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대중형 골프장의 과도한 그린피 인상
바가지 식음료비, 카트비도 불만 폭주
코로나 이후 평균 영업이익률 40% 넘어
국회가 나서 그린피 인하 손 본다
■ '전 그린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하는데요.' 익어도 너무~ 익어버린 잔디
"전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 하는데요." 요즘 OTT에서 가장 핫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에 나오는 미슐랭 3스타 요리사 안성재의 어록이다. 요리를 평가할 때는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한다는 요리 장인의 철학이 녹아 있다. "전 그린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하는데요." 라고 말을 바꿔보니 일부 비양심적인 골프장들의 현실은 그저 웃프다. 지난 여름 폭염에 타버린 그린 위엔 듬성듬성 맨땅이 드러나 보이고, 페어웨이는 물론 러프까지 죽어버린 잔디가 허다한 기준 미달 골프장들이 성업 중이다. 수익에만 혈안이 된 일부 대중형 골프장들의 실태와 문제점들을 점검해 본다.
인천광역시의 한 대중형 골프장을 이용하고 난 이후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한 고객의 모습.
■"여기는 안 와야 돼요!" 열 받은 이용객들 불만 가득
인천광역시에서 관리가 엉망이기로 소문이 자자한 한 대중형 골프장. 서울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평일 낮 최고 그린피가 24만 원에 달하는데도 아마추어 골퍼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오전 1부 라운드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골퍼들에게 솔직한 이용 후기를 들어봤다.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한 시민의 말속엔 분노가 서려있었다.
"저도 여기 다닌 지가 거의 뭐 8~9년 됐는데 최고 개판이에요. 맨날 핑계가 그거죠. 뭐 날씨가 뜨거워서(잔디가)탔다, 그럼 장사를 하지 말아야지! 내가 봤을 때는 여기는 안 와야 돼요. 저도 이제 안 오려고요." |
강원도에 위치한 한 대중형 골프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팥빙수. 가격은 4만 원.
■ 해장국 2만 4천 원, 팥빙수 4만 원 '해도 너무하는 바가지 식음료 요금'
대부분의 국내 골프장들은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한다. 회원제든 대중형이든 골프장 안에서 배가 고프면 식당이나 그늘집에서 사 먹어야 한다. 그런데 그 요금이 해도 너무한다. 해장국 하나가 2만 4천 원이 넘기 일쑤고, 여름철 별미인 팥빙수는 4만 원이 넘는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한 프리미엄 대중형 골프장에서는 망고 빙수 하나를 8만 원에 판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 골프장 망고 빙수엔 금가루라도 둘렀나?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한 대중형 골프장에서 운영 중인 전동 카트.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슬어 있다.
■ 전동 카트 대여비는 10만 원, '폭리는 계속된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선 5인승 전동 카트 대여를 필수로 한다. 개인이 카트를 가져와 혼자 라운드를 하는 건 한국에선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 카트 대여료가 하루 5시간에 10만 원까지 올랐다. 심지어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슨 상태로 손님을 받고 있는 골프장도 있다. 전동 카트 한대의 가격은 약 1,500만 원 수준. 한 달을 풀로 가동했을때 약 5개월이면 구입비를 뽑는다. 그 이후론 골프장 평균 카트 70대를 운영한다고 치면, 매일 700만 원이 넘는 수익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한달이면 2억 1천 만원이다.(충전료, 보수 유지비는 제외) 봉이 김선달이 울고 갈 지경이다.
코로나를 전후한 대중형 골프장들의 영업이익률 추이, 출처:한국레저산업연구소
■ 땡큐! 코로나~ 대중형 골프장들 얼마나 벌었나?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대중형 골프장들의 영업이익률이 2020년 코로나 19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전국 189개 대중형 골프장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이 66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작년에는 영업이익률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40%대다. 코로나로 골프 수요가 폭발한 이후 그린피를 천정부지로 올렸던 골프장들이 여전히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땅짚고 헤엄치기다. 문제는 가격이 올라갔으면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기본을 망각하고 모래 바닥에서 장사는 하고 있는 대중형 골프장들이 소비자의 분노 게이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연간 캐디피 결제 규모는 2조원으로 추산. 평균 캐디피는 14만 5천 원이 넘는다.(자료:한국골프장경영협회)
■ 캐디피는 언제까지 현금으로만 결제?
골프장의 도우미 캐디피를 현금으로만 지불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평균 캐디피가 15만 원까지 치솟은지 오래다.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도 카드로 결제되는데, 캐디피는 현금으로만 내야하다 보니 캐디들의 소득이 정확히 집계 되지 않고 과세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캐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골프장으로선 캐디 눈치를 보느라 소득을 국세청에 축소 신고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를 기반으로 그린재킷(캐디피 카드 결제 시스템 스타트업)이 추산한 2023년 캐디 소득 분석에 따르면, 캐디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5,500만 원에 이른다. 이제 캐디들의 시급도 34,000원이 넘어가는 시대인 만큼 캐디들도 정당한 납세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수고용직인 캐디들로서도 국세청에 정확한 소득이 잡히지 않다 보니,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도 제한이 많다고 한다.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거니와 신용대출, 자동차 리스 같은 건 기대도 할 수 없다. 이러한 관행이 바뀌고 카드 결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담당 지자체와 문체부, 국세청 모두 캐디피 현금 결제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는 실정이다. 캐디피를 내는 이용객들에게 현금 영수증을 의무 발급해주든가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 인하될 듯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그린피는 현재 4월~6월, 9월~11월까지의 평균 그린피로 산정된다. 주중 18만 8천 원, 주말 24만 7천 원이 그 기준 금액이다. 이 기준을 맞춰야만 대중형 골프장으로 인정받고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얌체같은 골프장들은 새벽 시간대에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받고 황금시간대인 낮에 그린피를 높게 받으며 평균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국회가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기준을 '평균 그린피'에서 '최고 그린피'로 바꾸는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 중이다.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뜻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중 그린피는 약 1만 9천 원, 주말 그린피는 2만 1천 원씩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을 봉으로 알고 악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부 대중형 골프장들로선 반성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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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전쟁? 골프 전쟁! 불만 폭주하는 대중형 골프장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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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0-09 14:16:23
대중형 골프장의 과도한 그린피 인상<br />바가지 식음료비, 카트비도 불만 폭주<br />코로나 이후 평균 영업이익률 40% 넘어<br />국회가 나서 그린피 인하 손 본다
■ '전 그린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하는데요.' 익어도 너무~ 익어버린 잔디
"전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 하는데요." 요즘 OTT에서 가장 핫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에 나오는 미슐랭 3스타 요리사 안성재의 어록이다. 요리를 평가할 때는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한다는 요리 장인의 철학이 녹아 있다. "전 그린의 익힘 정도를 중요시하는데요." 라고 말을 바꿔보니 일부 비양심적인 골프장들의 현실은 그저 웃프다. 지난 여름 폭염에 타버린 그린 위엔 듬성듬성 맨땅이 드러나 보이고, 페어웨이는 물론 러프까지 죽어버린 잔디가 허다한 기준 미달 골프장들이 성업 중이다. 수익에만 혈안이 된 일부 대중형 골프장들의 실태와 문제점들을 점검해 본다.
■"여기는 안 와야 돼요!" 열 받은 이용객들 불만 가득
인천광역시에서 관리가 엉망이기로 소문이 자자한 한 대중형 골프장. 서울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평일 낮 최고 그린피가 24만 원에 달하는데도 아마추어 골퍼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오전 1부 라운드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골퍼들에게 솔직한 이용 후기를 들어봤다.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한 시민의 말속엔 분노가 서려있었다.
"저도 여기 다닌 지가 거의 뭐 8~9년 됐는데 최고 개판이에요. 맨날 핑계가 그거죠. 뭐 날씨가 뜨거워서(잔디가)탔다, 그럼 장사를 하지 말아야지! 내가 봤을 때는 여기는 안 와야 돼요. 저도 이제 안 오려고요." |
■ 해장국 2만 4천 원, 팥빙수 4만 원 '해도 너무하는 바가지 식음료 요금'
대부분의 국내 골프장들은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한다. 회원제든 대중형이든 골프장 안에서 배가 고프면 식당이나 그늘집에서 사 먹어야 한다. 그런데 그 요금이 해도 너무한다. 해장국 하나가 2만 4천 원이 넘기 일쑤고, 여름철 별미인 팥빙수는 4만 원이 넘는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한 프리미엄 대중형 골프장에서는 망고 빙수 하나를 8만 원에 판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 골프장 망고 빙수엔 금가루라도 둘렀나?
■ 전동 카트 대여비는 10만 원, '폭리는 계속된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선 5인승 전동 카트 대여를 필수로 한다. 개인이 카트를 가져와 혼자 라운드를 하는 건 한국에선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 카트 대여료가 하루 5시간에 10만 원까지 올랐다. 심지어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슨 상태로 손님을 받고 있는 골프장도 있다. 전동 카트 한대의 가격은 약 1,500만 원 수준. 한 달을 풀로 가동했을때 약 5개월이면 구입비를 뽑는다. 그 이후론 골프장 평균 카트 70대를 운영한다고 치면, 매일 700만 원이 넘는 수익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한달이면 2억 1천 만원이다.(충전료, 보수 유지비는 제외) 봉이 김선달이 울고 갈 지경이다.
■ 땡큐! 코로나~ 대중형 골프장들 얼마나 벌었나?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대중형 골프장들의 영업이익률이 2020년 코로나 19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전국 189개 대중형 골프장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이 66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작년에는 영업이익률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40%대다. 코로나로 골프 수요가 폭발한 이후 그린피를 천정부지로 올렸던 골프장들이 여전히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땅짚고 헤엄치기다. 문제는 가격이 올라갔으면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기본을 망각하고 모래 바닥에서 장사는 하고 있는 대중형 골프장들이 소비자의 분노 게이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 캐디피는 언제까지 현금으로만 결제?
골프장의 도우미 캐디피를 현금으로만 지불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평균 캐디피가 15만 원까지 치솟은지 오래다.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도 카드로 결제되는데, 캐디피는 현금으로만 내야하다 보니 캐디들의 소득이 정확히 집계 되지 않고 과세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캐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골프장으로선 캐디 눈치를 보느라 소득을 국세청에 축소 신고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를 기반으로 그린재킷(캐디피 카드 결제 시스템 스타트업)이 추산한 2023년 캐디 소득 분석에 따르면, 캐디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5,500만 원에 이른다. 이제 캐디들의 시급도 34,000원이 넘어가는 시대인 만큼 캐디들도 정당한 납세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수고용직인 캐디들로서도 국세청에 정확한 소득이 잡히지 않다 보니,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도 제한이 많다고 한다.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거니와 신용대출, 자동차 리스 같은 건 기대도 할 수 없다. 이러한 관행이 바뀌고 카드 결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담당 지자체와 문체부, 국세청 모두 캐디피 현금 결제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는 실정이다. 캐디피를 내는 이용객들에게 현금 영수증을 의무 발급해주든가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 인하될 듯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그린피는 현재 4월~6월, 9월~11월까지의 평균 그린피로 산정된다. 주중 18만 8천 원, 주말 24만 7천 원이 그 기준 금액이다. 이 기준을 맞춰야만 대중형 골프장으로 인정받고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얌체같은 골프장들은 새벽 시간대에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받고 황금시간대인 낮에 그린피를 높게 받으며 평균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국회가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기준을 '평균 그린피'에서 '최고 그린피'로 바꾸는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 중이다.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뜻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중 그린피는 약 1만 9천 원, 주말 그린피는 2만 1천 원씩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을 봉으로 알고 악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부 대중형 골프장들로선 반성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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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성 기자 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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