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쉽지 않은 죽음

입력 2024.10.16 (16:45) 수정 2024.10.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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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시간 : 10월 16일(수) 16:00~17:00 KBS1
■ 진행 : 송영석 기자
■ 출연 : 송병기 / 의료인류학자


https://youtu.be/fuX7SjDpMbs

◎송영석: 최근 스위스에서 들어가 누워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몇 분 만에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 조력 사망 캡슐 사르코가 사용돼서 위법 논란이 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힘들지 않게 외롭지 않게 죽을 준비 또 그럴 권리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는지요? 의료인류학자 송병기 작가와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송병기: 음 인류학이라고 하면 보통 인간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도 의료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사회 문화적으로 연구하는 게 의료 인류학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돌봄이나 질병, 노화, 죽음 등을 사회 문화적 관계망 속에서 살펴보는 사람이 의료 인류학자다.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영석: 그렇군요. 바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스위스에서 이제 위법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사르코라는 기계를 이미 한 번 사용했어요. 미국 여성이 이 기계를 사용해서 사망했는데 조력 사망이 허용된 스위스 당국에서도 범죄 혐의로 조사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논란이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송병기: 일단은 저희가 안락사에 대한 정의를 아주 간단하게 먼저 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안락사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스위스에서는 이제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환자가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의사 조력 자살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사르코 같은 경우에는 이 자살을 이제 하게 했다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안전 관련 법률이라든지 그다음에 이제 기계가 쓰는 질소 등의 화학물 관련 법률에 의해서 적절하지 않다고 당국이 판단해서 금지했다고 보는 이유가 좀 더 타당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사르코를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3만 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이슈가 됐었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371명이나 사르코를 이용하겠다 이렇게 신청을 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현재 미국인 이용자 사망 이후의 절차는 중단된 상황인데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르코를 이용하겠다 신청을 했던 걸까요?

▼송병기: 사르코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스위스의 안락사 그러니까 의사 조력 사망을 지원하는 단체에 지원하는 외국인들과 스위스 자국 내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하는 일상이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석을 할 수도 있겠죠. 더 이상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인데 계속 병원에서 소위 연명 의료 같은 것을 하면서 삶을 이제 지속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특히 나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아닌가 의학적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 자유 그다음에 사람들의 어떤 일상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그러기에는 안락사 의사 조력 사망이 좀 더 나한테는 맞는 선택인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우리나라에서도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잖아요. 법적으로 가능하죠. 이제 최근에 여기 신청하는 사람들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더라고요. 우리 서구에서는 지금 말씀하신 조력 사망이라든가 안락사에 대한 담론이 우리보다 먼저 형성이 됐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연명의료 중단을 신청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좀 눈여겨봐야겠죠.

▼송병기: 그렇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문서를 평소에 건강할 때 작성을 해서 인공호흡기라든가 심폐소생술 그다음에 이제 항암제 혈액 투석 이런 것들을 이제 안 하겠다라고 미리 이 문서를 통해서 작성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들도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그런 분위기의 반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송영석: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 그렇게 많다고는 볼 수 없잖아요.

▼송병기: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성인 기준으로는 약 5% 정도에 머물고 있고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70~80대 여성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송영석: 그렇군요. 그러면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건데 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좀 두렵기도 하고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송병기: 그렇죠. 앵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평소에 저희가 생의 끝자락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고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병원에서 사망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병원의 치료라든가 환경이 우리가 이제 평소에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가 않아요. 굉장히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고 거기서 이제 어떤 판단을 할지가 복잡하게 요청이 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송영석: 말씀하신 대로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 그 비율도 많이 늘었죠?

▼송병기: 그렇죠. 지금 한국인 10명 중 8명이 병원에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80%에 가까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송영석: 그래서 그런가요?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아닐까 싶은데요.

▼송병기: 맞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장에서 제가 연구를 해보면 노쇠와 말기 질환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대다수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그다음에 응급실, 중환자실 이런 데를 시설을 전전하면서 말기를 보내시다가 이제 사망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시설에서의 삶이 우리가 소위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환경이다라고 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송영석: 2000년대 초 들어서 그랬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잖아요. 그 이후에 요양원, 요양기관들도 좀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송병기: 그렇습니다. 2008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이 됐죠. 그 2008년 이후에 한국의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족의 부담을 던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노인 환자들이나 말기 질환자들이 이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죠.

◎송영석: 존엄한 돌봄이라는 표현도 저서에 쓰셨더라고요. 돌봄을 받을 권리도 좀 필요한 것이고요. 또 존엄한 임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희망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마. 그렇지만 죽음과 맞닥뜨려야 될 상황에서 그걸 바람대로 되기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고 운도 따라줘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 아니겠습니까?

▼송병기: 맞습니다. 지금의 현실이 바로 운과 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 딜레마를 좀 벗어나기 위해서는 첫째는 다양한 가치로 디자인된 의료 공간이 늘어나야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의 의료 공간은 진단과 치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생애 말기에는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자의 몸이 돌봄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해질 수 있죠. 그래서 호스피스라든지 재택의료라든지 그다음에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이제 간병 급여화라든지 이런 식의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송영석: 연명 치료 중단 의사를 미리 이제 말씀하시는 분들, 신청하시는 분들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때는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거나 크게 아프게 된 경우에 이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을 때 가족들이 결정을 하게 되지 않습니까? 가족들도 큰 고통이거든요. 선택한다는 것이.

▼송병기: 맞습니다. 그러니까 가족의 의견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고요. 그리고 평소에 이제 생애 말기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분들이 그때 돼서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낸다는 것도 쉽지가 않죠. 더욱이 1인 가구가 지금 현재 굉장히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가족의 형태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거기서도 이제 나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을 때 내가 연명의료라든지 좀 더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 제도 이런 것들이 고안돼야 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생각. 본인이 결정해야 될 문제이기는 한데 또 아까 말씀하셨듯이 자식들 생각해서, 가족들 생각해서 좀 결정을 못 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습니까?

▼송병기: 맞습니다. 통계를 살펴봐도 자기 결정권이 이제 굉장히 중요해서 존엄하게 죽고 싶은 권리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지만 또 한편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저희가 아팠을 때 가족의 부담이 그만큼 큰 사회라는 의미이겠죠. 그래서 가족의 삶의 조건과 상관없이 환자 스스로 환자의 일상 그다음에 환자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제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근데 자식들도 사실 고통인 건 마찬가지거든요. 부모님의 수발을 들어야 하고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이제 부모님한테 죄송스럽거든요. 그 두 가지 다 고통인 거거든요.

▼송병기: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식 자녀들이 또 환자를 돌보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있고 그 반대의 고통도 있는데 이것이 이제 가족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게끔 하는 사회의 문화 그런 의료 공간의 확장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양처럼 지금 의료 공간이 다양한 가치로 디자인된 곳이 많은 경우에는 가족이 어떤 상황이든지 상관없이 환자가 이제 환자의 존엄을 지키면서 생애 말기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이제 환경과 공간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존엄한 돌봄이 가능하다면 가족들도 그렇고 본인 걱정도 좀 덜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사회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잖아요.

▼송병기: 맞습니다. 그래서 치료에 대해서 또 수술에 대해서 의료보험이라든가 의료 시스템은 굉장히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실제로 환자의 일상 가족의 일상을 지탱하는 돌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간병의 문제도 심각한데요. 간병이 제도 안에 포섭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간병을 전부 다 개인의 돈으로 혹은 가족이 알아서 해야 되는 문제로 되어 있는 상황이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문제들이 지금 심각한 상황입니다.

◎송영석: 돌봄 인력 처우 개선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좀 이해가 되는데 마지막으로 이제 현장에서 오래 연구해 오셨는데 송 작가가 생각하시는 좋은 죽음이란 어떤 개념입니까?

▼송병기: 좋은 죽음 나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저희가 너무 거창한 이상 그리고 굉장히 이제 좀 완벽한 어떤 생애 말의 환경 분위기를 떠올리는데요. 제 생각에는 편안한 죽음, 평온한 죽음 정도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어떤 장소에서 생애 말기를 보내고 싶은지, 또 그 생애 말기에 필요한 돌봄. 그것은 누가 할 건지, 그리고 그 돌봄을 하는 사람들을 또 어떻게 돌볼 건지 여기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송영석: 돌봄의 황무지에서 존엄한 돌봄. 임종이 가능한 존엄한 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의료인류학자 송병기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송병기: 감사합니다.

◎송영석: 오늘 사사건건이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내일 오후 4시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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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쉽지 않은 죽음
    • 입력 2024-10-16 16:45:46
    • 수정2024-10-16 17:45:23
    사사건건
■ 방송시간 : 10월 16일(수) 16:00~17:00 KBS1
■ 진행 : 송영석 기자
■ 출연 : 송병기 / 의료인류학자


https://youtu.be/fuX7SjDpMbs

◎송영석: 최근 스위스에서 들어가 누워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몇 분 만에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 조력 사망 캡슐 사르코가 사용돼서 위법 논란이 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힘들지 않게 외롭지 않게 죽을 준비 또 그럴 권리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는지요? 의료인류학자 송병기 작가와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송병기: 음 인류학이라고 하면 보통 인간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도 의료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사회 문화적으로 연구하는 게 의료 인류학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돌봄이나 질병, 노화, 죽음 등을 사회 문화적 관계망 속에서 살펴보는 사람이 의료 인류학자다.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영석: 그렇군요. 바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스위스에서 이제 위법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사르코라는 기계를 이미 한 번 사용했어요. 미국 여성이 이 기계를 사용해서 사망했는데 조력 사망이 허용된 스위스 당국에서도 범죄 혐의로 조사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논란이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송병기: 일단은 저희가 안락사에 대한 정의를 아주 간단하게 먼저 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안락사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스위스에서는 이제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환자가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의사 조력 자살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사르코 같은 경우에는 이 자살을 이제 하게 했다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안전 관련 법률이라든지 그다음에 이제 기계가 쓰는 질소 등의 화학물 관련 법률에 의해서 적절하지 않다고 당국이 판단해서 금지했다고 보는 이유가 좀 더 타당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사르코를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3만 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이슈가 됐었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371명이나 사르코를 이용하겠다 이렇게 신청을 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현재 미국인 이용자 사망 이후의 절차는 중단된 상황인데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르코를 이용하겠다 신청을 했던 걸까요?

▼송병기: 사르코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스위스의 안락사 그러니까 의사 조력 사망을 지원하는 단체에 지원하는 외국인들과 스위스 자국 내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하는 일상이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석을 할 수도 있겠죠. 더 이상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인데 계속 병원에서 소위 연명 의료 같은 것을 하면서 삶을 이제 지속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특히 나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아닌가 의학적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 자유 그다음에 사람들의 어떤 일상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그러기에는 안락사 의사 조력 사망이 좀 더 나한테는 맞는 선택인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우리나라에서도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잖아요. 법적으로 가능하죠. 이제 최근에 여기 신청하는 사람들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더라고요. 우리 서구에서는 지금 말씀하신 조력 사망이라든가 안락사에 대한 담론이 우리보다 먼저 형성이 됐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연명의료 중단을 신청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좀 눈여겨봐야겠죠.

▼송병기: 그렇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문서를 평소에 건강할 때 작성을 해서 인공호흡기라든가 심폐소생술 그다음에 이제 항암제 혈액 투석 이런 것들을 이제 안 하겠다라고 미리 이 문서를 통해서 작성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들도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그런 분위기의 반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송영석: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 그렇게 많다고는 볼 수 없잖아요.

▼송병기: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성인 기준으로는 약 5% 정도에 머물고 있고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70~80대 여성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송영석: 그렇군요. 그러면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건데 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좀 두렵기도 하고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송병기: 그렇죠. 앵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평소에 저희가 생의 끝자락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고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병원에서 사망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병원의 치료라든가 환경이 우리가 이제 평소에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가 않아요. 굉장히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고 거기서 이제 어떤 판단을 할지가 복잡하게 요청이 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송영석: 말씀하신 대로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 그 비율도 많이 늘었죠?

▼송병기: 그렇죠. 지금 한국인 10명 중 8명이 병원에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80%에 가까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송영석: 그래서 그런가요?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아닐까 싶은데요.

▼송병기: 맞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장에서 제가 연구를 해보면 노쇠와 말기 질환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대다수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그다음에 응급실, 중환자실 이런 데를 시설을 전전하면서 말기를 보내시다가 이제 사망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시설에서의 삶이 우리가 소위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환경이다라고 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송영석: 2000년대 초 들어서 그랬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잖아요. 그 이후에 요양원, 요양기관들도 좀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송병기: 그렇습니다. 2008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이 됐죠. 그 2008년 이후에 한국의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족의 부담을 던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노인 환자들이나 말기 질환자들이 이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죠.

◎송영석: 존엄한 돌봄이라는 표현도 저서에 쓰셨더라고요. 돌봄을 받을 권리도 좀 필요한 것이고요. 또 존엄한 임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희망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마. 그렇지만 죽음과 맞닥뜨려야 될 상황에서 그걸 바람대로 되기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고 운도 따라줘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 아니겠습니까?

▼송병기: 맞습니다. 지금의 현실이 바로 운과 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 딜레마를 좀 벗어나기 위해서는 첫째는 다양한 가치로 디자인된 의료 공간이 늘어나야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의 의료 공간은 진단과 치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생애 말기에는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자의 몸이 돌봄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해질 수 있죠. 그래서 호스피스라든지 재택의료라든지 그다음에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이제 간병 급여화라든지 이런 식의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송영석: 연명 치료 중단 의사를 미리 이제 말씀하시는 분들, 신청하시는 분들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때는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거나 크게 아프게 된 경우에 이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을 때 가족들이 결정을 하게 되지 않습니까? 가족들도 큰 고통이거든요. 선택한다는 것이.

▼송병기: 맞습니다. 그러니까 가족의 의견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고요. 그리고 평소에 이제 생애 말기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분들이 그때 돼서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낸다는 것도 쉽지가 않죠. 더욱이 1인 가구가 지금 현재 굉장히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가족의 형태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거기서도 이제 나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을 때 내가 연명의료라든지 좀 더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 제도 이런 것들이 고안돼야 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생각. 본인이 결정해야 될 문제이기는 한데 또 아까 말씀하셨듯이 자식들 생각해서, 가족들 생각해서 좀 결정을 못 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습니까?

▼송병기: 맞습니다. 통계를 살펴봐도 자기 결정권이 이제 굉장히 중요해서 존엄하게 죽고 싶은 권리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지만 또 한편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저희가 아팠을 때 가족의 부담이 그만큼 큰 사회라는 의미이겠죠. 그래서 가족의 삶의 조건과 상관없이 환자 스스로 환자의 일상 그다음에 환자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제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근데 자식들도 사실 고통인 건 마찬가지거든요. 부모님의 수발을 들어야 하고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이제 부모님한테 죄송스럽거든요. 그 두 가지 다 고통인 거거든요.

▼송병기: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식 자녀들이 또 환자를 돌보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있고 그 반대의 고통도 있는데 이것이 이제 가족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게끔 하는 사회의 문화 그런 의료 공간의 확장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양처럼 지금 의료 공간이 다양한 가치로 디자인된 곳이 많은 경우에는 가족이 어떤 상황이든지 상관없이 환자가 이제 환자의 존엄을 지키면서 생애 말기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이제 환경과 공간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존엄한 돌봄이 가능하다면 가족들도 그렇고 본인 걱정도 좀 덜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사회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잖아요.

▼송병기: 맞습니다. 그래서 치료에 대해서 또 수술에 대해서 의료보험이라든가 의료 시스템은 굉장히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실제로 환자의 일상 가족의 일상을 지탱하는 돌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간병의 문제도 심각한데요. 간병이 제도 안에 포섭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간병을 전부 다 개인의 돈으로 혹은 가족이 알아서 해야 되는 문제로 되어 있는 상황이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문제들이 지금 심각한 상황입니다.

◎송영석: 돌봄 인력 처우 개선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좀 이해가 되는데 마지막으로 이제 현장에서 오래 연구해 오셨는데 송 작가가 생각하시는 좋은 죽음이란 어떤 개념입니까?

▼송병기: 좋은 죽음 나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저희가 너무 거창한 이상 그리고 굉장히 이제 좀 완벽한 어떤 생애 말의 환경 분위기를 떠올리는데요. 제 생각에는 편안한 죽음, 평온한 죽음 정도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어떤 장소에서 생애 말기를 보내고 싶은지, 또 그 생애 말기에 필요한 돌봄. 그것은 누가 할 건지, 그리고 그 돌봄을 하는 사람들을 또 어떻게 돌볼 건지 여기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송영석: 돌봄의 황무지에서 존엄한 돌봄. 임종이 가능한 존엄한 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의료인류학자 송병기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송병기: 감사합니다.

◎송영석: 오늘 사사건건이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내일 오후 4시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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