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배심원에 “억울하다” 문자 테러…위협죄 첫 기소

입력 2024.09.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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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배심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연락했다가 '배심원 위협죄'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08년 1월 우리나라에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이후 배심원 위협죄로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피고인은 배심원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내 연락하게 된 걸까요?


■ 폭행 사건 피고인, 배심원에게 "억울하다" 전화·문자

2022년 6월 폭행 사건으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이다 경찰관을 밀쳐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남성은 경찰관이 먼저 자신을 밀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살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하고, 양형에 관한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제도인데요, 지난 5월 13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이 남성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모습을 연출한 장면 (이 사건과 관계 없음)국민참여재판 모습을 연출한 장면 (이 사건과 관계 없음)

그런데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한 배심원이 피고인으로부터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검사의 신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피고인은 배심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데도 전화번호가 노출된 데다 연락까지 이어지자 불안해진 배심원은 검사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법원 주차장 뒤져 배심원 전화번호 알아내…'배심원 위협죄' 기소

검찰 수사 결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은 법원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무작위로 골라 앞 유리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다가, 우연히 배심원과 연락이 닿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피고인이 "법원에 무슨 일로 왔느냐"고 전화로 묻자 한 차량 주인이 "배심원으로 왔다"고 답한 겁니다. 그때부터 피고인은 배심원의 차량에 쪽지를 남기거나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부산법원종합청사 주차장 모습부산법원종합청사 주차장 모습

검찰은 피고인에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7조 배심원 등에 대한 위협죄를 적용해 지난달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조항은 배심원에게 전화나 편지, 면회 등으로 겁을 주거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위협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공정성과 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는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이 반드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 "배심원 판단에 영향 가하려는 시도 차단돼야"…의미 있는 기소

우리나라에서는 배심원이 낸 결론을 재판부가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지만, 배심원과 재판부 의견이 다른 경우는 드뭅니다.

법원행정처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이뤄진 민참여재판 2천 8백여 건 가운데 93.6%가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의견은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모습을 연출한 장면 (이 사건과 관계 없음)국민참여재판 모습을 연출한 장면 (이 사건과 관계 없음)

지역 법조계에서는 국민참여재판법 위반죄를 적용한 검찰의 이번 기소가 국민참여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부산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현재 변호사는 "배심원들은 독립적, 객관적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소송 관계인, 특히 피고인이 배심원의 판단에 영향을 가하려는 시도는 사전에 차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심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수차례 연락을 취한 30대 남성에 대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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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에 “억울하다” 문자 테러…위협죄 첫 기소
    • 입력 2024-09-02 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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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배심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연락했다가 '배심원 위협죄'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08년 1월 우리나라에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이후 배심원 위협죄로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br />이 피고인은 배심원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내 연락하게 된 걸까요?

■ 폭행 사건 피고인, 배심원에게 "억울하다" 전화·문자

2022년 6월 폭행 사건으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이다 경찰관을 밀쳐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남성은 경찰관이 먼저 자신을 밀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살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하고, 양형에 관한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제도인데요, 지난 5월 13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이 남성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모습을 연출한 장면 (이 사건과 관계 없음)
그런데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한 배심원이 피고인으로부터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검사의 신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피고인은 배심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데도 전화번호가 노출된 데다 연락까지 이어지자 불안해진 배심원은 검사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법원 주차장 뒤져 배심원 전화번호 알아내…'배심원 위협죄' 기소

검찰 수사 결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은 법원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무작위로 골라 앞 유리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다가, 우연히 배심원과 연락이 닿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피고인이 "법원에 무슨 일로 왔느냐"고 전화로 묻자 한 차량 주인이 "배심원으로 왔다"고 답한 겁니다. 그때부터 피고인은 배심원의 차량에 쪽지를 남기거나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부산법원종합청사 주차장 모습
검찰은 피고인에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7조 배심원 등에 대한 위협죄를 적용해 지난달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조항은 배심원에게 전화나 편지, 면회 등으로 겁을 주거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위협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공정성과 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는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이 반드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 "배심원 판단에 영향 가하려는 시도 차단돼야"…의미 있는 기소

우리나라에서는 배심원이 낸 결론을 재판부가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지만, 배심원과 재판부 의견이 다른 경우는 드뭅니다.

법원행정처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이뤄진 민참여재판 2천 8백여 건 가운데 93.6%가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의견은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모습을 연출한 장면 (이 사건과 관계 없음)
지역 법조계에서는 국민참여재판법 위반죄를 적용한 검찰의 이번 기소가 국민참여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부산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현재 변호사는 "배심원들은 독립적, 객관적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소송 관계인, 특히 피고인이 배심원의 판단에 영향을 가하려는 시도는 사전에 차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심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수차례 연락을 취한 30대 남성에 대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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