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정 흉기 피습’ 탄원서 입수…‘적신호’ 있었다

입력 2024.08.29 (15:57) 수정 2024.08.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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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받던 피고인이 법정에서 흉기 피습을 당하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어제(28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흉기 피습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건 남부지법 306호 법정. '1조 원대 코인 출금 중단'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하루인베스트먼트 이 모 대표가 재판 도중 방청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습니다.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은 현장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코인 출금 중단' 사건의 피해자인 이 남성은 "손해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연관 기사] ‘1조 원대 코인 출금중단’ 피고인 재판 중 흉기 피습 (2024.08.2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46247

■ 피해자 단체 제출 탄원서 단독 입수 …"적신호 있었다"

'1조원 원대 코인 출금 중단' 사태를 만든 건 하루인베스트먼트 대표이자 '흉기 피습' 피해자인 이 모 씨.

이 사태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하루인베스트먼트로부터 코인을 위탁받아 운용한 '가상자산 트레이더' 방 모 씨입니다.

KBS는 하루인베스트먼트 사건 피해자 대표단장 A 씨가 방 모 씨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를 입수했습니다.

취재진이 살펴본 탄원서에는 '돌발 상황'에 대한 적신호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A 씨는 재판부에 "피해자들로부터 방 씨와 함께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지옥 같은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습니다.

"최근에 삶을 포기한 피해자들로부터 구속이 만료되는 방 씨와 함께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듣습니다. 처음에는 피해대표단장으로서 말려도 보았지만 이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수백억 자산가가 매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치열한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지만 더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저도 힘겹습니다."
-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 대표단장 탄원서 中

방 씨는 지난 13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조 원대 출금 중단' 사태…하루인베스트먼트 사건은?

하루인베스트먼트는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업체입니다.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한마디로 코인을 맡기면 이 중 일부를 투자해 수익을 내주는 겁니다.

하루인베스트먼트는 '무위험 차익거래'로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연 10%대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홍보했습니다. 그 말을 믿고 코인을 맡긴 고객은 1만 6천여 명. 예치 받는 코인은 1조 4천억 원 대에 달합니다.

하지만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업체 측의 설명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분산 투자'를 내세우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홍보한 것과 달리 '몰빵' 투자로 예치금을 사용했고, 운용 결과에 따라 손익현황을 계산하는 기본적인 회계 시스템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출금 중단' 사태에 이르렀고,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월 이 씨를 포함한 하루인베스트먼트 경영진 4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거부, 또 거부…"피해자 편은 없었다"

이 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는 하루인베스트먼트에 비트코인 100개를 맡겼습니다. 현재 가격으로는 80억 원대에 달합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살인미수 범행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은 1년의 세월 동안 "피해자 편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검사한테도 '지금 피해자 중에 힘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다, 피해자 좀 챙겨달라'고 얘기를 해도 아무도 신경 안 써요. 말하고, 찾아가고, 편지 쓰고. 별의별 짓 다 했어요."
-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 대표단장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사건 정보도 공유받지 못했습니다.


예치한 코인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됐는지 알고 싶어 '사건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했지만 모두 거부됐습니다.

"법원에 열람등사를 신청해도 거부해요. 검찰에 신청해도 거부. 그러니까 피해자들은 내 돈 가지고 이 난리가 났는데 아무도 얘기를 안 해주는 상황이 온 거예요."
-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 대표단장

■'출금 중단 사태' 1년…"삶이 사라졌다 "

'흉기 피습 사건'이 발생한 어제는 구속 기소됐던 이 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열린 첫 재판이었습니다.

방청석 가장 앞줄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던 피의자는 이 씨 뒤로 다가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이 사건이 보도된 직후,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들은 KBS 취재진에게 '사건의 본질'을 봐달라고 토로했습니다.

법정에 흉기를 반입하게 한 법원의 보안 시스템도 문제이지만, 수십억과 함께 삶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의 상황을 봐달라고 했습니다.

"수만 명의 피해자의 전 재산의 출금중단 사태는 1년간 지속되고 있으며, 몇몇의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이혼하는가 하면, 생계유지를 위해 참담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 피해는 감히 금전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끔찍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 대표단장 탄원서 中

경찰은 오늘(29일) 피의자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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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법정 흉기 피습’ 탄원서 입수…‘적신호’ 있었다
    • 입력 2024-08-29 15:57:10
    • 수정2024-08-29 16:51:16
    단독

"재판받던 피고인이 법정에서 흉기 피습을 당하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어제(28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흉기 피습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건 남부지법 306호 법정. '1조 원대 코인 출금 중단'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하루인베스트먼트 이 모 대표가 재판 도중 방청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습니다.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은 현장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코인 출금 중단' 사건의 피해자인 이 남성은 "손해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연관 기사] ‘1조 원대 코인 출금중단’ 피고인 재판 중 흉기 피습 (2024.08.2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46247

■ 피해자 단체 제출 탄원서 단독 입수 …"적신호 있었다"

'1조원 원대 코인 출금 중단' 사태를 만든 건 하루인베스트먼트 대표이자 '흉기 피습' 피해자인 이 모 씨.

이 사태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하루인베스트먼트로부터 코인을 위탁받아 운용한 '가상자산 트레이더' 방 모 씨입니다.

KBS는 하루인베스트먼트 사건 피해자 대표단장 A 씨가 방 모 씨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를 입수했습니다.

취재진이 살펴본 탄원서에는 '돌발 상황'에 대한 적신호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A 씨는 재판부에 "피해자들로부터 방 씨와 함께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지옥 같은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습니다.

"최근에 삶을 포기한 피해자들로부터 구속이 만료되는 방 씨와 함께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듣습니다. 처음에는 피해대표단장으로서 말려도 보았지만 이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수백억 자산가가 매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치열한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지만 더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저도 힘겹습니다."
-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 대표단장 탄원서 中

방 씨는 지난 13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조 원대 출금 중단' 사태…하루인베스트먼트 사건은?

하루인베스트먼트는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업체입니다.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한마디로 코인을 맡기면 이 중 일부를 투자해 수익을 내주는 겁니다.

하루인베스트먼트는 '무위험 차익거래'로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연 10%대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홍보했습니다. 그 말을 믿고 코인을 맡긴 고객은 1만 6천여 명. 예치 받는 코인은 1조 4천억 원 대에 달합니다.

하지만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업체 측의 설명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분산 투자'를 내세우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홍보한 것과 달리 '몰빵' 투자로 예치금을 사용했고, 운용 결과에 따라 손익현황을 계산하는 기본적인 회계 시스템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출금 중단' 사태에 이르렀고,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월 이 씨를 포함한 하루인베스트먼트 경영진 4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거부, 또 거부…"피해자 편은 없었다"

이 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는 하루인베스트먼트에 비트코인 100개를 맡겼습니다. 현재 가격으로는 80억 원대에 달합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살인미수 범행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은 1년의 세월 동안 "피해자 편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검사한테도 '지금 피해자 중에 힘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다, 피해자 좀 챙겨달라'고 얘기를 해도 아무도 신경 안 써요. 말하고, 찾아가고, 편지 쓰고. 별의별 짓 다 했어요."
-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 대표단장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사건 정보도 공유받지 못했습니다.


예치한 코인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됐는지 알고 싶어 '사건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했지만 모두 거부됐습니다.

"법원에 열람등사를 신청해도 거부해요. 검찰에 신청해도 거부. 그러니까 피해자들은 내 돈 가지고 이 난리가 났는데 아무도 얘기를 안 해주는 상황이 온 거예요."
-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 대표단장

■'출금 중단 사태' 1년…"삶이 사라졌다 "

'흉기 피습 사건'이 발생한 어제는 구속 기소됐던 이 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열린 첫 재판이었습니다.

방청석 가장 앞줄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던 피의자는 이 씨 뒤로 다가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이 사건이 보도된 직후,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들은 KBS 취재진에게 '사건의 본질'을 봐달라고 토로했습니다.

법정에 흉기를 반입하게 한 법원의 보안 시스템도 문제이지만, 수십억과 함께 삶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의 상황을 봐달라고 했습니다.

"수만 명의 피해자의 전 재산의 출금중단 사태는 1년간 지속되고 있으며, 몇몇의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이혼하는가 하면, 생계유지를 위해 참담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 피해는 감히 금전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끔찍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 하루인베스트먼트 피해자 대표단장 탄원서 中

경찰은 오늘(29일) 피의자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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