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첨가물 범벅 ‘초가공식품’, 체지방 늘리고 근육량 줄여 [박광식의 닥터K]

입력 2024.09.02 (07:01) 수정 2024.09.0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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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이후 집밥 대신 간편식이나 배달음식에 의존하는 가구가 늘었습니다. 특히 달고 짠 초가공식품 소비가 크게 증가했는데요.
이런 식습관 변화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최근 국내 연구팀이 초가공식품을 자주 먹으면 체지방은 늘고 근육량이 준다는 연구 결과를 처음 내놨습니다.

'식품 가공 끝판왕' 초가공식품이란?

NOVA(노바) 식품분류 체계

1단계 최소 가공 또는 자연식품 (과일 등)
2단계 가공식 재료 (설탕 등)
3단계 가공식품 (치즈 등)
4단계 초가공식품 (소시지 등)

초가공식품은 원재료에 인공첨가물을 넣어 산업적 공정을 거친 식품을 말합니다. 탄산음료, 과자, 소시지, 즉석식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용어는 브라질 연구팀이 개발한 NOVA(노바) 식품분류시스템에서 처음 소개됐습니다. NOVA 분류법은 식품의 가공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누는데요. 1단계는 최소 가공 또는 자연식품(과일 등), 2단계는 가공식 재료(설탕 등), 3단계는 가공식품(치즈 등), 4단계는 초가공식품(소시지 등)으로 분류합니다.

초가공식품 섭취량 늘면, 지방 늘고 근육은 줄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공동연구팀이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40세 이상 성인 1만 1천여 명의 식습관과 체성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10% 늘 때마다 체지방률이 높아질 확률은 4%, 근육량이 줄어들 확률은 5% 증가했습니다. 이는 초가공식품의 경우 열량이 높고 영양가는 낮아 같은 양을 먹어도 과도한 열량 섭취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특히 초가공 과정 중 첨가되는 일부 인공첨가물들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배부름을 느끼지 못하게 해서, 더 섭취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초가공식품일수록 부드럽고 씹기 편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기 쉽습니다.

또 연구팀은 체지방이 늘면 상대적으로 근육량 비중이 줄어든다며 초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첨가당, 지방, 염분 등이 체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해 근육세포와 호르몬에 동시다발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초가공식품에 취약한 계층, 따로 있다?
이런 경향은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뚜렷했습니다. 농촌 거주자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10% 늘 때 체지방 증가 확률이 14%, 근육량 감소 확률은 15%씩 높아, 전체 평균보다 수치가 더 높았습니다. 교육 수준에 따른 차이도 있었습니다. 최종 학력 기준으로 대학교 졸업 미만에서는, 초가공식품을 10% 더 먹을 때 체지방 증가와 근육량 감소 확률이 6~7% 올라갔습니다.

연구팀은 농촌의 경우 대형마트 등 식재료를 살 수 있는 유통업체 접근성이 떨어져 장기 보관 가능한 초가공식품 위주로 섭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습니다. 또,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영양가보다 편의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고 식품 영양 관련 정보가 불평등한 상황도 반영된 걸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정수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가공식품에 취약한 계층을 파악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대형마트 등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건강식품 공급망을 점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초가공식품 배제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안 필요
초가공식품의 부정적 영향은 분명하지만,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집에서 건강한 재료로 해 드세요.'라고 말만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정수경 부연구위원은 "초가공식품 중에서도 건강 영향에 긍정적인 프리미엄 가공식품을 별도로 분류해 실제 적용 가능한 식생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식품 영양 관련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민들에 초가공식품의 개념을 포함한 영양 교육이 필요하고, 기업에는 건강한 가공식품 생산을 유도해야 한다"고도 제언했습니다.

초가공식품 섭취 줄이기 첫걸음 '원재료 확인'
초가공식품을 주로 섭취하던 가정에서 갑자기 중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섭취 빈도를 줄이고, 먹더라도 최대한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는 게 식생활 개선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식품을 구매할 때 뒷면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뒷면에는 영양성분 표시와 더불어 원재료명 및 함량 표시가 의무적으로 적혀 있는데, 잘 모르는 첨가물이 많다면 초가공식품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같은 종류라면 인공첨가물이 적게 들어간 식품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또, 간식을 고를 때도 과자보다는 말린 고구마처럼 원재료를 살짝 가공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선한 최소 가공식품으로 구성된 밀키트도 대안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조리법보다 간단한 조리법 몇 가지를 숙지해 적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초가공식품을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식품에 따라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세척해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물질을 일부 희석하거나 제거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식재료 구독서비스를 이용해 신선한 식재료 등 최소 가공식품을 정기적으로 이용하거나 냉동 채소 및 과일을 사서 저장해두면 나중에 바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초가공식품 섭취와 체지방, 근육량과의 연관성을 살펴 본 연구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학술지(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최근호에 실렸습니다.

(그래픽: 이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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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첨가물 범벅 ‘초가공식품’, 체지방 늘리고 근육량 줄여 [박광식의 닥터K]
    • 입력 2024-09-02 07:01:03
    • 수정2024-09-02 07: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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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습관 변화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최근 국내 연구팀이 초가공식품을 자주 먹으면 체지방은 늘고 근육량이 준다는 연구 결과를 처음 내놨습니다.

'식품 가공 끝판왕' 초가공식품이란?

NOVA(노바) 식품분류 체계

1단계 최소 가공 또는 자연식품 (과일 등)
2단계 가공식 재료 (설탕 등)
3단계 가공식품 (치즈 등)
4단계 초가공식품 (소시지 등)

초가공식품은 원재료에 인공첨가물을 넣어 산업적 공정을 거친 식품을 말합니다. 탄산음료, 과자, 소시지, 즉석식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용어는 브라질 연구팀이 개발한 NOVA(노바) 식품분류시스템에서 처음 소개됐습니다. NOVA 분류법은 식품의 가공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누는데요. 1단계는 최소 가공 또는 자연식품(과일 등), 2단계는 가공식 재료(설탕 등), 3단계는 가공식품(치즈 등), 4단계는 초가공식품(소시지 등)으로 분류합니다.

초가공식품 섭취량 늘면, 지방 늘고 근육은 줄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공동연구팀이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40세 이상 성인 1만 1천여 명의 식습관과 체성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10% 늘 때마다 체지방률이 높아질 확률은 4%, 근육량이 줄어들 확률은 5% 증가했습니다. 이는 초가공식품의 경우 열량이 높고 영양가는 낮아 같은 양을 먹어도 과도한 열량 섭취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특히 초가공 과정 중 첨가되는 일부 인공첨가물들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배부름을 느끼지 못하게 해서, 더 섭취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초가공식품일수록 부드럽고 씹기 편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기 쉽습니다.

또 연구팀은 체지방이 늘면 상대적으로 근육량 비중이 줄어든다며 초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첨가당, 지방, 염분 등이 체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해 근육세포와 호르몬에 동시다발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초가공식품에 취약한 계층, 따로 있다?
이런 경향은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뚜렷했습니다. 농촌 거주자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10% 늘 때 체지방 증가 확률이 14%, 근육량 감소 확률은 15%씩 높아, 전체 평균보다 수치가 더 높았습니다. 교육 수준에 따른 차이도 있었습니다. 최종 학력 기준으로 대학교 졸업 미만에서는, 초가공식품을 10% 더 먹을 때 체지방 증가와 근육량 감소 확률이 6~7% 올라갔습니다.

연구팀은 농촌의 경우 대형마트 등 식재료를 살 수 있는 유통업체 접근성이 떨어져 장기 보관 가능한 초가공식품 위주로 섭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습니다. 또,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영양가보다 편의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고 식품 영양 관련 정보가 불평등한 상황도 반영된 걸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정수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가공식품에 취약한 계층을 파악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대형마트 등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건강식품 공급망을 점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초가공식품 배제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안 필요
초가공식품의 부정적 영향은 분명하지만,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집에서 건강한 재료로 해 드세요.'라고 말만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정수경 부연구위원은 "초가공식품 중에서도 건강 영향에 긍정적인 프리미엄 가공식품을 별도로 분류해 실제 적용 가능한 식생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식품 영양 관련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민들에 초가공식품의 개념을 포함한 영양 교육이 필요하고, 기업에는 건강한 가공식품 생산을 유도해야 한다"고도 제언했습니다.

초가공식품 섭취 줄이기 첫걸음 '원재료 확인'
초가공식품을 주로 섭취하던 가정에서 갑자기 중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섭취 빈도를 줄이고, 먹더라도 최대한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는 게 식생활 개선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식품을 구매할 때 뒷면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뒷면에는 영양성분 표시와 더불어 원재료명 및 함량 표시가 의무적으로 적혀 있는데, 잘 모르는 첨가물이 많다면 초가공식품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같은 종류라면 인공첨가물이 적게 들어간 식품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또, 간식을 고를 때도 과자보다는 말린 고구마처럼 원재료를 살짝 가공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선한 최소 가공식품으로 구성된 밀키트도 대안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조리법보다 간단한 조리법 몇 가지를 숙지해 적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초가공식품을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식품에 따라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세척해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물질을 일부 희석하거나 제거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식재료 구독서비스를 이용해 신선한 식재료 등 최소 가공식품을 정기적으로 이용하거나 냉동 채소 및 과일을 사서 저장해두면 나중에 바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초가공식품 섭취와 체지방, 근육량과의 연관성을 살펴 본 연구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학술지(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최근호에 실렸습니다.

(그래픽: 이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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