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한 동거녀 시멘트로 암매장…16년 만에 ‘덜미’

[앵커]

거제에서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하고 사체를 숨긴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범행 16년 만인데요.

이번 사건은 건물 누수 공사 과정에서 사체가 담긴 가방이 발견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문을 열고 들이닥친 경찰관들.

한 남성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요."]

동거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체포한 겁니다.

이 남성이 범행을 저지른 건 2008년 10월, 거제의 4층 건물 옥탑방이었습니다.

당시 함께 살던 30대 여성과 다투다 둔기로 머리와 얼굴을 때렸고, 피해 여성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이 남성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천으로 된 여행용 가방에 넣었고, 가방을 베란다로 옮긴 뒤 직사각형 형태로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었습니다.

초록색 페인트까지 칠해 구조물 일부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자칫 미제로 남을 뻔한 살인사건은 지난달 방수공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인부들이 시멘트 구조물을 부수다 시신이 든 가방을 발견한 겁니다.

경찰은 시신에 남아 있던 지문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곧바로 2011년 피해 여성 실종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남성을 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습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16년 만입니다.

이 남성은 시신을 숨긴 뒤에도 같은 건물에서 8년간 더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변해영/거제경찰서 형사과장 : "방수 공사를 하기 위해서 시멘트 파쇄 중에 결국 (여행용 가방이) 발견됐는데, 그 공간이 원래 피트(설비) 공간이라고 해서 보통 세입자들은 확인하기 힘든 공간입니다."]

경찰은 이 남성이 범행을 시인했으며, 필로폰 투약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이 남성을 구속하는 한편, 범행 경위를 추가 수사해 송치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그래픽:박수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