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폐업도 마음대로 못 해요

입력 2024.10.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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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29회 I] 폐업도 마음대로 못 해요

사람 빼고 다 판다는 만물 경매장.

지켜보는 사람도 흥미진진합니다.

생활용품부터 아이들이 쓰는 장난감, 골동품까지 온갖 물건이 경매에 부쳐집니다.


<녹취>
자 이거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쓰던건데…. 4개 한꺼번에 가져가. 1만. 2만. 3만. 4만….

중고 전화기 4대가 8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녹취>
(어디다 쓰려고 사셨어요?) 장식하려고 (장식? 4개를 다요?) 네.

얼마 전부터는 문을 닫은 점포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2시간 반 동안의 경매가 끝나고….

<녹취>
오늘 많이 팔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깨비입니다. 도깨비.

얼마나 팔았을까요?

<녹취>
(원하던 만큼 많이 팔렸어요?) 다 못 팔았어. 저기에 한 200만 원 넘게 남았어요.

이 경매장의 물건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인터뷰>김길동/경매 물품 판매상인
폐업해서 못 가지고 가는 거 다 사. 근데 지금은 물건은 많이 나오는데 팔리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폐업 점포의 물건들이 경매에 부쳐집니다.

<인터뷰>박영걸/만물도깨비 회장
저희한테 일주일에 한 10분 이상 정도가 폐업하신 분들이 오셔서 저희 거 좀 치워달라….

한 해 100만 명 가까이 폐업을 해야 하는 현실.

벼랑 끝 자영업자들에게 남은 선택은 뭘까요?


<녹취> 주점 사장
이런 것도 뭐 필요하신 분 있으면 드리고 싶은데 가져가실지도 모르겠고..

20년 동안 운영해 왔던 주점을 닫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가게 안에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푼이라도 건져보려는 마음에 중고 거래 플랫폼에도 내놔봅니다.

<인터뷰> 주점 사장
중고 거래 플랫폼은 하루에 20가지만 올릴 수 있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거 넘어서는 등록이 안 돼요. (그러면 이거 다 버리시는 거예요? 안 가져가면?) 연락해도 안 가져가요.

한때는 꽤 붐볐던 식당

<인터뷰>건물 관리인
장사가 무지하게 잘 됐지. 가면 잔칫집이야 뷔페식당 같아. 바글바글. 정신이 하나도 없어. 코로나 시작되면서지. (그전까지는 엄청 사람 많았고?) 네 괜찮았어요.

3년의 코로나도 버텨냈습니다.

<인터뷰> 주점 사장
그때 보험 다 깼어요. 또 여기 거 해약해서 몇 달 치 해결하고….


하지만 더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터뷰> 주점 사장
안 되는 거죠. 왜. 들어오는 손님도 그만큼 줄어들고 돈 쓰는 씀씀이도 작아지고 재료비는 솟구치고 인건비 오르고….

잠을 줄여가며 점심 장사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인터뷰>주점 사장
저한테는 제 인생에 청춘 시기 다 바친 곳이거든요. 어떻게 해서든 잠 안 자고 정말 열심히 해서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3시간 자고 다시 나와서 점심하고 그렇게 반복을 해봤는데도 제 판단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인터뷰> 이정희/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났다고 해서 예전으로 완전히 그냥 복귀한 건 아니에요. 저녁 시간대의 모임이 줄어든 거죠. 회식도 줄어들고. 이러니까 그런데 회식 저녁 시간 모임 이런 데 관련된 비즈니스 대부분 이 자영업과 관련된 비즈니스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쪽에서 상당히 이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겼고요..

수원의 한 오래된 상가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철거 작업 하시는 거예요?) 네 맞아요. (지금 뭐 철거하시는 거예요?) 원래 식당이었는데, 식당에서 공유주방으로 사용했었는데, 지금 장사가 안돼서 폐업하시는 중이죠, 그래서 철거 작업을 저희가 도와주는 거죠. (공유주방이면 배달 같은 거?) 그렇죠.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거죠.


10개의 배달 전문 식당이 있었던 곳. 아홉 군데가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여기 가게 한 군데만 남아있는데 여기도 빼고 나면 이 상가는 이제 전체 철거를 들어갈 거예요. 마지막 매장이죠

바로 옆 가게에는 치우지 못한 집기들이 남아있습니다.

<인터뷰>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못 빼는 거예요. 돈이 없어서. 그러니까 폐업도 마음대로 못 해요 지금은. 폐업할 수가 없어요.

집기를 치우고 주방 설비를 철거하는 데만 수백~수천만 원까지 들어갑니다.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한 트럭당 40만 원씩 보셔야 돼요. 쓰레기 비용만 해도 이런데 여기 와서 인원들만 해도 5명. 저까지 6명 이렇게 되니까 비용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지금.

20제곱미터의 작은 매장 하나를 정리하는데도 300~400만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텅 비어버린 주방.

이곳에서 2년 동안 영업을 해 왔습니다.

왜 폐업을 결심했을까?

<인터뷰>폐업 음식점주
수수료가 너무 비싸요. 배민. 쿠팡. 수수료. 배달비 이런 게 너무 올라가니까…. 같은 전년도 같은 매출에 비해 수익률이 너무 떨어지니까 유지를 할 수가 없어요. 뭐 다른 거 뭐 물가 상승도 당연히 있지만 그래도 배달 수수료가 너무….

사장님이 보여준 한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하루 47만 원을 팔았는데 수수료와 배달비 등으로 13만 원이 차감되고 34만 원만 정산이 됐습니다.

소상공인들이 배달앱 등에 내는 비용은 최근 5년간 80% 정도 늘었습니다.

여기에 임대료와 관리비, 재료비와 인건비 등도 추가로 들어갑니다.

<인터뷰>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플랫폼은 원래 (수수료) 30%를 받아요. 왜 그러겠습니까? 걔네도 그래야 돌아가는 거예요. 그게 건물에 들어가는 거하고 똑같은 겁니다. ‘이 건물 들어가면 내가 월세 30%를 내야 돼’ 그러면 들어가시겠어요? 그럼 안 들어가요. 아무도.



지난 한 해에만 100만 명 가까운 자영업자가 폐업을 신청했습니다.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입니다.

<인터뷰>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또 어디로 가시나 봐요?) 지금 강동구 쪽으로 가고 있는데 거기 식당 돈가스집이었는데 거기를 지금 철거하러 이동 중입니다.

폐업이 너무 많아요. 거의 뭐 쏟아져 나오는 정도니까. 저희가 많을 때는 전국적으로 한 12개 이상. 15개까지는 한 번 해본 것 같아요.

하루 동안의 철거 횟수라는 겁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철거 문의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녹취>
주소를 하나 남겨주시면 제가 내일이나 모레쯤 미리 연락드리고 방문을 드릴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문의가 한 10배는 많아요. 근데 문의하시고 공사를 못 하시는 이유는 철거 공사비나 원상복구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그걸 한 번에 딱히 결정을 쉽게 하시지는 못하죠. 왜냐하면 지금 비용이 없으시잖아요. 근데 그 비용을 또 마련해야 하니까.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서울 강동의 한 식당.

벌써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1년 동안 새 임차인을 구해봤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채 영업을 종료해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 원의 철거비 외에 원상복구 비용까지 들게 됐습니다.

<녹취>폐업 음식점주
(가게 내놓은 게) 작년 11월. 거의 1년 됐다니까. 저거 권리금도 없이 내놨어. 저거. 그냥 들어와서 막 들어오기만 해라. 그런데도 입질을 안 해. 안들어 온다니까. 어쩔 수 없어요. 왜냐면 또 지나면 계약 자동 연장이 되니까 빨리 원상복구를 해야될 거 아니야.

현재 폐업을 하면 3.3제곱미터당 13만 원, 최대 250만 원의 철거비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구 비용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건물 주인들은 깨끗한 상태를 원하세요. 그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이 비용이 좀 많이 들어가요. 근데 사업이 안 돼서 어려워서 정리하시는 분들에게 그 비용 부담이라는 게 엄청나죠. 그렇기 때문에 폐업을 하고는 싶지만 지금 당장 못 접으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요

폐업을 미루는 사이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은 더 커집니다.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그 비용을 마련하려고 계약을 끊지 못하고 계약 연장을 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시면서 그 비용을 만들어 가지고 폐업을 하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중고 집기류가 주로 거래되는 서울 황학동 시장.

<인터뷰> 주방가구거리 상인
이거는 뭐 만드는 기계예요? 빵이나 만두, 피자 밀가루를 반죽하는 기계예요. (다 이게 밀가루 반죽하고 뽑아내는 기계구나) 네 맞아요.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주방·가구거리 상인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만두나 순대나 이런 큰 기계들 쓰시는 분들이 시작을 해요. 칼국수도 그렇고. 근데 옛날에 비하면 진짜 많이 준 거죠.



영업을 하던 가게들은 이제 주방 집기를 쌓아두는 창고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임종권/주방·가구거리 상인
많아요. 창고 거기 그런 거 하나 둘 셋 네 개 있어요. 그러니까 임대료하고 그런 게 많이 나가요.

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손님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김기환 /예비 사장
(언제 오픈하세요?) 아직. 한 10월 쯤에

막상 시작은 했는데 걱정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기환 /예비 사장
저도 겁나죠. 지금. 최대한 금액을 줄인 다음에 해야, 안 그러면 돈 투자했다가 망해버리면….

황학동을 찾은 또 다른 손님

<녹취>
(어떤 거 개업하러 오신 거예요?) 일식당이요. 주변에서 다 하지 말라고 해요. (왜 만류하던가요?)경기가 안 좋다고 하니까.

폐업은 늘고 개업은 줄면서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2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인터뷰>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금융 거래 통계로 한번 잡아보면 우리나라 소상공인이 최근 한 6년 225만 명에서 230만 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해요. 그런데 올해 2024년 7월 현재는 220만 명까지 줄었어요. 코로나 때 2021년도가 225만이었어요. 그러면 지금까지 가장 최저였던 때보다 5만 이 더 줄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폐업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걸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입니다.

자영업자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문제는 자영업을 대신할 일자리는 없는데 폐업률만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과거에도 우리가 뭐 많이 어렵다 뭐 이래서 폐업이 많다고 그럴 때도 통계를 보면 망하는 만큼 생깁니다. 그래서 그게 225만에서 230만 사이를 유지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220만까지 내려온 거야. 여태까지 이런 적이 별로 없었어요.

예전에는 폐업이 재창업으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정희/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렇게 실업이 늘고 할 경우는 결국에는 정부가 다 지원 대상 복지 대상이 늘어나는 거죠.

이제는 자영업 내에서의 승자독식 양상도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소상공인은 항상 어렵습니다. 그런데 더 문제가 생긴 건 뭐냐 양극화입니다. / 격차가 과거에는 예를 들면 10배였다 그러면 지금은 20배가 되는 거예요. 그 20배가 된다는 게 뭐냐 하면 잘하는 사람이 1명이 이 시장에 들어오면 10명이 죽는다는 얘기입니다.

상하위 자영업자의 소득 격차는 이제 100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과거에는 소상공인 시장엔 잘하는 사람이 별로 안 들어왔어요. 왜 (주변에) 양질의 일자리가 너무 많았고 두 번째 소상공인으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요즘은 그런 사람이 들어오면 혼자서 10억 원을 법니다. 그러면 이게 시장이 새로 창조되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매출을 그 사람이 가져가는 거죠.


오늘은 폐업한 학원을 철거하는 날입니다.

<인터뷰>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저는 더 겁나는 게 폐업 예정인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죠. / 폐업 비용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지금 폐업을 고민인 분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이런 게 계속 지속이 된다면 정말로 어떻게 되나, 되는 건지 걱정도 많이 되고….

진입 장벽이 낮아 한 해 130만 명이 뛰어드는 자영업 시장.

유지하기도 어렵고 그만두기도 어려운 지금, 자영업을 그만둔 이후에는 더 막막하다는 게 자영업의 현실입니다.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그분들 말이 전부 다 그래요. 자영업 선택하기를 잘못했다고 하면서도 이걸 선택하지 않으면 또 다른 게 할 게 없었다 라고, 또 얘기하시니까 정말 요즘에는 대안이 그렇게 없는 것 같아요.

취재기자: 조정인
내레이션: 유지원
촬영: 조선기
영상편집: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한혜민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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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폐업도 마음대로 못 해요
    • 입력 2024-10-14 11:05:36
    경제
[더 보다 29회 I] 폐업도 마음대로 못 해요

사람 빼고 다 판다는 만물 경매장.

지켜보는 사람도 흥미진진합니다.

생활용품부터 아이들이 쓰는 장난감, 골동품까지 온갖 물건이 경매에 부쳐집니다.


<녹취>
자 이거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쓰던건데…. 4개 한꺼번에 가져가. 1만. 2만. 3만. 4만….

중고 전화기 4대가 8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녹취>
(어디다 쓰려고 사셨어요?) 장식하려고 (장식? 4개를 다요?) 네.

얼마 전부터는 문을 닫은 점포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2시간 반 동안의 경매가 끝나고….

<녹취>
오늘 많이 팔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깨비입니다. 도깨비.

얼마나 팔았을까요?

<녹취>
(원하던 만큼 많이 팔렸어요?) 다 못 팔았어. 저기에 한 200만 원 넘게 남았어요.

이 경매장의 물건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인터뷰>김길동/경매 물품 판매상인
폐업해서 못 가지고 가는 거 다 사. 근데 지금은 물건은 많이 나오는데 팔리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폐업 점포의 물건들이 경매에 부쳐집니다.

<인터뷰>박영걸/만물도깨비 회장
저희한테 일주일에 한 10분 이상 정도가 폐업하신 분들이 오셔서 저희 거 좀 치워달라….

한 해 100만 명 가까이 폐업을 해야 하는 현실.

벼랑 끝 자영업자들에게 남은 선택은 뭘까요?


<녹취> 주점 사장
이런 것도 뭐 필요하신 분 있으면 드리고 싶은데 가져가실지도 모르겠고..

20년 동안 운영해 왔던 주점을 닫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가게 안에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푼이라도 건져보려는 마음에 중고 거래 플랫폼에도 내놔봅니다.

<인터뷰> 주점 사장
중고 거래 플랫폼은 하루에 20가지만 올릴 수 있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거 넘어서는 등록이 안 돼요. (그러면 이거 다 버리시는 거예요? 안 가져가면?) 연락해도 안 가져가요.

한때는 꽤 붐볐던 식당

<인터뷰>건물 관리인
장사가 무지하게 잘 됐지. 가면 잔칫집이야 뷔페식당 같아. 바글바글. 정신이 하나도 없어. 코로나 시작되면서지. (그전까지는 엄청 사람 많았고?) 네 괜찮았어요.

3년의 코로나도 버텨냈습니다.

<인터뷰> 주점 사장
그때 보험 다 깼어요. 또 여기 거 해약해서 몇 달 치 해결하고….


하지만 더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터뷰> 주점 사장
안 되는 거죠. 왜. 들어오는 손님도 그만큼 줄어들고 돈 쓰는 씀씀이도 작아지고 재료비는 솟구치고 인건비 오르고….

잠을 줄여가며 점심 장사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인터뷰>주점 사장
저한테는 제 인생에 청춘 시기 다 바친 곳이거든요. 어떻게 해서든 잠 안 자고 정말 열심히 해서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3시간 자고 다시 나와서 점심하고 그렇게 반복을 해봤는데도 제 판단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인터뷰> 이정희/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났다고 해서 예전으로 완전히 그냥 복귀한 건 아니에요. 저녁 시간대의 모임이 줄어든 거죠. 회식도 줄어들고. 이러니까 그런데 회식 저녁 시간 모임 이런 데 관련된 비즈니스 대부분 이 자영업과 관련된 비즈니스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쪽에서 상당히 이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겼고요..

수원의 한 오래된 상가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철거 작업 하시는 거예요?) 네 맞아요. (지금 뭐 철거하시는 거예요?) 원래 식당이었는데, 식당에서 공유주방으로 사용했었는데, 지금 장사가 안돼서 폐업하시는 중이죠, 그래서 철거 작업을 저희가 도와주는 거죠. (공유주방이면 배달 같은 거?) 그렇죠.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거죠.


10개의 배달 전문 식당이 있었던 곳. 아홉 군데가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여기 가게 한 군데만 남아있는데 여기도 빼고 나면 이 상가는 이제 전체 철거를 들어갈 거예요. 마지막 매장이죠

바로 옆 가게에는 치우지 못한 집기들이 남아있습니다.

<인터뷰>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못 빼는 거예요. 돈이 없어서. 그러니까 폐업도 마음대로 못 해요 지금은. 폐업할 수가 없어요.

집기를 치우고 주방 설비를 철거하는 데만 수백~수천만 원까지 들어갑니다.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한 트럭당 40만 원씩 보셔야 돼요. 쓰레기 비용만 해도 이런데 여기 와서 인원들만 해도 5명. 저까지 6명 이렇게 되니까 비용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지금.

20제곱미터의 작은 매장 하나를 정리하는데도 300~400만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텅 비어버린 주방.

이곳에서 2년 동안 영업을 해 왔습니다.

왜 폐업을 결심했을까?

<인터뷰>폐업 음식점주
수수료가 너무 비싸요. 배민. 쿠팡. 수수료. 배달비 이런 게 너무 올라가니까…. 같은 전년도 같은 매출에 비해 수익률이 너무 떨어지니까 유지를 할 수가 없어요. 뭐 다른 거 뭐 물가 상승도 당연히 있지만 그래도 배달 수수료가 너무….

사장님이 보여준 한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하루 47만 원을 팔았는데 수수료와 배달비 등으로 13만 원이 차감되고 34만 원만 정산이 됐습니다.

소상공인들이 배달앱 등에 내는 비용은 최근 5년간 80% 정도 늘었습니다.

여기에 임대료와 관리비, 재료비와 인건비 등도 추가로 들어갑니다.

<인터뷰>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플랫폼은 원래 (수수료) 30%를 받아요. 왜 그러겠습니까? 걔네도 그래야 돌아가는 거예요. 그게 건물에 들어가는 거하고 똑같은 겁니다. ‘이 건물 들어가면 내가 월세 30%를 내야 돼’ 그러면 들어가시겠어요? 그럼 안 들어가요. 아무도.



지난 한 해에만 100만 명 가까운 자영업자가 폐업을 신청했습니다.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입니다.

<인터뷰>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또 어디로 가시나 봐요?) 지금 강동구 쪽으로 가고 있는데 거기 식당 돈가스집이었는데 거기를 지금 철거하러 이동 중입니다.

폐업이 너무 많아요. 거의 뭐 쏟아져 나오는 정도니까. 저희가 많을 때는 전국적으로 한 12개 이상. 15개까지는 한 번 해본 것 같아요.

하루 동안의 철거 횟수라는 겁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철거 문의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녹취>
주소를 하나 남겨주시면 제가 내일이나 모레쯤 미리 연락드리고 방문을 드릴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문의가 한 10배는 많아요. 근데 문의하시고 공사를 못 하시는 이유는 철거 공사비나 원상복구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그걸 한 번에 딱히 결정을 쉽게 하시지는 못하죠. 왜냐하면 지금 비용이 없으시잖아요. 근데 그 비용을 또 마련해야 하니까.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서울 강동의 한 식당.

벌써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1년 동안 새 임차인을 구해봤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채 영업을 종료해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 원의 철거비 외에 원상복구 비용까지 들게 됐습니다.

<녹취>폐업 음식점주
(가게 내놓은 게) 작년 11월. 거의 1년 됐다니까. 저거 권리금도 없이 내놨어. 저거. 그냥 들어와서 막 들어오기만 해라. 그런데도 입질을 안 해. 안들어 온다니까. 어쩔 수 없어요. 왜냐면 또 지나면 계약 자동 연장이 되니까 빨리 원상복구를 해야될 거 아니야.

현재 폐업을 하면 3.3제곱미터당 13만 원, 최대 250만 원의 철거비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구 비용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건물 주인들은 깨끗한 상태를 원하세요. 그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이 비용이 좀 많이 들어가요. 근데 사업이 안 돼서 어려워서 정리하시는 분들에게 그 비용 부담이라는 게 엄청나죠. 그렇기 때문에 폐업을 하고는 싶지만 지금 당장 못 접으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요

폐업을 미루는 사이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은 더 커집니다.

<인터뷰>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그 비용을 마련하려고 계약을 끊지 못하고 계약 연장을 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시면서 그 비용을 만들어 가지고 폐업을 하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중고 집기류가 주로 거래되는 서울 황학동 시장.

<인터뷰> 주방가구거리 상인
이거는 뭐 만드는 기계예요? 빵이나 만두, 피자 밀가루를 반죽하는 기계예요. (다 이게 밀가루 반죽하고 뽑아내는 기계구나) 네 맞아요.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주방·가구거리 상인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만두나 순대나 이런 큰 기계들 쓰시는 분들이 시작을 해요. 칼국수도 그렇고. 근데 옛날에 비하면 진짜 많이 준 거죠.



영업을 하던 가게들은 이제 주방 집기를 쌓아두는 창고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임종권/주방·가구거리 상인
많아요. 창고 거기 그런 거 하나 둘 셋 네 개 있어요. 그러니까 임대료하고 그런 게 많이 나가요.

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손님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김기환 /예비 사장
(언제 오픈하세요?) 아직. 한 10월 쯤에

막상 시작은 했는데 걱정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기환 /예비 사장
저도 겁나죠. 지금. 최대한 금액을 줄인 다음에 해야, 안 그러면 돈 투자했다가 망해버리면….

황학동을 찾은 또 다른 손님

<녹취>
(어떤 거 개업하러 오신 거예요?) 일식당이요. 주변에서 다 하지 말라고 해요. (왜 만류하던가요?)경기가 안 좋다고 하니까.

폐업은 늘고 개업은 줄면서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2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인터뷰>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금융 거래 통계로 한번 잡아보면 우리나라 소상공인이 최근 한 6년 225만 명에서 230만 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해요. 그런데 올해 2024년 7월 현재는 220만 명까지 줄었어요. 코로나 때 2021년도가 225만이었어요. 그러면 지금까지 가장 최저였던 때보다 5만 이 더 줄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폐업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걸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입니다.

자영업자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문제는 자영업을 대신할 일자리는 없는데 폐업률만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과거에도 우리가 뭐 많이 어렵다 뭐 이래서 폐업이 많다고 그럴 때도 통계를 보면 망하는 만큼 생깁니다. 그래서 그게 225만에서 230만 사이를 유지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220만까지 내려온 거야. 여태까지 이런 적이 별로 없었어요.

예전에는 폐업이 재창업으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정희/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렇게 실업이 늘고 할 경우는 결국에는 정부가 다 지원 대상 복지 대상이 늘어나는 거죠.

이제는 자영업 내에서의 승자독식 양상도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소상공인은 항상 어렵습니다. 그런데 더 문제가 생긴 건 뭐냐 양극화입니다. / 격차가 과거에는 예를 들면 10배였다 그러면 지금은 20배가 되는 거예요. 그 20배가 된다는 게 뭐냐 하면 잘하는 사람이 1명이 이 시장에 들어오면 10명이 죽는다는 얘기입니다.

상하위 자영업자의 소득 격차는 이제 100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영갑/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
과거에는 소상공인 시장엔 잘하는 사람이 별로 안 들어왔어요. 왜 (주변에) 양질의 일자리가 너무 많았고 두 번째 소상공인으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요즘은 그런 사람이 들어오면 혼자서 10억 원을 법니다. 그러면 이게 시장이 새로 창조되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매출을 그 사람이 가져가는 거죠.


오늘은 폐업한 학원을 철거하는 날입니다.

<인터뷰>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저는 더 겁나는 게 폐업 예정인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죠. / 폐업 비용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지금 폐업을 고민인 분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이런 게 계속 지속이 된다면 정말로 어떻게 되나, 되는 건지 걱정도 많이 되고….

진입 장벽이 낮아 한 해 130만 명이 뛰어드는 자영업 시장.

유지하기도 어렵고 그만두기도 어려운 지금, 자영업을 그만둔 이후에는 더 막막하다는 게 자영업의 현실입니다.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그분들 말이 전부 다 그래요. 자영업 선택하기를 잘못했다고 하면서도 이걸 선택하지 않으면 또 다른 게 할 게 없었다 라고, 또 얘기하시니까 정말 요즘에는 대안이 그렇게 없는 것 같아요.

취재기자: 조정인
내레이션: 유지원
촬영: 조선기
영상편집: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한혜민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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