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편의점 중도 해지비용 급증…기준도 없어 ‘부르는 게 값’

입력 2024.10.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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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맹점이 계약 도중에 폐점을 신청할 경우 본사가 부과하는 해지비용이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점주가 적자를 이기지 못해 중도 폐점을 신청하면 오히려 본사가 청구하는 해지비용까지 더 내야 하는데, 이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겁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본사가 '부르는 게 값'이 된 해지비용,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대 편의점사 해지 비용 증가…많게는 수억 원 청구하기도"

국회 정무위원회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프랜차이즈 A사의 평균 해지 비용은 2019년 2600만 원이던 것이 2022년 4700만 원을 기록하더니, 올해 6월 기준 6500만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다른 편의점사들도 꾸준히 늘어 B사의 경우 2019년 3600만 원 수준이던 해지 비용이 올해 6월 기준 5500만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지 비용에는 여러 항목이 포함돼 있습니다. 처음 점주를 모집했을 때 줬던 사전 지원금도 있고, 중도 해지에 대한 위약금, 인테리어 잔존비, 추가 배분금 등도 있습니다.

이런 항목들이 계속 추가되게 되면 결국 수억 원까지 해지 비용이 오르기도 합니다.

남양주에서 2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매달 200~500만 원의 적자를 보다 폐점을 신청한 최병규 씨만 해도 해지 비용으로 무려 1억 6300만 원을 청구받았습니다.

최병규 씨가 받은 해지비용 청구서최병규 씨가 받은 해지비용 청구서

최 씨처럼 중도 해지를 원하는 편의점들은 적자를 이기지 못해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장사가 안돼 이미 빚을 진 상태에서 해지 비용이라는 빚이 더 얹어지는 것이죠. 편의점주들은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말과 같다고 성토합니다.

편의점사들이 오히려 매출이 좋지 않은 지점일수록 마구잡이로 점주들을 모집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나중에 점주에게 해지 비용을 청구하면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중도해지 폐점 점포 수 매년↑…연간 해지 비용만 총 수백억 원

실제 연도별 중도해지로 인한 폐점 점포 수를 확인해보니 계속 늘고 있었습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편의점 본사들이 해지 비용으로만 챙기는 돈만 연간 수백억 원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B 사의 경우 2019년 중도해지 폐점 점포 수가 278곳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72곳으로 2배가량 늘었습니다.


C사 역시 2019년 156곳이던 중도해지 폐점 점포 수가 지난해 401곳을 기록하더니, 올해에는 6월까지만 30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편의점주들이 적자를 보면 본사도 적자를 보는 게 상식인데, 편의점주는 빚더미에 앉아도 오히려 본사는 이득을 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공정위의 해지 비용 기준 있었지만 2014년 폐지"

해지 비용 문제는 2010년대 초중반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다수의 편의점주들이 해지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탓이었죠.

2013년 3월~5월 경남 거제와 부산 등지의 편의점주 4명이 수천만 원의 폐점 위약금 문제를 토로하며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중도해지 위약금을 계약 금액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등 모범거래기준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범거래기준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2014년 편의점 해지 비용에 대한 기준을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 김남근 의원 "위약금 때문에 억지로 운영... 공정거래 기준 있어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편의점사들은 사회의 이목이 멀어진 사이 해지 비용을 조금씩 올려 평균 해지 비용이 최대 6500만 원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공정위가 폐지했던 모범거래기준을 부활시키든지 새로운 법을 만들든지 적절한 해지 비용 제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남근 의원은 "폐점 위약금 때문에 편의점주들은 영업이 되지 않는데도 억지로 장사를 해야 하는 피해가 있고, 또 폐점을 하는 경우에는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물어야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반면에 본사의 경우에는 점주들이 영업을 하게 되면 영업에 따른 또 본사 이익들이 생기고 폐점을 하게 되면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받아서 이익을 챙기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 이러한 불공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는 공정위에 편의점 해지 비용과 관련한 기준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관련 입법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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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5 19: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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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맹점이 계약 도중에 폐점을 신청할 경우 본사가 부과하는 해지비용이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점주가 적자를 이기지 못해 중도 폐점을 신청하면 오히려 본사가 청구하는 해지비용까지 더 내야 하는데, 이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겁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본사가 '부르는 게 값'이 된 해지비용,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대 편의점사 해지 비용 증가…많게는 수억 원 청구하기도"

국회 정무위원회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프랜차이즈 A사의 평균 해지 비용은 2019년 2600만 원이던 것이 2022년 4700만 원을 기록하더니, 올해 6월 기준 6500만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다른 편의점사들도 꾸준히 늘어 B사의 경우 2019년 3600만 원 수준이던 해지 비용이 올해 6월 기준 5500만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지 비용에는 여러 항목이 포함돼 있습니다. 처음 점주를 모집했을 때 줬던 사전 지원금도 있고, 중도 해지에 대한 위약금, 인테리어 잔존비, 추가 배분금 등도 있습니다.

이런 항목들이 계속 추가되게 되면 결국 수억 원까지 해지 비용이 오르기도 합니다.

남양주에서 2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매달 200~500만 원의 적자를 보다 폐점을 신청한 최병규 씨만 해도 해지 비용으로 무려 1억 6300만 원을 청구받았습니다.

최병규 씨가 받은 해지비용 청구서
최 씨처럼 중도 해지를 원하는 편의점들은 적자를 이기지 못해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장사가 안돼 이미 빚을 진 상태에서 해지 비용이라는 빚이 더 얹어지는 것이죠. 편의점주들은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말과 같다고 성토합니다.

편의점사들이 오히려 매출이 좋지 않은 지점일수록 마구잡이로 점주들을 모집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나중에 점주에게 해지 비용을 청구하면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중도해지 폐점 점포 수 매년↑…연간 해지 비용만 총 수백억 원

실제 연도별 중도해지로 인한 폐점 점포 수를 확인해보니 계속 늘고 있었습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편의점 본사들이 해지 비용으로만 챙기는 돈만 연간 수백억 원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B 사의 경우 2019년 중도해지 폐점 점포 수가 278곳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72곳으로 2배가량 늘었습니다.


C사 역시 2019년 156곳이던 중도해지 폐점 점포 수가 지난해 401곳을 기록하더니, 올해에는 6월까지만 30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편의점주들이 적자를 보면 본사도 적자를 보는 게 상식인데, 편의점주는 빚더미에 앉아도 오히려 본사는 이득을 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공정위의 해지 비용 기준 있었지만 2014년 폐지"

해지 비용 문제는 2010년대 초중반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다수의 편의점주들이 해지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탓이었죠.

2013년 3월~5월 경남 거제와 부산 등지의 편의점주 4명이 수천만 원의 폐점 위약금 문제를 토로하며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중도해지 위약금을 계약 금액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등 모범거래기준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범거래기준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2014년 편의점 해지 비용에 대한 기준을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 김남근 의원 "위약금 때문에 억지로 운영... 공정거래 기준 있어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편의점사들은 사회의 이목이 멀어진 사이 해지 비용을 조금씩 올려 평균 해지 비용이 최대 6500만 원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공정위가 폐지했던 모범거래기준을 부활시키든지 새로운 법을 만들든지 적절한 해지 비용 제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남근 의원은 "폐점 위약금 때문에 편의점주들은 영업이 되지 않는데도 억지로 장사를 해야 하는 피해가 있고, 또 폐점을 하는 경우에는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물어야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반면에 본사의 경우에는 점주들이 영업을 하게 되면 영업에 따른 또 본사 이익들이 생기고 폐점을 하게 되면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받아서 이익을 챙기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 이러한 불공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는 공정위에 편의점 해지 비용과 관련한 기준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관련 입법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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