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수호천사’…알고 보니 일주일 새 2번째

입력 2024.09.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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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는 앞차에서 갑자기 쿵…초등학생 도로로 떨어져

통영해양경찰서 거제 남부파출소 소속 반윤혁 경장은 주말인 지난달 31일 저녁 8시쯤,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6살 딸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처가댁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반 경장 앞을 달리던 한 승합차 뒷좌석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11살 남자 초등학생이 도로로 떨어졌습니다.
황당한 순간, 반 경장은 즉시 차를 세우고 현장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떨어진 초등학생은 혀가 말리고 눈에 초점이 없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심정지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반 경장은 곧바로 아내에게 119에 신고하도록 하고 심폐소생술에 나섰습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던 도로 한가운데서 반 경장의 아내도 위험을 무릅쓰고 119와 통화를 계속했고, 차를 멈춘 다른 차량의 한 운전자도 심폐소생술을 편히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안전을 챙겨줬습니다.

온 힘을 쏟은 4분여 심폐소생술, 반 경장은 초등학생의 가슴에서 '팍' 하는 울림을 느꼈습니다.
초등학생의 숨이 돌아 온 겁니다.
심폐소생술을 계속 이어가자 다시 한 차례 '팍' 하는 울림을 느꼈고 초등학생은 눈을 뜨고 의식을 찾았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는 이미 반 경장이 초등학생의 호흡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실수로 달리던 차에서 떨어진 이 초등학생은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이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영해경 소속 반윤혁 경장통영해경 소속 반윤혁 경장

■ 일주일 전 주말에도…지리산 계곡에서 '사람 구했다'

그런데 반 경장은, 일주일 전 'KBS 뉴스'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계곡 물에 빠진 20대 남성이 휴가 중이던
소방관과 해경의 심폐소생술로 구조됐습니다.

친구 사이인 통영소방서 진준석 소방교와
통영해경 반윤혁 경장은 지난 24일 오후 2시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계곡에서 물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20대 남성에게 15분가량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지난달 26일 KBS창원 뉴스)

반 경장은 역시 주말인 지난달 24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계곡으로 휴가를 갔습니다.
거제에서 함께 나고 자란 고향 친구 6명과 함께였습니다.

일행 모두 계곡에서 즐겁게 놀고 있던 오후 2시쯤, 바다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게 본업인 반 경장은 휴가 때 만큼은 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계곡에 발만 담근 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남성이 허우적대는 걸 발견했습니다.

반 경장의 고향 친구 중에는 소방관도 있었습니다.
경남소방본부 통영소방서 소속 진준석 소방교입니다.
소속은 다르지만, 공무원 공부도, 2018년 합격의 기쁨도 함께 누린 오랜 친구였습니다.

두 친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심폐소생술에 나섰습니다.
당시 주변에는 많은 피서객이 모여 어수선했던 상황.
반 경장은 큰 소리로 자신들이 경찰관과 소방관이어서 구조에 집중할 테니 도와달라고 외쳤고, 진 소방교는 119에 신고하고 환자의 상태를 계속 확인했습니다.

10여 분의 심폐소생술 끝에 심정지 상태였던 20대 남성은 의식을 되찾았고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진 뒤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반윤혁 경장과 진준석 소방교반윤혁 경장과 진준석 소방교

■ 일주일새 2명 구해…"살릴 수 있어 행복했다"

지난달 24일 계곡에서 20대 남성을 구조한 덕분에 산청소방서로부터 '하트 세이버 인증서'를 받을 예정이었던 반 경장은 일주일 만에 다시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반 경장은 평소 위급 상황 때 바다에 빠진 사람과 선박을 구조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반 경장은 "바다의 특성상, 익수자를 찾아내더라도 이미 숨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일주일새 공교롭게도 막 심정지 상태가 시작된 2명을 눈 앞에서 발견하게 됐고, 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일주일새 2명이나 심정지 환자를 맞딱드리면서 '꿈을 꾸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반 경장은 또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자신은 워낙 몸에 밴 덕분에 갈비뼈가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호흡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었다며, 모든 국민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익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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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2 14: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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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는 앞차에서 갑자기 쿵…초등학생 도로로 떨어져

통영해양경찰서 거제 남부파출소 소속 반윤혁 경장은 주말인 지난달 31일 저녁 8시쯤,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6살 딸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처가댁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반 경장 앞을 달리던 한 승합차 뒷좌석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11살 남자 초등학생이 도로로 떨어졌습니다.
황당한 순간, 반 경장은 즉시 차를 세우고 현장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떨어진 초등학생은 혀가 말리고 눈에 초점이 없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심정지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반 경장은 곧바로 아내에게 119에 신고하도록 하고 심폐소생술에 나섰습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던 도로 한가운데서 반 경장의 아내도 위험을 무릅쓰고 119와 통화를 계속했고, 차를 멈춘 다른 차량의 한 운전자도 심폐소생술을 편히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안전을 챙겨줬습니다.

온 힘을 쏟은 4분여 심폐소생술, 반 경장은 초등학생의 가슴에서 '팍' 하는 울림을 느꼈습니다.
초등학생의 숨이 돌아 온 겁니다.
심폐소생술을 계속 이어가자 다시 한 차례 '팍' 하는 울림을 느꼈고 초등학생은 눈을 뜨고 의식을 찾았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는 이미 반 경장이 초등학생의 호흡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실수로 달리던 차에서 떨어진 이 초등학생은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이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영해경 소속 반윤혁 경장
■ 일주일 전 주말에도…지리산 계곡에서 '사람 구했다'

그런데 반 경장은, 일주일 전 'KBS 뉴스'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계곡 물에 빠진 20대 남성이 휴가 중이던
소방관과 해경의 심폐소생술로 구조됐습니다.

친구 사이인 통영소방서 진준석 소방교와
통영해경 반윤혁 경장은 지난 24일 오후 2시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계곡에서 물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20대 남성에게 15분가량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지난달 26일 KBS창원 뉴스)

반 경장은 역시 주말인 지난달 24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계곡으로 휴가를 갔습니다.
거제에서 함께 나고 자란 고향 친구 6명과 함께였습니다.

일행 모두 계곡에서 즐겁게 놀고 있던 오후 2시쯤, 바다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게 본업인 반 경장은 휴가 때 만큼은 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계곡에 발만 담근 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남성이 허우적대는 걸 발견했습니다.

반 경장의 고향 친구 중에는 소방관도 있었습니다.
경남소방본부 통영소방서 소속 진준석 소방교입니다.
소속은 다르지만, 공무원 공부도, 2018년 합격의 기쁨도 함께 누린 오랜 친구였습니다.

두 친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심폐소생술에 나섰습니다.
당시 주변에는 많은 피서객이 모여 어수선했던 상황.
반 경장은 큰 소리로 자신들이 경찰관과 소방관이어서 구조에 집중할 테니 도와달라고 외쳤고, 진 소방교는 119에 신고하고 환자의 상태를 계속 확인했습니다.

10여 분의 심폐소생술 끝에 심정지 상태였던 20대 남성은 의식을 되찾았고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진 뒤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반윤혁 경장과 진준석 소방교
■ 일주일새 2명 구해…"살릴 수 있어 행복했다"

지난달 24일 계곡에서 20대 남성을 구조한 덕분에 산청소방서로부터 '하트 세이버 인증서'를 받을 예정이었던 반 경장은 일주일 만에 다시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반 경장은 평소 위급 상황 때 바다에 빠진 사람과 선박을 구조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반 경장은 "바다의 특성상, 익수자를 찾아내더라도 이미 숨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일주일새 공교롭게도 막 심정지 상태가 시작된 2명을 눈 앞에서 발견하게 됐고, 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일주일새 2명이나 심정지 환자를 맞딱드리면서 '꿈을 꾸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반 경장은 또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자신은 워낙 몸에 밴 덕분에 갈비뼈가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호흡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었다며, 모든 국민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익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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