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태양광 예산 전액 삭감…“도지사 성과 위한 빚 폭탄 돌리기”

입력 2024.09.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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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 (2026년까지) 경기도 공공기관이 쓰는 전기는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RE100 정책은 김동연 지사의 역점 사업 중 하나입니다. 의정부에 있는 북부청사가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건물 옥상, 주차장 유휴부지에 36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공공기관 RE100 1호 발전소'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의회가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경기도가 북부청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예산 12억 원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했는데,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액 삭감했습니다. 경기도는 이 예산으로 내년 5월까지 주차장 2,076㎡에 442kW 규모의 발전설비를 추가로 설치해, 내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0%로 높일 계획이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월 북부청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현장을 방문한 모습.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월 북부청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현장을 방문한 모습.

기후 위기를 매일 체감하는 요즘, 기후 정책 예산이 삭감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기도의회는 이 예산이 추경예산안 지역개발기금으로 편성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지역개발기금은 지역 개발 목적의 사업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반 회계와 별도로 운영되는 기금입니다. 그래서 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에 제한이 있습니다.

경기도 지역개발기금 설치 조례

제16조(융자 대상 사업)
1. 상·하수도 사업,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 도로건설사업 등 지역개발사업
2. 기금으로부터 융자받은 금액 및 이미 발행한 지방채의 상환을 위한 차환자금
3. 공동주택 노후배관 교체사업(상하수도에 한함)
4.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공공투자사업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사업
가. 경기도가 주무관청인 민간투자사업
나. 공공임대주택 사업
다.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육성 사업
라. 그밖에 도민 복리 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

'RE100 태양광 사업은 기금 목적에 맞지 않다'는 게 도의원들의 판단입니다. 국민의힘 이석균 의원은 12일 심의 과정에서 "지역개발기금은 지방공기업 및 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조성된 재원"이라며, "기금을 본래 목적에 맞게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희준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작년부터 예외적으로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재정 상황이 어려워 도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판단해 기금을 편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이 추가 경정으로 편성해야 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 아닌데도 도지사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편성됐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습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발표하는 모습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발표하는 모습

국민의힘 이혜원 의원은 재난기본소득을 예로 들어, "지역개발기금이 도지사의 단기 성과를 위한 빚 폭탄 돌리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제안으로 1인당 10만 원씩 2차례에 걸쳐 모든 경기도민에게 지급됐습니다.

이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이 바로 지역개발기금에서 나왔습니다. 경기도는 2020년과 2021년 지역개발기금으로부터 약 1조 5천억 원을 융자했는데, 이는 기금의 예탁금 약 2조 8천억 원의 54%에 해당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으로 끌어왔던 지역개발기금 융자금 상환은, 또다시 경기도 예산으로 충당하게 됩니다. 재난기본소득 융자금 약 1조 5천억을 이자까지 포함해 올해부터 2029년까지 경기도민의 세금을 통해 갚으면서,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기금으로부터 재원을 융자하는 것은 생색은 현 도지사가 내고 책임은 미래 도지사가 지는 ‘무책임한 빚 폭탄 돌리기’”라고 꼬집었습니다. 지역개발기금을 통해 현 도지사가 정치적 성과는 챙겨가고 재정 부담은 다음 도지사로 떠넘기는 게 관습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기금이 지사의 성과 사업의 돈주머니로 전락했다"라고도 했습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 과연 모두 좋은 정책일까요? 한번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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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 (2026년까지) 경기도 공공기관이 쓰는 전기는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RE100 정책은 김동연 지사의 역점 사업 중 하나입니다. 의정부에 있는 북부청사가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건물 옥상, 주차장 유휴부지에 36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공공기관 RE100 1호 발전소'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의회가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경기도가 북부청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예산 12억 원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했는데,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액 삭감했습니다. 경기도는 이 예산으로 내년 5월까지 주차장 2,076㎡에 442kW 규모의 발전설비를 추가로 설치해, 내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0%로 높일 계획이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월 북부청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현장을 방문한 모습.
기후 위기를 매일 체감하는 요즘, 기후 정책 예산이 삭감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기도의회는 이 예산이 추경예산안 지역개발기금으로 편성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지역개발기금은 지역 개발 목적의 사업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반 회계와 별도로 운영되는 기금입니다. 그래서 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에 제한이 있습니다.

경기도 지역개발기금 설치 조례

제16조(융자 대상 사업)
1. 상·하수도 사업,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 도로건설사업 등 지역개발사업
2. 기금으로부터 융자받은 금액 및 이미 발행한 지방채의 상환을 위한 차환자금
3. 공동주택 노후배관 교체사업(상하수도에 한함)
4.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공공투자사업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사업
가. 경기도가 주무관청인 민간투자사업
나. 공공임대주택 사업
다.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육성 사업
라. 그밖에 도민 복리 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

'RE100 태양광 사업은 기금 목적에 맞지 않다'는 게 도의원들의 판단입니다. 국민의힘 이석균 의원은 12일 심의 과정에서 "지역개발기금은 지방공기업 및 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조성된 재원"이라며, "기금을 본래 목적에 맞게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희준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작년부터 예외적으로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재정 상황이 어려워 도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판단해 기금을 편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이 추가 경정으로 편성해야 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 아닌데도 도지사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편성됐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습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발표하는 모습
국민의힘 이혜원 의원은 재난기본소득을 예로 들어, "지역개발기금이 도지사의 단기 성과를 위한 빚 폭탄 돌리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제안으로 1인당 10만 원씩 2차례에 걸쳐 모든 경기도민에게 지급됐습니다.

이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이 바로 지역개발기금에서 나왔습니다. 경기도는 2020년과 2021년 지역개발기금으로부터 약 1조 5천억 원을 융자했는데, 이는 기금의 예탁금 약 2조 8천억 원의 54%에 해당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으로 끌어왔던 지역개발기금 융자금 상환은, 또다시 경기도 예산으로 충당하게 됩니다. 재난기본소득 융자금 약 1조 5천억을 이자까지 포함해 올해부터 2029년까지 경기도민의 세금을 통해 갚으면서,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기금으로부터 재원을 융자하는 것은 생색은 현 도지사가 내고 책임은 미래 도지사가 지는 ‘무책임한 빚 폭탄 돌리기’”라고 꼬집었습니다. 지역개발기금을 통해 현 도지사가 정치적 성과는 챙겨가고 재정 부담은 다음 도지사로 떠넘기는 게 관습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기금이 지사의 성과 사업의 돈주머니로 전락했다"라고도 했습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 과연 모두 좋은 정책일까요? 한번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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