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100m 절벽서 30대 추락…절체절명의 7시간

입력 2024.10.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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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북 대둔산 정상서 야영하던 30대 남성 한밤중 절벽 아래로 추락
추락 지점 100m 아래서 발견…머리 4cm 찢어졌지만 생명 지장 없어
들것 싣고 로프 묶어 7시간여 만에 구조 "살아남은 건 천운, 구조는 노력과 실력 덕분"


산 정상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30대 남성이 한밤중 100m 높이 절벽에서 떨어졌다가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어젯밤(7일) 10시쯤, 전북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에서 야영 중 텐트와 함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는 한 남성의 신고가 소방 당국에서 접수됐습니다.

대둔산 용문골 절벽 / KBS2TV 영상 앨범 산대둔산 용문골 절벽 / KBS2TV 영상 앨범 산

해당 남성은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것 같다. 정신을 잠시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말로 보아 머리를 다쳤고 위급한 상황임이 분명했습니다.

119구조대는 곧장 대둔산으로 갔습니다. 산세를 잘 아는 민간 산악구조대도 불러 모두 44명이 정상으로 향했는데, 곧 어려움을 맞닥뜨렸습니다. 대둔산 용문골 절벽까지 애써 올랐지만, 남성이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굴러떨어졌는지 알기 어려웠던 겁니다.

고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요즘 산속 기온은 8도 안팎까지 떨어집니다. 구조가 늦어지면 사고를 당한 남성이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도 적잖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어지러이 움직이던 손전등 불빛 끝에 노란색 물체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절벽 아래서 발견된 배낭 (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절벽 아래서 발견된 배낭 (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

낭떠러지와 맞닿은 나무 꼭대기에 배낭이 걸려있었습니다. 바로 옆에선 신발 한 짝도 발견됐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니 나무 밑에서 나머지 한 짝도 발견됐습니다. 구조대는 물건이 발견된 곳들을 선으로 이어 직선 방향 어딘가에 남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119구조대는 로프를 매고 절벽 밑으로, 또 밑으로 향했습니다. GPS 정보를 계속 확인하며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3시간 동안 험한 산세를 헤집고 100m가량 내려왔을 때, 골짜기 구석에서 텐트가 발견됐습니다.

남성은 그 안에 있었습니다. 100m를 굴러떨어져 텐트 구조물과 천에 뒤엉킨 상태였습니다. 놀랍게도 머리가 4cm 찢어지고 다리 한 군데가 부러졌을 뿐 남성의 의식은 또렷했습니다.

환자를 들것에 싣고 산 정상으로 옮기는 구조대원들 (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환자를 들것에 싣고 산 정상으로 옮기는 구조대원들 (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

구조한 남성을 헬기에 태우려 다시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구조대원들은 환자를 산악용 들것에 묶어 밀고 끌며 처음 출발했던 정상으로 옮겼습니다. 남성을 발견한 지 4시간 20분 만이었습니다.

100m 절벽에서 굴러떨어지고도 살아남은 건 어쩌면 천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깊고 험한 낭떠러지 속에서 사람을 구해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우리 구조대원들의 실력과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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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대둔산 정상서 야영하던 30대 남성 한밤중 절벽 아래로 추락<br />추락 지점 100m 아래서 발견…머리 4cm 찢어졌지만 생명 지장 없어<br />들것 싣고 로프 묶어 7시간여 만에 구조 "살아남은 건 천운, 구조는 노력과 실력 덕분"<br />

산 정상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30대 남성이 한밤중 100m 높이 절벽에서 떨어졌다가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어젯밤(7일) 10시쯤, 전북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에서 야영 중 텐트와 함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는 한 남성의 신고가 소방 당국에서 접수됐습니다.

대둔산 용문골 절벽 / KBS2TV 영상 앨범 산
해당 남성은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것 같다. 정신을 잠시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말로 보아 머리를 다쳤고 위급한 상황임이 분명했습니다.

119구조대는 곧장 대둔산으로 갔습니다. 산세를 잘 아는 민간 산악구조대도 불러 모두 44명이 정상으로 향했는데, 곧 어려움을 맞닥뜨렸습니다. 대둔산 용문골 절벽까지 애써 올랐지만, 남성이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굴러떨어졌는지 알기 어려웠던 겁니다.

고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요즘 산속 기온은 8도 안팎까지 떨어집니다. 구조가 늦어지면 사고를 당한 남성이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도 적잖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어지러이 움직이던 손전등 불빛 끝에 노란색 물체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절벽 아래서 발견된 배낭 (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
낭떠러지와 맞닿은 나무 꼭대기에 배낭이 걸려있었습니다. 바로 옆에선 신발 한 짝도 발견됐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니 나무 밑에서 나머지 한 짝도 발견됐습니다. 구조대는 물건이 발견된 곳들을 선으로 이어 직선 방향 어딘가에 남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119구조대는 로프를 매고 절벽 밑으로, 또 밑으로 향했습니다. GPS 정보를 계속 확인하며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3시간 동안 험한 산세를 헤집고 100m가량 내려왔을 때, 골짜기 구석에서 텐트가 발견됐습니다.

남성은 그 안에 있었습니다. 100m를 굴러떨어져 텐트 구조물과 천에 뒤엉킨 상태였습니다. 놀랍게도 머리가 4cm 찢어지고 다리 한 군데가 부러졌을 뿐 남성의 의식은 또렷했습니다.

환자를 들것에 싣고 산 정상으로 옮기는 구조대원들 (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
구조한 남성을 헬기에 태우려 다시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구조대원들은 환자를 산악용 들것에 묶어 밀고 끌며 처음 출발했던 정상으로 옮겼습니다. 남성을 발견한 지 4시간 20분 만이었습니다.

100m 절벽에서 굴러떨어지고도 살아남은 건 어쩌면 천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깊고 험한 낭떠러지 속에서 사람을 구해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우리 구조대원들의 실력과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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