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살인의 전조증상 ‘강압적 통제’ [시사기획창/죽어서야 헤어졌다]⑥

입력 2024.09.16 (17:00) 수정 2024.09.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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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죽어서야 헤어졌다' 중에서]

<인터뷰>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너무 중요해요. 이것만, 이 단계만 잘 거쳐나가면 피해자 사망하지 않습니다. 정말 확신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스러져가고 있는 그 여성들의 사건을 보고 들을 때마다 정말 다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다 살 수 있는 여자들이었다.

정말 막을 수 있는 단계가 있었을까?

전문가들과 판결문을 더 자세히 분석해 봤습니다.

일종의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이별 통보 등으로 시작되는 갈등의 초기 단계, 가해자는 자해위협 등으로 피해자와의 관계를 지속해보려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첫 경찰 신고도 주로 이 단계에서 이뤄집니다.

경찰 신고 뒤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으면 가해자는 더 심한 보복 폭행을 가하거나 스토킹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 단계까지도 접근금지 등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조처가 없으면, 살인 같은 치명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살인이 일어나기 전 폭행 등 다른 피해가 먼저 발생한 경우는 42%,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했던 경우도 전체 사건의 23%에 달했습니다.

폭행이나 피해자의 신고는 명백한 살인의 전조지만, 이 단계의 대응은 한계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하/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그 이전에도 계속 누적되고 지속 반복된 교제폭력이 살인까지 급속히 정말 빠르게 급속발전하는데 그 시간이 정말 한두 달 정말 짧다. 그래서 사실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게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거를 판결문을 보면서 많이 느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살인의 전조로서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통제 단계에 주목합니다.

<인터뷰>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떤 강압적인 행위를 강압적 통제라고 합니다. 친밀한 사이에서 있는 상대방에게 뭘 입을 것인지, 어디로 갈 건지, 누구를 만날 것인지 무슨 일을 할 건지, 언제 귀가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다 상대방이 결정해주는 것을 얘기해요. 상대방의 주체는 하나도 없고 내가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명령하고 지시하고 그것에 대해서 순종하도록 계속 요구하는 거, 이거를 강압적 통제라고 얘기합니다.

상당수 교제 살인 판결문에서 가시적 폭력이 나타나기 이전에 '강압적 통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허민숙/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내가 누굴 만날 건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 할 건지를 상대방한테 다 보고해야 되고 다 지시를 받아야 해요. 이런 생활을 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다, 수용하기 어렵다.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이제 헤어지고 싶어, 맞지 않는 것 같아 이런 얘기를 했을 때 가장 많이 살해당하는 거. 그래서 강압적 통제가 특히 친밀한 관계의 폭력에서 여성이 사망하는 그것에 아주 무서운 전조증상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영미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심리적 학대 단계에서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2015년 중범죄법을 개정해 신체적 피해가 없는 ‘강압적 통제’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고, 호주도 올해부터 유사한 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산드라 위너/런던시티대 로스쿨 교수·전 영국 내무부 ‘강압적 통제’ 공동 조사관
강압적 통제 행위와 관련해서 우리는 현장 수사관들에게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할 것을 요구합니다. (폭행같은) 개별적인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보기 보다, 두 사람의 관계 자체가 폭력적이거나 학대적인지를 살펴보라는 겁니다. 이런 접근방식을 취하려면,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도 태도와 관점이 완전히 변해야 합니다.

교제살인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물리적 폭력 단계에서야 개입이 가능한 현행 법과 관행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녹취> 이보라/전 국회 보좌관·전 국회여성정책연구모임 대표
사실상 전조들은 다 심리적 강압적 통제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사실 경찰이 딱 현장에서 신고를 받아 출동했을 때 그런 통제 여부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관점도 있어야 되고 체크 리스트도 있어야 되고 훈련도 있어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방송일시 : 2024년 8월 27일 (화) 10시 KBS 1TV

#시사기획창 #교제살인 #강압적통제 #이효정 #데이트폭력 #이은총 #나종기 #교제폭력 #안전이별 #여자친구 #비치명적목졸림 #보복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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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16 17:00:15
    • 수정2024-09-16 17: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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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너무 중요해요. 이것만, 이 단계만 잘 거쳐나가면 피해자 사망하지 않습니다. 정말 확신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스러져가고 있는 그 여성들의 사건을 보고 들을 때마다 정말 다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다 살 수 있는 여자들이었다.

정말 막을 수 있는 단계가 있었을까?

전문가들과 판결문을 더 자세히 분석해 봤습니다.

일종의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이별 통보 등으로 시작되는 갈등의 초기 단계, 가해자는 자해위협 등으로 피해자와의 관계를 지속해보려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첫 경찰 신고도 주로 이 단계에서 이뤄집니다.

경찰 신고 뒤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으면 가해자는 더 심한 보복 폭행을 가하거나 스토킹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 단계까지도 접근금지 등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조처가 없으면, 살인 같은 치명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살인이 일어나기 전 폭행 등 다른 피해가 먼저 발생한 경우는 42%,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했던 경우도 전체 사건의 23%에 달했습니다.

폭행이나 피해자의 신고는 명백한 살인의 전조지만, 이 단계의 대응은 한계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하/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그 이전에도 계속 누적되고 지속 반복된 교제폭력이 살인까지 급속히 정말 빠르게 급속발전하는데 그 시간이 정말 한두 달 정말 짧다. 그래서 사실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게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거를 판결문을 보면서 많이 느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살인의 전조로서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통제 단계에 주목합니다.

<인터뷰>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떤 강압적인 행위를 강압적 통제라고 합니다. 친밀한 사이에서 있는 상대방에게 뭘 입을 것인지, 어디로 갈 건지, 누구를 만날 것인지 무슨 일을 할 건지, 언제 귀가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다 상대방이 결정해주는 것을 얘기해요. 상대방의 주체는 하나도 없고 내가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명령하고 지시하고 그것에 대해서 순종하도록 계속 요구하는 거, 이거를 강압적 통제라고 얘기합니다.

상당수 교제 살인 판결문에서 가시적 폭력이 나타나기 이전에 '강압적 통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허민숙/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내가 누굴 만날 건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 할 건지를 상대방한테 다 보고해야 되고 다 지시를 받아야 해요. 이런 생활을 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다, 수용하기 어렵다.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이제 헤어지고 싶어, 맞지 않는 것 같아 이런 얘기를 했을 때 가장 많이 살해당하는 거. 그래서 강압적 통제가 특히 친밀한 관계의 폭력에서 여성이 사망하는 그것에 아주 무서운 전조증상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영미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심리적 학대 단계에서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2015년 중범죄법을 개정해 신체적 피해가 없는 ‘강압적 통제’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고, 호주도 올해부터 유사한 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산드라 위너/런던시티대 로스쿨 교수·전 영국 내무부 ‘강압적 통제’ 공동 조사관
강압적 통제 행위와 관련해서 우리는 현장 수사관들에게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할 것을 요구합니다. (폭행같은) 개별적인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보기 보다, 두 사람의 관계 자체가 폭력적이거나 학대적인지를 살펴보라는 겁니다. 이런 접근방식을 취하려면,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도 태도와 관점이 완전히 변해야 합니다.

교제살인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물리적 폭력 단계에서야 개입이 가능한 현행 법과 관행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녹취> 이보라/전 국회 보좌관·전 국회여성정책연구모임 대표
사실상 전조들은 다 심리적 강압적 통제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사실 경찰이 딱 현장에서 신고를 받아 출동했을 때 그런 통제 여부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관점도 있어야 되고 체크 리스트도 있어야 되고 훈련도 있어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방송일시 : 2024년 8월 27일 (화)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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