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곤란 ‘스티로폼 부표’…해양 오염 주범

입력 2024.09.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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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모래사장 하얀 알갱이들 정체는?

남해안 동쪽 끝단, 경남 거제시 흥남해수욕장.
고운 모래사장에 서핑과 캠핑 명소로 많은 주민과 관광객이 찾는 곳입니다.
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 모래사장을 둘러봤습니다.
해변에는 하얀 알갱이들이 가득합니다.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스티로폼' 찌꺼기들입니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넓게 퍼져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넓게 퍼져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

■ 거제 동북부 해안 '스티로폼 핫스폿'

해안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들, 낙동강 하류부터 떠내려온 폐기물과 인근 바다 양식장에서 버려진 '스티로폼 부표' 조각들이 바다를 떠돌다 해류를 타고 거제 동북부 해안에 안착한 겁니다.

이곳에서 8년째 서핑업체를 운영하는 조정희 씨는 일 년 내내 스티로폼 부표들이 떠밀려 오지만, 해류가 강한 여름이 특히 심하다고 합니다.
"스티로폼이 섬처럼 둥둥 떠다니다가 해변으로 한 번 들어오면 하루 이틀 청소를 해도 다 치울 수가 없어요. 깨끗한 스티로폼이 아니라 햇볕에 삭고 부산물들이 들러붙은 것들이라 보기도 안 좋고 악취가 나기도 합니다."

거제시 한 무인도 해변에 떠밀려온 스티로폼 부표 조각들거제시 한 무인도 해변에 떠밀려온 스티로폼 부표 조각들

■ 양식장 밀집 어촌 "감당 안 돼…마을이 쓰레기장"

미더덕 양식으로 이름난 경남 창원시 진동면, 마산만의 한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마을회관과 도로변 등 공터마다 어김없이 폐스티로폼 부표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심지어 야산도 부표들이 점령했습니다.
어항 선착장에도 뗏목마다 스티로폼 부표 더미가 한가득입니다.
방파제도 눈을 돌리는 곳마다 폐스티로폼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방파제 아래 바다를 보니, 하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알갱이들 사이사이 어린 물고기 떼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산만 어촌마을 야산에 버려진 대형 스티로폼 부표들마산만 어촌마을 야산에 버려진 대형 스티로폼 부표들

■ 수천만 개 스티로폼 부표 '쉽게 삭고 바스러져'

버려진 '스티로폼 부표'가 해안 경관을 해치고 해양 오염의 주범이 된 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남해안이 스티로폼 부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 무엇일까요?

국내 양식장 부표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5천500만 개 가량입니다. 이 가운데 72%가 스티로폼 재질입니다.
양식 어민들은 싸고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수십 년 동안 스티로폼 부표를 써왔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부서지는 게 문제입니다.
햇볕에 노출되면 쉽게 삭고, 파도에 바스러지기 일쑤입니다.
분해 과정에서는 화학물질과 미세 플라스틱이 대량 배출됩니다.

■ 스티로폼 알갱이 '먹거리 안전도 위협'

부산대 연구 결과, 남해안의 양식장 밀집 해안 4곳과 양식장이 없는 일반 해안 1곳을 비교했더니, 양식장 밀집 해안에서 유독성 난연제 성분이 압도적으로 높게 검출됐습니다.
스티로폼에는 쉽게 타지 않도록 난연제가 들어갑니다. BFR이란 화학물질인데, BFR 안에서도 유독성 성분으로 손꼽히는 HCBD가 양식장 밀집 해안에서는 95%, 일반 해안에서는 37% 함유됐습니다.
자연산 굴보다 양식장 굴에서 난연제 성분이 많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스티로폼 알갱이는 어류 아가미나 패류에도 쉽게 달라붙습니다.
부서진 스티로폼 부표가 우리 먹거리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는 겁니다.

선착장 뗏목에 쌓아놓은 스티로폼 부표 더미선착장 뗏목에 쌓아놓은 스티로폼 부표 더미

■ 신규 설치 막았지만…"수거·폐기 제대로 안 돼"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설치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문제는 기존 스티로폼 부표의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에는 대부분 따개비나 굴 같은 해양 생물이 들러붙어 있는데, 이렇게 오염된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어민들이 신규 플라스틱 부표 설치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스티로폼 부표를 반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규 플라스틱 부표 100개의 지원금을 받으려면, 100개의 기존 스티로폼 부표를 반납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수거하기에는 기존 스티로폼 부표의 양이 너무나 많습니다.
처리 시설과 홍보도 부족합니다.

김종명 한국해양쓰레기연구소장은 "어민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스티로폼 부표를 빼낼 때 그것을 가지고만 오면 정부에서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정보를 주고, 실제 행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적절한 처리에 참여하는 어민들에게 일정한 보상이라든지 유인책을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처리 시설 확충도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바다를 위협하고 있는 '스티로폼 부표', 이대로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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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치 곤란 ‘스티로폼 부표’…해양 오염 주범
    • 입력 2024-09-16 0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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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모래사장 하얀 알갱이들 정체는?

남해안 동쪽 끝단, 경남 거제시 흥남해수욕장.
고운 모래사장에 서핑과 캠핑 명소로 많은 주민과 관광객이 찾는 곳입니다.
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 모래사장을 둘러봤습니다.
해변에는 하얀 알갱이들이 가득합니다.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스티로폼' 찌꺼기들입니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넓게 퍼져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
■ 거제 동북부 해안 '스티로폼 핫스폿'

해안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들, 낙동강 하류부터 떠내려온 폐기물과 인근 바다 양식장에서 버려진 '스티로폼 부표' 조각들이 바다를 떠돌다 해류를 타고 거제 동북부 해안에 안착한 겁니다.

이곳에서 8년째 서핑업체를 운영하는 조정희 씨는 일 년 내내 스티로폼 부표들이 떠밀려 오지만, 해류가 강한 여름이 특히 심하다고 합니다.
"스티로폼이 섬처럼 둥둥 떠다니다가 해변으로 한 번 들어오면 하루 이틀 청소를 해도 다 치울 수가 없어요. 깨끗한 스티로폼이 아니라 햇볕에 삭고 부산물들이 들러붙은 것들이라 보기도 안 좋고 악취가 나기도 합니다."

거제시 한 무인도 해변에 떠밀려온 스티로폼 부표 조각들
■ 양식장 밀집 어촌 "감당 안 돼…마을이 쓰레기장"

미더덕 양식으로 이름난 경남 창원시 진동면, 마산만의 한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마을회관과 도로변 등 공터마다 어김없이 폐스티로폼 부표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심지어 야산도 부표들이 점령했습니다.
어항 선착장에도 뗏목마다 스티로폼 부표 더미가 한가득입니다.
방파제도 눈을 돌리는 곳마다 폐스티로폼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방파제 아래 바다를 보니, 하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알갱이들 사이사이 어린 물고기 떼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산만 어촌마을 야산에 버려진 대형 스티로폼 부표들
■ 수천만 개 스티로폼 부표 '쉽게 삭고 바스러져'

버려진 '스티로폼 부표'가 해안 경관을 해치고 해양 오염의 주범이 된 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남해안이 스티로폼 부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 무엇일까요?

국내 양식장 부표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5천500만 개 가량입니다. 이 가운데 72%가 스티로폼 재질입니다.
양식 어민들은 싸고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수십 년 동안 스티로폼 부표를 써왔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부서지는 게 문제입니다.
햇볕에 노출되면 쉽게 삭고, 파도에 바스러지기 일쑤입니다.
분해 과정에서는 화학물질과 미세 플라스틱이 대량 배출됩니다.

■ 스티로폼 알갱이 '먹거리 안전도 위협'

부산대 연구 결과, 남해안의 양식장 밀집 해안 4곳과 양식장이 없는 일반 해안 1곳을 비교했더니, 양식장 밀집 해안에서 유독성 난연제 성분이 압도적으로 높게 검출됐습니다.
스티로폼에는 쉽게 타지 않도록 난연제가 들어갑니다. BFR이란 화학물질인데, BFR 안에서도 유독성 성분으로 손꼽히는 HCBD가 양식장 밀집 해안에서는 95%, 일반 해안에서는 37% 함유됐습니다.
자연산 굴보다 양식장 굴에서 난연제 성분이 많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스티로폼 알갱이는 어류 아가미나 패류에도 쉽게 달라붙습니다.
부서진 스티로폼 부표가 우리 먹거리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는 겁니다.

선착장 뗏목에 쌓아놓은 스티로폼 부표 더미
■ 신규 설치 막았지만…"수거·폐기 제대로 안 돼"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설치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문제는 기존 스티로폼 부표의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에는 대부분 따개비나 굴 같은 해양 생물이 들러붙어 있는데, 이렇게 오염된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어민들이 신규 플라스틱 부표 설치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스티로폼 부표를 반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규 플라스틱 부표 100개의 지원금을 받으려면, 100개의 기존 스티로폼 부표를 반납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수거하기에는 기존 스티로폼 부표의 양이 너무나 많습니다.
처리 시설과 홍보도 부족합니다.

김종명 한국해양쓰레기연구소장은 "어민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스티로폼 부표를 빼낼 때 그것을 가지고만 오면 정부에서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정보를 주고, 실제 행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적절한 처리에 참여하는 어민들에게 일정한 보상이라든지 유인책을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처리 시설 확충도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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