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 확률 60%” 예측 사이트…WSJ “조직적 베팅 의혹”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10.19 (10:07)
수정 2024.10.19 (10: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박빙 판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 머물고 있습니다.
대선 당선 가능성 예측 그래프를 내놓고 있는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보면 전체 538명의 대의원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273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65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선 확률은 해리스 54%, 트럼프 46%입니다. 지난달 말 58대 41까지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꽤 줄었습니다.
또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 미국 대통령 당선을 맞춰왔던 네이트 실버의 그래프를 봐도 이달 초 3.5%포인트였던 둘 사이의 격차가 최근 2.3%포인트까지 줄었습니다. 이 둘의 분석을 보면 트럼프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여론 조사와 분위기 다른 베팅사이트...더 정확하다?
그런데 이와 다른 분위기의 흐름을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돈을 거는 '베팅 사이트'입니다.
이 가운데 폴리마켓(Polymarket)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폴리마켓을 구글에 검색해보면 "세계 최대의 예측 시장으로, 암호화폐나 정치, 스포츠 등 가장 논쟁거리가 되는 세계의 주제에 대해 거래한다"고 돼 있습니다.
폴리마켓에선 각 코인의 가치가 1달러인 암호화폐를 이용해 베팅합니다. 원하는 쪽에 코인을 걸고, 맞으면 건 만큼을 돌려받지만 틀리면 모두 잃는 방식입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10월 18일 현재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60.1%, 해리스의 당선확률이 39.9%로 나타나고 있다. 폴리메이커 홈페이지 갈무리.
이 사이트에선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60%가 넘습니다. 트럼프 당선 쪽에 그만큼 많은 돈이 투자됐다는 뜻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후 엎치락 뒤치락 했는데 그 흐름이 바뀐 건 10월 초입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인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는 둘 사이의 역전이 막 시작됐을 때 다른 사람의 글을 공유하면서 이렇게 말을 덧붙입니다.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 실제 돈이 걸려 있으니까"
일론 머스크가 폴리메이커 사이트의 트럼프 당선 확률을 공유하면서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고 X(옛 트위터)에 썼다. 일론 머스크 X 갈무리
■ 월스트리트저널(WSJ) "3천만 달러 투입 의혹...의심스럽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기사에서 "3천만 달러 상당(우리 돈 약 4백억 원)의 암호화폐를 투자한 4개의 폴리마켓 계좌에서 조작된 환상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록체인 분석 회사인 아컴 인텔리전스를 인용했습니다.
아컴에 따르면 트럼프에 베팅한 계좌들이 모두 특정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을 조달했고, 행동 방식이 비슷했습니다. 계정들은 6월부터 이달 사이에 생성됐습니다. 이 계정들은 단순히 트럼프 승리에만 암호화폐를 건 게 아니라 미국 전체 투표에서도 득표를 더 많이 할 것이라는 쪽에도 걸었다는 게 아컴의 설명입니다.(트럼프는 역대 선거에서 전국 득표율에서 이긴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 계좌들의 몸통이 하나라고 믿을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승리에 투자된 3천만 달러의 수수께끼 자금이 유명한 예측 시장을 움직였다”는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체계적으로 투자됐다는 부제가 달렸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갈무리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면서 다른 전문가의 말도 덧붙입니다. 벤처캐피털 회사인 시니아윈 벤처스의 관리 파트너 코크란은 "3천만 달러가 큰 돈을 보이지만, 폴리마켓의 승산을 높이기에 충분하고, 선거에 영향을미치려는 돈 많은 개인에게는 큰 지출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효율적인 정치 광고"라고도 했습니다.
또 2012년에 있었던 사건을 예로 들었습니다.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의 승리에 걸었던 '롬니 고래(Romney Whale)'가 있었는데, 당시 이 투자자의 행태가 조작의 특성을 갖고 있었고, 최근 폴리마켓에서의 움직임도 비슷하다는 겁니다.
■ 하지만 "그냥 투자일 수도..."
물론 단순 투자라는 의견도 기사에 담겼습니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의 통계학 교수인 해리 크레인은 영국의 다른 베팅 사이트에서도 트럼프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을 조작하기 위한 숨은 동기나 노력 없이도 특정 가능성에 많이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큰 돈을 벌기 위한 투자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폴리마켓에서의 확률 변화가 다른 베팅 사이트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프리딕트잇과 같은 예측사이트를 보면, 폴리마켓에서의 역전 이후 시차를 두고 역전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그 전부터 둘 사이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었고, 그 흐름이 이어졌을 뿐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 대선일은 11월 5일. 이제 3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 결과를 좌우할 이른바 '경합주'에서 유세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 수가 19명으로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선 둘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도 되지 않습니다. 여론조사로 이 정도 격차에서 우열을 구분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앞서 기사에 언급된 롬니 고래는 당시 거의 7백만 달러를 잃었습니다. 과연 3천만 달러를 트럼프에 건 이 투자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직 그에게 '트럼프 고래'와 같은 별명은 붙여지지 않았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트럼프 승리 확률 60%” 예측 사이트…WSJ “조직적 베팅 의혹” [특파원 리포트]
-
- 입력 2024-10-19 10:07:49
- 수정2024-10-19 10:09:04
미국 대선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박빙 판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 머물고 있습니다.
대선 당선 가능성 예측 그래프를 내놓고 있는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보면 전체 538명의 대의원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273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65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선 확률은 해리스 54%, 트럼프 46%입니다. 지난달 말 58대 41까지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꽤 줄었습니다.
또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 미국 대통령 당선을 맞춰왔던 네이트 실버의 그래프를 봐도 이달 초 3.5%포인트였던 둘 사이의 격차가 최근 2.3%포인트까지 줄었습니다. 이 둘의 분석을 보면 트럼프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여론 조사와 분위기 다른 베팅사이트...더 정확하다?
그런데 이와 다른 분위기의 흐름을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돈을 거는 '베팅 사이트'입니다.
이 가운데 폴리마켓(Polymarket)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폴리마켓을 구글에 검색해보면 "세계 최대의 예측 시장으로, 암호화폐나 정치, 스포츠 등 가장 논쟁거리가 되는 세계의 주제에 대해 거래한다"고 돼 있습니다.
폴리마켓에선 각 코인의 가치가 1달러인 암호화폐를 이용해 베팅합니다. 원하는 쪽에 코인을 걸고, 맞으면 건 만큼을 돌려받지만 틀리면 모두 잃는 방식입니다.
이 사이트에선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60%가 넘습니다. 트럼프 당선 쪽에 그만큼 많은 돈이 투자됐다는 뜻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후 엎치락 뒤치락 했는데 그 흐름이 바뀐 건 10월 초입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인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는 둘 사이의 역전이 막 시작됐을 때 다른 사람의 글을 공유하면서 이렇게 말을 덧붙입니다.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 실제 돈이 걸려 있으니까"
■ 월스트리트저널(WSJ) "3천만 달러 투입 의혹...의심스럽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기사에서 "3천만 달러 상당(우리 돈 약 4백억 원)의 암호화폐를 투자한 4개의 폴리마켓 계좌에서 조작된 환상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록체인 분석 회사인 아컴 인텔리전스를 인용했습니다.
아컴에 따르면 트럼프에 베팅한 계좌들이 모두 특정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을 조달했고, 행동 방식이 비슷했습니다. 계정들은 6월부터 이달 사이에 생성됐습니다. 이 계정들은 단순히 트럼프 승리에만 암호화폐를 건 게 아니라 미국 전체 투표에서도 득표를 더 많이 할 것이라는 쪽에도 걸었다는 게 아컴의 설명입니다.(트럼프는 역대 선거에서 전국 득표율에서 이긴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 계좌들의 몸통이 하나라고 믿을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면서 다른 전문가의 말도 덧붙입니다. 벤처캐피털 회사인 시니아윈 벤처스의 관리 파트너 코크란은 "3천만 달러가 큰 돈을 보이지만, 폴리마켓의 승산을 높이기에 충분하고, 선거에 영향을미치려는 돈 많은 개인에게는 큰 지출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효율적인 정치 광고"라고도 했습니다.
또 2012년에 있었던 사건을 예로 들었습니다.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의 승리에 걸었던 '롬니 고래(Romney Whale)'가 있었는데, 당시 이 투자자의 행태가 조작의 특성을 갖고 있었고, 최근 폴리마켓에서의 움직임도 비슷하다는 겁니다.
■ 하지만 "그냥 투자일 수도..."
물론 단순 투자라는 의견도 기사에 담겼습니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의 통계학 교수인 해리 크레인은 영국의 다른 베팅 사이트에서도 트럼프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을 조작하기 위한 숨은 동기나 노력 없이도 특정 가능성에 많이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큰 돈을 벌기 위한 투자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폴리마켓에서의 확률 변화가 다른 베팅 사이트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프리딕트잇과 같은 예측사이트를 보면, 폴리마켓에서의 역전 이후 시차를 두고 역전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그 전부터 둘 사이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었고, 그 흐름이 이어졌을 뿐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 대선일은 11월 5일. 이제 3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 결과를 좌우할 이른바 '경합주'에서 유세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 수가 19명으로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선 둘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도 되지 않습니다. 여론조사로 이 정도 격차에서 우열을 구분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앞서 기사에 언급된 롬니 고래는 당시 거의 7백만 달러를 잃었습니다. 과연 3천만 달러를 트럼프에 건 이 투자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직 그에게 '트럼프 고래'와 같은 별명은 붙여지지 않았습니다.
-
-
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박일중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