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최초 탈북학생 야구단…챌린저스 미국 가다

입력 2024.08.31 (08:24) 수정 2024.08.3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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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모를 따라 직접 탈북한 경우도 있지만, 중국 등 제3국에서 탈북민의 자녀로 태어나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 학생'들도 많습니다.

지난해 4월 기준 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 학생 수는 1천 7백여 명.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문제뿐 아니라 출신 배경을 공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어려움을 야구를 통해 극복해 가는 특별한 야구단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미국을 방문해 야구를 통한 교류의 폭을 넓혔다고 하는데요.

탈북 학생들로 구성된 최초의 야구단 '챌린저스'를 장예진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실전 못지않은 훈련이 한창인 야구장.

타석에 선 타자들이 힘차게 공을 받아치고, 야수들은 재빠르게 공을 잡아냅니다.

진지하게 각자의 기량을 선보이는 이 선수들.

탈북민 학생들로 구성된 챌린저스 야구단원들입니다.

[김성일/새한반도야구회 이사장 : "이 친구들 중에는 북한에서 온 친구들도 있고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도 있고요. 주로 방과 후 그리고 주말에 훈련하는 그런 구조로 활동하는 야구단입니다."]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창단한 탈북민 학생 야구단, 챌린저스!

모두 탈북민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청소년들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낯선 한국 땅에 도착한 이후 모든 게 서툴렀다고 회상합니다.

[이시양/챌린저스 야구단원 : "한국에 처음 와서 그때 한국 언어도 모르고 친구도 없고 길도 어색해서 진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마음이 어땠어요?) 마음이요? 외롭죠."]

5년 전,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온 시양 군과, 12년 전 정착했지만 아직 낯가림이 심하다는 준용 군.

이 둘은 야구단에서 우정을 쌓으며, 남한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고 하는데요.

[유준용/챌린저스 야구단원 : "저는 처음에 낯을 많이 가렸거든요. 그런데 야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야구를 통해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으며, 점차 자신감을 얻었다는 단원들이 새로운 도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성일/새한반도야구회 이사장 : "야구는 미국이 본고장이니까 여기에 우리 친구들이 가서 미국 시민과 교류하면서 미국에서 야구를 하자."]

굵은 땀을 흘려가며 꿈을 키워가고 있는 탈북민 최초의 청소년 야구단 챌린저스.

이들은 최근에 미국에서 뜻깊은 경험을 하고 왔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에 함께 가보시죠.

지난 7월 14일,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대통령까지 참석한 챌린저스 야구단의 미국 방문 출정식이 열렸습니다.

["선수단 여러분의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더 기대됩니다."]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12명의 선수와 코치, 감독 등 선수단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고, 자신만의 포즈를 선보입니다.

대통령의 격려와 참석자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 진행된 출정식을 마치고, 나흘 후인 7월 18일 야구단이 출국길에 올랐습니다.

설렘과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단원들.

[유준용/챌린저스 야구단원 : "미국에 처음 가니까 뭐라 해야 할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드네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첫 번째 목적지인 미국 뉴욕으로 향합니다.

[엄진성/챌린저스 야구단원 : "막상 미국 땅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되게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어요. 공항에 내려서 딱 맞이해 주시는데 와 그때 진짜 너무 기뻤어요."]

청소년들은 첫 미국 방문에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는데요.

[유준용/챌린저스 야구단원 : "여기는 맨해튼 시티고요. 엠파이어 빌딩이 이쪽에 떡 하니 있네요."]

이번 미국 방문은 북한을 미국 사회에 알리고 미국 청소년 야구팀과 교류하기 위해 처음으로 추진됐습니다.

유엔 본부를 방문하고, 미국 정치인들을 만나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한민국 국기를 발견했어요."]

특히, 한국 선수가 출전한 미국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한 일은 모두에게 큰 추억을 남겼습니다.

["하성 김, 하성 김, 하성 김."]

이 자리에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방문해 단원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청소년들은 줄리 터너 특사에게 북한 인권과 탈북민 정책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미국이 갖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북한 인권 이슈가 무엇인지..."]

[줄리 터너/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 "북한 인권 유린이 너무 광범위해서 한 가지만 꼽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가 최우선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탈북민 사회를 지원해, 북한의 인권 유린을 조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챌린저스 야구단 미국 방문의 마지막 일정인 친선경기도 치러졌습니다.

현지 한국계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야구팀과의 첫 만남.

양 팀 선수들은 함께 몸을 풀고 경기를 치르며 조금씩 가까워졌는데요.

[엘리 곽/한인 2세 연합 야구팀 : "그냥 한국 친구들과 같이 하는 느낌이어서 북한이라는 개념 없이 그냥 잘 어울리는...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자동차 기술자를 꿈꾸는 19살 문혁 군은 이 시간을 통해 통일이란 또 다른 꿈을 키워갔습니다.

[김문혁/챌린저스 야구단원 : "너무 여기서 배우는 게 많아서, 앞으로 통일이 된다고 하면 만약에 이런 일이 이런 교류를 통해서 통일하는 거 원한다 사람들이, 그럼 진짜 통일이 이뤄지겠죠."]

미국에서의 하루하루는 자유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도전자'라는 팀 이름처럼 이들은 앞으로 무엇을 향해 각자의 도전을 이어가게 될까요.

12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챌린저스 야구단에게 '미국' 방문은 많은 추억을 남겼습니다.

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출신, 채드 코데로 코치에게서 받은 사인을 자랑하는 문혁 군.

친선경기에서 만났던 친구들과도 여전히 소식을 주고받고 있었는데요.

[김문혁/챌린저스 야구단원 : "(미국) 친구들이 한국말을 배웠더라고요. 그래서 한국말도 쓰고 영어도 배우고 주고받고. (진짜 교류가 됐겠네요.) 네. 교류가 되고 이 친구들 보면서 배울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포수로 활동 중인 15살 준용 군에게는 더 큰 목표가 생겼습니다.

[유준용/챌린저스 야구단원 : "나중에 커서 해외에서 이렇게 각광 받으면서 (활동하는) 인기 있는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야구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한걸음씩 내딛어가는 탈북민 청소년들.

[김제일/챌린저스 야구단 감독 : "이질감도 느끼고 하는데 야구를 통해서 그냥 친구 대 친구가 돼 가는 것 같아요."]

선수들은 이번 미국 방문이, 통일을 조금이나마 앞당기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는데요.

[김문혁/챌린저스 야구단원 : "야구를 배운 북한 친구들이 미국에 와서 저처럼 같이 야구를 하면 평화의 통일이 되지 않을까."]

어린 나이에 인생의 커다란 도전과 맞닥뜨렸던 챌린저스 단원들.

필드에서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그들 앞의 모든 장애물을 시원하게 넘겨 버리는 장쾌한 홈런으로 이어지기를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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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최초 탈북학생 야구단…챌린저스 미국 가다
    • 입력 2024-08-31 08:24:16
    • 수정2024-08-31 08: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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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모를 따라 직접 탈북한 경우도 있지만, 중국 등 제3국에서 탈북민의 자녀로 태어나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 학생'들도 많습니다.

지난해 4월 기준 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 학생 수는 1천 7백여 명.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문제뿐 아니라 출신 배경을 공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어려움을 야구를 통해 극복해 가는 특별한 야구단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미국을 방문해 야구를 통한 교류의 폭을 넓혔다고 하는데요.

탈북 학생들로 구성된 최초의 야구단 '챌린저스'를 장예진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실전 못지않은 훈련이 한창인 야구장.

타석에 선 타자들이 힘차게 공을 받아치고, 야수들은 재빠르게 공을 잡아냅니다.

진지하게 각자의 기량을 선보이는 이 선수들.

탈북민 학생들로 구성된 챌린저스 야구단원들입니다.

[김성일/새한반도야구회 이사장 : "이 친구들 중에는 북한에서 온 친구들도 있고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도 있고요. 주로 방과 후 그리고 주말에 훈련하는 그런 구조로 활동하는 야구단입니다."]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창단한 탈북민 학생 야구단, 챌린저스!

모두 탈북민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청소년들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낯선 한국 땅에 도착한 이후 모든 게 서툴렀다고 회상합니다.

[이시양/챌린저스 야구단원 : "한국에 처음 와서 그때 한국 언어도 모르고 친구도 없고 길도 어색해서 진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마음이 어땠어요?) 마음이요? 외롭죠."]

5년 전,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온 시양 군과, 12년 전 정착했지만 아직 낯가림이 심하다는 준용 군.

이 둘은 야구단에서 우정을 쌓으며, 남한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고 하는데요.

[유준용/챌린저스 야구단원 : "저는 처음에 낯을 많이 가렸거든요. 그런데 야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야구를 통해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으며, 점차 자신감을 얻었다는 단원들이 새로운 도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성일/새한반도야구회 이사장 : "야구는 미국이 본고장이니까 여기에 우리 친구들이 가서 미국 시민과 교류하면서 미국에서 야구를 하자."]

굵은 땀을 흘려가며 꿈을 키워가고 있는 탈북민 최초의 청소년 야구단 챌린저스.

이들은 최근에 미국에서 뜻깊은 경험을 하고 왔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에 함께 가보시죠.

지난 7월 14일,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대통령까지 참석한 챌린저스 야구단의 미국 방문 출정식이 열렸습니다.

["선수단 여러분의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더 기대됩니다."]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12명의 선수와 코치, 감독 등 선수단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고, 자신만의 포즈를 선보입니다.

대통령의 격려와 참석자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 진행된 출정식을 마치고, 나흘 후인 7월 18일 야구단이 출국길에 올랐습니다.

설렘과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단원들.

[유준용/챌린저스 야구단원 : "미국에 처음 가니까 뭐라 해야 할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드네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첫 번째 목적지인 미국 뉴욕으로 향합니다.

[엄진성/챌린저스 야구단원 : "막상 미국 땅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되게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어요. 공항에 내려서 딱 맞이해 주시는데 와 그때 진짜 너무 기뻤어요."]

청소년들은 첫 미국 방문에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는데요.

[유준용/챌린저스 야구단원 : "여기는 맨해튼 시티고요. 엠파이어 빌딩이 이쪽에 떡 하니 있네요."]

이번 미국 방문은 북한을 미국 사회에 알리고 미국 청소년 야구팀과 교류하기 위해 처음으로 추진됐습니다.

유엔 본부를 방문하고, 미국 정치인들을 만나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한민국 국기를 발견했어요."]

특히, 한국 선수가 출전한 미국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한 일은 모두에게 큰 추억을 남겼습니다.

["하성 김, 하성 김, 하성 김."]

이 자리에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방문해 단원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청소년들은 줄리 터너 특사에게 북한 인권과 탈북민 정책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미국이 갖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북한 인권 이슈가 무엇인지..."]

[줄리 터너/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 "북한 인권 유린이 너무 광범위해서 한 가지만 꼽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가 최우선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탈북민 사회를 지원해, 북한의 인권 유린을 조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챌린저스 야구단 미국 방문의 마지막 일정인 친선경기도 치러졌습니다.

현지 한국계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야구팀과의 첫 만남.

양 팀 선수들은 함께 몸을 풀고 경기를 치르며 조금씩 가까워졌는데요.

[엘리 곽/한인 2세 연합 야구팀 : "그냥 한국 친구들과 같이 하는 느낌이어서 북한이라는 개념 없이 그냥 잘 어울리는...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자동차 기술자를 꿈꾸는 19살 문혁 군은 이 시간을 통해 통일이란 또 다른 꿈을 키워갔습니다.

[김문혁/챌린저스 야구단원 : "너무 여기서 배우는 게 많아서, 앞으로 통일이 된다고 하면 만약에 이런 일이 이런 교류를 통해서 통일하는 거 원한다 사람들이, 그럼 진짜 통일이 이뤄지겠죠."]

미국에서의 하루하루는 자유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도전자'라는 팀 이름처럼 이들은 앞으로 무엇을 향해 각자의 도전을 이어가게 될까요.

12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챌린저스 야구단에게 '미국' 방문은 많은 추억을 남겼습니다.

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출신, 채드 코데로 코치에게서 받은 사인을 자랑하는 문혁 군.

친선경기에서 만났던 친구들과도 여전히 소식을 주고받고 있었는데요.

[김문혁/챌린저스 야구단원 : "(미국) 친구들이 한국말을 배웠더라고요. 그래서 한국말도 쓰고 영어도 배우고 주고받고. (진짜 교류가 됐겠네요.) 네. 교류가 되고 이 친구들 보면서 배울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포수로 활동 중인 15살 준용 군에게는 더 큰 목표가 생겼습니다.

[유준용/챌린저스 야구단원 : "나중에 커서 해외에서 이렇게 각광 받으면서 (활동하는) 인기 있는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야구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한걸음씩 내딛어가는 탈북민 청소년들.

[김제일/챌린저스 야구단 감독 : "이질감도 느끼고 하는데 야구를 통해서 그냥 친구 대 친구가 돼 가는 것 같아요."]

선수들은 이번 미국 방문이, 통일을 조금이나마 앞당기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는데요.

[김문혁/챌린저스 야구단원 : "야구를 배운 북한 친구들이 미국에 와서 저처럼 같이 야구를 하면 평화의 통일이 되지 않을까."]

어린 나이에 인생의 커다란 도전과 맞닥뜨렸던 챌린저스 단원들.

필드에서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그들 앞의 모든 장애물을 시원하게 넘겨 버리는 장쾌한 홈런으로 이어지기를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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