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 먹으면 공부 잘한다고?…10대 오남용 증가

입력 2024.08.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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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약 먹고 국어 등급 오름"

"ADHD약 먹으면 수능 성적 오를까?"

인터넷 수험생 커뮤니티에 'ADHD'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입니다.

성적 향상 효과를 언급한 내용이 다수인데, ADHD 치료제를 먹으면 정말 공부를 잘하게 될까요?

ADHD 치료에는 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을 사용합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신경세포가 도파민을 재흡수하는 것을 막아 뇌 속에 도파민의 농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일부에선 ADHD 치료제를, ADHD 증상을 치료하는 목적보다는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 '10대' ADHD 치료제 처방 늘어…4년 전보다 2배↑


ADHD 치료제에 대한 오해는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대표적인 ADHD 치료제인 '콘서타' 처방 건수가 지난 2019년 36만여 건에서 지난해 120만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연령별로는 10~20대의 처방량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ADHD치료제 처방은 지난해 40만여 건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습니다. 4년 전 처방량보다 2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20대 대상 처방량은 모두 38만여 건으로, 10대보다 규모는 적었지만, 증가 폭은 오히려 더 컸습니다.

4년 전(74,827건)보다 무려 5배 이상 늘었습니다.

■ '공부 잘하는 약' 둔갑…'강남3구' 등에서 처방량↑


몇 년 사이 ADHD 치료제 처방량이 급증한 이유, 처방량이 많은 지역을 살펴보면 윤곽이 드러납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처방량이 많은데, 자치구별로 보니 서울의 일명 '강남 3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강남구는 지난해 처방량이 6만 6,277건으로 자치구 중 가장 많았고, 송파구 4만 5,103건, 서초구 4만 4,873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모두 학원가가 형성돼있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곳들입니다.

일부 10대들 사이에선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등으로 잘못 알려졌다 보니, 이런 인식을 악용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메가 ADHD' '집중력 향상'이라는 문구가 써진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줬는데, 실제로는
'필로폰'을 탄 마약 음료였습니다. 당시 학생 10여 명이 포장 문구에 속아 마셨다가 구토와 어지러움 증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지아 의원은 "9월 모의고사와 11월 수능이 다가오면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수험생들이 현혹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 '각성효과' 노려 마약 대체제로 쓰기도

ADHD 치료제를 마약 대용품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ADHD 치료제의 주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일부에선 필로폰 같은 불법 마약 대신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한다는 겁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ADHD 치료제를 실제 치료 목적 외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메틸페니데이트를 대체 약물로 쓰다가 중독이 돼서 상담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ADHD환자 아니면, 부작용 우려…오남용 의심 기관 점검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마약 대용품'으로 오·남용 우려가 크지만, 일부 병·의원에선 ADHD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소수의 특정 병원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양을 처방하는 겁니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분석을 통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량 상위 의료기관 60곳을 선정해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현장 점검을 벌였습니다.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의사 등 전문가 의견을 모아 오남용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식욕 부진, 불면, 소화불량, 심혈관계 질환 발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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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HD 약 먹으면 공부 잘한다고?…10대 오남용 증가
    • 입력 2024-08-13 1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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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약 먹고 국어 등급 오름"

"ADHD약 먹으면 수능 성적 오를까?"

인터넷 수험생 커뮤니티에 'ADHD'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입니다.

성적 향상 효과를 언급한 내용이 다수인데, ADHD 치료제를 먹으면 정말 공부를 잘하게 될까요?

ADHD 치료에는 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을 사용합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신경세포가 도파민을 재흡수하는 것을 막아 뇌 속에 도파민의 농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일부에선 ADHD 치료제를, ADHD 증상을 치료하는 목적보다는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 '10대' ADHD 치료제 처방 늘어…4년 전보다 2배↑


ADHD 치료제에 대한 오해는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대표적인 ADHD 치료제인 '콘서타' 처방 건수가 지난 2019년 36만여 건에서 지난해 120만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연령별로는 10~20대의 처방량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ADHD치료제 처방은 지난해 40만여 건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습니다. 4년 전 처방량보다 2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20대 대상 처방량은 모두 38만여 건으로, 10대보다 규모는 적었지만, 증가 폭은 오히려 더 컸습니다.

4년 전(74,827건)보다 무려 5배 이상 늘었습니다.

■ '공부 잘하는 약' 둔갑…'강남3구' 등에서 처방량↑


몇 년 사이 ADHD 치료제 처방량이 급증한 이유, 처방량이 많은 지역을 살펴보면 윤곽이 드러납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처방량이 많은데, 자치구별로 보니 서울의 일명 '강남 3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강남구는 지난해 처방량이 6만 6,277건으로 자치구 중 가장 많았고, 송파구 4만 5,103건, 서초구 4만 4,873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모두 학원가가 형성돼있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곳들입니다.

일부 10대들 사이에선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등으로 잘못 알려졌다 보니, 이런 인식을 악용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메가 ADHD' '집중력 향상'이라는 문구가 써진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줬는데, 실제로는
'필로폰'을 탄 마약 음료였습니다. 당시 학생 10여 명이 포장 문구에 속아 마셨다가 구토와 어지러움 증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지아 의원은 "9월 모의고사와 11월 수능이 다가오면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수험생들이 현혹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 '각성효과' 노려 마약 대체제로 쓰기도

ADHD 치료제를 마약 대용품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ADHD 치료제의 주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일부에선 필로폰 같은 불법 마약 대신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한다는 겁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ADHD 치료제를 실제 치료 목적 외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메틸페니데이트를 대체 약물로 쓰다가 중독이 돼서 상담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ADHD환자 아니면, 부작용 우려…오남용 의심 기관 점검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마약 대용품'으로 오·남용 우려가 크지만, 일부 병·의원에선 ADHD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소수의 특정 병원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양을 처방하는 겁니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분석을 통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량 상위 의료기관 60곳을 선정해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현장 점검을 벌였습니다.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의사 등 전문가 의견을 모아 오남용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식욕 부진, 불면, 소화불량, 심혈관계 질환 발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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