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데려와 설문 참여해달라”…제주드림타워 여론조사 왜곡 전말
입력 2024.08.12 (17:21)
수정 2024.08.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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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드림타워(사진 제공=롯데관광개발)
제주의 최고층 건물 '제주드림타워'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이 서귀포시 중문에 있던 카지노를 인수해 2021년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로 옮긴 것으로, 영업장 규모도 4.5배나 커졌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이전 추진 과정에서 '여론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경이 수사에 나섰고, 의혹이 불거진 지 3년만인 지난달 1심 법원은 여론조작 사건 관련 피고인 3명 모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가 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판결문을 입수해 들여다봤습니다.
제주드림타워 카지노(사진 제공=롯데관광개발)
■ "청탁 시 설문 배제" 방침 있었지만…카지노 이전 책임자 '여론 조작' 공모
롯데관광개발은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준공 시기에 맞춰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L 카지노를 드림타워 건물로 확장 이전 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L 카지노 대표 A 씨는 이전 사업의 실무 책임자였습니다.
제주에서 카지노를 이전하려면 '카지노산업 영향평가 심의'를 거쳐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심의는 총 1,000점을 만점으로 ‘지역사회 영향’, ‘지역사회 기여’, '도민 의견수렴' 부문으로 나뉩니다. 카지노 이전에 대해 '적합'이나 '조건부 적합' 판정을 받으려면 최소 3개 부문의 점수가 '총점 대비 각각 60% 이상'이어야 합니다.
여론 조작 논란을 빚은 건 '도민 의견수렴(200점)' 부문입니다.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은 2020년 ‘지역주민 및 도민 의견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갤럽은 여러 조사장소에서 불특정 다수 상대로 1:1 길거리 대면 설문조사를 했지만, 롯데관광개발의 요청에 따라 설명회 자리에서 설문조사도 병행했습니다.
제주드림타워(사진 제공=롯데관광개발)
당시 갤럽은 설명회 참여자가 롯데관광개발 회사 직원이거나 가족, 친척, 지인, 친구 가운데 이 사업과 관계된 사람이 있거나 관계자로부터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설문조사에서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L카지노 대표 A 씨는 갤럽에서 정한 조사 방침에 따라 여론조사를 진행할 경우 점수가 부적합 평가 기준인 60% 미만이 나올 것으로 우려해, 긍정적으로 설문에 답해줄 사람을 모집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제주도 공기업 직원 B 씨와 공모했습니다.
제주드림타워 카지노(사진 제공=롯데관광개발)
■"지인들 데려와 설문조사 좀 해달라"…재판부 "여론조사 업무 방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2020년 1월 제주시 모 음식점에서 폐기물 재생사업체 운영자 C 씨에게 “드림타워 건물 카지노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해야 하는데 점수가 잘 나와야 한다, 사람을 모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냐”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 후 이들은 2020년 3월쯤 6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고 여기에 참석한 5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 계획이 무산됐고, 갤럽은 불특정 다수 상대로 1:1 길거리 대면 설문조사를 통해 여론조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제주드림타워(사진 제공=롯데관광개발)
롯데관광개발은 2020년 3월 21일과 22일 이틀간 불특정 다수 152명 상대로 진행된 1:1 길거리 대면 조사의 중간 응답 값이 67.71점이라는 내용을 갤럽으로부터 전달받았습니다. 그리고 여론조사 점수가 심의 부적합 평가 기준인 60%에 미달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다시 소규모 설명회를 개최해 그 자리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자고 갤럽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연락해 “다시 사람을 모아 설문조사를 하려고 한다. 3월 25일부터 3월 27일까지 진행할 것이니 90명을 모집하라”는 취지로 지시했습니다. B 씨는 지시를 받은 당일 지인 Q 씨에게 연락해 “주변에 아는 사람들 좀 데리고 와서 설문조사 좀 해주라”는 취지로 부탁했습니다. 이후 B 씨는 Q 씨에게 ‘그냥 커피 마시러 온 것처럼 연기 부탁, 커피 마시다가 우연히 설문팀 만난 걸로 연출, 설문은 '매우 좋다' 체크, 입구 오면 전화요’라는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이렇게 A 씨와 B 씨는 3월 27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친분이 있거나 드림타워 복합타워 리조트 사업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본 사업 설문조사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90명을 모집하고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결국, 1:1 길거리 대면 설문조사 571명에, 사업 관계자가 동원한 90명의 응답이 반영돼 ‘응답 인원 총 661명, 평균값 69.09점’이라는 보고서가 작성됐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공모해 공정한 여론조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설명회를 개최한 롯데관광개발 측과 설문조사를 진행한 갤럽은 이 같은 사정을 몰랐다고 봤습니다.
제주도청
결과적으로 A 씨와 B 씨가 공모해 일부 조작한 설문 결과를 담은 카지노산업 영향평가서가 제주도에 제출됐고, 심의위원회는 ‘적합 14명, 조건부 적합 1명’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평가를 토대로 당시 제주도지사는 ‘적합’하다는 결과를 2020년 제주도의회에 보고했습니다. L 카지노의 드림타워 이전이 가능해진 겁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공모해 위계로써 제주도지사의 카지노산업 영향평가라는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카지노산업 영향평가 심의에서 조사 방침을 어긴 설문조사 응답값이 포함됐고, 정상적으로 설문조사가 완료된 인원은 571명에 불과해 제주도 지침에서 규정하는 '표본 600명 이상'이라는 조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카지노 전 대표·공기업 직원 등 3명 징역형…뒤늦은 반성 후 '항소'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판사 배구민)은 지난달 10일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A 씨를 법정구속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B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업무방해방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방조 혐의를 받는 C 씨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습니다.
이 같은 판결에 검찰과 A 씨, B 씨는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29일로 예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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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 데려와 설문 참여해달라”…제주드림타워 여론조사 왜곡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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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8-12 17:21:09
- 수정2024-08-13 10:12:26
제주의 최고층 건물 '제주드림타워'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이 서귀포시 중문에 있던 카지노를 인수해 2021년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로 옮긴 것으로, 영업장 규모도 4.5배나 커졌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이전 추진 과정에서 '여론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경이 수사에 나섰고, 의혹이 불거진 지 3년만인 지난달 1심 법원은 여론조작 사건 관련 피고인 3명 모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가 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판결문을 입수해 들여다봤습니다.
■ "청탁 시 설문 배제" 방침 있었지만…카지노 이전 책임자 '여론 조작' 공모
롯데관광개발은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준공 시기에 맞춰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L 카지노를 드림타워 건물로 확장 이전 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L 카지노 대표 A 씨는 이전 사업의 실무 책임자였습니다.
제주에서 카지노를 이전하려면 '카지노산업 영향평가 심의'를 거쳐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심의는 총 1,000점을 만점으로 ‘지역사회 영향’, ‘지역사회 기여’, '도민 의견수렴' 부문으로 나뉩니다. 카지노 이전에 대해 '적합'이나 '조건부 적합' 판정을 받으려면 최소 3개 부문의 점수가 '총점 대비 각각 60% 이상'이어야 합니다.
여론 조작 논란을 빚은 건 '도민 의견수렴(200점)' 부문입니다.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은 2020년 ‘지역주민 및 도민 의견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갤럽은 여러 조사장소에서 불특정 다수 상대로 1:1 길거리 대면 설문조사를 했지만, 롯데관광개발의 요청에 따라 설명회 자리에서 설문조사도 병행했습니다.
당시 갤럽은 설명회 참여자가 롯데관광개발 회사 직원이거나 가족, 친척, 지인, 친구 가운데 이 사업과 관계된 사람이 있거나 관계자로부터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설문조사에서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L카지노 대표 A 씨는 갤럽에서 정한 조사 방침에 따라 여론조사를 진행할 경우 점수가 부적합 평가 기준인 60% 미만이 나올 것으로 우려해, 긍정적으로 설문에 답해줄 사람을 모집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제주도 공기업 직원 B 씨와 공모했습니다.
■"지인들 데려와 설문조사 좀 해달라"…재판부 "여론조사 업무 방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2020년 1월 제주시 모 음식점에서 폐기물 재생사업체 운영자 C 씨에게 “드림타워 건물 카지노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해야 하는데 점수가 잘 나와야 한다, 사람을 모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냐”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 후 이들은 2020년 3월쯤 6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고 여기에 참석한 5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 계획이 무산됐고, 갤럽은 불특정 다수 상대로 1:1 길거리 대면 설문조사를 통해 여론조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은 2020년 3월 21일과 22일 이틀간 불특정 다수 152명 상대로 진행된 1:1 길거리 대면 조사의 중간 응답 값이 67.71점이라는 내용을 갤럽으로부터 전달받았습니다. 그리고 여론조사 점수가 심의 부적합 평가 기준인 60%에 미달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다시 소규모 설명회를 개최해 그 자리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자고 갤럽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연락해 “다시 사람을 모아 설문조사를 하려고 한다. 3월 25일부터 3월 27일까지 진행할 것이니 90명을 모집하라”는 취지로 지시했습니다. B 씨는 지시를 받은 당일 지인 Q 씨에게 연락해 “주변에 아는 사람들 좀 데리고 와서 설문조사 좀 해주라”는 취지로 부탁했습니다. 이후 B 씨는 Q 씨에게 ‘그냥 커피 마시러 온 것처럼 연기 부탁, 커피 마시다가 우연히 설문팀 만난 걸로 연출, 설문은 '매우 좋다' 체크, 입구 오면 전화요’라는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이렇게 A 씨와 B 씨는 3월 27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친분이 있거나 드림타워 복합타워 리조트 사업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본 사업 설문조사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90명을 모집하고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결국, 1:1 길거리 대면 설문조사 571명에, 사업 관계자가 동원한 90명의 응답이 반영돼 ‘응답 인원 총 661명, 평균값 69.09점’이라는 보고서가 작성됐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공모해 공정한 여론조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설명회를 개최한 롯데관광개발 측과 설문조사를 진행한 갤럽은 이 같은 사정을 몰랐다고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A 씨와 B 씨가 공모해 일부 조작한 설문 결과를 담은 카지노산업 영향평가서가 제주도에 제출됐고, 심의위원회는 ‘적합 14명, 조건부 적합 1명’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평가를 토대로 당시 제주도지사는 ‘적합’하다는 결과를 2020년 제주도의회에 보고했습니다. L 카지노의 드림타워 이전이 가능해진 겁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공모해 위계로써 제주도지사의 카지노산업 영향평가라는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카지노산업 영향평가 심의에서 조사 방침을 어긴 설문조사 응답값이 포함됐고, 정상적으로 설문조사가 완료된 인원은 571명에 불과해 제주도 지침에서 규정하는 '표본 600명 이상'이라는 조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카지노 전 대표·공기업 직원 등 3명 징역형…뒤늦은 반성 후 '항소'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판사 배구민)은 지난달 10일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A 씨를 법정구속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B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업무방해방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방조 혐의를 받는 C 씨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습니다.
이 같은 판결에 검찰과 A 씨, B 씨는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29일로 예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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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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