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영어로 말하기…“외래어가 최대 난관”
입력 2024.09.07 (08:31)
수정 2024.09.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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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언어입니다.
특히 거리의 간판이나 음식점 메뉴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외래어는 탈북민들에게 정착의 난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 열심인 탈북민들도 많은데요.
최근엔 이들을 위한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탈북민들은 영어를 어떻게, 왜 배우게 됐을까요?
영어를 통해 북한을 전 세계에 알리고, 미래를 꿈꾸기도 하는 탈북민들을 장예진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여느 또래처럼 창창한 앞날을 기대하며, 남한살이를 희망했던 청년.
[맹효심/탈북민 : "(남한에서는)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유가 있잖아요."]
17살의 나이로 낯선 남한 땅에 첫발을 내딛었던 23살 효심 씨입니다.
고향이 양강도인 효심 씨는 6년 전인 2018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현재는 서울에서 북한인권활동가로 활동 중인데요.
[맹효심/북한인권활동가 : "제 어머니가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게 됐는데요. 북한에도 장애인들이 많잖아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이렇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북한 장애인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게 있다고 합니다.
[맹효심/북한인권활동가 : "영어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사람들이 그래도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영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효심 씨가 영어를 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이곳은 지난 10년간,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에게 영어를 교육해 온 민간단체입니다.
[케이시 라티그/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 대표 : "영어 말하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입니다. 지금까지 약 600명의 탈북민들이 1,200명가량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이날은 미국에서 방문한 효심 씨의 영어 멘토, 폴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효심 씨는 지난 5년간 멘토와 일대일 화상수업을 통해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T' 발음을 더 명확하게 '체계적인.' (체계적인...)"]
폴 씨는 효심 씨를 통해 북한 사회와 주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폴 루체로/탈북민 영어 멘토 : "그 나라(북한)에서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일들을 보며, 저도 조금이나마 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는 분단의 현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이 세상과 소통에 나선 현장에 함께 가보시죠."]
효심 씨를 비롯한 탈북민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영어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 모였습니다.
스무 번째로 열리는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입니다.
[케이시 라티그/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 대표 : "그들은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영어로, 전 세계에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영어를 통해 세상 밖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탈북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대회 직전, 대기실에선 참가자들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요.
[김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좀 긴장됩니다. ((준비) 어느 정도 하셨어요?) 글쎄요. 계속 최대한 외워보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 번 읽고 쓴 영어 연설문을 다시금 펼쳐보는 상혁 씨는 2014년 북에서 온 피아니스트입니다.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오늘 어떤 주제로 발표하세요?) 탈북 피아니스트의 삶. 피아노 앞에 앉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으로 가득 차요. 하지만 영어를 말할 때는 부끄럽고 숨고 싶어져요."]
상혁 씨처럼 남한에 와서야 영어를 처음부터 배웠다는 10명의 참가자들.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북한 고아원에서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혜경 씨.
[이혜경/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내가 12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가 됐습니다. "]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이혜경/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고아원에서는) 어른들 대하듯 밤낮으로 우리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참가자들은 탈북민들이 남한의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김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남한)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내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김나연/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자유가 있긴 하지만 탈북민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준비에 열정을 보였던 효심 씨의 차례.
효심 씨는 북한 장애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북한에는 장애인 보호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탈북민들이 전하는 생생한 경험담은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루슬란 카츠/심사위원 :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탈북민들의) 용기와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외래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탈북민들에게 소중합니다."]
발표를 마친 상혁 씨와 효심 씨, 수진 씨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영어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한층 가까워집니다.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한국에 오니까 진짜 콩글리시가 너무 많잖아요. 어떤 게 가장 어려웠어요?"]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이게 차라리 콩글리시 말고 영어 스펠링으로 하면 바로 기억되는데 (한국어로 영어를 적으니까) 이걸 왜 이렇게 하지..."]
남한에서 처음 접했던 외래어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효심 씨.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보디워시'라고 부르는 걸 북한에선 '몸물비누'라고 부르거든요. 이렇게 단어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10년 전, 한국에 도착한 뒤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상혁 씨는 누구보다 영어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제가 서울대 들어가서 졸업하려고 하니까 영어 점수를 요구하더라고요. 한마디로 초·중(단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 같아요."]
갈수록 영어의 중요성을 실감한다는 수진 씨의 노트입니다.
단어와 문장을 아직도 암기한다는 수진 씨의 노트엔 영어가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게 된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
[김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무작정 외우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일단 단어부터 외우고, 여기에 쓰고 외우고 다른 종이에 또 쓰고 이렇게 해서 외웠던 것 같아요."]
사선을 넘어 남한에 도착한 이후, '영어'라는 뜻밖의 장벽을 만난 탈북민들.
이날 영어 말하기 대회에선 모든 참가자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는데요.
[김나연/영어 말하기 대회 대상 수상자 :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아픔이나 힘듦이나 고된 삶들을 내가 조금이라도 설명해 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전하는 이야기가 보다 넓은 세계에 울림이 되고, 영어로 이루고자 하는 미래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익힐 때마다 이들의 꿈도 익어 가고 있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언어입니다.
특히 거리의 간판이나 음식점 메뉴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외래어는 탈북민들에게 정착의 난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 열심인 탈북민들도 많은데요.
최근엔 이들을 위한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탈북민들은 영어를 어떻게, 왜 배우게 됐을까요?
영어를 통해 북한을 전 세계에 알리고, 미래를 꿈꾸기도 하는 탈북민들을 장예진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여느 또래처럼 창창한 앞날을 기대하며, 남한살이를 희망했던 청년.
[맹효심/탈북민 : "(남한에서는)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유가 있잖아요."]
17살의 나이로 낯선 남한 땅에 첫발을 내딛었던 23살 효심 씨입니다.
고향이 양강도인 효심 씨는 6년 전인 2018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현재는 서울에서 북한인권활동가로 활동 중인데요.
[맹효심/북한인권활동가 : "제 어머니가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게 됐는데요. 북한에도 장애인들이 많잖아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이렇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북한 장애인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게 있다고 합니다.
[맹효심/북한인권활동가 : "영어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사람들이 그래도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영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효심 씨가 영어를 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이곳은 지난 10년간,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에게 영어를 교육해 온 민간단체입니다.
[케이시 라티그/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 대표 : "영어 말하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입니다. 지금까지 약 600명의 탈북민들이 1,200명가량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이날은 미국에서 방문한 효심 씨의 영어 멘토, 폴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효심 씨는 지난 5년간 멘토와 일대일 화상수업을 통해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T' 발음을 더 명확하게 '체계적인.' (체계적인...)"]
폴 씨는 효심 씨를 통해 북한 사회와 주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폴 루체로/탈북민 영어 멘토 : "그 나라(북한)에서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일들을 보며, 저도 조금이나마 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는 분단의 현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이 세상과 소통에 나선 현장에 함께 가보시죠."]
효심 씨를 비롯한 탈북민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영어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 모였습니다.
스무 번째로 열리는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입니다.
[케이시 라티그/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 대표 : "그들은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영어로, 전 세계에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영어를 통해 세상 밖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탈북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대회 직전, 대기실에선 참가자들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요.
[김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좀 긴장됩니다. ((준비) 어느 정도 하셨어요?) 글쎄요. 계속 최대한 외워보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 번 읽고 쓴 영어 연설문을 다시금 펼쳐보는 상혁 씨는 2014년 북에서 온 피아니스트입니다.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오늘 어떤 주제로 발표하세요?) 탈북 피아니스트의 삶. 피아노 앞에 앉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으로 가득 차요. 하지만 영어를 말할 때는 부끄럽고 숨고 싶어져요."]
상혁 씨처럼 남한에 와서야 영어를 처음부터 배웠다는 10명의 참가자들.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북한 고아원에서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혜경 씨.
[이혜경/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내가 12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가 됐습니다. "]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이혜경/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고아원에서는) 어른들 대하듯 밤낮으로 우리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참가자들은 탈북민들이 남한의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김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남한)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내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김나연/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자유가 있긴 하지만 탈북민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준비에 열정을 보였던 효심 씨의 차례.
효심 씨는 북한 장애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북한에는 장애인 보호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탈북민들이 전하는 생생한 경험담은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루슬란 카츠/심사위원 :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탈북민들의) 용기와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외래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탈북민들에게 소중합니다."]
발표를 마친 상혁 씨와 효심 씨, 수진 씨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영어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한층 가까워집니다.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한국에 오니까 진짜 콩글리시가 너무 많잖아요. 어떤 게 가장 어려웠어요?"]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이게 차라리 콩글리시 말고 영어 스펠링으로 하면 바로 기억되는데 (한국어로 영어를 적으니까) 이걸 왜 이렇게 하지..."]
남한에서 처음 접했던 외래어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효심 씨.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보디워시'라고 부르는 걸 북한에선 '몸물비누'라고 부르거든요. 이렇게 단어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10년 전, 한국에 도착한 뒤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상혁 씨는 누구보다 영어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제가 서울대 들어가서 졸업하려고 하니까 영어 점수를 요구하더라고요. 한마디로 초·중(단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 같아요."]
갈수록 영어의 중요성을 실감한다는 수진 씨의 노트입니다.
단어와 문장을 아직도 암기한다는 수진 씨의 노트엔 영어가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게 된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
[김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무작정 외우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일단 단어부터 외우고, 여기에 쓰고 외우고 다른 종이에 또 쓰고 이렇게 해서 외웠던 것 같아요."]
사선을 넘어 남한에 도착한 이후, '영어'라는 뜻밖의 장벽을 만난 탈북민들.
이날 영어 말하기 대회에선 모든 참가자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는데요.
[김나연/영어 말하기 대회 대상 수상자 :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아픔이나 힘듦이나 고된 삶들을 내가 조금이라도 설명해 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전하는 이야기가 보다 넓은 세계에 울림이 되고, 영어로 이루고자 하는 미래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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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9-07 08:31:04
- 수정2024-09-07 08: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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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언어입니다.
특히 거리의 간판이나 음식점 메뉴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외래어는 탈북민들에게 정착의 난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 열심인 탈북민들도 많은데요.
최근엔 이들을 위한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탈북민들은 영어를 어떻게, 왜 배우게 됐을까요?
영어를 통해 북한을 전 세계에 알리고, 미래를 꿈꾸기도 하는 탈북민들을 장예진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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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또래처럼 창창한 앞날을 기대하며, 남한살이를 희망했던 청년.
[맹효심/탈북민 : "(남한에서는)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유가 있잖아요."]
17살의 나이로 낯선 남한 땅에 첫발을 내딛었던 23살 효심 씨입니다.
고향이 양강도인 효심 씨는 6년 전인 2018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현재는 서울에서 북한인권활동가로 활동 중인데요.
[맹효심/북한인권활동가 : "제 어머니가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게 됐는데요. 북한에도 장애인들이 많잖아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이렇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북한 장애인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게 있다고 합니다.
[맹효심/북한인권활동가 : "영어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사람들이 그래도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영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효심 씨가 영어를 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이곳은 지난 10년간,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에게 영어를 교육해 온 민간단체입니다.
[케이시 라티그/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 대표 : "영어 말하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입니다. 지금까지 약 600명의 탈북민들이 1,200명가량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이날은 미국에서 방문한 효심 씨의 영어 멘토, 폴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효심 씨는 지난 5년간 멘토와 일대일 화상수업을 통해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T' 발음을 더 명확하게 '체계적인.' (체계적인...)"]
폴 씨는 효심 씨를 통해 북한 사회와 주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폴 루체로/탈북민 영어 멘토 : "그 나라(북한)에서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일들을 보며, 저도 조금이나마 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는 분단의 현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이 세상과 소통에 나선 현장에 함께 가보시죠."]
효심 씨를 비롯한 탈북민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영어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 모였습니다.
스무 번째로 열리는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입니다.
[케이시 라티그/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 대표 : "그들은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영어로, 전 세계에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영어를 통해 세상 밖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탈북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대회 직전, 대기실에선 참가자들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요.
[김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좀 긴장됩니다. ((준비) 어느 정도 하셨어요?) 글쎄요. 계속 최대한 외워보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 번 읽고 쓴 영어 연설문을 다시금 펼쳐보는 상혁 씨는 2014년 북에서 온 피아니스트입니다.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오늘 어떤 주제로 발표하세요?) 탈북 피아니스트의 삶. 피아노 앞에 앉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으로 가득 차요. 하지만 영어를 말할 때는 부끄럽고 숨고 싶어져요."]
상혁 씨처럼 남한에 와서야 영어를 처음부터 배웠다는 10명의 참가자들.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북한 고아원에서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혜경 씨.
[이혜경/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내가 12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가 됐습니다. "]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이혜경/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고아원에서는) 어른들 대하듯 밤낮으로 우리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참가자들은 탈북민들이 남한의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김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남한)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내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김나연/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자유가 있긴 하지만 탈북민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준비에 열정을 보였던 효심 씨의 차례.
효심 씨는 북한 장애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북한에는 장애인 보호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탈북민들이 전하는 생생한 경험담은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루슬란 카츠/심사위원 :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탈북민들의) 용기와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외래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탈북민들에게 소중합니다."]
발표를 마친 상혁 씨와 효심 씨, 수진 씨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영어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한층 가까워집니다.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한국에 오니까 진짜 콩글리시가 너무 많잖아요. 어떤 게 가장 어려웠어요?"]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이게 차라리 콩글리시 말고 영어 스펠링으로 하면 바로 기억되는데 (한국어로 영어를 적으니까) 이걸 왜 이렇게 하지..."]
남한에서 처음 접했던 외래어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효심 씨.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보디워시'라고 부르는 걸 북한에선 '몸물비누'라고 부르거든요. 이렇게 단어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10년 전, 한국에 도착한 뒤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상혁 씨는 누구보다 영어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제가 서울대 들어가서 졸업하려고 하니까 영어 점수를 요구하더라고요. 한마디로 초·중(단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 같아요."]
갈수록 영어의 중요성을 실감한다는 수진 씨의 노트입니다.
단어와 문장을 아직도 암기한다는 수진 씨의 노트엔 영어가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게 된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
[김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무작정 외우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일단 단어부터 외우고, 여기에 쓰고 외우고 다른 종이에 또 쓰고 이렇게 해서 외웠던 것 같아요."]
사선을 넘어 남한에 도착한 이후, '영어'라는 뜻밖의 장벽을 만난 탈북민들.
이날 영어 말하기 대회에선 모든 참가자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는데요.
[김나연/영어 말하기 대회 대상 수상자 :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아픔이나 힘듦이나 고된 삶들을 내가 조금이라도 설명해 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전하는 이야기가 보다 넓은 세계에 울림이 되고, 영어로 이루고자 하는 미래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익힐 때마다 이들의 꿈도 익어 가고 있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언어입니다.
특히 거리의 간판이나 음식점 메뉴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외래어는 탈북민들에게 정착의 난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 열심인 탈북민들도 많은데요.
최근엔 이들을 위한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탈북민들은 영어를 어떻게, 왜 배우게 됐을까요?
영어를 통해 북한을 전 세계에 알리고, 미래를 꿈꾸기도 하는 탈북민들을 장예진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여느 또래처럼 창창한 앞날을 기대하며, 남한살이를 희망했던 청년.
[맹효심/탈북민 : "(남한에서는)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유가 있잖아요."]
17살의 나이로 낯선 남한 땅에 첫발을 내딛었던 23살 효심 씨입니다.
고향이 양강도인 효심 씨는 6년 전인 2018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현재는 서울에서 북한인권활동가로 활동 중인데요.
[맹효심/북한인권활동가 : "제 어머니가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게 됐는데요. 북한에도 장애인들이 많잖아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이렇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북한 장애인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게 있다고 합니다.
[맹효심/북한인권활동가 : "영어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사람들이 그래도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영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효심 씨가 영어를 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이곳은 지난 10년간,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에게 영어를 교육해 온 민간단체입니다.
[케이시 라티그/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 대표 : "영어 말하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입니다. 지금까지 약 600명의 탈북민들이 1,200명가량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이날은 미국에서 방문한 효심 씨의 영어 멘토, 폴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효심 씨는 지난 5년간 멘토와 일대일 화상수업을 통해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T' 발음을 더 명확하게 '체계적인.' (체계적인...)"]
폴 씨는 효심 씨를 통해 북한 사회와 주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폴 루체로/탈북민 영어 멘토 : "그 나라(북한)에서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일들을 보며, 저도 조금이나마 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는 분단의 현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이 세상과 소통에 나선 현장에 함께 가보시죠."]
효심 씨를 비롯한 탈북민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영어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 모였습니다.
스무 번째로 열리는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입니다.
[케이시 라티그/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 대표 : "그들은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영어로, 전 세계에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영어를 통해 세상 밖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탈북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대회 직전, 대기실에선 참가자들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요.
[김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좀 긴장됩니다. ((준비) 어느 정도 하셨어요?) 글쎄요. 계속 최대한 외워보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 번 읽고 쓴 영어 연설문을 다시금 펼쳐보는 상혁 씨는 2014년 북에서 온 피아니스트입니다.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오늘 어떤 주제로 발표하세요?) 탈북 피아니스트의 삶. 피아노 앞에 앉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으로 가득 차요. 하지만 영어를 말할 때는 부끄럽고 숨고 싶어져요."]
상혁 씨처럼 남한에 와서야 영어를 처음부터 배웠다는 10명의 참가자들.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북한 고아원에서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혜경 씨.
[이혜경/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내가 12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가 됐습니다. "]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이혜경/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고아원에서는) 어른들 대하듯 밤낮으로 우리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참가자들은 탈북민들이 남한의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김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남한)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내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김나연/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자유가 있긴 하지만 탈북민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준비에 열정을 보였던 효심 씨의 차례.
효심 씨는 북한 장애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북한에는 장애인 보호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탈북민들이 전하는 생생한 경험담은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루슬란 카츠/심사위원 :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탈북민들의) 용기와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외래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탈북민들에게 소중합니다."]
발표를 마친 상혁 씨와 효심 씨, 수진 씨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영어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한층 가까워집니다.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한국에 오니까 진짜 콩글리시가 너무 많잖아요. 어떤 게 가장 어려웠어요?"]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이게 차라리 콩글리시 말고 영어 스펠링으로 하면 바로 기억되는데 (한국어로 영어를 적으니까) 이걸 왜 이렇게 하지..."]
남한에서 처음 접했던 외래어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효심 씨.
[맹효심/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보디워시'라고 부르는 걸 북한에선 '몸물비누'라고 부르거든요. 이렇게 단어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10년 전, 한국에 도착한 뒤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상혁 씨는 누구보다 영어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황상혁/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제가 서울대 들어가서 졸업하려고 하니까 영어 점수를 요구하더라고요. 한마디로 초·중(단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 같아요."]
갈수록 영어의 중요성을 실감한다는 수진 씨의 노트입니다.
단어와 문장을 아직도 암기한다는 수진 씨의 노트엔 영어가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게 된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
[김수진/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 "무작정 외우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일단 단어부터 외우고, 여기에 쓰고 외우고 다른 종이에 또 쓰고 이렇게 해서 외웠던 것 같아요."]
사선을 넘어 남한에 도착한 이후, '영어'라는 뜻밖의 장벽을 만난 탈북민들.
이날 영어 말하기 대회에선 모든 참가자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는데요.
[김나연/영어 말하기 대회 대상 수상자 :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아픔이나 힘듦이나 고된 삶들을 내가 조금이라도 설명해 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전하는 이야기가 보다 넓은 세계에 울림이 되고, 영어로 이루고자 하는 미래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익힐 때마다 이들의 꿈도 익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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