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기업들이 많이 나왔지만, 주식시장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기업가치가 주가로 연결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적이 좋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닌 데다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워낙 빈번하다 보니 "이러니 '국장'은 못 하겠다"며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은 데 이어 후속 조치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국내 증시 성장을 견인할 대표 기업들을 뽑아 별도의 지수를 만드는 건데요. 기존에 시가총액이나 거래 대금 같은 규모 요건 외에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기준으로 종목이 선정됐습니다.
■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은?
한국거래소는 오늘(24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과 선정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정보기술 산업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DX, 한미반도체, LG이노텍, HPSP, 리노공업, DB하이텍, 이수페타시스, LX세미콘, 주성엔지니어링, 티씨케이, 파크시스템스, 심텍, 하나머티리얼즈, 해성디에스, 드림텍, 두산테스나, 원익 QnC, 비에이치, 넥스틴, 이녹스첨단소재, 피에스케이, 코미코 등 24개 종목이 포함됐습니다.
다음으로 산업재 부문에서는 HMM,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글로비스, 두산밥캣, 한국항공우주, 한진칼, HD현대일렉트릭, 팬오션, LIG넥스원, 에스원, HD현대인프라코어, 현대엘리베터,한전KPS, 에스에프에이, 에코프로에이치엔, 윤성에프앤씨, 경동나비엔, NICE평가정보 등 20개 종목입니다.
헬스케어는 모두 12개 종목으로 셀트리온, 한미약품, 클래시스, 케어젠, 메디톡스, 덴티움, 종근당, 파마리서치, 씨젠, JW중외제약, 동국제약, 엘앤씨바이오입니다.
자유소비재는 현대차(밸류업 공시), 기아, F&F, 코웨이, 휠라홀딩스, 에스엘, 한세실업, 메가스터디교육, 골프존, 케이카, 쿠쿠홈시스 등 11곳이 금융/부동산은 신한지주,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B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현대해상, 키움증권, 다우데이타 10곳입니다.
금융 부문의 경우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10개 종목 가운데 5종목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해 가장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재 부문은 고려아연, 한솔케미칼,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효성첨단소재, 나노신소재, 효성티앤씨, 동원시스템즈, TKG휴켐스등 9종목이 필수소비재는 KT&G, 오리온, BGF 리테일, 동서,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칠성, 콜마비앤에이치 등 8종목입니다.
엔씨소프트와 JYP엔터테인먼트, 에스엠, 제일기획, SOOP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부문 5종목도 지수에 이름을 올렸고, 에너지 관련으로는 S-Oil만이 유일하게 포함됐습니다.
여기에 포함된 100개 종목의 별도 지수는 전산 테스트를 마치는 오는 30일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됩니다.
밸류업 지수는 100개 종목으로 구성됐으며, 앞으로 매년 1회(매년 6월 선물 만기일 다음 거래일) 평가를 통해 종목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산업군별로 분류해 보면 정보기술 관련 기업이 24개 종목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산업재(20개), 헬스케어(12개) 관련 기업이었고 가전과 자동차 같은 자유 소비재(11개)와 금융·부동산(10개)이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산업 구조를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전체 산업군 대표 종목이 고르게 편입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거래소 설명입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종목 수 비중은 약 7:3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 어떻게?
종목은 시장 대표성과 수익성 등 다양한 평가 지표를 적용한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선정했다고 거래소는 밝혔습니다.
먼저 시총 상위 400위(전체 누적 시총의 90%) 이내 시장 대표성을 갖는 기업 가운데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닌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을 선별했습니다.
반도체와 화학, IT나 조선, 철강 등 국내 산업이 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감안해 수익성 규모나 금액이 아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선별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런 기업 가운데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고, PBR(주가순자산비율) 순위가 전체 순위 비율 상위 50% 이내이거나 산업군별 순위 비율 상위 50% 이내인 경우를 한 번 더 걸렀습니다.
그런 다음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최근 2년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 기준으로 산업군별 순위 비율 상위 기업 100종목을 선정했습니다.
거래소는 선정 기준을 적용할 때 특정 산업군에 편중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고르게 편입될 수 있도록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징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를 핵심 지표로 채택한 점입니다.
거래소는 국내 증시 저평가의 주된 요인으로 낮은 자본 효율성과 주주 환원이 지목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국내 증시의 지난해 말 기준 ROE 수준은 평균 5.2%로, 선진국(14.3%)은 물론 신흥국(10.8%)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배당 성향 역시 낮습니다. 지난해 말 국내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평균 40.5%로, 선진국(42.2%)과 신흥국(45.2%)보다 떨어집니다.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으니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주식 시장의 수익을 좇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투자자 입장에선 당연한 결정이죠.
■ '밸류업 공시' 참여하면 인센티브
현재 정부가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 참여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공시를 하는 것도 자율 사항인데, 대신 선제적으로 참여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습니다.
이번 밸류업 지수 선정 과정에서 공시이행 의무화 전에 주주환원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공시한 기업에는 최소 요건(수익성·시총·유동성 등)을 충족할 경우 최우선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특례 요건을 적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달 2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은 최소 요건 충족을 전제로 지수 편입이 2년 동안 유지됩니다.
거래소는 내년 6월 지수 정기 심사부터는 최소 편입 요건을 충족하는 표창 기업에 대해 특례 편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쓸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 가운데 '공시 미이행기업'에는 패널티를 부여해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포함되지 않은 기업이 공시를 이행하면 지수 편입에 인센티브를 줘서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가총액이나 시장 평가, 자본효율성 등이 대기업에 비해 못 미치는 기업들도 주주환원 등 다른 가점을 받아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코스피200·KRX300과 다른 점은?
현재 운영 중인 코스피200이나 KRX300과 차이는 시총 상위기업이라도 밸류업 지수만의 특성을 반영한 질적 요건들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배제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개별 종목의 지수 내 비중 상한을 15%로 제한해서 기존 대표 지수와의 상관계수가 감소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비중상한제를 도입함에 따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같이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의 지수 내 영향도(비중)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100종목으로 지수를 구성한 이유도 궁금한 대목인데요.
자산운용사 등 업계 코스피200과 차별화된 연계 상품을 설계하고 향후 ETF(주가연계증권) 등 상품 운용상의 편의성, 선정 기업의 시장 대표성을 감안할 때 100~150종목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100종목을 선정했다고 거래소는 밝혔습니다.
100종목 이하로 지수를 구성할 경우 유동성 문제로 연기금 등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제약될 수 있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 '밸류업 지수' 포함 종목 수익률 분석해 봤더니
이번에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의 과거 수익률은 어땠을까요.
거래소는 5년 전과 3년 전, 1년 전으로 나눠 주요 지수별 수익률을 비교해 봤습니다. 밸류업 지수의 과거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수익률은 43.5%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33.7%)이나 KRX300(34.3%)보다 높았습니다.
기업의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주주환원 같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온 기업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좋았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결과입니다.
최근 1년 수익률을 비교해 봐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이 12.5% 수익률을 보인 반면, 코스피200(4.3%)과 KRX300(4.9%)은 4%대에 그쳤습니다.
결국 국내 주식시장의 여러 종목 가운데 고르고 또 고른 '밸류업 지수'의 세부 투자 지표를 따져 보면 PBR(주가순자산비율)이나 배당수익률, 배당 성향 평균이 기존 코스피200과 KRX300을 웃돕니다.
거래소는 이렇게 자본효율성이나 주주가치 제고 성과 등 기업의 질적 지표를 반영한 밸류업 지수를 개발함으로써 한국 증시에서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밸류업 지수를 바탕으로 11월 초에는 관련 ETF 상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한 ETF 상품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수요 조사를 한 결과 국내 ETF 운용사 26곳 가운데 10곳 내외가 참여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밸류업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 선물도 오는 11월 4일 상장됩니다.
■ 국내 증시 도약 계기 될까?
이런 계획대로만 된다면 뭔가 우리 증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투자자들은 완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초 정부가 밸류업 발표할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고 배당을 늘리면 자연스레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주가도 곧 3,000선을 넘볼 거란 희망이 있었던 건데요.
하지만 뚜렷한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한 채 우리 주식시장은 2,500~2,700선 안에 갇혀 있는, 이른바 '박스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증시 대기성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지난 12일 기준) 51조 1,531억 원으로 석 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58조 원대)보다도 약 7조 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신 해외 주식시장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개인만이 아닙니다. 국내 증시의 '큰손'이자 대표적인 기관 투자자인 연기금도 5년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초부터 이달 20일까지도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1조 2,146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올해 코스피 순매도액은 6조 원이 넘습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연기금이 팔아치운 금액은 코스피에서만 33조 8,673억 원에 달합니다. 이런 기관투자자의 순매도세는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답답한 우리 증시 기저에는 투자자들의 '지독한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세계 주요 증시 주가가 하락할 때는 그 어느 곳보다 더 크게 빠지고, 상승할 때는 탄력을 받지 못하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불신이 원인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암울한 꼬리표를 이번에는 뗄 수 있을지, 국내 주식시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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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이끌 100대 종목 발표…국장 떠난 ‘투심’ 붙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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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9-24 16:00:02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기업들이 많이 나왔지만, 주식시장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기업가치가 주가로 연결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적이 좋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닌 데다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워낙 빈번하다 보니 "이러니 '국장'은 못 하겠다"며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은 데 이어 후속 조치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국내 증시 성장을 견인할 대표 기업들을 뽑아 별도의 지수를 만드는 건데요. 기존에 시가총액이나 거래 대금 같은 규모 요건 외에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기준으로 종목이 선정됐습니다.
■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은?
한국거래소는 오늘(24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과 선정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정보기술 산업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DX, 한미반도체, LG이노텍, HPSP, 리노공업, DB하이텍, 이수페타시스, LX세미콘, 주성엔지니어링, 티씨케이, 파크시스템스, 심텍, 하나머티리얼즈, 해성디에스, 드림텍, 두산테스나, 원익 QnC, 비에이치, 넥스틴, 이녹스첨단소재, 피에스케이, 코미코 등 24개 종목이 포함됐습니다.
다음으로 산업재 부문에서는 HMM,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글로비스, 두산밥캣, 한국항공우주, 한진칼, HD현대일렉트릭, 팬오션, LIG넥스원, 에스원, HD현대인프라코어, 현대엘리베터,한전KPS, 에스에프에이, 에코프로에이치엔, 윤성에프앤씨, 경동나비엔, NICE평가정보 등 20개 종목입니다.
헬스케어는 모두 12개 종목으로 셀트리온, 한미약품, 클래시스, 케어젠, 메디톡스, 덴티움, 종근당, 파마리서치, 씨젠, JW중외제약, 동국제약, 엘앤씨바이오입니다.
자유소비재는 현대차(밸류업 공시), 기아, F&F, 코웨이, 휠라홀딩스, 에스엘, 한세실업, 메가스터디교육, 골프존, 케이카, 쿠쿠홈시스 등 11곳이 금융/부동산은 신한지주,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B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현대해상, 키움증권, 다우데이타 10곳입니다.
금융 부문의 경우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10개 종목 가운데 5종목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해 가장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재 부문은 고려아연, 한솔케미칼,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효성첨단소재, 나노신소재, 효성티앤씨, 동원시스템즈, TKG휴켐스등 9종목이 필수소비재는 KT&G, 오리온, BGF 리테일, 동서,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칠성, 콜마비앤에이치 등 8종목입니다.
엔씨소프트와 JYP엔터테인먼트, 에스엠, 제일기획, SOOP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부문 5종목도 지수에 이름을 올렸고, 에너지 관련으로는 S-Oil만이 유일하게 포함됐습니다.
여기에 포함된 100개 종목의 별도 지수는 전산 테스트를 마치는 오는 30일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됩니다.
밸류업 지수는 100개 종목으로 구성됐으며, 앞으로 매년 1회(매년 6월 선물 만기일 다음 거래일) 평가를 통해 종목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산업군별로 분류해 보면 정보기술 관련 기업이 24개 종목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산업재(20개), 헬스케어(12개) 관련 기업이었고 가전과 자동차 같은 자유 소비재(11개)와 금융·부동산(10개)이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산업 구조를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전체 산업군 대표 종목이 고르게 편입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거래소 설명입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종목 수 비중은 약 7:3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 어떻게?
종목은 시장 대표성과 수익성 등 다양한 평가 지표를 적용한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선정했다고 거래소는 밝혔습니다.
먼저 시총 상위 400위(전체 누적 시총의 90%) 이내 시장 대표성을 갖는 기업 가운데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닌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을 선별했습니다.
반도체와 화학, IT나 조선, 철강 등 국내 산업이 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감안해 수익성 규모나 금액이 아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선별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런 기업 가운데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고, PBR(주가순자산비율) 순위가 전체 순위 비율 상위 50% 이내이거나 산업군별 순위 비율 상위 50% 이내인 경우를 한 번 더 걸렀습니다.
그런 다음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최근 2년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 기준으로 산업군별 순위 비율 상위 기업 100종목을 선정했습니다.
거래소는 선정 기준을 적용할 때 특정 산업군에 편중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고르게 편입될 수 있도록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징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를 핵심 지표로 채택한 점입니다.
거래소는 국내 증시 저평가의 주된 요인으로 낮은 자본 효율성과 주주 환원이 지목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국내 증시의 지난해 말 기준 ROE 수준은 평균 5.2%로, 선진국(14.3%)은 물론 신흥국(10.8%)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배당 성향 역시 낮습니다. 지난해 말 국내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평균 40.5%로, 선진국(42.2%)과 신흥국(45.2%)보다 떨어집니다.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으니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주식 시장의 수익을 좇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투자자 입장에선 당연한 결정이죠.
■ '밸류업 공시' 참여하면 인센티브
현재 정부가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 참여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공시를 하는 것도 자율 사항인데, 대신 선제적으로 참여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습니다.
이번 밸류업 지수 선정 과정에서 공시이행 의무화 전에 주주환원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공시한 기업에는 최소 요건(수익성·시총·유동성 등)을 충족할 경우 최우선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특례 요건을 적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달 2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은 최소 요건 충족을 전제로 지수 편입이 2년 동안 유지됩니다.
거래소는 내년 6월 지수 정기 심사부터는 최소 편입 요건을 충족하는 표창 기업에 대해 특례 편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쓸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 가운데 '공시 미이행기업'에는 패널티를 부여해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포함되지 않은 기업이 공시를 이행하면 지수 편입에 인센티브를 줘서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가총액이나 시장 평가, 자본효율성 등이 대기업에 비해 못 미치는 기업들도 주주환원 등 다른 가점을 받아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코스피200·KRX300과 다른 점은?
현재 운영 중인 코스피200이나 KRX300과 차이는 시총 상위기업이라도 밸류업 지수만의 특성을 반영한 질적 요건들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배제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개별 종목의 지수 내 비중 상한을 15%로 제한해서 기존 대표 지수와의 상관계수가 감소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비중상한제를 도입함에 따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같이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의 지수 내 영향도(비중)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100종목으로 지수를 구성한 이유도 궁금한 대목인데요.
자산운용사 등 업계 코스피200과 차별화된 연계 상품을 설계하고 향후 ETF(주가연계증권) 등 상품 운용상의 편의성, 선정 기업의 시장 대표성을 감안할 때 100~150종목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100종목을 선정했다고 거래소는 밝혔습니다.
100종목 이하로 지수를 구성할 경우 유동성 문제로 연기금 등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제약될 수 있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 '밸류업 지수' 포함 종목 수익률 분석해 봤더니
이번에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의 과거 수익률은 어땠을까요.
거래소는 5년 전과 3년 전, 1년 전으로 나눠 주요 지수별 수익률을 비교해 봤습니다. 밸류업 지수의 과거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수익률은 43.5%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33.7%)이나 KRX300(34.3%)보다 높았습니다.
기업의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주주환원 같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온 기업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좋았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결과입니다.
최근 1년 수익률을 비교해 봐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이 12.5% 수익률을 보인 반면, 코스피200(4.3%)과 KRX300(4.9%)은 4%대에 그쳤습니다.
결국 국내 주식시장의 여러 종목 가운데 고르고 또 고른 '밸류업 지수'의 세부 투자 지표를 따져 보면 PBR(주가순자산비율)이나 배당수익률, 배당 성향 평균이 기존 코스피200과 KRX300을 웃돕니다.
거래소는 이렇게 자본효율성이나 주주가치 제고 성과 등 기업의 질적 지표를 반영한 밸류업 지수를 개발함으로써 한국 증시에서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밸류업 지수를 바탕으로 11월 초에는 관련 ETF 상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한 ETF 상품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수요 조사를 한 결과 국내 ETF 운용사 26곳 가운데 10곳 내외가 참여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밸류업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 선물도 오는 11월 4일 상장됩니다.
■ 국내 증시 도약 계기 될까?
이런 계획대로만 된다면 뭔가 우리 증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투자자들은 완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초 정부가 밸류업 발표할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고 배당을 늘리면 자연스레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주가도 곧 3,000선을 넘볼 거란 희망이 있었던 건데요.
하지만 뚜렷한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한 채 우리 주식시장은 2,500~2,700선 안에 갇혀 있는, 이른바 '박스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증시 대기성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지난 12일 기준) 51조 1,531억 원으로 석 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58조 원대)보다도 약 7조 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신 해외 주식시장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개인만이 아닙니다. 국내 증시의 '큰손'이자 대표적인 기관 투자자인 연기금도 5년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초부터 이달 20일까지도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1조 2,146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올해 코스피 순매도액은 6조 원이 넘습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연기금이 팔아치운 금액은 코스피에서만 33조 8,673억 원에 달합니다. 이런 기관투자자의 순매도세는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답답한 우리 증시 기저에는 투자자들의 '지독한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세계 주요 증시 주가가 하락할 때는 그 어느 곳보다 더 크게 빠지고, 상승할 때는 탄력을 받지 못하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불신이 원인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암울한 꼬리표를 이번에는 뗄 수 있을지, 국내 주식시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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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서영 기자 belle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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