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1. KBS 9 뉴스
지난 11일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4부두. 이날 낮 제주에서 목포로 가는 여객선의 활짝 열린 선미로 화물차와 승용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갔습니다.
선사 관계자의 수신호에 따라 차량이 실리는 동안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 운전자 이재명 씨는 운전석에 앉은 채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근에선 또 다른 전기차 한 대가 항구 한 편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광경도 보였습니다.
이 씨는 대구에서부터 가족의 전기차를 몰고 제주로 와 며칠간 차박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이 씨의 차량 계기판에 뜬 배터리 충전 상태는 49%. 배를 타고 뭍에 닿은 뒤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가야 할 먼 길인데도 이미 배터리의 반 이상이 닳은 상태였습니다.
이 씨는 "배를 타기 전부터 선사로부터 '배터리 충전을 50% 미만으로 해서 와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하루 전날에는 선사에서 전화도 받았다"고 했습니다.
2024.08.11. KBS 9 뉴스
이 씨는 이달 초 목포에서 제주로 배를 타고 올 때도 배터리 제한 규정을 따랐습니다. 이 씨는 "처음에는 '그냥 되겠지' 하고 항구에 왔는데 (배터리가 50%를 넘으면) 선적할 수 없다고 해서, 한 바퀴 돌면서 배터리를 맞춰서 왔다"면서도 "요즘에는 관공서에도 충전기가 있고, 밥 먹으면서도 40분 정도 충전하면 된다. 안전 때문이니까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안내에 따라 화물칸 내 정해진 위치에 차를 대고 선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날 전기차 8대가 모여 실린 구역 천장에는 감시카메라가 달려 있었습니다.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경각심이 커지며 일부 지역에선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막는 정책도 추진되는 가운데, 국내 여객선 운영사들도 전기차 선적을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배터리를 절반 넘게 충전한 전기차는 배에 싣지 말라고 정부가 권고하면서부터입니다.
2024.08.11. KBS 9 뉴스
해양수산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해상운송 안전대책'에는 전기차를 배에 실을 시 배터리 충전 상태를 50%로 제한했습니다. 여객선 운항 중에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금지하고, 충돌 흔적이 있거나 사고 이력이 확인된 전기차도 선적을 제한합니다.
이 같은 정부가 내놓은 안전 대책을 선사 대부분과 전기차주들이 따르고는 있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또 강제성이 흐린 권고인 데다, '사고 이력'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선적 현장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전기차주들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보급하던 기조에서 이제는 전기차를 '잠재적 사고 유발자'로 보는 따가운 시선에 불편한 마음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2024.08.11. KBS 9 뉴스
이날 배편으로 제주에서 광주로 간 한종훈 씨는 "장거리를 대비해서 많이 충전해서 가는 건 상관없지만, 지금처럼 '몇 퍼센트 맞춰 오라'는 방식은 쉽지 않다. 주행 거리를 계산해 퍼센트를 맞춰서 중간에 충전을 끊는 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50% 충전하면 화재가 덜 나는 거고, 90%면 불이 난다는 건가"라며 "지금 전기차 충전을 90%로 제한한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제주도를 비롯한 연안여객선 10척에 상방향 물 분사 장치와 질식 소화포 등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를 우선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차량이 밀집된 선박에선 대규모 화재로 확산할 우려가 크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운항 중에 구조 손길도 닿기 어려운 이유에서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54만여 대로 1년 사이 15만여 대가 늘었습니다. 전기차 이용자 수가 급증한 가운데 각종 규제가 만들어지면서, 갈등을 빚는 사례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 기사] “배터리 50%만 충전”…선사들도 전기차 선적 제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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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닳도록 선착장서 ‘뱅뱅’…배 타기도 어려워진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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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8-12 11:26:52
지난 11일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4부두. 이날 낮 제주에서 목포로 가는 여객선의 활짝 열린 선미로 화물차와 승용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갔습니다.
선사 관계자의 수신호에 따라 차량이 실리는 동안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 운전자 이재명 씨는 운전석에 앉은 채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근에선 또 다른 전기차 한 대가 항구 한 편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광경도 보였습니다.
이 씨는 대구에서부터 가족의 전기차를 몰고 제주로 와 며칠간 차박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이 씨의 차량 계기판에 뜬 배터리 충전 상태는 49%. 배를 타고 뭍에 닿은 뒤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가야 할 먼 길인데도 이미 배터리의 반 이상이 닳은 상태였습니다.
이 씨는 "배를 타기 전부터 선사로부터 '배터리 충전을 50% 미만으로 해서 와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하루 전날에는 선사에서 전화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이달 초 목포에서 제주로 배를 타고 올 때도 배터리 제한 규정을 따랐습니다. 이 씨는 "처음에는 '그냥 되겠지' 하고 항구에 왔는데 (배터리가 50%를 넘으면) 선적할 수 없다고 해서, 한 바퀴 돌면서 배터리를 맞춰서 왔다"면서도 "요즘에는 관공서에도 충전기가 있고, 밥 먹으면서도 40분 정도 충전하면 된다. 안전 때문이니까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안내에 따라 화물칸 내 정해진 위치에 차를 대고 선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날 전기차 8대가 모여 실린 구역 천장에는 감시카메라가 달려 있었습니다.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경각심이 커지며 일부 지역에선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막는 정책도 추진되는 가운데, 국내 여객선 운영사들도 전기차 선적을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배터리를 절반 넘게 충전한 전기차는 배에 싣지 말라고 정부가 권고하면서부터입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해상운송 안전대책'에는 전기차를 배에 실을 시 배터리 충전 상태를 50%로 제한했습니다. 여객선 운항 중에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금지하고, 충돌 흔적이 있거나 사고 이력이 확인된 전기차도 선적을 제한합니다.
이 같은 정부가 내놓은 안전 대책을 선사 대부분과 전기차주들이 따르고는 있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또 강제성이 흐린 권고인 데다, '사고 이력'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선적 현장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전기차주들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보급하던 기조에서 이제는 전기차를 '잠재적 사고 유발자'로 보는 따가운 시선에 불편한 마음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날 배편으로 제주에서 광주로 간 한종훈 씨는 "장거리를 대비해서 많이 충전해서 가는 건 상관없지만, 지금처럼 '몇 퍼센트 맞춰 오라'는 방식은 쉽지 않다. 주행 거리를 계산해 퍼센트를 맞춰서 중간에 충전을 끊는 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50% 충전하면 화재가 덜 나는 거고, 90%면 불이 난다는 건가"라며 "지금 전기차 충전을 90%로 제한한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제주도를 비롯한 연안여객선 10척에 상방향 물 분사 장치와 질식 소화포 등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를 우선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차량이 밀집된 선박에선 대규모 화재로 확산할 우려가 크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운항 중에 구조 손길도 닿기 어려운 이유에서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54만여 대로 1년 사이 15만여 대가 늘었습니다. 전기차 이용자 수가 급증한 가운데 각종 규제가 만들어지면서, 갈등을 빚는 사례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 기사] “배터리 50%만 충전”…선사들도 전기차 선적 제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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