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죽음의 ‘몽골 루트’…생사 넘는 탈북기

입력 2024.10.05 (08:20) 수정 2024.10.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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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는 때때로 영화로 제작될 만큼 극적인 경우가 많은데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주요 탈북 경로로 꼽혔던 '몽골 루트'를 소재로 한 영화, ‘남으로 가는 길’이 최근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한국과 몽골 두 나라의 제작사와 배우들이 참여해 생사를 넘나드는 탈북 과정을 실감 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느 탈북민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장예진 리포터가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 그들이 느낀 탈북 현실에 대해 들어보았는데요.

함께 보시죠.

[리포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사막을 홀로 걷는 한 남성.

죽을힘을 다해 산처럼 높은 모래 언덕 위에 올라서 보지만, 눈앞엔 광활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작열하는 태양이 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 시간.

["세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남성을 유목민들이 발견해 보살핍니다.

깨어난 남성은 간절히 도움을 호소하는데요.

["북조선에서 온 강명수인데, 누명 쓰고 역적패당으로 몰려서 남녘땅으로 가고 있소. 아이가 물을 잘못 마셔서 많이 아픈 상태요.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니 좀 도와주시오."]

그는 가족과 함께 죽음의 탈북 루트로 알려진 몽골 고비 사막을 선택한 탈북민입니다.

최종 목적지는 대한민국.

그들은 무사히 남으로 올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몽골 고비 사막에서 40일간 8천 km를 이동하며 악전고투 끝에 완성됐습니다.

극한의 제작 환경 속에서도 제작진이 탈북이라는 소재를 내려놓지 않았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영화를 연출한 김상래 감독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지난해 두 달 동안 몽골 고비 사막을 누비며 촬영했다는 영화.

탈북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절절히 느낄 정도로 제작 과정은 고단하고 험난했다고 합니다.

[김상래/'남으로 가는 길' 감독 : "몽골인조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이에요, 그 지역이. 너무 험하고 당연히 수도도 없고 전기도 없고 아무 기반 시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촬영을 했거든요."]

영화 속 주인공 가족들은 2005년 이른바 '몽골 루트'로 탈북을 감행합니다.

'몽골 루트'는 두만강을 건넌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출발해 고비 사막을 넘어 몽골에 도착한 뒤 한국으로 향했던 길을 일컫습니다.

사막의 남쪽에서 북쪽까지의 거리가 800여 km.

탈북민들은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사막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김상래/'남으로 가는 길' 감독 : "(탈북하시는 분들이 몽골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험한 지형을 통해 가는 것이 발각되지 않고 갈 수 있는 루트라고 해서 그 루트를 택한다고 합니다."]

철망을 두를 필요도 없는 사막의 험준한 지형들.

["국경선에서 가장 가까운 민가를 가려면 80km를 걸어가야 하지."]

영화 속 탈북민들은 별자리에 의지해 북쪽으로 걸어 나가는데요.

["북두칠성 자리만 기억하면 방향을 잡을 수 있어."]

탈북 실화를 그린 ‘남으로 가는 길’은 단순히 재미와 볼거리뿐 아니라, 탈북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조금 더 황량하고 누런 느낌이 났으면 좋겠는데요.) 이게 하늘이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부분이) 적어지기 때문에 움직여야 되거든요. (그렇죠. 이동하면서….)"]

특히 헌신적으로 주인공 가족의 탈출을 돕는 몽골 유목민 돌마 할머니는, 고비 사막의 지리에 능통한 실존 인물인데요.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게 되기까지는 이처럼 몽골 유목민과 국경수비대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김상래/'남으로 가는 길' 감독 : "몽골 국경을 넘어서 몽골 유목민들만 만나게 되면 거의 탈북에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해요. 예전에. (몽골인들이 탈북민을 만나면) 거의 100% 한국 (대사관)에 인도를 해줬다고 합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개봉한 영화는 몽골 관객들에게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최근 한국을 찾은 영화의 최초 기획자, 솜야 씨가 몽골 관객의 반응을 전합니다.

[솜야/'남으로 가는 길' 기획·각본 : "탈북 가족들이 정말 힘든 길을 거치게 되는데 특히 몽골의 고비 사막이 정말 힘든 곳입니다. 그걸 극복해서 자유를 얻기 위해 열망하는 것에 관객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몽골에서 개봉한 남으로 가는 길은 국경을 넘어선 우정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주연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남으로 가는 길’의 상영회.

영화 촬영 이후 오랜만에 만난 배우들과 제작진이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기대감을 안고 객석을 채운 관객들 앞에 선 영화 제작의 주역들.

영화의 막이 오르고,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됩니다.

["명수야 식구들 데리고 빨리 도망가."]

반역 누명을 쓴 채 황무지 같은 사막을 건너는 일가족과 북한 보위대원과의 추격전.

여기에 탈북민을 돕는 몽골 국경수비대의 액션 장면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절절한 가족애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는데요.

우여곡절 끝에 구출에 성공하는 명수 가족의 이야기는 어떤 여운을 남겼을까요.

[김반석/관객 :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데 정말 고생이 많구나.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할 때 관심도 갖고 도움도 줘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배우들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극 중 가족을 지키다 죽음을 맞이한 호성 역의 최준용 배우는, 이 영화가 가족의 희생으로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합니다.

[최준용/배우 : "(영화에서) 어머니도 돌아가시고요. 저도 결국에는 죽게 되는데 이 두 사람이 희생함으로써 안전하게 구출되는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에르헴바야르 씨는 몽골 국경수비대의 노고가 잘 표현되기를 바랐는데요.

[에르헴바야르/몽골 배우 : "제일 먼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몽골 국경수비대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힘든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배우들에겐 간접적인 '탈북' 경험도 크게 와 닿았다고 합니다.

[오수정/배우 : "얼마나 고통스럽게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도 언제 잡힐지 모르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과정들을 거쳤을 것 같아서 정말 많이 공감이 가더라고요."]

돌마 역을 맡은 배우, 사랑토야씨는 언젠가는 남북이 화합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는데요.

[사랑토야/몽골 배우 : "북한하고 남한이 한 나라가 되고 한 민족(국가)이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남으로 향하는 탈북 여정 하나하나가 극적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언젠가 순수한 허구의 이야기가 되기를, 실화에 기댄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하고픈 희망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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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죽음의 ‘몽골 루트’…생사 넘는 탈북기
    • 입력 2024-10-05 08:20:41
    • 수정2024-10-05 08:36:54
    남북의 창
[앵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는 때때로 영화로 제작될 만큼 극적인 경우가 많은데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주요 탈북 경로로 꼽혔던 '몽골 루트'를 소재로 한 영화, ‘남으로 가는 길’이 최근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한국과 몽골 두 나라의 제작사와 배우들이 참여해 생사를 넘나드는 탈북 과정을 실감 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느 탈북민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장예진 리포터가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 그들이 느낀 탈북 현실에 대해 들어보았는데요.

함께 보시죠.

[리포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사막을 홀로 걷는 한 남성.

죽을힘을 다해 산처럼 높은 모래 언덕 위에 올라서 보지만, 눈앞엔 광활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작열하는 태양이 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 시간.

["세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남성을 유목민들이 발견해 보살핍니다.

깨어난 남성은 간절히 도움을 호소하는데요.

["북조선에서 온 강명수인데, 누명 쓰고 역적패당으로 몰려서 남녘땅으로 가고 있소. 아이가 물을 잘못 마셔서 많이 아픈 상태요.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니 좀 도와주시오."]

그는 가족과 함께 죽음의 탈북 루트로 알려진 몽골 고비 사막을 선택한 탈북민입니다.

최종 목적지는 대한민국.

그들은 무사히 남으로 올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몽골 고비 사막에서 40일간 8천 km를 이동하며 악전고투 끝에 완성됐습니다.

극한의 제작 환경 속에서도 제작진이 탈북이라는 소재를 내려놓지 않았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영화를 연출한 김상래 감독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지난해 두 달 동안 몽골 고비 사막을 누비며 촬영했다는 영화.

탈북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절절히 느낄 정도로 제작 과정은 고단하고 험난했다고 합니다.

[김상래/'남으로 가는 길' 감독 : "몽골인조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이에요, 그 지역이. 너무 험하고 당연히 수도도 없고 전기도 없고 아무 기반 시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촬영을 했거든요."]

영화 속 주인공 가족들은 2005년 이른바 '몽골 루트'로 탈북을 감행합니다.

'몽골 루트'는 두만강을 건넌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출발해 고비 사막을 넘어 몽골에 도착한 뒤 한국으로 향했던 길을 일컫습니다.

사막의 남쪽에서 북쪽까지의 거리가 800여 km.

탈북민들은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사막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김상래/'남으로 가는 길' 감독 : "(탈북하시는 분들이 몽골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험한 지형을 통해 가는 것이 발각되지 않고 갈 수 있는 루트라고 해서 그 루트를 택한다고 합니다."]

철망을 두를 필요도 없는 사막의 험준한 지형들.

["국경선에서 가장 가까운 민가를 가려면 80km를 걸어가야 하지."]

영화 속 탈북민들은 별자리에 의지해 북쪽으로 걸어 나가는데요.

["북두칠성 자리만 기억하면 방향을 잡을 수 있어."]

탈북 실화를 그린 ‘남으로 가는 길’은 단순히 재미와 볼거리뿐 아니라, 탈북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조금 더 황량하고 누런 느낌이 났으면 좋겠는데요.) 이게 하늘이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부분이) 적어지기 때문에 움직여야 되거든요. (그렇죠. 이동하면서….)"]

특히 헌신적으로 주인공 가족의 탈출을 돕는 몽골 유목민 돌마 할머니는, 고비 사막의 지리에 능통한 실존 인물인데요.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게 되기까지는 이처럼 몽골 유목민과 국경수비대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김상래/'남으로 가는 길' 감독 : "몽골 국경을 넘어서 몽골 유목민들만 만나게 되면 거의 탈북에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해요. 예전에. (몽골인들이 탈북민을 만나면) 거의 100% 한국 (대사관)에 인도를 해줬다고 합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개봉한 영화는 몽골 관객들에게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최근 한국을 찾은 영화의 최초 기획자, 솜야 씨가 몽골 관객의 반응을 전합니다.

[솜야/'남으로 가는 길' 기획·각본 : "탈북 가족들이 정말 힘든 길을 거치게 되는데 특히 몽골의 고비 사막이 정말 힘든 곳입니다. 그걸 극복해서 자유를 얻기 위해 열망하는 것에 관객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몽골에서 개봉한 남으로 가는 길은 국경을 넘어선 우정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주연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남으로 가는 길’의 상영회.

영화 촬영 이후 오랜만에 만난 배우들과 제작진이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기대감을 안고 객석을 채운 관객들 앞에 선 영화 제작의 주역들.

영화의 막이 오르고,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됩니다.

["명수야 식구들 데리고 빨리 도망가."]

반역 누명을 쓴 채 황무지 같은 사막을 건너는 일가족과 북한 보위대원과의 추격전.

여기에 탈북민을 돕는 몽골 국경수비대의 액션 장면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절절한 가족애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는데요.

우여곡절 끝에 구출에 성공하는 명수 가족의 이야기는 어떤 여운을 남겼을까요.

[김반석/관객 :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데 정말 고생이 많구나.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할 때 관심도 갖고 도움도 줘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배우들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극 중 가족을 지키다 죽음을 맞이한 호성 역의 최준용 배우는, 이 영화가 가족의 희생으로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합니다.

[최준용/배우 : "(영화에서) 어머니도 돌아가시고요. 저도 결국에는 죽게 되는데 이 두 사람이 희생함으로써 안전하게 구출되는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에르헴바야르 씨는 몽골 국경수비대의 노고가 잘 표현되기를 바랐는데요.

[에르헴바야르/몽골 배우 : "제일 먼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몽골 국경수비대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힘든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배우들에겐 간접적인 '탈북' 경험도 크게 와 닿았다고 합니다.

[오수정/배우 : "얼마나 고통스럽게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도 언제 잡힐지 모르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과정들을 거쳤을 것 같아서 정말 많이 공감이 가더라고요."]

돌마 역을 맡은 배우, 사랑토야씨는 언젠가는 남북이 화합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는데요.

[사랑토야/몽골 배우 : "북한하고 남한이 한 나라가 되고 한 민족(국가)이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남으로 향하는 탈북 여정 하나하나가 극적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언젠가 순수한 허구의 이야기가 되기를, 실화에 기댄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하고픈 희망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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