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전문가 임용 의혹’ 코이카 이사, 직전 경력도 논란…코이카, 자료제출 거부

입력 2024.10.07 (12:08) 수정 2024.10.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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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채용 논란을 빚은 손정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상임이사의 임용 직전 경력이 공적개발원조(ODA)와 관련성이 낮은 공공기관 통역과 번역 감수로 확인됐습니다.

차지호 국회 외교통일위원(더불어민주당)이 코이카와 보건복지부 산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손 이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오송의료재단 글로벌협력관(위촉 선임급 행정원)으로 7개월간 재직하다 코이카 이사로 임용됐습니다.

지난해 3월 첫 모집한 글로벌협력관 직책은 화·수·목 8시간씩 주 24시간 근무하고 연봉 3,472만 원을 받는 계약직으로, 당시 지원자는 손 이사 1명이었습니다.

이후 손 이사가 맡은 업무는 △세계보건기구 통역 참석(1회) △기관 소개자료·홈페이지 영문 번역 △코스타리카 등 국외 인사 방문 시 통역 등이었으며, ODA 관련 업무는 없었습니다.

오송의료재단은 손 이사가 코이카로 옮겨간 이후에는 후임을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재단은 '국외 기관과의 협력이 증대됨에 따라 영어 능통 및 국제 협력 업무 경력자가 필요하다'며 자리를 신설했는데, 손 이사가 떠난 이후에는 내부 인력 사정 재검토에 따라 후임 선발 공고를 내지 않았습니다.

재단 관계자는 손 이사를 위해 신설된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통번역을 외주 의뢰할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손 이사는 단순 통번역 외에 외부 관계자와의 회의 퍼실리테이터(진행)를 맡기도 했다"고 KBS에 설명했습니다.

손 이사는 오송의료재단 경력에 앞서 2001~2020년 충북도청에서 외자 유치 업무 담당 주무관 등으로 재직했으며, 2020~2023년 청주대 교양대학 겸임교수·글로벌통상학부 조교수로 일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손경식 변호사(연수원 24기)가 손 이사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이카, 채용 자료 제출 거부…"불만있는 인사들의 제보"

코이카는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를 집행하는 기관으로, 올해 2조 26억 원을 예산으로 받았습니다.

정부 예산은 2.8% 늘어 역대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도 도리어 코이카는 전년 대비 48.4%, 6,535억을 더 받았습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 국제사회 관여를 늘리겠다는 현 정부 기조에 따라 ODA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결과입니다.

코이카 상임이사는 코이카 사무를 분야별로 나눠 총괄하는 고위직으로, 손 이사는 현재 5개 본부 가운데 '글로벌연대·파트너십본부'를 책임집니다.

해당 본부는 △인도적 지원 △긴급 재난·분쟁취약지역 지원 △질병 퇴치 기금 △각국 무상원조사업 관련 입찰과 조달 △시민사회·기업 협력을 담당합니다.

이 같은 업무를 총괄하기에는 손 이사의 경력이 ODA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손 이사를 제외한 상임이사 3인은 코이카에서 30년 이상 재직했거나 개발도상국에서 대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앞서 올해 7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위원들이 상임이사 채용에 함께 응시한 후보들의 이력과 채점표를 요구했지만, 코이카는 거부했습니다.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은 어제(7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상임이사 최종 후보 10인의 이력서에서 개인정보를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이재정 외통위원(민주당)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장 이사장은 또한 "적법하게 이뤄진 임명 권한 행사에 대해서, 일부 불만을 가진 인사들의 제보만으로 (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국회에서의 논의도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국회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민주당)은 장 이사장이 "행정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국정감사 기능을 부정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고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김기현 외통위원(국민의힘)은 "개인 신상과 관련된 사항일 수 있으며, 채점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면 인사 심사를 앞으로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며 "관계 법령을 잘 검토해 자료 제출 범위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사자 국회 출석…"우려 이해하지만 전문성 충분하다"

손 이사는 코이카 기관증인으로 어제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 출석했습니다.

차지호 외통위원(민주당)은 손 이사를 향해 "코이카 국제개발은 핵심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이 없으면 수조 원의 세금이 낭비될 뿐 아니라 현장에 해가 된다"며 "본인이 코이카 이사직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손 이사는 "공직과 대학에서 국제협력분야와 ODA 사업에 대해 25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지원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저의 전문성이나 경력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전문성과 경험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손 이사는 이후 KBS와의 통화에서 "공직에서 주로 국제통상 업무를 하며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했는데, 현재 코이카 이사로 담당하는 시민사회·기업협력 및 조달업무 역시 ODA를 통한 중소기업 해외진출과 연관이 있다"며 자신의 이력이 현 직책과 "굉장히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송의료재단 글로벌협력관 이력에 대해선 "7개월간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었겠지만, 외국과의 협의 주체가 저였고 통번역은 주된 업무가 아니었다"며 관련 지적이 "모욕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래픽 :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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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7 12: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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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호 국회 외교통일위원(더불어민주당)이 코이카와 보건복지부 산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손 이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오송의료재단 글로벌협력관(위촉 선임급 행정원)으로 7개월간 재직하다 코이카 이사로 임용됐습니다.

지난해 3월 첫 모집한 글로벌협력관 직책은 화·수·목 8시간씩 주 24시간 근무하고 연봉 3,472만 원을 받는 계약직으로, 당시 지원자는 손 이사 1명이었습니다.

이후 손 이사가 맡은 업무는 △세계보건기구 통역 참석(1회) △기관 소개자료·홈페이지 영문 번역 △코스타리카 등 국외 인사 방문 시 통역 등이었으며, ODA 관련 업무는 없었습니다.

오송의료재단은 손 이사가 코이카로 옮겨간 이후에는 후임을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재단은 '국외 기관과의 협력이 증대됨에 따라 영어 능통 및 국제 협력 업무 경력자가 필요하다'며 자리를 신설했는데, 손 이사가 떠난 이후에는 내부 인력 사정 재검토에 따라 후임 선발 공고를 내지 않았습니다.

재단 관계자는 손 이사를 위해 신설된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통번역을 외주 의뢰할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손 이사는 단순 통번역 외에 외부 관계자와의 회의 퍼실리테이터(진행)를 맡기도 했다"고 KBS에 설명했습니다.

손 이사는 오송의료재단 경력에 앞서 2001~2020년 충북도청에서 외자 유치 업무 담당 주무관 등으로 재직했으며, 2020~2023년 청주대 교양대학 겸임교수·글로벌통상학부 조교수로 일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손경식 변호사(연수원 24기)가 손 이사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이카, 채용 자료 제출 거부…"불만있는 인사들의 제보"

코이카는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를 집행하는 기관으로, 올해 2조 26억 원을 예산으로 받았습니다.

정부 예산은 2.8% 늘어 역대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도 도리어 코이카는 전년 대비 48.4%, 6,535억을 더 받았습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 국제사회 관여를 늘리겠다는 현 정부 기조에 따라 ODA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결과입니다.

코이카 상임이사는 코이카 사무를 분야별로 나눠 총괄하는 고위직으로, 손 이사는 현재 5개 본부 가운데 '글로벌연대·파트너십본부'를 책임집니다.

해당 본부는 △인도적 지원 △긴급 재난·분쟁취약지역 지원 △질병 퇴치 기금 △각국 무상원조사업 관련 입찰과 조달 △시민사회·기업 협력을 담당합니다.

이 같은 업무를 총괄하기에는 손 이사의 경력이 ODA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손 이사를 제외한 상임이사 3인은 코이카에서 30년 이상 재직했거나 개발도상국에서 대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앞서 올해 7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위원들이 상임이사 채용에 함께 응시한 후보들의 이력과 채점표를 요구했지만, 코이카는 거부했습니다.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은 어제(7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상임이사 최종 후보 10인의 이력서에서 개인정보를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이재정 외통위원(민주당)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장 이사장은 또한 "적법하게 이뤄진 임명 권한 행사에 대해서, 일부 불만을 가진 인사들의 제보만으로 (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국회에서의 논의도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국회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민주당)은 장 이사장이 "행정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국정감사 기능을 부정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고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김기현 외통위원(국민의힘)은 "개인 신상과 관련된 사항일 수 있으며, 채점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면 인사 심사를 앞으로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며 "관계 법령을 잘 검토해 자료 제출 범위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사자 국회 출석…"우려 이해하지만 전문성 충분하다"

손 이사는 코이카 기관증인으로 어제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 출석했습니다.

차지호 외통위원(민주당)은 손 이사를 향해 "코이카 국제개발은 핵심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이 없으면 수조 원의 세금이 낭비될 뿐 아니라 현장에 해가 된다"며 "본인이 코이카 이사직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손 이사는 "공직과 대학에서 국제협력분야와 ODA 사업에 대해 25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지원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저의 전문성이나 경력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전문성과 경험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손 이사는 이후 KBS와의 통화에서 "공직에서 주로 국제통상 업무를 하며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했는데, 현재 코이카 이사로 담당하는 시민사회·기업협력 및 조달업무 역시 ODA를 통한 중소기업 해외진출과 연관이 있다"며 자신의 이력이 현 직책과 "굉장히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송의료재단 글로벌협력관 이력에 대해선 "7개월간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었겠지만, 외국과의 협의 주체가 저였고 통번역은 주된 업무가 아니었다"며 관련 지적이 "모욕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래픽 :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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