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카트의 해결사’ 손흥민이 위기의 한국 축구에 던진 3가지 메시지

입력 2024.09.11 (16:37) 수정 2024.09.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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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다시 한번 캡틴 손흥민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했다. 1골 2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경기 MVP에 선정됐고, 현지 중계방송 매체의 인터뷰뿐 아니라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 선수로 참석해 홍명보 감독과 함께 소감을 밝히는 기회를 가졌다. 손흥민은 평소 머릿속에 담아놨던 축구대표팀, 그리고 한국 축구에 대한 생각을 차분하게 밝혀 시선을 끌었다.

■ 한국 축구 경기장 잔디 관리 시급

손흥민은 주관 방송사인 KBS와 그라운드 플래시 인터뷰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가장 먼저 잔디 이야기를 화두로 던졌다. 손흥민은 "일단 그라운드 상태가 너무 좋아서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 더 자신 있게 한 것 같다. 이런 부분이 홈 경기장에서도 계속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팔레스타인과 홈경기에 이어서 다시 한번 손흥민의 소신이 강조된 발언이었다. 팔레스타인전 0-0 무승부에 대해 다양한 각도의 비판이 가능하지만 빼놓지 말고 지적되어야 할 건 역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논두렁 잔디' 문제다. 당시 경기와 비교해 보면,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의 패스와 드리블은 달라졌다. 이강인의 드리블과 땅을 찍어 차는 듯한 크로스 킥은 조금 더 경쾌해졌고, 손흥민의 결승 골 역시 문전에서 세밀한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최영일 국가대표 전력 강화 위원장은 경기 하루 전 KBS 취재진과 만나 "잔디가 좋으면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격차가 훨씬 크게 벌어진다"며 오만전 태극전사들이 나은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21년 전 '오만 쇼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술탄 카부스 경기장은 사실 전체적인 시설은 좋지 않은 편이다. 육상 트랙이 깔린 종합운동장이고, 관중 편의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잔디 역시 유럽 빅리그의 녹색 잔디만큼 최고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똑같은 한국 축구의 성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내 축구장 잔디는 해당 구장에서 홈경기 하는 프로축구 구단과 시설관리 측의 문제로 다뤄졌지만, 이제는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신경 써야 할 문제로 확대됐다. 아시아 축구 평준화가 이뤄진 지금, 홈경기장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한국 축구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원팀'은 행동에서 나온다.

손흥민이 천금 같은 결승 골을 터트린 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약 100명 정도가 모여있는 원정 팬 응원석이 아니었다. 그는 골을 넣자마자 교체 투입을 위해 워밍업 존에서 몸을 풀고 있던 대표팀의 후보 선수들에게 달려갔다. 몸을 풀며 가슴 졸이고 있던 후보 선수들은 마치 본인이 골을 넣은 듯 기뻐하며 손흥민에게 우르르 달려가 얼싸안았다.

진정한 강팀은 베스트11과 벤치 멤버가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전력이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치는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막강하다. 하지만 워낙 개성이 강한 선수들의 집합체이다 보니 팀워크가 약하다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실제로 팀워크의 문제는 성적으로 연결되는 최악의 상황도 나왔다.

행동으로 '원팀 정신'을 강조한 손흥민은 경기 직후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승리하려면 많은 희생과 노력이 동반돼야 하는데, 오늘 모든 선수가 그런 측면에서 하나가 돼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공을 동료 선수들에게 먼저 돌렸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팔레스타인전 직후 후배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줬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대표팀이라는 자리에 부담을 갖는 선수가 있는데, 당연히 책임감은 다 가지겠지만 한 경기가 끝난 것이니 고개 숙일 필요 없다고 많이 말해줬다"면서 "우리에게는 이제 (3차 예선) 8경기가 남았는데, 인생 최고의 경기를 할 기회가 8번 남아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자신 있게 한다면 충분히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아시아 축구의 동반 성장 '방심은 금물'

손흥민이 오만 원정에서 강조한 또 다른 메시지는 아시아 축구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승리 소감을 묻자 먼저 오만에 대한 칭찬부터 내놨다. 손흥민은 "오만이라는 나라에 처음 와봤다. 오만 팀에 큰 존경심을 보낸다. 아시아 축구가 발전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첫 득점왕다운 품격이 돋보인 발언이었다. 현장에는 한국 기자뿐 아니라 오만 취재진도 상당수 있었는데 손흥민의 이 같은 답변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발언 이면에는 북중미월드컵 본선행이 험난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이미 지난 아시안컵에서 증명됐듯,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가 최근 양적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라는 뜻이다. 3-1 넉넉한 점수 차로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주민규의 골은 16분간 이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터졌다. 실제로 오만과 한국의 격차는 한 골 차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손흥민은 "아시아 팀이 정말 발전한 것 같아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참 뿌듯하다. 이런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수 있어 좋다"며 "우리도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가진 기량을 100% 뽑아내야 한다"며 내년 6월까지 계속되는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대장정에 대한 굳은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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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다시 한번 캡틴 손흥민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했다. 1골 2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경기 MVP에 선정됐고, 현지 중계방송 매체의 인터뷰뿐 아니라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 선수로 참석해 홍명보 감독과 함께 소감을 밝히는 기회를 가졌다. 손흥민은 평소 머릿속에 담아놨던 축구대표팀, 그리고 한국 축구에 대한 생각을 차분하게 밝혀 시선을 끌었다.

■ 한국 축구 경기장 잔디 관리 시급

손흥민은 주관 방송사인 KBS와 그라운드 플래시 인터뷰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가장 먼저 잔디 이야기를 화두로 던졌다. 손흥민은 "일단 그라운드 상태가 너무 좋아서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 더 자신 있게 한 것 같다. 이런 부분이 홈 경기장에서도 계속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팔레스타인과 홈경기에 이어서 다시 한번 손흥민의 소신이 강조된 발언이었다. 팔레스타인전 0-0 무승부에 대해 다양한 각도의 비판이 가능하지만 빼놓지 말고 지적되어야 할 건 역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논두렁 잔디' 문제다. 당시 경기와 비교해 보면,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의 패스와 드리블은 달라졌다. 이강인의 드리블과 땅을 찍어 차는 듯한 크로스 킥은 조금 더 경쾌해졌고, 손흥민의 결승 골 역시 문전에서 세밀한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최영일 국가대표 전력 강화 위원장은 경기 하루 전 KBS 취재진과 만나 "잔디가 좋으면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격차가 훨씬 크게 벌어진다"며 오만전 태극전사들이 나은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21년 전 '오만 쇼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술탄 카부스 경기장은 사실 전체적인 시설은 좋지 않은 편이다. 육상 트랙이 깔린 종합운동장이고, 관중 편의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잔디 역시 유럽 빅리그의 녹색 잔디만큼 최고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똑같은 한국 축구의 성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내 축구장 잔디는 해당 구장에서 홈경기 하는 프로축구 구단과 시설관리 측의 문제로 다뤄졌지만, 이제는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신경 써야 할 문제로 확대됐다. 아시아 축구 평준화가 이뤄진 지금, 홈경기장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한국 축구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원팀'은 행동에서 나온다.

손흥민이 천금 같은 결승 골을 터트린 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약 100명 정도가 모여있는 원정 팬 응원석이 아니었다. 그는 골을 넣자마자 교체 투입을 위해 워밍업 존에서 몸을 풀고 있던 대표팀의 후보 선수들에게 달려갔다. 몸을 풀며 가슴 졸이고 있던 후보 선수들은 마치 본인이 골을 넣은 듯 기뻐하며 손흥민에게 우르르 달려가 얼싸안았다.

진정한 강팀은 베스트11과 벤치 멤버가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전력이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치는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막강하다. 하지만 워낙 개성이 강한 선수들의 집합체이다 보니 팀워크가 약하다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실제로 팀워크의 문제는 성적으로 연결되는 최악의 상황도 나왔다.

행동으로 '원팀 정신'을 강조한 손흥민은 경기 직후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승리하려면 많은 희생과 노력이 동반돼야 하는데, 오늘 모든 선수가 그런 측면에서 하나가 돼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공을 동료 선수들에게 먼저 돌렸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팔레스타인전 직후 후배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줬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대표팀이라는 자리에 부담을 갖는 선수가 있는데, 당연히 책임감은 다 가지겠지만 한 경기가 끝난 것이니 고개 숙일 필요 없다고 많이 말해줬다"면서 "우리에게는 이제 (3차 예선) 8경기가 남았는데, 인생 최고의 경기를 할 기회가 8번 남아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자신 있게 한다면 충분히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아시아 축구의 동반 성장 '방심은 금물'

손흥민이 오만 원정에서 강조한 또 다른 메시지는 아시아 축구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승리 소감을 묻자 먼저 오만에 대한 칭찬부터 내놨다. 손흥민은 "오만이라는 나라에 처음 와봤다. 오만 팀에 큰 존경심을 보낸다. 아시아 축구가 발전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첫 득점왕다운 품격이 돋보인 발언이었다. 현장에는 한국 기자뿐 아니라 오만 취재진도 상당수 있었는데 손흥민의 이 같은 답변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발언 이면에는 북중미월드컵 본선행이 험난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이미 지난 아시안컵에서 증명됐듯,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가 최근 양적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라는 뜻이다. 3-1 넉넉한 점수 차로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주민규의 골은 16분간 이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터졌다. 실제로 오만과 한국의 격차는 한 골 차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손흥민은 "아시아 팀이 정말 발전한 것 같아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참 뿌듯하다. 이런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수 있어 좋다"며 "우리도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가진 기량을 100% 뽑아내야 한다"며 내년 6월까지 계속되는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대장정에 대한 굳은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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