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기흥 회장 ‘개인 운전기사’도 체육회 돈 지원받아 ‘파리 참관단’?

입력 2024.08.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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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일궈낸 값진 성과가 조명을 받기도 모자란 시간에 '메달 예측 축소 논란', '해단식 파행 논란' 등 올림픽을 둘러싼 잡음들이 연일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심엔 대한체육회가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질타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특히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건 바로 '올림픽 참관단' 문제입니다. 대한체육회가 무려 6억 6천만 원의 기부금을 활용해 파견한 98명의 참관단. 그런데 체육계 인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까지 여럿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정도면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공분이 쏟아져 나온 겁니다.

■이기흥 회장의 '개인 비서'도 '대한체육회 소속 참관단'?

지난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기흥 회장은 관련 지적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수협 같은 경우는 올림픽이라든지 국제대회가 있으면 몇달 전부터 장어를 (선수들 특식으로) 1년에 매달 300kg씩 줍니다. 그리고 병원 같은 경우는 우리가 선수촌에서 웬만한 것은 치료를 하는데 밖에 나가서 치료를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 전문 병원 원장님입니다. 그리고 후원사들, 조계종 같은 경우는 선수촌에 저희가 법당과 성당, 교회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다른 단체는 좀 활동이 미미한데 조계종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을 전지훈련까지 보내 줍니다."

결국 체육계와 무관하지 않은 사람들이란 뜻으로 들리는데,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입니다.

그런데 KBS가 확보한 파리 올림픽 참관단 명단의 면면을 다시 짚어봤더니 적절치 않은 인사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명단에 대한체육회 소속 비서로 기재된 이 모 씨. (자료: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파리올림픽 참관단 명단에 대한체육회 소속 비서로 기재된 이 모 씨. (자료: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파리올림픽 참관단 명단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대한체육회 비서' 직위의 이 모 씨. 그런데 대한체육회가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이 씨는 대한체육회에 정식으로 소속된 직원이 아닌, 이기흥 회장이 개인 사비를 들여 사적으로 고용한 운전기사였습니다.

심지어 이 씨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일하게 참관단 명단에 이름을 올려 이 회장과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참관단에게 항공료와 해외 여행자보험에 관련된 비용을 제외한 경기 관람, 숙박, 식비 등 현지 체재비를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씨는 이기흥 회장으로부터 개인적으로 급여를 받으면서 해외 체류 비용은 각종 기부금으로 마련된 대한체육회의 예산으로 지원받은 셈입니다.

■참관단 포함된 조계종 관계자…'소속·직위'는 '과거형'?

수상한 참관단 명단은 조계종 인사에서도 발견됩니다. 앞서 이기흥 회장은 조계종 관계자 중에 선수촌 내 법당 운영이나 전지훈련 후원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파리 올림픽 참관단 명단에도 조계종 제5교구 법주사 이 모 계획실장과 3명의 종무원은 그 아래 '진천선수촌 법당 운영 관계자'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명단에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신도회 소속 임원으로 기재된 정 모 사무총장, 장 모 신도팀장 (자료: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파리올림픽 참관단 명단에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신도회 소속 임원으로 기재된 정 모 사무총장, 장 모 신도팀장 (자료: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그런데 위의 두 명은 소속을 보더라도 체육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짚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취재를 종합한 결과, 해당 명단에 작성된 소속과 직위는 실제와 다르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조계종에서는 현재 '전국신도회'가 아닌 '중앙신도회'라는 단체명을 쓰고 있는데다, 정 모 사무총장과 장 모 신도팀장은 파리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해당 단체를 나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제로 대한체육회 역시 "정 모 씨는 전 조계종 신도회 사무총장으로 현재는 대한체육회 선수 관계자 위원 자격으로 참관단에 참석했고, 장 모 씨는 현재 전국여성불자회 사무국장으로 체육인불자연합회 위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명단 자체가 허술하게 관리됨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체육인불자연합회는 '17개 시도에 지부가 설치돼 있고,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에 등록된 신도단체'라는 주석이 붙었지만, 해당 단체가 대한체육회의 금전적 지원받아 파리에 갈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해명 적절한가?…또 다른 의문점도

대한체육회는 참관단을 '참관단 구성 대상에 공문, 메일 및 유선으로 참가 의향 확인 후 모집'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객관적인 선정 방법과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이른바 '셀프 추천'까지도 가능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참관단 운영을 위해 쓴 기부금의 내역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 취지는 '선수단 지원 및 격려'로 기재돼 있습니다.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이 온전히 참관단 운영만을 위해 제공된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기흥 회장의 개인 운전기사가 참관단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아래와 같은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해왔습니다.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체육회에서 업무 차량과 운전기사를 지원해왔으나 이기흥 회장은 취임부터 개인 차량과 개인 고용 운전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금번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참석한 이유는 현직 IOC 위원인 대한체육회장 수행 차 참관단으로 참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의 끝맛은 개운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기흥 회장의 개인 비서가 대한체육회 소속으로 기재됐는지, 개인과 기업이 선수단 격려를 위해 기부한 재원으로 이 회장의 개인 비서가 체류 비용을 지원받는 게 부적절하지는 않은지 등 또 다른 의문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비서까지도 대한체육회 비서로 허위로 기재하고, 또 조계종 관계자들도 전직 임원들을 마치 현직처럼 허위로 기재해 참관단에 포함을 시켰는데 이런 부분은 명백히 공적 회계 기준에 위배되며 도덕적 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 응원과 격려, 체육 단체 관계자의 국제대회 개최·운영 노하우 습득.' 대한체육회가 밝힌 이러한 참관단 본래의 취지가 체육계 내의 사적인 이익으로 퇴색되진 않았는지 이제는 충분한 재검토와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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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30 07:00:06
    단독

파리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일궈낸 값진 성과가 조명을 받기도 모자란 시간에 '메달 예측 축소 논란', '해단식 파행 논란' 등 올림픽을 둘러싼 잡음들이 연일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심엔 대한체육회가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질타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특히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건 바로 '올림픽 참관단' 문제입니다. 대한체육회가 무려 6억 6천만 원의 기부금을 활용해 파견한 98명의 참관단. 그런데 체육계 인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까지 여럿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정도면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공분이 쏟아져 나온 겁니다.

■이기흥 회장의 '개인 비서'도 '대한체육회 소속 참관단'?

지난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기흥 회장은 관련 지적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수협 같은 경우는 올림픽이라든지 국제대회가 있으면 몇달 전부터 장어를 (선수들 특식으로) 1년에 매달 300kg씩 줍니다. 그리고 병원 같은 경우는 우리가 선수촌에서 웬만한 것은 치료를 하는데 밖에 나가서 치료를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 전문 병원 원장님입니다. 그리고 후원사들, 조계종 같은 경우는 선수촌에 저희가 법당과 성당, 교회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다른 단체는 좀 활동이 미미한데 조계종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을 전지훈련까지 보내 줍니다."

결국 체육계와 무관하지 않은 사람들이란 뜻으로 들리는데,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입니다.

그런데 KBS가 확보한 파리 올림픽 참관단 명단의 면면을 다시 짚어봤더니 적절치 않은 인사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명단에 대한체육회 소속 비서로 기재된 이 모 씨. (자료: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파리올림픽 참관단 명단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대한체육회 비서' 직위의 이 모 씨. 그런데 대한체육회가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이 씨는 대한체육회에 정식으로 소속된 직원이 아닌, 이기흥 회장이 개인 사비를 들여 사적으로 고용한 운전기사였습니다.

심지어 이 씨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일하게 참관단 명단에 이름을 올려 이 회장과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참관단에게 항공료와 해외 여행자보험에 관련된 비용을 제외한 경기 관람, 숙박, 식비 등 현지 체재비를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씨는 이기흥 회장으로부터 개인적으로 급여를 받으면서 해외 체류 비용은 각종 기부금으로 마련된 대한체육회의 예산으로 지원받은 셈입니다.

■참관단 포함된 조계종 관계자…'소속·직위'는 '과거형'?

수상한 참관단 명단은 조계종 인사에서도 발견됩니다. 앞서 이기흥 회장은 조계종 관계자 중에 선수촌 내 법당 운영이나 전지훈련 후원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파리 올림픽 참관단 명단에도 조계종 제5교구 법주사 이 모 계획실장과 3명의 종무원은 그 아래 '진천선수촌 법당 운영 관계자'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명단에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신도회 소속 임원으로 기재된 정 모 사무총장, 장 모 신도팀장 (자료: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그런데 위의 두 명은 소속을 보더라도 체육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짚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취재를 종합한 결과, 해당 명단에 작성된 소속과 직위는 실제와 다르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조계종에서는 현재 '전국신도회'가 아닌 '중앙신도회'라는 단체명을 쓰고 있는데다, 정 모 사무총장과 장 모 신도팀장은 파리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해당 단체를 나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제로 대한체육회 역시 "정 모 씨는 전 조계종 신도회 사무총장으로 현재는 대한체육회 선수 관계자 위원 자격으로 참관단에 참석했고, 장 모 씨는 현재 전국여성불자회 사무국장으로 체육인불자연합회 위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명단 자체가 허술하게 관리됨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체육인불자연합회는 '17개 시도에 지부가 설치돼 있고,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에 등록된 신도단체'라는 주석이 붙었지만, 해당 단체가 대한체육회의 금전적 지원받아 파리에 갈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해명 적절한가?…또 다른 의문점도

대한체육회는 참관단을 '참관단 구성 대상에 공문, 메일 및 유선으로 참가 의향 확인 후 모집'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객관적인 선정 방법과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이른바 '셀프 추천'까지도 가능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참관단 운영을 위해 쓴 기부금의 내역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 취지는 '선수단 지원 및 격려'로 기재돼 있습니다.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이 온전히 참관단 운영만을 위해 제공된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기흥 회장의 개인 운전기사가 참관단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아래와 같은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해왔습니다.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체육회에서 업무 차량과 운전기사를 지원해왔으나 이기흥 회장은 취임부터 개인 차량과 개인 고용 운전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금번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참석한 이유는 현직 IOC 위원인 대한체육회장 수행 차 참관단으로 참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의 끝맛은 개운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기흥 회장의 개인 비서가 대한체육회 소속으로 기재됐는지, 개인과 기업이 선수단 격려를 위해 기부한 재원으로 이 회장의 개인 비서가 체류 비용을 지원받는 게 부적절하지는 않은지 등 또 다른 의문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비서까지도 대한체육회 비서로 허위로 기재하고, 또 조계종 관계자들도 전직 임원들을 마치 현직처럼 허위로 기재해 참관단에 포함을 시켰는데 이런 부분은 명백히 공적 회계 기준에 위배되며 도덕적 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 응원과 격려, 체육 단체 관계자의 국제대회 개최·운영 노하우 습득.' 대한체육회가 밝힌 이러한 참관단 본래의 취지가 체육계 내의 사적인 이익으로 퇴색되진 않았는지 이제는 충분한 재검토와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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