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이라며 나토 압박하는 트럼프…한국 방위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입력 2024.08.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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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이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7차 회의가 오늘(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2일 6차 회의 이후 2주 만에 다시 열리는 것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결론이 날지 주목됩니다.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협상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방위비 2%는 세기의 도둑질" NATO 압박하는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지시각 2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된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에서 연설에서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국가가 반드시 국내총생산(GDP)의 3%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나토의 목표치인 GDP 대비 2%에 대해 "2%는 세기의 도둑질(the steal of the century)"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나토 회원국은 2014년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32개 회원국 가운데 23개국이 올해 이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지난 6월 나토 사무총장이 밝힌 바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2%로는 안 된다며 구체적인 수치로 압박에 나선 겁니다.


■ NATO와는 다르지만, 한국 방위비에 대한 압박도 더 강화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에 대해 방위비 인상을 구체적으로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 대한 압박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회고록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올리길 원했고, 인상이 마땅치 않자 주한미군 철수를 자꾸 언급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두 번째 임기 우선 순위로 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가 동의해 상황을 넘어가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나토와 한국의 방위비 분담 구조는 다릅니다. 나토는 북미와 유럽의 32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군사동맹으로 모든 회원국이 방위비 분담에 참여합니다.

반면 주한미군 방위비는 한미 양국 간 협정으로 체결되며, 주한미군 주둔비와 관련된 비용을 부담하는 것입니다. ▲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 군사건설비(시설 건설 지원) ▲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등 3개 항목에 사용되는데, 한국의 GDP 기준으로 따지면 0.05% 수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에는 기존의 틀을 깨고, '전략자산 전개 비용'과 같은 새로운 항목을 신설해 방위비를 최대 5배 이상 올려 받으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측 이태우 수석대표와 미국 측 린다 스펙트 수석대표한국 측 이태우 수석대표와 미국 측 린다 스펙트 수석대표

■ 트럼프 2기 협상 땐 '주한미군 철수' 카드 언급 가능…"미 대선 전 협상이 최선"

한미가 2021년에 체결한 제11차 SMA는 2025년 말까지 유효합니다. 11차 SMA에 따라 정해진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 대비 13.9% 오른 1조 1천833억 원이었고, 2025년까지 분담금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인상됩니다.

지금 협상하고 있는 제12차 SMA는 2026년부터 적용될 분담금입니다. 보통 5년 단위로 협상이 유지되므로, 만약 대선 전 타결돼 비준까지 된다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 협상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언급되며 아주 험난한 협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과 관계없이 합리적 수준에서 방위비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 오늘부터 SMA 7차 회의 진행…속도는 빠르지만 진행 상황은 '깜깜이'

실제로 12차 SMA 협상은 기존 11차 협상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협상 내용과 진행 상황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고 있어서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협상 간격이 짧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동안 11차례 진행된 SMA 협상은 대체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협상이 진행됐고, 10여 차례 회의가 이어져 약 1년 정도가 지나면 합의안이 도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12차 회의는 한 달에 한 두 번씩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개월 만에 회의가 7번 진행됐습니다.

이번 회의도 2주 만에 다시 열리는 건데, 과거 전례와 비교하면 협상 간격이 아주 빠른 셈입니다.

이런 간격으로 협상이 진행될 경우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전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쟁점이 될 분담금의 규모와 유효 기간, 책정 기준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는데, 외교부는 협상이 마무리 되고 나서야 언론에 공개할 거로 보입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오늘(27일) 회의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국방대 서울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이 밀실에서 진행되어선 안 되며, 특히 '주한미군 확장억제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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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둑질’이라며 나토 압박하는 트럼프…한국 방위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 입력 2024-08-27 17: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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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이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7차 회의가 오늘(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2일 6차 회의 이후 2주 만에 다시 열리는 것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결론이 날지 주목됩니다.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협상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방위비 2%는 세기의 도둑질" NATO 압박하는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지시각 2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된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에서 연설에서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국가가 반드시 국내총생산(GDP)의 3%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나토의 목표치인 GDP 대비 2%에 대해 "2%는 세기의 도둑질(the steal of the century)"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나토 회원국은 2014년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32개 회원국 가운데 23개국이 올해 이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지난 6월 나토 사무총장이 밝힌 바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2%로는 안 된다며 구체적인 수치로 압박에 나선 겁니다.


■ NATO와는 다르지만, 한국 방위비에 대한 압박도 더 강화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에 대해 방위비 인상을 구체적으로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 대한 압박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회고록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올리길 원했고, 인상이 마땅치 않자 주한미군 철수를 자꾸 언급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두 번째 임기 우선 순위로 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가 동의해 상황을 넘어가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나토와 한국의 방위비 분담 구조는 다릅니다. 나토는 북미와 유럽의 32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군사동맹으로 모든 회원국이 방위비 분담에 참여합니다.

반면 주한미군 방위비는 한미 양국 간 협정으로 체결되며, 주한미군 주둔비와 관련된 비용을 부담하는 것입니다. ▲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 군사건설비(시설 건설 지원) ▲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등 3개 항목에 사용되는데, 한국의 GDP 기준으로 따지면 0.05% 수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에는 기존의 틀을 깨고, '전략자산 전개 비용'과 같은 새로운 항목을 신설해 방위비를 최대 5배 이상 올려 받으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측 이태우 수석대표와 미국 측 린다 스펙트 수석대표
■ 트럼프 2기 협상 땐 '주한미군 철수' 카드 언급 가능…"미 대선 전 협상이 최선"

한미가 2021년에 체결한 제11차 SMA는 2025년 말까지 유효합니다. 11차 SMA에 따라 정해진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 대비 13.9% 오른 1조 1천833억 원이었고, 2025년까지 분담금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인상됩니다.

지금 협상하고 있는 제12차 SMA는 2026년부터 적용될 분담금입니다. 보통 5년 단위로 협상이 유지되므로, 만약 대선 전 타결돼 비준까지 된다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 협상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언급되며 아주 험난한 협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과 관계없이 합리적 수준에서 방위비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 오늘부터 SMA 7차 회의 진행…속도는 빠르지만 진행 상황은 '깜깜이'

실제로 12차 SMA 협상은 기존 11차 협상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협상 내용과 진행 상황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고 있어서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협상 간격이 짧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동안 11차례 진행된 SMA 협상은 대체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협상이 진행됐고, 10여 차례 회의가 이어져 약 1년 정도가 지나면 합의안이 도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12차 회의는 한 달에 한 두 번씩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개월 만에 회의가 7번 진행됐습니다.

이번 회의도 2주 만에 다시 열리는 건데, 과거 전례와 비교하면 협상 간격이 아주 빠른 셈입니다.

이런 간격으로 협상이 진행될 경우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전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쟁점이 될 분담금의 규모와 유효 기간, 책정 기준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는데, 외교부는 협상이 마무리 되고 나서야 언론에 공개할 거로 보입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오늘(27일) 회의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국방대 서울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이 밀실에서 진행되어선 안 되며, 특히 '주한미군 확장억제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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