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재산 신고 누락”…‘절세 전략’ 내민 세무사의 최후 [주말엔]

입력 2024.08.17 (08:00) 수정 2024.08.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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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친족의 사망으로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 A 씨.

A 씨 부부는 세무사 B 씨를 찾아 상속세 절감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상담 자료에는 상속재산으로 부동산, 예금, 보험금, 자동차, 채권 등이 포함됐고, 예상 상속재산 총액은 약 73억 원에서 83억 원으로 예상됐습니다.

A 씨 부부는 B 씨와 세금 신고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상속세 신고 작업에 대한 착수금으로 B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추가적으로 절감된 세금의 30%를 성과 보수로 지불하기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 상속 재산 70~80억 원 → 43억 원…축소 신고한 세무사

이후 B 씨는 A 씨의 상속 재산 중 부동산 가액을 38억 5,000만 원, 예금을 10억 2,354만 원으로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나 보험금, 추정 상속재산 및 사전 증여재산 등 나머지 재산은 모두 '0원'으로 신고했습니다. 아예 상속받지 않았다고 표시한 겁니다.

이렇게 계산한 A 씨의 최종 상속세 과세가액(상속된 재산에서 공과금·장례비용·채무 등을 공제하고, 생전 증여된 가액을 일부 더한 금액)은 43억 3천여만 원이었고, B 씨는 2019년 초 이를 기반으로 10억 5천여만 원의 최종 상속세 신고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역삼세무서는 A 씨의 공동상속인에 대한 조사를 하다 상속재산 가운데 부동산 외 다른 자산들이 누락되거나 축소 신고된 것을 발견했고, 그해 12월 세금을 추가로 내라고 A 씨에게 통보했습니다.

세무서의 조사 결과 부동산 가액은 당초 B 씨가 신고했던 가액 그대로였지만, 예금은 그보다 더 늘어난 12억 4,962만 원이었습니다. 또 기타 재산으로 자동차 2대와 보험금 합계 2억 9천여만 원, 추정 상속재산 13억 4천여만 원, 사전 증여재산 3억 6천만 원 등도 상속재산으로 발견됐습니다.

이렇게 세무서가 계산한 최종 상속세 과세가액은 69억 6천여만 원에 이르렀고, 신고불성실가산세(1억 5천여만 원)와 납부불성실가산세(1억 4천여만 원)까지 포함해 A 씨가 내게 될 상속세는 총 28억 8천여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1년 만에 18여억 원을 세금으로 더 내야 하게 된 셈입니다.

■ "세무사 상속 누락으로 가산세 내" vs "합의된 것"

A 씨는 세무사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A 씨는 "세무사 B 씨가 상속 재산의 일부를 고의적으로 누락해 신고했는데, 이는 용역계약 위반 내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때문에 가산세까지 내게 된 만큼 그만큼을 배상하라"며 3억 7천여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세무사 B 씨의 얘긴 달랐습니다.

B 씨는 "A 씨가 처음부터 상속 재산을 모두 신고할 생각이 없었고 오로지 세금을 줄이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상속 재산의 일부만 신고하고, 나중에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받더라도 당초 상속재산을 모두 신고한 경우보다 이익이 되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런 방안을 A 씨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고 맞섰습니다.

그런 합의가 있었던 만큼 B 씨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했다거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단 겁니다.

B 씨는 또 "원고는 피고의 상속세 신고대리 등을 통해 (예상 상속세 33억 원보다) 오히려 3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절감하였으므로, 애당초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1심 "세무사가 1억 5,900만 원 배상…의뢰인 설명·조언 의무"

1심 서울중앙지법은 "위임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해 부담하는 적절한 상속세 신고대리업무 수행의무 및 원고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B 씨의 계약 위반 사실을 인정, 1억 5,9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 의뢰인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도 그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경우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별도의 위임이 없다 해도 의뢰인으로 하여금 이익을 도모하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를 진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B 씨는 세무전문가로서 위 상속재산에 기초한 예상 상속세를 23억 원 내지 약 33억 원으로 계산하여 원고 측에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속세 절감을 원하는 원고 측에게 그 방안으로 최초 상속재산 및 상속세를 고의적으로 축소 내지 누락해 신고하고, 여기에 추후 세무조사 결과 부과되는 추정세액을 더하더라도 당초 상속재산을 전부 신고한 경우 예상되는 상속세보다 적은 금액이 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그러면서 "B 씨는 A 씨의 상속세 신고를 대리하는 과정에서 상속재산 중 부동산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을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하였고, A 씨가 신고·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받고 적절한 신고세액공제를 적용받지 못하게 된 것은 B 씨의 상속재산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에 따라 발생한 불이익"이라며 B 씨의 책임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세 축소·누락신고에 양측 합의가 있었다는 B 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상담내용 및 상속세 절감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피고에게 성과사례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조항만으로는 A 씨가 상속세 절감을 희망했다는 점을 넘어 가산세 부과 등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상속세 결정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원고로서는 세무 전문가인 피고가 제시한 신고방안에 별다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그 제안에 수긍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A 씨에게 그러한 의사가 일부 있었다 하더라도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인 B 씨는 A 씨에 대해 '고의적인 상속재산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산세 부과 내지 신고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불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가 있는데, 그러한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 "상속 누락에 소극적으로나마 동의"…세무사 책임 50%

재판부는 총 손해 액수를 상속재산 과소신고 및 누락신고로 A 씨가 부담하게 된 신고·납부 불성실가산세와 당초 제대로 상속재산을 신고했다면 적용받았을 공제액 차액 등을 합친 약 3억 2천만 원으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손해 전부를 세무사 책임으로 인정하진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조세법률관계에서 성실신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납세의무자이고 세무사는 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돕는 납세의무자 조력자"라면서, "A 씨는 B 씨가 제시한 고의적 상속재산 및 상속세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를 통한 세금절감방안에 적어도 소극적이나마 동의했던 걸로 보이고, 세무신고를 피고에게 전적으로 맡겨두고 가산세 부과가능성 등에 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며 B 씨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했습니다.

이 소송은 양측 모두 항소했고,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가 2심 계속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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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속 재산 신고 누락”…‘절세 전략’ 내민 세무사의 최후 [주말엔]
    • 입력 2024-08-17 08:00:05
    • 수정2024-08-17 08:03:42
    주말엔

2018년 7월 친족의 사망으로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 A 씨.

A 씨 부부는 세무사 B 씨를 찾아 상속세 절감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상담 자료에는 상속재산으로 부동산, 예금, 보험금, 자동차, 채권 등이 포함됐고, 예상 상속재산 총액은 약 73억 원에서 83억 원으로 예상됐습니다.

A 씨 부부는 B 씨와 세금 신고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상속세 신고 작업에 대한 착수금으로 B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추가적으로 절감된 세금의 30%를 성과 보수로 지불하기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 상속 재산 70~80억 원 → 43억 원…축소 신고한 세무사

이후 B 씨는 A 씨의 상속 재산 중 부동산 가액을 38억 5,000만 원, 예금을 10억 2,354만 원으로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나 보험금, 추정 상속재산 및 사전 증여재산 등 나머지 재산은 모두 '0원'으로 신고했습니다. 아예 상속받지 않았다고 표시한 겁니다.

이렇게 계산한 A 씨의 최종 상속세 과세가액(상속된 재산에서 공과금·장례비용·채무 등을 공제하고, 생전 증여된 가액을 일부 더한 금액)은 43억 3천여만 원이었고, B 씨는 2019년 초 이를 기반으로 10억 5천여만 원의 최종 상속세 신고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역삼세무서는 A 씨의 공동상속인에 대한 조사를 하다 상속재산 가운데 부동산 외 다른 자산들이 누락되거나 축소 신고된 것을 발견했고, 그해 12월 세금을 추가로 내라고 A 씨에게 통보했습니다.

세무서의 조사 결과 부동산 가액은 당초 B 씨가 신고했던 가액 그대로였지만, 예금은 그보다 더 늘어난 12억 4,962만 원이었습니다. 또 기타 재산으로 자동차 2대와 보험금 합계 2억 9천여만 원, 추정 상속재산 13억 4천여만 원, 사전 증여재산 3억 6천만 원 등도 상속재산으로 발견됐습니다.

이렇게 세무서가 계산한 최종 상속세 과세가액은 69억 6천여만 원에 이르렀고, 신고불성실가산세(1억 5천여만 원)와 납부불성실가산세(1억 4천여만 원)까지 포함해 A 씨가 내게 될 상속세는 총 28억 8천여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1년 만에 18여억 원을 세금으로 더 내야 하게 된 셈입니다.

■ "세무사 상속 누락으로 가산세 내" vs "합의된 것"

A 씨는 세무사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A 씨는 "세무사 B 씨가 상속 재산의 일부를 고의적으로 누락해 신고했는데, 이는 용역계약 위반 내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때문에 가산세까지 내게 된 만큼 그만큼을 배상하라"며 3억 7천여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세무사 B 씨의 얘긴 달랐습니다.

B 씨는 "A 씨가 처음부터 상속 재산을 모두 신고할 생각이 없었고 오로지 세금을 줄이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상속 재산의 일부만 신고하고, 나중에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받더라도 당초 상속재산을 모두 신고한 경우보다 이익이 되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런 방안을 A 씨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고 맞섰습니다.

그런 합의가 있었던 만큼 B 씨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했다거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단 겁니다.

B 씨는 또 "원고는 피고의 상속세 신고대리 등을 통해 (예상 상속세 33억 원보다) 오히려 3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절감하였으므로, 애당초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1심 "세무사가 1억 5,900만 원 배상…의뢰인 설명·조언 의무"

1심 서울중앙지법은 "위임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해 부담하는 적절한 상속세 신고대리업무 수행의무 및 원고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B 씨의 계약 위반 사실을 인정, 1억 5,9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 의뢰인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도 그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경우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별도의 위임이 없다 해도 의뢰인으로 하여금 이익을 도모하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를 진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B 씨는 세무전문가로서 위 상속재산에 기초한 예상 상속세를 23억 원 내지 약 33억 원으로 계산하여 원고 측에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속세 절감을 원하는 원고 측에게 그 방안으로 최초 상속재산 및 상속세를 고의적으로 축소 내지 누락해 신고하고, 여기에 추후 세무조사 결과 부과되는 추정세액을 더하더라도 당초 상속재산을 전부 신고한 경우 예상되는 상속세보다 적은 금액이 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그러면서 "B 씨는 A 씨의 상속세 신고를 대리하는 과정에서 상속재산 중 부동산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을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하였고, A 씨가 신고·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받고 적절한 신고세액공제를 적용받지 못하게 된 것은 B 씨의 상속재산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에 따라 발생한 불이익"이라며 B 씨의 책임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세 축소·누락신고에 양측 합의가 있었다는 B 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상담내용 및 상속세 절감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피고에게 성과사례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조항만으로는 A 씨가 상속세 절감을 희망했다는 점을 넘어 가산세 부과 등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상속세 결정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원고로서는 세무 전문가인 피고가 제시한 신고방안에 별다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그 제안에 수긍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A 씨에게 그러한 의사가 일부 있었다 하더라도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인 B 씨는 A 씨에 대해 '고의적인 상속재산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산세 부과 내지 신고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불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가 있는데, 그러한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 "상속 누락에 소극적으로나마 동의"…세무사 책임 50%

재판부는 총 손해 액수를 상속재산 과소신고 및 누락신고로 A 씨가 부담하게 된 신고·납부 불성실가산세와 당초 제대로 상속재산을 신고했다면 적용받았을 공제액 차액 등을 합친 약 3억 2천만 원으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손해 전부를 세무사 책임으로 인정하진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조세법률관계에서 성실신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납세의무자이고 세무사는 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돕는 납세의무자 조력자"라면서, "A 씨는 B 씨가 제시한 고의적 상속재산 및 상속세 과소신고 내지 누락신고를 통한 세금절감방안에 적어도 소극적이나마 동의했던 걸로 보이고, 세무신고를 피고에게 전적으로 맡겨두고 가산세 부과가능성 등에 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며 B 씨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했습니다.

이 소송은 양측 모두 항소했고,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가 2심 계속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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