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얼굴 없는 기부…‘노고록 아저씨’의 쌀 100포대

입력 2024.09.13 (14:48) 수정 2024.09.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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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심해도 추석은 왐수다. 모랑헌밥 해 잡수시고 건강하십시오."
(더위가 심해도 추석은 오고 있습니다. 잘 익은 밥 해 드시고 건강하십시오.)
2024.09.10. 노고록 아저씨

지난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에 트럭 1대가 도착했습니다. 트럭에는 쌀 100포대와 함께 '노고록 아저씨'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익명의 독지가가 약 300만 원 상당의 쌀을 기부한 건데 주민센터 직원들 누구도 놀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해마다 이어져 온 선행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또 왔구나' 생각한 직원들은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전할 생각에 흐믓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노고록 아저씨'의 선행은 올해로 25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설과 추석, 연말마다 10kg들이 쌀 100포대를 서홍동주민센터에 기탁했습니다.

제주어 '노고록'은 편안하고 여유롭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익명의 독지가에게 '노고록'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매번 '노고록하게 보내라'는 글귀를 함께 보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여유롭게 살기를 바란 겁니다.


끝끝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노고록 아저씨는 2년 전 서귀포시청 직원과의 만남에서 수년간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그는 "31살에 위암 말기 6개월 시한부 인생이 됐는데 주위 분들의 걱정과 위로 끝에 생명을 유지했고 투병 생활 10년이 되면서 이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할까 생각하던 중에 기부를 해서 도와드리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으로 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없는 처지에서 기부하게 되어 부끄럽고 죄송해서 자그마한 정성을 하는데 꼭 이름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조용히 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서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우리 주변에 보면 아직도 어려운 분들이 많이 살고 계셔서 서로서로 도우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기부 문화 확산과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오희경 서귀포시 서홍동장은 "노고록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나눔 문화가 서홍동 전역으로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주민센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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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년째 얼굴 없는 기부…‘노고록 아저씨’의 쌀 100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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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9-13 16: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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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심해도 추석은 오고 있습니다. 잘 익은 밥 해 드시고 건강하십시오.)
2024.09.10. 노고록 아저씨

지난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에 트럭 1대가 도착했습니다. 트럭에는 쌀 100포대와 함께 '노고록 아저씨'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익명의 독지가가 약 300만 원 상당의 쌀을 기부한 건데 주민센터 직원들 누구도 놀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해마다 이어져 온 선행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또 왔구나' 생각한 직원들은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전할 생각에 흐믓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노고록 아저씨'의 선행은 올해로 25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설과 추석, 연말마다 10kg들이 쌀 100포대를 서홍동주민센터에 기탁했습니다.

제주어 '노고록'은 편안하고 여유롭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익명의 독지가에게 '노고록'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매번 '노고록하게 보내라'는 글귀를 함께 보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여유롭게 살기를 바란 겁니다.


끝끝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노고록 아저씨는 2년 전 서귀포시청 직원과의 만남에서 수년간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그는 "31살에 위암 말기 6개월 시한부 인생이 됐는데 주위 분들의 걱정과 위로 끝에 생명을 유지했고 투병 생활 10년이 되면서 이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할까 생각하던 중에 기부를 해서 도와드리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으로 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없는 처지에서 기부하게 되어 부끄럽고 죄송해서 자그마한 정성을 하는데 꼭 이름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조용히 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서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우리 주변에 보면 아직도 어려운 분들이 많이 살고 계셔서 서로서로 도우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기부 문화 확산과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오희경 서귀포시 서홍동장은 "노고록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나눔 문화가 서홍동 전역으로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주민센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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