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스 타구로 피소 박태환…법원 “주의 의무는 업체와 캐디에 있어”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 씨가 골프장에서 자신이 친 공에 맞아 다친 사람에게 피소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박 씨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4단독 신성욱 판사는 지난 26일 A 씨가 박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박 씨는 2021년 11월 강원도 춘천의 한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는데, 자신의 의도와 달리 오른쪽으로 공의 방향이 크게 휘면서(슬라이스 타구) 옆 홀에서 골프를 치던 A 씨의 왼쪽 눈 윗부분을 맞혔습니다.

공에 맞은 A 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후유증이 남았습니다.

이후 A 씨는 박 씨를 과실치상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아마추어 경기에서 슬라이스가 발생하는 건 이례적이지 않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4월 민사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신 판사는 “박 씨는 타격 방향에 다른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캐디의 지시에 따라 공을 쳤다”며 “아마추어 골퍼에게 흔한 슬라이스 타구가 나왔을 때 공이 다른 홀로 넘어가지 않게 할 주의 의무는 골프장 관리 업체와 캐디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골프장 측이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캐디들이 서로 연락해 사고를 방지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신 판사는 “사고 발생 후 박씨가 자신의 인적 사항을 숨기고, 골프를 함께 친 동반자를 사고를 일으킨 사람으로 내세운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질책하면서도, “이는 사고 발생 후의 사정”이라며 배상 책임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