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논란의 ‘조력 사망 캡슐’

입력 2024.10.28 (15:37) 수정 2024.10.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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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위스는 말기 암 환자처럼 고통이 극심한 환자 스스로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는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대표적 국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스위스에서 최근 조력 사망 캡슐이 처음으로 사용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파리 송락규 특파원 연결합니다.

송 특파원, 스위스는 원래 조력 사망을 폭넓게 허용하는 국가인데, 이번엔 왜 논란이 일고 있는 건가요?

[기자]

기존 조력 사망 방식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통상 스위스에선 말기 암 환자처럼 고통이 극심한 이들에 한정해 의사 면담을 필수적으로 진행한 뒤 조력 사망을 실시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조력 사망 캡슐을 처음 사용한 단체는 첫 사용자가 면역 질환이 있는 환자라고만 밝혔을 뿐 의학적 판단 과정 없이 자의적으로 대상을 선정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또 기존에 쓰던 약물 방식이 아닌 질소 가스 주입 방식을 쓴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아델 하이트/가명/주민 : "그 사람들은 제 친구로부터 이 장소를 빌렸습니다. 그것(조력 사망 캡슐)을 이런 곳까지 가져와서 그런 행위를 해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보라색 기기, 조력 사망 캡슐 '사르코'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30초도 안 돼 공기 중 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질소 농도가 짙어져 5분 안에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앵커]

이번에 스위스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기존 방식의 조력사망을 앞둔 환자도 만났다고요?

[기자]

취재진은 스위스 현지에서 조력 사망을 앞둔 한 프랑스인을 만났습니다.

4년 전 암이 발병한 뒤부터 존엄한 죽음을 준비했다는 70대 남성은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습니다.

[재키 가바도스/조력 사망 신청자 :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입니다. 제가 배우자와 사별한 상태라는 것도 말해야겠죠. 그래서 (결정이) 더 쉬웠습니다."]

[크리스토프 가바도스/조력 사망 신청자 아들 : "힘든 것은 당신이 미리 (임종) 날짜와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안다는 겁니다."]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환자가 조력 사망을 신청하면, 단체들은 말기 암 환자처럼 치료 가능성이 없는지 등을 심사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또다시 두 차례 의사와의 면담을 거쳐 최종 시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조력 사망 시행 당일 환자는 가족들 곁에서 스스로 약물을 투여합니다.

약물 주입 후 30초 만에 환자는 잠에 들게 되고 5분 안에 숨을 거두게 됩니다.

사망 판정 후엔 사전 신고로 인근에 대기하던 경찰과 법의학자가 현장을 찾아 사인을 확인합니다.

[앵커]

스위스의 기존 조력 사망 지원 단체들과 의학협회도 새 캡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요?

[기자]

스위스의 조력사망 지원 단체들은 모두 캡슐 사용에 반대합니다.

질소 가스 주입 방식이 고통을 주지 않는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우리 돈 몇만 원의 저렴한 비용 역시 과장된 홍보 수단일 뿐이라는 겁니다.

[에리카 프레지크/조력 사망 지원 단체 '라이프서클' 대표 : "저는 캡슐 사용 비용이 20스위스프랑(약 3만 원)이라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이 국제적인 (사망) 서류를 발급하고 이런 일들을 어떻게 한다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스위스 의학협회도 조력 사망 시행 전 반드시 의사와 면담을 거치도록 관련 지침을 강화했습니다.

스위스 당국은 해당 캡슐이 허가 없이 사용됐다며 관계자들을 자살 방조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캡슐 사용 단체 측은 기기 가동을 잠정 중단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신청자만 371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돕는 발명품이다, 너무 쉽게 죽음을 조장한다 등 조력 사망 캡슐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이인영/자료조사: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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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현장]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논란의 ‘조력 사망 캡슐’
    • 입력 2024-10-28 15:37:04
    • 수정2024-10-28 15: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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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위스는 말기 암 환자처럼 고통이 극심한 환자 스스로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는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대표적 국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스위스에서 최근 조력 사망 캡슐이 처음으로 사용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파리 송락규 특파원 연결합니다.

송 특파원, 스위스는 원래 조력 사망을 폭넓게 허용하는 국가인데, 이번엔 왜 논란이 일고 있는 건가요?

[기자]

기존 조력 사망 방식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통상 스위스에선 말기 암 환자처럼 고통이 극심한 이들에 한정해 의사 면담을 필수적으로 진행한 뒤 조력 사망을 실시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조력 사망 캡슐을 처음 사용한 단체는 첫 사용자가 면역 질환이 있는 환자라고만 밝혔을 뿐 의학적 판단 과정 없이 자의적으로 대상을 선정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또 기존에 쓰던 약물 방식이 아닌 질소 가스 주입 방식을 쓴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아델 하이트/가명/주민 : "그 사람들은 제 친구로부터 이 장소를 빌렸습니다. 그것(조력 사망 캡슐)을 이런 곳까지 가져와서 그런 행위를 해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보라색 기기, 조력 사망 캡슐 '사르코'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30초도 안 돼 공기 중 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질소 농도가 짙어져 5분 안에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앵커]

이번에 스위스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기존 방식의 조력사망을 앞둔 환자도 만났다고요?

[기자]

취재진은 스위스 현지에서 조력 사망을 앞둔 한 프랑스인을 만났습니다.

4년 전 암이 발병한 뒤부터 존엄한 죽음을 준비했다는 70대 남성은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습니다.

[재키 가바도스/조력 사망 신청자 :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입니다. 제가 배우자와 사별한 상태라는 것도 말해야겠죠. 그래서 (결정이) 더 쉬웠습니다."]

[크리스토프 가바도스/조력 사망 신청자 아들 : "힘든 것은 당신이 미리 (임종) 날짜와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안다는 겁니다."]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환자가 조력 사망을 신청하면, 단체들은 말기 암 환자처럼 치료 가능성이 없는지 등을 심사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또다시 두 차례 의사와의 면담을 거쳐 최종 시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조력 사망 시행 당일 환자는 가족들 곁에서 스스로 약물을 투여합니다.

약물 주입 후 30초 만에 환자는 잠에 들게 되고 5분 안에 숨을 거두게 됩니다.

사망 판정 후엔 사전 신고로 인근에 대기하던 경찰과 법의학자가 현장을 찾아 사인을 확인합니다.

[앵커]

스위스의 기존 조력 사망 지원 단체들과 의학협회도 새 캡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요?

[기자]

스위스의 조력사망 지원 단체들은 모두 캡슐 사용에 반대합니다.

질소 가스 주입 방식이 고통을 주지 않는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우리 돈 몇만 원의 저렴한 비용 역시 과장된 홍보 수단일 뿐이라는 겁니다.

[에리카 프레지크/조력 사망 지원 단체 '라이프서클' 대표 : "저는 캡슐 사용 비용이 20스위스프랑(약 3만 원)이라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이 국제적인 (사망) 서류를 발급하고 이런 일들을 어떻게 한다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스위스 의학협회도 조력 사망 시행 전 반드시 의사와 면담을 거치도록 관련 지침을 강화했습니다.

스위스 당국은 해당 캡슐이 허가 없이 사용됐다며 관계자들을 자살 방조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캡슐 사용 단체 측은 기기 가동을 잠정 중단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신청자만 371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돕는 발명품이다, 너무 쉽게 죽음을 조장한다 등 조력 사망 캡슐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이인영/자료조사: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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