도 20도를 웃돕니다. 밖에서 잠깐 걷기도 힘든 낮과 무더위로 잠 못 드는 요즘 같은 밤이 1년 중 3달 넘게 계속됩니다.
기상청이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벌어질 상황을 가정한 겁니다. 기상청은 이를 '고 탄소 시나리오'라고 부릅니다.
전문가들은 '고 탄소 시나리오'를 통해 기후위기를 경고하면서도, 한편에선 '저 탄소 시나리오'에 주목합니다. 온실가스를 서서히 감축해 2070년에 탄소 중립에 이른다면, 적어도 한 달이라도 한반도에 겨울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은 높여서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대로면 한해 절반이 여름…남부지방은 '겨울 소멸'
기상청 기후정보 포털에 있는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전국 기준 올해 예측 폭염 일수는 23.5일, 열대야 일수는 23.6일입니다. 지금 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30년 뒤 2054년에는 폭염 일수가 37.6일로 늘고, 열대야 일수도 32일로 늘어납니다. 20년 뒤 2074년에는 폭염 일수가 73일, 열대야 일수는 63일로 올해보다 3배나 늘어납니다.
폭염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집니다. 전국기준 현재 기상학적 여름(하루 평균기온 20도 이상이 유지되는 기간)은 6월 중순에 시작해 97일간 입니다. 365일 중 26% 비율로, 107일인 기상학적 겨울(하루 평균기온 5도 미만이 유지되는 기간)보다 짧습니다. 그런데 21세기 후반에는 한해 절반가량이(46.3%) 여름입니다. 겨울은 불과 40일,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더 심각합니다. 울산·부산·광주 등 8개 자치 단체는 21세기 후반 기상학적 '겨울'이 사라집니다. 특히 부산은 21세기 전반기에 겨울이 29일에 불과하고, 중반기부터 겨울이 사라집니다.
21세기 후반이 되면 여름이 200일가량 이어집니다. 대구 198일, 부산 196일, 울산과 광주는 각각 195일, 190일이 여름입니다. 이때 대구의 일 최고기온은 45.7도, 광주의 일 최고기온은 44도에 이릅니다.
■'다른 시나리오'가 있다…탄소 중립 해낸다면?
1.5도 수준으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억제하면 과거 기후로 돌아갈 확률이 있지만, 일정 온도를 넘어 남극의 빙산 등이 녹으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이명인 교수 유니스트 폭염연구센터장 |
비관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현재 수준과 비슷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하는'고 탄소 시나리오'(SSP5-8.5)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70년쯤 탄소 중립에 이르는 '저 탄소 시나리오'(SSP1-2.6)'도 있습니다.
'저 탄소 시나리오'를 보면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고 탄소 시나리오에서 제시됐던 2054년 폭염 일수 37.6일, 열대야 일수 32일이 각각 13.4일과 16.6일로 줄어듭니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겁니다. 60일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던 2074년 폭염과 열대야 일수도 25.9일, 22.4일로 줄어듭니다. 2100년이 되더라도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20일을 넘지 않게 됩니다.
계절 길이 변화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1세기 후반기 겨울 길이는 40일에 불과하지만,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면 82일이 됩니다. 현재 107일에 비해 크게 줄지 않는 겁니다. 여름의 길이도 97일에서 129일로 늘지만, 169일로 전망됐던 '고탄소 시나리오'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유니스트 폭염연구센터장 이명인 교수는 탄소 중립이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다"고 경고했습니다. 해결책은 '빠른 탄소 중립'이라고 말합니다. 기업체에서 탄소 중립 달성이 꼭 필요하고, 국가는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달 전국 열대야 일수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1위인 8.8일을 기록했습니다. 평년보다 3배 많은 수준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한해 100일의 '열대야'를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폭염의 기세가 매서운 이번 여름,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경고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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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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