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바다가 멍게 삶는다”…‘바다의 꽃’ 멍게의 눈물

입력 2024.08.28 (18:10) 수정 20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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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슈픽입니다.

오방색 고명으로 수놓은 비빔밥은 종류가 다양합니다.

산채비빔밥 육회비빔밥 열무비빔밥 어떤 재료라도 쓱쓱 비비면 새로운 맛의 조합이 탄생합니다.

요즘 더위엔 신선한 해초에 버무린 멍게비빔밥을 많이들 떠올리실텐데요.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가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고사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멍게 주산지 경남 통영입니다.

빨갛고 탐스럽게 자란 멍게가 줄줄이 딸려나오는 곳 생산이 워낙 많아 주문 다음 날이면 받아 볼 수 있습니다.

통영 출신인 축구대표팀의 김민재 선수에겐 선명한 멍게의 추억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경남 통영에서 경기 파주까지 달린 7시간을‘나를 만들어준 순간’으로 꼽습니다.

작은 횟집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멍게를 트럭에 싣고 고속도로를 내달린 시절 “부끄럽기도 했지만 고생하는 부모를 생각하며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다짐을 굳게 새겼다고 합니다.

멍게의 고장 통영에서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로프에 매달려 나온 멍게 한번 보시죠.

지난해와 비교하면 빛깔과 모양이 극명하게 다릅니다.

남해안 수온이 연일 28도를 넘어서는 등 ‘고수온 경보’가 내려지면서 숨을 쉬지 못한 멍게가 녹아내린 것입니다.

연안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상 기온이 5도 오르는 것과 맞먹는 변홥니다.

통영과 거제에서만 멍게 95% 이상이 폐사했고, 전체 피해액은 7백억 원 이상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종만/멍게 양식 어업인 : "저는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앙이고.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에 멍게 사업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할까. 너무 두렵고 겁이 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산 방사능 멍게를 수입하고 있다”는 괴담으로 멍게 소비가 급감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심각해진 이상 고온은 두 번 째 시련입니다.

지금 당장의 피해는 멍게지만, 그 다음은 뭐가 될 지, 얼마나 심각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멍게는 수산업계의 평양 냉면으로 불립니다.

첫 맛은 낯설어도 자꾸만 찾게 되는 마력 비리고 떫은데 향긋하며 쌉쌀하고도 달콤한 멍게 맛은 이처럼 오묘합니다.

대부분은 싱싱한 회로 즐기지만 비빔밥이나 젓갈·구이· 조림·찜으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온도에 민감한 멍게가 고수온에 맥없이 스러져가다니 올 여름 유례없는 무더위를 실감케 합니다.

앞으로 멍게 값마저 폭등하면, 이제 소주는 누구와 외로움을 달래야 할까.

소주 한 잔 시인 이동순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소주와 멍게는 서로 부둥켜안고 블루스를 춘다"고.

지금까지 이슈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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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픽] “바다가 멍게 삶는다”…‘바다의 꽃’ 멍게의 눈물
    • 입력 2024-08-28 18:10:11
    • 수정2024-08-28 19: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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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슈픽입니다.

오방색 고명으로 수놓은 비빔밥은 종류가 다양합니다.

산채비빔밥 육회비빔밥 열무비빔밥 어떤 재료라도 쓱쓱 비비면 새로운 맛의 조합이 탄생합니다.

요즘 더위엔 신선한 해초에 버무린 멍게비빔밥을 많이들 떠올리실텐데요.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가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고사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멍게 주산지 경남 통영입니다.

빨갛고 탐스럽게 자란 멍게가 줄줄이 딸려나오는 곳 생산이 워낙 많아 주문 다음 날이면 받아 볼 수 있습니다.

통영 출신인 축구대표팀의 김민재 선수에겐 선명한 멍게의 추억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경남 통영에서 경기 파주까지 달린 7시간을‘나를 만들어준 순간’으로 꼽습니다.

작은 횟집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멍게를 트럭에 싣고 고속도로를 내달린 시절 “부끄럽기도 했지만 고생하는 부모를 생각하며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다짐을 굳게 새겼다고 합니다.

멍게의 고장 통영에서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로프에 매달려 나온 멍게 한번 보시죠.

지난해와 비교하면 빛깔과 모양이 극명하게 다릅니다.

남해안 수온이 연일 28도를 넘어서는 등 ‘고수온 경보’가 내려지면서 숨을 쉬지 못한 멍게가 녹아내린 것입니다.

연안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상 기온이 5도 오르는 것과 맞먹는 변홥니다.

통영과 거제에서만 멍게 95% 이상이 폐사했고, 전체 피해액은 7백억 원 이상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종만/멍게 양식 어업인 : "저는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앙이고.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에 멍게 사업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할까. 너무 두렵고 겁이 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산 방사능 멍게를 수입하고 있다”는 괴담으로 멍게 소비가 급감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심각해진 이상 고온은 두 번 째 시련입니다.

지금 당장의 피해는 멍게지만, 그 다음은 뭐가 될 지, 얼마나 심각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멍게는 수산업계의 평양 냉면으로 불립니다.

첫 맛은 낯설어도 자꾸만 찾게 되는 마력 비리고 떫은데 향긋하며 쌉쌀하고도 달콤한 멍게 맛은 이처럼 오묘합니다.

대부분은 싱싱한 회로 즐기지만 비빔밥이나 젓갈·구이· 조림·찜으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온도에 민감한 멍게가 고수온에 맥없이 스러져가다니 올 여름 유례없는 무더위를 실감케 합니다.

앞으로 멍게 값마저 폭등하면, 이제 소주는 누구와 외로움을 달래야 할까.

소주 한 잔 시인 이동순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소주와 멍게는 서로 부둥켜안고 블루스를 춘다"고.

지금까지 이슈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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