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기 ‘경고등’…소상공인 대출 연체 심각

[앵커]

고물가와 소비 감소로 제주지역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대출 연체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시 원도심의 한 식당.

배추 등 재룟값은 나날이 오르는데 최근 매출은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김홍욱/음식점주 : "13만 원 홀(매장) 매출이 나왔어요. (부부) 내외로 인건비가 안 나가니까 그나마 버티는 거지. 인건비가 나간다고 하면 버틸 수 없는 거죠."]

인근 옷 가게도 손님 발길이 뚝 끊겨 경기 침체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배윤임/의류점주 : "계속 이러면 못 하는 거죠. 계속 출혈하면서 영업할 수는 없잖아요. 손님이 한 사람도 안 들어올 때도 많거든요."]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쇼핑몰 운영 법인도 임대료 내기가 벅찬 실정입니다.

[이효섭/A 쇼핑몰 지점장 : "작년 하반기부터는 임대료를 한 번에 못 내고 있습니다. 건물주께 양해를 구하고 분납하고 있을 정도로 지금 매출 상황은 안 좋고요."]

불황의 그늘 속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주지역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15%.

2년 전과 비교하면 6배 넘게 뛰었습니다.

제주에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문 닫는 가게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제주지역 폐업자 수는 만 5천 명으로, 폐업률은 9.5%.

코로나19 당시에도 줄곧 하락세를 보인 폐업률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코로나 사태 때 받은 정부의 대출금도 상환해야 해 사면초가에 놓인 소상공인들.

대출금을 최대 1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게 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제도가 제주에 전국 최초로 도입됐는데, 시행 반년 만에 신청자가 3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제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이 고금리와 고물가로 만들어진 불황의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고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