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로켓배송 연료가 됐다”…연이은 ‘쿠팡 노동자’ 사망

입력 2024.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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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새벽 2시 10분쯤, 경기도에 있는 쿠팡 시흥2캠프에서 밤샘 노동을 하던 49살 김명규 씨가 쓰러져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신선식품을 담는 보냉 가방, 이른바 '프레시백'을 랩핑하는 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대로 숨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김 씨 아내는 오늘(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 자리엔 지난 5월 쿠팡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숨진 41살 고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도 함께 참석했습니다.

[연관 기사] 쿠팡 ‘주6일 새벽배송’에 가려진…“위험한 ○○·○○ 야간노동”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49585

■ 아내와 함께 야간 알바하다 숨져…"2인분 일을 시켰다"

22년 경력의 설계 감리기업 현장 관리자인 김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휴일을 이용해 아내와 함께 쿠팡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8월 12일과 17일, 그리고 사고가 난 18일까지 모두 세 차례였습니다.

18일엔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근무할 예정이었는데, 업무 시작 2시간여 만에 김 씨가 쓰러졌습니다.

김 씨의 아내 우다경 씨는 남편이 쓰러지던 순간에도 밀려오는 프레시백 탓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우 씨는 "(누가 쓰러졌다는 소리에) 신경이 쓰이는데 가방이 밀려서 이게 겹치면 또 잘못하면 욕을 먹겠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그냥 일을 했다"며 "가보니까 저희 남편이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쿠팡에서는 본인들 잘못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틀밖에 일을 하지 않았다, 1~2시간밖에 일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전혀 잘못이 없다고 저희에게 그냥 떠넘겼다"며 "너무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의 사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아내 우 씨는 김 씨에게 특별한 지병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우 씨는 사고가 난 그날, 김 씨가 부족한 근무 인원 탓에 '2인분'의 일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 씨는 "꼭 사과를 받고 싶다"며 "두 사람 할 일을 저희 남편 한 사람에게 시킨 것이 잘못이 아니면 어떤 것이 잘못이고,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일을 시킨 게 잘못이 아니면 어떤 것이 잘못이고, 관리를 소홀히 해서 아르바이트생들한테만 맡겨놓고 일을 시킨 게 잘못이 아니면 어떤 것이 잘못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씨가 숨진 시흥2캠프에선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50분쯤에도 택배 분류 작업을 하던 50대 일용직 이 모 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가 119 구조대의 응급처치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지난 7월 18일엔 제주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노동자 조 모 씨가 숨졌고, 또 다른 심야배송 노동자 1명이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지난달 1일에는 가구·가전제품 ‘로켓설치’ 대리점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고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왼쪽)와 고 김명규 씨의 아내 우다경 씨(오른쪽)가 오늘(9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과 쿠팡 측의 사과를 촉구했다.고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왼쪽)와 고 김명규 씨의 아내 우다경 씨(오른쪽)가 오늘(9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과 쿠팡 측의 사과를 촉구했다.

■ "쿠팡 로켓배송의 연료가 됐다"…유족·대책위, 정부와 국회에 역할 촉구

지난 5월 쿠팡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숨진 고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는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 아들이 갑자기 가족들의 곁을 떠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쿠팡은 오늘까지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그동안 쿠팡의 무리한 작업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더 많은 노동자의 희생이, 죽음이 계속될 것이라 외쳐왔지만 쿠팡은 귀를 닫고 있다"며 "21세기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참사를 이대로 방치해야만 하느냐"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제 아들이 죽고 난 후 손자의 친구들이 '너희 아빠는 로켓 배송의 연료가 되었다'고 한 말이 다시 생각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쿠팡의 악한 태도"라고 했습니다.

정 씨는 "무도한 쿠팡의 참사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쿠팡 청문회가 필요하다"며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온 국민들에게 알리고 무엇 때문에 노동자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오늘(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 합동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고용노동부를 향해 쿠팡 산재사고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오늘(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 합동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고용노동부를 향해 쿠팡 산재사고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강규혁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나도 쿠팡에서 일하다가 죽을 것 같았다, 쿠팡에서 매년 사망 기사가 나는데 변하는 게 왜 없느냐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며 쿠팡 측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또 고용노동부를 향해선 "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쓰러지고 또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면 가장 먼저 달려가서 살피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존재가 정부, 고용노동부 아니냐"며 "하물며 쿠팡의 탈법적 불법적 운영을 각계각층에서 지적하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엄하게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강 공동대표는 쿠팡을 상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가 합동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또 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강민욱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문제의 핵심은 쿠팡의 노동 환경과 산재 사고들이 전부 제대로 확인되지 못하고 감춰져 있다는 것"이라며 쿠팡에 대한 국회 환노위, 국토위 합동청문회가 절실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대책위는 오늘 저녁 7시 국회 앞에서 '택배노동자 건강권·노동권 쟁취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습니다.

■ 쿠팡 "부검 확인 없이 과로사 주장에 유감…충분한 인원 근무"

쿠팡CLS 측은 고 김명규 씨 사망에 대해 오늘 KBS에 밝힌 입장을 통해 "부검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검 결과 확인 없이 다른 회사 재직 중 휴일에 총 3회 아르바이트하신 분이 CLS 업무로 과로사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업무 인원은 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정해진 투입 인원이 있는 것이 아니며 당일 평소 이상의 충분한 인원이 업무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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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9 1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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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새벽 2시 10분쯤, 경기도에 있는 쿠팡 시흥2캠프에서 밤샘 노동을 하던 49살 김명규 씨가 쓰러져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신선식품을 담는 보냉 가방, 이른바 '프레시백'을 랩핑하는 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대로 숨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김 씨 아내는 오늘(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 자리엔 지난 5월 쿠팡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숨진 41살 고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도 함께 참석했습니다.

[연관 기사] 쿠팡 ‘주6일 새벽배송’에 가려진…“위험한 ○○·○○ 야간노동”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49585

■ 아내와 함께 야간 알바하다 숨져…"2인분 일을 시켰다"

22년 경력의 설계 감리기업 현장 관리자인 김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휴일을 이용해 아내와 함께 쿠팡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8월 12일과 17일, 그리고 사고가 난 18일까지 모두 세 차례였습니다.

18일엔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근무할 예정이었는데, 업무 시작 2시간여 만에 김 씨가 쓰러졌습니다.

김 씨의 아내 우다경 씨는 남편이 쓰러지던 순간에도 밀려오는 프레시백 탓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우 씨는 "(누가 쓰러졌다는 소리에) 신경이 쓰이는데 가방이 밀려서 이게 겹치면 또 잘못하면 욕을 먹겠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그냥 일을 했다"며 "가보니까 저희 남편이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쿠팡에서는 본인들 잘못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틀밖에 일을 하지 않았다, 1~2시간밖에 일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전혀 잘못이 없다고 저희에게 그냥 떠넘겼다"며 "너무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의 사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아내 우 씨는 김 씨에게 특별한 지병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우 씨는 사고가 난 그날, 김 씨가 부족한 근무 인원 탓에 '2인분'의 일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 씨는 "꼭 사과를 받고 싶다"며 "두 사람 할 일을 저희 남편 한 사람에게 시킨 것이 잘못이 아니면 어떤 것이 잘못이고,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일을 시킨 게 잘못이 아니면 어떤 것이 잘못이고, 관리를 소홀히 해서 아르바이트생들한테만 맡겨놓고 일을 시킨 게 잘못이 아니면 어떤 것이 잘못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씨가 숨진 시흥2캠프에선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50분쯤에도 택배 분류 작업을 하던 50대 일용직 이 모 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가 119 구조대의 응급처치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지난 7월 18일엔 제주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노동자 조 모 씨가 숨졌고, 또 다른 심야배송 노동자 1명이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지난달 1일에는 가구·가전제품 ‘로켓설치’ 대리점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고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왼쪽)와 고 김명규 씨의 아내 우다경 씨(오른쪽)가 오늘(9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과 쿠팡 측의 사과를 촉구했다.
■ "쿠팡 로켓배송의 연료가 됐다"…유족·대책위, 정부와 국회에 역할 촉구

지난 5월 쿠팡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숨진 고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는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 아들이 갑자기 가족들의 곁을 떠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쿠팡은 오늘까지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그동안 쿠팡의 무리한 작업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더 많은 노동자의 희생이, 죽음이 계속될 것이라 외쳐왔지만 쿠팡은 귀를 닫고 있다"며 "21세기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참사를 이대로 방치해야만 하느냐"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제 아들이 죽고 난 후 손자의 친구들이 '너희 아빠는 로켓 배송의 연료가 되었다'고 한 말이 다시 생각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쿠팡의 악한 태도"라고 했습니다.

정 씨는 "무도한 쿠팡의 참사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쿠팡 청문회가 필요하다"며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온 국민들에게 알리고 무엇 때문에 노동자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오늘(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 합동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고용노동부를 향해 쿠팡 산재사고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강규혁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나도 쿠팡에서 일하다가 죽을 것 같았다, 쿠팡에서 매년 사망 기사가 나는데 변하는 게 왜 없느냐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며 쿠팡 측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또 고용노동부를 향해선 "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쓰러지고 또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면 가장 먼저 달려가서 살피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존재가 정부, 고용노동부 아니냐"며 "하물며 쿠팡의 탈법적 불법적 운영을 각계각층에서 지적하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엄하게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강 공동대표는 쿠팡을 상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가 합동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또 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강민욱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문제의 핵심은 쿠팡의 노동 환경과 산재 사고들이 전부 제대로 확인되지 못하고 감춰져 있다는 것"이라며 쿠팡에 대한 국회 환노위, 국토위 합동청문회가 절실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대책위는 오늘 저녁 7시 국회 앞에서 '택배노동자 건강권·노동권 쟁취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습니다.

■ 쿠팡 "부검 확인 없이 과로사 주장에 유감…충분한 인원 근무"

쿠팡CLS 측은 고 김명규 씨 사망에 대해 오늘 KBS에 밝힌 입장을 통해 "부검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검 결과 확인 없이 다른 회사 재직 중 휴일에 총 3회 아르바이트하신 분이 CLS 업무로 과로사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업무 인원은 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정해진 투입 인원이 있는 것이 아니며 당일 평소 이상의 충분한 인원이 업무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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