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고 버리고 뺏고…이런 부모가 있다 [더 보다]
입력 2024.09.17 (14:15)
수정 2024.09.17 (14: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6살 강우혁 씨의 오랜 꿈은 가수가 되는 겁니다. 노래는 우혁 씨가 중학생 때부터 위로가 되어줬습니다.
강우혁/26살 허각 님 보고, 그때 봤던 무대가 ‘하늘을 달리다’. 그 무대를 봤는데. 보육원에 맡겨졌을 때 그냥 제 주변이 무채색이라 생각했어요. 그냥 색깔이 없는, 그냥 그런 느낌으로 살았는데, 그 무대를 봤을 때 그냥 다 색깔이 입혀지는 제 주변에. 저까지 색깔이 입혀지는 그런 느낌까지 받아서. |
14년 전 우혁 씨는 동생과 함께 서울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습니다. 12살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강우혁/26살 8살 때 어머니와 아버지의 불화로 이혼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아버지랑 같이 살다가 저랑 동생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서… |
아버지는 우혁 씨가 만 18살, 보육원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되자 형제를 데려가겠다며 나타났습니다.
부모가 있는데도 보육원에 맡겨졌던 우혁 씨처럼 요즘 보육원은 부모 없는 아이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부청하/상록보육원 원장 초창기엔 이제 진짜 고아, 부모가 없는 애들이 많았죠. 최근 들어서는 이제 이혼 가정이 늘면서 이혼 가정에서 들어왔었고요. 지금 와서는 이제 학대, 엄마, 아빠가 있는데 학대받아 온 애들. |
우혁 씨 아버지는 본인이 따로 관리해준다며 형제의 통장부터 가져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2년 뒤 그 돈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지원해 합격했던 해였습니다.
강우혁/26살 (대학에) 합격을 한 상황인데 (등록금을) 낼 때가 되니까 없는 거죠. 대학 가고 싶고, 가야 한다고 말해서 필요하다고 했는데, 없다고 했죠. 동생 것도 다 없어졌어요. 빚 청산이나 아마 자동차나 보증금 이런 데다 썼을 거예요. (자동차?) 차가 바뀌셨거든요. |
알고 보니 아버지는 우혁 씨가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돈을 빼간 것으로 이번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우혁 씨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우혁 씨는 결국 등록금이 없어 음대 진학의 꿈을 포기했습니다.
강우혁/26살 제가 특성화 고등학교니까 운 좋게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한 2백만 원 정도를 받았어요. 월급 6개월 모은 거에 회사 상여금 나왔던 거까지 싹 다 적금했고 보육원 퇴소비 5백만 원에 13살 때부터 모았던 거 해서 한 300만 원 정도, 이렇게 해서. 그리고 따로 제 용돈 통장 모아서 200만 원, 이렇게 해서 2천만 원이요. 신종근/한국아동복지협회 권익위원장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돈이 그쪽으로 넘어가 버리면서, 아이들이 나중엔 결국 가지고 있는 돈도 다 잃어버리고 또 관계도 단절되는 이런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이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부모가 직접 은행에 동행하거나,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합니다.
신종근/한국아동복지협회 권익위원장 부모님들이 비밀번호를 다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이분들이 필요할 때 이제 통장 해지하고 찾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방법이 없어요. 임한결/변호사 친권이 아직 박탈되지 않았거나 한다면 부모의 동의 없이는 통장 개설도 어렵고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아동을 해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런 구조적인, 법적인 허점이 지금 존재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 집을 나온 21살 우혁 씨는 길거리를 전전했습니다. 건물 한편의 이 구석에서 몰래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강우혁/26살 사우나에 숨어 살거나, 아니면 피시방에 가서 시간 충전하는 척해서 피시방 구석에서 엎드려 자거나, 아니면 원래 살던 원룸 집에 보일러실이 있는데 거기 아무도 안 들어와서. 새벽에 들어가서 그 보일러실에서 자거나. |
양육 없이 자녀 재산 상속도 없다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우혁 씨처럼 생존해 있는 자녀의 돈을 빼앗는 것까진 막지 못합니다.
임한결/변호사 구하라법은 사실 1년에 그런 사례가 몇 건이나 될까요? 그러니까 자녀가 먼저 죽고 자녀의 재산이 많은 사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근데 이거는 진짜 많아요. |
최근 5년 동안 보육원 등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모두 9,363명. 하지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런 피해를 당하는지 실태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24살 지은 씨도 평생을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우울증을 앓게 된 지은 씨, 해선 안 될 생각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수면제 없이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녹취> 지은(가명)/24살 핸드폰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연락도 안 하는데 핸드폰이 왜 있지? 이 생각을 좀 했었어요. |
보호가 종료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최근 3년 동안 12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였습니다.
지은 씨는 2년 전 처음 만난 강성민, 안명림 부부. 이 부부는 지은 씨의 멘토입니다.
지은(가명)/24살 그냥 사소한 거 얘기 들어주는 게 정말 고맙죠. 저 운전면허 땄어요, 저 요새 이런 대학 입학했어요, 이런 거면 축하한다고 해주시니까. 그냥 연락할 사람 있으면 좋잖아요. |
이들을 맺어준 건 선한울타리 최상규 대표입니다. 최 대표는 10년 전부터 지은 씨 같은 자립준비청년과 이들이 기댈 만한 어른을 연결해주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상규/선한울타리 대표 이 아이들한테는요. 내가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할 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데 그 사람을 아무나 선택하진 않아요. 기본적으로 우리 아이들은요. 어른에 대한 신뢰가 없어요. |
이들에겐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잠깐이라도 나눌 수 있는 누군가, 궁금한 게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최상규/선한울타리 대표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고, 내가 원하는 음식을 사서 해 먹는 것들이 익숙한데 우리 아이들은 가만히 생각하니까 그걸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거라는 깨달음이 저한테 오더라고요. 신종근/한국아동복지협회 권익위원장 주민등록증 초본 이런 것들은 뭔지, 뭘 알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어디에 가면 어떤 정보가 있는지. 이런 것들. 그리고 누구하고 상의할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한 사람만 있어도 돼요. |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낳고 버리고 뺏고…이런 부모가 있다 [더 보다]
-
- 입력 2024-09-17 14:15:54
- 수정2024-09-17 14:16:17
26살 강우혁 씨의 오랜 꿈은 가수가 되는 겁니다. 노래는 우혁 씨가 중학생 때부터 위로가 되어줬습니다.
강우혁/26살 허각 님 보고, 그때 봤던 무대가 ‘하늘을 달리다’. 그 무대를 봤는데. 보육원에 맡겨졌을 때 그냥 제 주변이 무채색이라 생각했어요. 그냥 색깔이 없는, 그냥 그런 느낌으로 살았는데, 그 무대를 봤을 때 그냥 다 색깔이 입혀지는 제 주변에. 저까지 색깔이 입혀지는 그런 느낌까지 받아서. |
14년 전 우혁 씨는 동생과 함께 서울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습니다. 12살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강우혁/26살 8살 때 어머니와 아버지의 불화로 이혼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아버지랑 같이 살다가 저랑 동생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서… |
아버지는 우혁 씨가 만 18살, 보육원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되자 형제를 데려가겠다며 나타났습니다.
부모가 있는데도 보육원에 맡겨졌던 우혁 씨처럼 요즘 보육원은 부모 없는 아이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부청하/상록보육원 원장 초창기엔 이제 진짜 고아, 부모가 없는 애들이 많았죠. 최근 들어서는 이제 이혼 가정이 늘면서 이혼 가정에서 들어왔었고요. 지금 와서는 이제 학대, 엄마, 아빠가 있는데 학대받아 온 애들. |
우혁 씨 아버지는 본인이 따로 관리해준다며 형제의 통장부터 가져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2년 뒤 그 돈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지원해 합격했던 해였습니다.
강우혁/26살 (대학에) 합격을 한 상황인데 (등록금을) 낼 때가 되니까 없는 거죠. 대학 가고 싶고, 가야 한다고 말해서 필요하다고 했는데, 없다고 했죠. 동생 것도 다 없어졌어요. 빚 청산이나 아마 자동차나 보증금 이런 데다 썼을 거예요. (자동차?) 차가 바뀌셨거든요. |
알고 보니 아버지는 우혁 씨가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돈을 빼간 것으로 이번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우혁 씨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우혁 씨는 결국 등록금이 없어 음대 진학의 꿈을 포기했습니다.
강우혁/26살 제가 특성화 고등학교니까 운 좋게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한 2백만 원 정도를 받았어요. 월급 6개월 모은 거에 회사 상여금 나왔던 거까지 싹 다 적금했고 보육원 퇴소비 5백만 원에 13살 때부터 모았던 거 해서 한 300만 원 정도, 이렇게 해서. 그리고 따로 제 용돈 통장 모아서 200만 원, 이렇게 해서 2천만 원이요. 신종근/한국아동복지협회 권익위원장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돈이 그쪽으로 넘어가 버리면서, 아이들이 나중엔 결국 가지고 있는 돈도 다 잃어버리고 또 관계도 단절되는 이런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이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부모가 직접 은행에 동행하거나,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합니다.
신종근/한국아동복지협회 권익위원장 부모님들이 비밀번호를 다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이분들이 필요할 때 이제 통장 해지하고 찾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방법이 없어요. 임한결/변호사 친권이 아직 박탈되지 않았거나 한다면 부모의 동의 없이는 통장 개설도 어렵고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아동을 해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런 구조적인, 법적인 허점이 지금 존재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 집을 나온 21살 우혁 씨는 길거리를 전전했습니다. 건물 한편의 이 구석에서 몰래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강우혁/26살 사우나에 숨어 살거나, 아니면 피시방에 가서 시간 충전하는 척해서 피시방 구석에서 엎드려 자거나, 아니면 원래 살던 원룸 집에 보일러실이 있는데 거기 아무도 안 들어와서. 새벽에 들어가서 그 보일러실에서 자거나. |
양육 없이 자녀 재산 상속도 없다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우혁 씨처럼 생존해 있는 자녀의 돈을 빼앗는 것까진 막지 못합니다.
임한결/변호사 구하라법은 사실 1년에 그런 사례가 몇 건이나 될까요? 그러니까 자녀가 먼저 죽고 자녀의 재산이 많은 사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근데 이거는 진짜 많아요. |
최근 5년 동안 보육원 등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모두 9,363명. 하지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런 피해를 당하는지 실태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24살 지은 씨도 평생을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우울증을 앓게 된 지은 씨, 해선 안 될 생각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수면제 없이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녹취> 지은(가명)/24살 핸드폰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연락도 안 하는데 핸드폰이 왜 있지? 이 생각을 좀 했었어요. |
보호가 종료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최근 3년 동안 12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였습니다.
지은 씨는 2년 전 처음 만난 강성민, 안명림 부부. 이 부부는 지은 씨의 멘토입니다.
지은(가명)/24살 그냥 사소한 거 얘기 들어주는 게 정말 고맙죠. 저 운전면허 땄어요, 저 요새 이런 대학 입학했어요, 이런 거면 축하한다고 해주시니까. 그냥 연락할 사람 있으면 좋잖아요. |
이들을 맺어준 건 선한울타리 최상규 대표입니다. 최 대표는 10년 전부터 지은 씨 같은 자립준비청년과 이들이 기댈 만한 어른을 연결해주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상규/선한울타리 대표 이 아이들한테는요. 내가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할 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데 그 사람을 아무나 선택하진 않아요. 기본적으로 우리 아이들은요. 어른에 대한 신뢰가 없어요. |
이들에겐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잠깐이라도 나눌 수 있는 누군가, 궁금한 게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최상규/선한울타리 대표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고, 내가 원하는 음식을 사서 해 먹는 것들이 익숙한데 우리 아이들은 가만히 생각하니까 그걸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거라는 깨달음이 저한테 오더라고요. 신종근/한국아동복지협회 권익위원장 주민등록증 초본 이런 것들은 뭔지, 뭘 알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어디에 가면 어떤 정보가 있는지. 이런 것들. 그리고 누구하고 상의할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한 사람만 있어도 돼요. |
-
-
박진수 기자 realwater@kbs.co.kr
박진수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