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위 공시로 수십억 부당이익”?…검찰 “실체 없는데 시세조종”

입력 2024.08.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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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퀀타피아라는 코스닥 상장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양자센서 모듈을 생산하겠다고 홍보해온 시가총액 1,500억 규모의 중소기업입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공준혁)가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즉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겁니다.

주식 정보를 찾아보니 퀀타피아는 이미 지난해 12월 거래중지돼 있었습니다.

■ 시세조종으로 수십억 원 부당이득... "양자이미지센서 믿고 투자했을 뿐"

검찰이 당일 압수수색한 회사는 한 곳이 더 있었습니다. 퀀타피아의 대주주로 있는 샌드크래프트라는 회사입니다.

핵심 피의자는 검찰이 퀀타피아 실소유주로 지목한 이 모 씨, 이 씨는 샌드크래프트 지분 13%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씨 등이 지난해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80여 개 계좌를 이용해 3300여 회에 걸쳐 퀀타피아의 시세를 조종해 90억 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6월 공시된 이 씨 주도의 1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투자 공시와 지난해 12월 양자이미지센서 신규 사업 설명 IR 개최 공시 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퀀타피아 공시 지난해 12월 퀀타피아 공시

허위공시를 통해 실제 사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퀀타피아에 투자하도록 해 주가를 부양시켰다는 것이죠.

공시 전후 퀀타피아 주가는 주당 800원 수준이던 게 주당 4800원 수준으로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1000억 원을 투자한다던 전환사채 투자 공시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양자이미지센서는 삶을 바꿀 혁신 기술"이라며 "기술의 가치를 보고 정상적으로 투자 유치를 시도했을 뿐이었고 조합원들도 모두 믿고 투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에 대해선 "본래 의도와 달리 퀀타피아 전 경영진들이 저지른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거래중지 처분을 받는 등 변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유치하지 못한 것" 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양자이미지센서 사업 원천은 미국의 김 모 박사

KBS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양자이미지센서 사업'을 추적했습니다. 샌드크래프트와 퀀타피아가 새롭게 뛰어든다던 바로 그 사업이죠.

양자역학을 이용한 이미지센서로 빛이 없는 곳에서도 선명하게 이미지화할 수 있고,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잴 수 있다는 현신 기술입니다.

 뉴욕 양자산업 콘퍼런스에 참가한 김 모 박사 뉴욕 양자산업 콘퍼런스에 참가한 김 모 박사

해당 기술의 원천은 김 모 박사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뉴욕 양자산업 콘퍼런스에서 한 발표 등이 방송 보도되며 신기술 리더로 주목받았습니다.

김 박사는 아내인 정 모 씨를 통해 지난해 6월 샌드크래프트 지분 47%를 인수했고, 샌드크래프트는 퀀타피아 지분 12.2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입니다.

사실상 샌드크래프트, 퀀타피아는 김 박사 기술을 통해 사업을 하는 하나의 회사입니다.

관계사 지분 관계도관계사 지분 관계도

언론·정치·대기업 출신 인사들 영입해 신사업 추진

김 박사 측의 샌드크래프트 인수 이후 기술 홍보와 사업을 위해 전직 언론사 간부, 정치권, 대기업 출신 인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위용을 갖췄습니다.

이후 김 박사가 미국 경제 매거진 표지모델이 됐다거나 올해의 반도체상을 받았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양자이미지센서 기술을 이용해 침을 뚫지 않고 혈당을 잴 수 있는 '무침혈당기' 시연 행사를 한다는 홍보도 했습니다.

 퀀타피아 주가 추이 퀀타피아 주가 추이

호재 뉴스가 보도되기 전후 퀀타피아 주가는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 과거 퀀타피아 경영진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거래정지 조치되면서 주가 요동은 멈췄습니다.

KBS의 20여 년 추적했던 그 기술?... 내부제보자 "기술 실체 없어"

KBS는 취재 도중 김 박사가 이미 2005년 언론에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 기술을 개발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김 박사는 제2의 황우석 박사로 불리며 100억 원에 가까운 정부출연금도 지원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KBS는 KBS 스페셜과 추적 60분 등 2007년부터 2016년까지 5차례 방송을 통해 김 박사의 기술이 거짓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른바 '나노이미지센서 기술 사기' 사건입니다.

 KBS 방영 목록 KBS 방영 목록

KBS의 의혹 제기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재조사위원회에서 김 박사의 기술을 거짓으로 보고 김 박사에게 '연구 참여 3년 제한' 조치와 '92억 원의 국고 환수 결정'을 했습니다.

다만, 김 박사가 회의 참석과 실험 재연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연구부정 여부'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행정법원은 연구책임자의 연구부정행위가 입증되어야 수행기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92억 국고 환수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고, 실제 환수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수행기관을 제재하기 위해선 수행기관 또는 연구책임자가 연구부정행위를 저질렀음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서울 행정법원 판결(2012.05.10)-

"재조사위원회는 연구책임자인 김 박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재조사 위원회 회의 참석 및 재연을 요청하였으나 불응한 관계로 연구부정 여부를 판가름 하기 어려웠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재조사위원회 보고서(2010.12)

논란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김 박사는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왔고, 또 이미지센서 신기술을 발명했다며 퀀타피아 사업을 하게 된 겁니다.

회사 내부제보자들은 이번에도 김 박사 기술이 실체가 없다고 KBS에 전해왔습니다.


한 회사 내부제보자는 "기술을 좀 파악해보려고 하는데 전혀 없습니다. KBS에서 2016년에 보도한 내용 그때는 나노이미지센서라고 이름을 했는데 똑같아요. 그때도 근거가 없고 지금도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박사의 기술이 검찰 수사로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 됐는데, 김 박사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관계사들도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퀀타피아 주식 투자로 피해를 보신 분들께서는 해당 취재기자 메일 등으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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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허위 공시로 수십억 부당이익”?…검찰 “실체 없는데 시세조종”
    • 입력 2024-08-26 08:38:17
    단독

지난 2일 퀀타피아라는 코스닥 상장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양자센서 모듈을 생산하겠다고 홍보해온 시가총액 1,500억 규모의 중소기업입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공준혁)가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즉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겁니다.

주식 정보를 찾아보니 퀀타피아는 이미 지난해 12월 거래중지돼 있었습니다.

■ 시세조종으로 수십억 원 부당이득... "양자이미지센서 믿고 투자했을 뿐"

검찰이 당일 압수수색한 회사는 한 곳이 더 있었습니다. 퀀타피아의 대주주로 있는 샌드크래프트라는 회사입니다.

핵심 피의자는 검찰이 퀀타피아 실소유주로 지목한 이 모 씨, 이 씨는 샌드크래프트 지분 13%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씨 등이 지난해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80여 개 계좌를 이용해 3300여 회에 걸쳐 퀀타피아의 시세를 조종해 90억 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6월 공시된 이 씨 주도의 1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투자 공시와 지난해 12월 양자이미지센서 신규 사업 설명 IR 개최 공시 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퀀타피아 공시
허위공시를 통해 실제 사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퀀타피아에 투자하도록 해 주가를 부양시켰다는 것이죠.

공시 전후 퀀타피아 주가는 주당 800원 수준이던 게 주당 4800원 수준으로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1000억 원을 투자한다던 전환사채 투자 공시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양자이미지센서는 삶을 바꿀 혁신 기술"이라며 "기술의 가치를 보고 정상적으로 투자 유치를 시도했을 뿐이었고 조합원들도 모두 믿고 투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에 대해선 "본래 의도와 달리 퀀타피아 전 경영진들이 저지른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거래중지 처분을 받는 등 변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유치하지 못한 것" 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양자이미지센서 사업 원천은 미국의 김 모 박사

KBS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양자이미지센서 사업'을 추적했습니다. 샌드크래프트와 퀀타피아가 새롭게 뛰어든다던 바로 그 사업이죠.

양자역학을 이용한 이미지센서로 빛이 없는 곳에서도 선명하게 이미지화할 수 있고,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잴 수 있다는 현신 기술입니다.

 뉴욕 양자산업 콘퍼런스에 참가한 김 모 박사
해당 기술의 원천은 김 모 박사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뉴욕 양자산업 콘퍼런스에서 한 발표 등이 방송 보도되며 신기술 리더로 주목받았습니다.

김 박사는 아내인 정 모 씨를 통해 지난해 6월 샌드크래프트 지분 47%를 인수했고, 샌드크래프트는 퀀타피아 지분 12.2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입니다.

사실상 샌드크래프트, 퀀타피아는 김 박사 기술을 통해 사업을 하는 하나의 회사입니다.

관계사 지분 관계도
언론·정치·대기업 출신 인사들 영입해 신사업 추진

김 박사 측의 샌드크래프트 인수 이후 기술 홍보와 사업을 위해 전직 언론사 간부, 정치권, 대기업 출신 인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위용을 갖췄습니다.

이후 김 박사가 미국 경제 매거진 표지모델이 됐다거나 올해의 반도체상을 받았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양자이미지센서 기술을 이용해 침을 뚫지 않고 혈당을 잴 수 있는 '무침혈당기' 시연 행사를 한다는 홍보도 했습니다.

 퀀타피아 주가 추이
호재 뉴스가 보도되기 전후 퀀타피아 주가는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 과거 퀀타피아 경영진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거래정지 조치되면서 주가 요동은 멈췄습니다.

KBS의 20여 년 추적했던 그 기술?... 내부제보자 "기술 실체 없어"

KBS는 취재 도중 김 박사가 이미 2005년 언론에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 기술을 개발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김 박사는 제2의 황우석 박사로 불리며 100억 원에 가까운 정부출연금도 지원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KBS는 KBS 스페셜과 추적 60분 등 2007년부터 2016년까지 5차례 방송을 통해 김 박사의 기술이 거짓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른바 '나노이미지센서 기술 사기' 사건입니다.

 KBS 방영 목록
KBS의 의혹 제기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재조사위원회에서 김 박사의 기술을 거짓으로 보고 김 박사에게 '연구 참여 3년 제한' 조치와 '92억 원의 국고 환수 결정'을 했습니다.

다만, 김 박사가 회의 참석과 실험 재연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연구부정 여부'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행정법원은 연구책임자의 연구부정행위가 입증되어야 수행기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92억 국고 환수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고, 실제 환수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수행기관을 제재하기 위해선 수행기관 또는 연구책임자가 연구부정행위를 저질렀음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서울 행정법원 판결(2012.05.10)-

"재조사위원회는 연구책임자인 김 박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재조사 위원회 회의 참석 및 재연을 요청하였으나 불응한 관계로 연구부정 여부를 판가름 하기 어려웠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재조사위원회 보고서(2010.12)

논란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김 박사는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왔고, 또 이미지센서 신기술을 발명했다며 퀀타피아 사업을 하게 된 겁니다.

회사 내부제보자들은 이번에도 김 박사 기술이 실체가 없다고 KBS에 전해왔습니다.


한 회사 내부제보자는 "기술을 좀 파악해보려고 하는데 전혀 없습니다. KBS에서 2016년에 보도한 내용 그때는 나노이미지센서라고 이름을 했는데 똑같아요. 그때도 근거가 없고 지금도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박사의 기술이 검찰 수사로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 됐는데, 김 박사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관계사들도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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