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의 굴복? 돈 잔치 된 미국대선 [뉴스in뉴스]
입력 2024.10.29 (12:33)
수정 2024.10.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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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을 대표하는 정론지,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피해를 우려한 제프 베조스 사주의 결정으로 전해집니다.
베조스 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등 여러 부자들의 행보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걸로 미국이 시끄러운데요.
언론사가 지지후보를 밝히는 거 자체가 괜찮은 건가요?
[기자]
모든 언론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미국에는 지지후보를 밝히는 언론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링컨을 지지한 이후 160년째 지지후보를 밝혔고요.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50년간 딱 한번을 빼고는 밝혔습니다.
칼럼이나 사설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사실의 보도는 보도대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통입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보도하되, 지지후보는 감추지 않고 선명하게 드러내서 독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은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하고 기사 초안까지 썼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지지후보 발표를 중단한 것입니다.
[앵커]
왜 갑자기 중단한 거죠?
[기자]
회사의 공식 설명은 사주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워싱턴포스트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던 50년 전의 옛날 전통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크게 반발했고, 내막을 취재해 기사까지 썼습니다.
기사에는 "결정을 브리핑받은 4명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인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대통령 지지문을 게시하지않기로 결정했다" 즉, 사주가 직접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이 결정이 수많은 구독자와 정치인 및 평론가의 비난을 받았고, 자사 칼럼니스트 11명이 규탄문에 서명했다"면서 가열차게 비판했습니다.
자사의 결정을 자사 기사로 비판했다는 점이 기자의 결기가 느껴지지만 씁쓸한 대목입니다.
[앵커]
베이조스는 무슨 생각으로 막은거죠?
[기자]
워싱턴포스트의 의견란 편집인이 이번 결정에 항의하며 사표를 썼는데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케이건/워싱턴포스트 의견란 편집자/사퇴 :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 베이조스의 사업을 노리겠다고 위협해 왔어요. 베이조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와 엄청나게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트럼프가 당선 되면 불이익이 염려돼 베이조스가 지지후보 발표를 막았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사주의 이익 때문에 보도를 포기한 셈입니다.
워싱턴포스트, 하면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특종'이 떠오르는데요.
그만큼 이번 굴복의 충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유료 구독자가 250만명인데, 이미 20만명이나 구독을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LA타임스의 사주도 제약회사를 창업한 억만 장자인데요. 마찬가지로 LA타임스의 해리스 지지를 막았습니다.
여기에 항의한 편집장이 사퇴하면서 파문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앵커]
한쪽에서는 부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예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부자도 있죠?
[기자]
테슬라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데요.
트럼프 지지자들을 겨냥해 청원에 서명하면 매일 100만달러씩을 추첨해서 주겠다며 돈을 뿌리고 있습니다.
돈으로 표를 사는게 아니냐 미국 법무부도 경고했지만, 정확히 트럼프에게 투표해야 돈을 주는 건 아니라서 규정을 교묘하게 피하는 걸로 보입니다.
트럼프도 당선되면 머스크에게 정부 효율화 개선을 맡기겠다고 했고, 머스크가 자율주행 규제를 푸는 걸 노리는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있습니다.
[앵커]
미국 선거에서 돈이 중요한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이번에 유독 부자들의 판단이 구설에 오르는 건 트럼프가 특이하기 때문인가요?
[기자]
트럼프와 머스크의 특별한 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선거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국 대선에 사용되는 비용은 약 22조 원에 달합니다.
지난 선거보다는 조금 줄었다지만, 8년 전에 비하면 두 배에 이릅니다.
또, 미국의 1인당 선거비용은 영국이나 독일의 40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렇게 돈이 들어가다 보니 100만 달러 이상 고액 기부자 수도 20년 전에는 23명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408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선거자금을 대는 큰손의 영향력이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막대한 정치광고를 위한 비용에, 기나긴 후보선출과정에도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강 건너 불구경은 아닙니다.
억만장자가 언론을 사들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정론지,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피해를 우려한 제프 베조스 사주의 결정으로 전해집니다.
베조스 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등 여러 부자들의 행보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걸로 미국이 시끄러운데요.
언론사가 지지후보를 밝히는 거 자체가 괜찮은 건가요?
[기자]
모든 언론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미국에는 지지후보를 밝히는 언론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링컨을 지지한 이후 160년째 지지후보를 밝혔고요.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50년간 딱 한번을 빼고는 밝혔습니다.
칼럼이나 사설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사실의 보도는 보도대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통입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보도하되, 지지후보는 감추지 않고 선명하게 드러내서 독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은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하고 기사 초안까지 썼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지지후보 발표를 중단한 것입니다.
[앵커]
왜 갑자기 중단한 거죠?
[기자]
회사의 공식 설명은 사주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워싱턴포스트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던 50년 전의 옛날 전통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크게 반발했고, 내막을 취재해 기사까지 썼습니다.
기사에는 "결정을 브리핑받은 4명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인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대통령 지지문을 게시하지않기로 결정했다" 즉, 사주가 직접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이 결정이 수많은 구독자와 정치인 및 평론가의 비난을 받았고, 자사 칼럼니스트 11명이 규탄문에 서명했다"면서 가열차게 비판했습니다.
자사의 결정을 자사 기사로 비판했다는 점이 기자의 결기가 느껴지지만 씁쓸한 대목입니다.
[앵커]
베이조스는 무슨 생각으로 막은거죠?
[기자]
워싱턴포스트의 의견란 편집인이 이번 결정에 항의하며 사표를 썼는데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케이건/워싱턴포스트 의견란 편집자/사퇴 :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 베이조스의 사업을 노리겠다고 위협해 왔어요. 베이조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와 엄청나게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트럼프가 당선 되면 불이익이 염려돼 베이조스가 지지후보 발표를 막았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사주의 이익 때문에 보도를 포기한 셈입니다.
워싱턴포스트, 하면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특종'이 떠오르는데요.
그만큼 이번 굴복의 충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유료 구독자가 250만명인데, 이미 20만명이나 구독을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LA타임스의 사주도 제약회사를 창업한 억만 장자인데요. 마찬가지로 LA타임스의 해리스 지지를 막았습니다.
여기에 항의한 편집장이 사퇴하면서 파문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앵커]
한쪽에서는 부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예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부자도 있죠?
[기자]
테슬라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데요.
트럼프 지지자들을 겨냥해 청원에 서명하면 매일 100만달러씩을 추첨해서 주겠다며 돈을 뿌리고 있습니다.
돈으로 표를 사는게 아니냐 미국 법무부도 경고했지만, 정확히 트럼프에게 투표해야 돈을 주는 건 아니라서 규정을 교묘하게 피하는 걸로 보입니다.
트럼프도 당선되면 머스크에게 정부 효율화 개선을 맡기겠다고 했고, 머스크가 자율주행 규제를 푸는 걸 노리는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있습니다.
[앵커]
미국 선거에서 돈이 중요한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이번에 유독 부자들의 판단이 구설에 오르는 건 트럼프가 특이하기 때문인가요?
[기자]
트럼프와 머스크의 특별한 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선거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국 대선에 사용되는 비용은 약 22조 원에 달합니다.
지난 선거보다는 조금 줄었다지만, 8년 전에 비하면 두 배에 이릅니다.
또, 미국의 1인당 선거비용은 영국이나 독일의 40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렇게 돈이 들어가다 보니 100만 달러 이상 고액 기부자 수도 20년 전에는 23명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408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선거자금을 대는 큰손의 영향력이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막대한 정치광고를 위한 비용에, 기나긴 후보선출과정에도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강 건너 불구경은 아닙니다.
억만장자가 언론을 사들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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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포스트의 굴복? 돈 잔치 된 미국대선 [뉴스i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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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0-29 12:33:20
- 수정2024-10-29 15: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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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피해를 우려한 제프 베조스 사주의 결정으로 전해집니다.
베조스 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등 여러 부자들의 행보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걸로 미국이 시끄러운데요.
언론사가 지지후보를 밝히는 거 자체가 괜찮은 건가요?
[기자]
모든 언론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미국에는 지지후보를 밝히는 언론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링컨을 지지한 이후 160년째 지지후보를 밝혔고요.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50년간 딱 한번을 빼고는 밝혔습니다.
칼럼이나 사설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사실의 보도는 보도대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통입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보도하되, 지지후보는 감추지 않고 선명하게 드러내서 독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은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하고 기사 초안까지 썼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지지후보 발표를 중단한 것입니다.
[앵커]
왜 갑자기 중단한 거죠?
[기자]
회사의 공식 설명은 사주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워싱턴포스트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던 50년 전의 옛날 전통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크게 반발했고, 내막을 취재해 기사까지 썼습니다.
기사에는 "결정을 브리핑받은 4명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인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대통령 지지문을 게시하지않기로 결정했다" 즉, 사주가 직접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이 결정이 수많은 구독자와 정치인 및 평론가의 비난을 받았고, 자사 칼럼니스트 11명이 규탄문에 서명했다"면서 가열차게 비판했습니다.
자사의 결정을 자사 기사로 비판했다는 점이 기자의 결기가 느껴지지만 씁쓸한 대목입니다.
[앵커]
베이조스는 무슨 생각으로 막은거죠?
[기자]
워싱턴포스트의 의견란 편집인이 이번 결정에 항의하며 사표를 썼는데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케이건/워싱턴포스트 의견란 편집자/사퇴 :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 베이조스의 사업을 노리겠다고 위협해 왔어요. 베이조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와 엄청나게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트럼프가 당선 되면 불이익이 염려돼 베이조스가 지지후보 발표를 막았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사주의 이익 때문에 보도를 포기한 셈입니다.
워싱턴포스트, 하면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특종'이 떠오르는데요.
그만큼 이번 굴복의 충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유료 구독자가 250만명인데, 이미 20만명이나 구독을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LA타임스의 사주도 제약회사를 창업한 억만 장자인데요. 마찬가지로 LA타임스의 해리스 지지를 막았습니다.
여기에 항의한 편집장이 사퇴하면서 파문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앵커]
한쪽에서는 부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예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부자도 있죠?
[기자]
테슬라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데요.
트럼프 지지자들을 겨냥해 청원에 서명하면 매일 100만달러씩을 추첨해서 주겠다며 돈을 뿌리고 있습니다.
돈으로 표를 사는게 아니냐 미국 법무부도 경고했지만, 정확히 트럼프에게 투표해야 돈을 주는 건 아니라서 규정을 교묘하게 피하는 걸로 보입니다.
트럼프도 당선되면 머스크에게 정부 효율화 개선을 맡기겠다고 했고, 머스크가 자율주행 규제를 푸는 걸 노리는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있습니다.
[앵커]
미국 선거에서 돈이 중요한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이번에 유독 부자들의 판단이 구설에 오르는 건 트럼프가 특이하기 때문인가요?
[기자]
트럼프와 머스크의 특별한 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선거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국 대선에 사용되는 비용은 약 22조 원에 달합니다.
지난 선거보다는 조금 줄었다지만, 8년 전에 비하면 두 배에 이릅니다.
또, 미국의 1인당 선거비용은 영국이나 독일의 40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렇게 돈이 들어가다 보니 100만 달러 이상 고액 기부자 수도 20년 전에는 23명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408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선거자금을 대는 큰손의 영향력이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막대한 정치광고를 위한 비용에, 기나긴 후보선출과정에도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강 건너 불구경은 아닙니다.
억만장자가 언론을 사들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정론지,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피해를 우려한 제프 베조스 사주의 결정으로 전해집니다.
베조스 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등 여러 부자들의 행보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걸로 미국이 시끄러운데요.
언론사가 지지후보를 밝히는 거 자체가 괜찮은 건가요?
[기자]
모든 언론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미국에는 지지후보를 밝히는 언론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링컨을 지지한 이후 160년째 지지후보를 밝혔고요.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50년간 딱 한번을 빼고는 밝혔습니다.
칼럼이나 사설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사실의 보도는 보도대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통입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보도하되, 지지후보는 감추지 않고 선명하게 드러내서 독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은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하고 기사 초안까지 썼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지지후보 발표를 중단한 것입니다.
[앵커]
왜 갑자기 중단한 거죠?
[기자]
회사의 공식 설명은 사주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워싱턴포스트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던 50년 전의 옛날 전통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크게 반발했고, 내막을 취재해 기사까지 썼습니다.
기사에는 "결정을 브리핑받은 4명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인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대통령 지지문을 게시하지않기로 결정했다" 즉, 사주가 직접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이 결정이 수많은 구독자와 정치인 및 평론가의 비난을 받았고, 자사 칼럼니스트 11명이 규탄문에 서명했다"면서 가열차게 비판했습니다.
자사의 결정을 자사 기사로 비판했다는 점이 기자의 결기가 느껴지지만 씁쓸한 대목입니다.
[앵커]
베이조스는 무슨 생각으로 막은거죠?
[기자]
워싱턴포스트의 의견란 편집인이 이번 결정에 항의하며 사표를 썼는데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케이건/워싱턴포스트 의견란 편집자/사퇴 :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 베이조스의 사업을 노리겠다고 위협해 왔어요. 베이조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와 엄청나게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트럼프가 당선 되면 불이익이 염려돼 베이조스가 지지후보 발표를 막았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사주의 이익 때문에 보도를 포기한 셈입니다.
워싱턴포스트, 하면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특종'이 떠오르는데요.
그만큼 이번 굴복의 충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유료 구독자가 250만명인데, 이미 20만명이나 구독을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LA타임스의 사주도 제약회사를 창업한 억만 장자인데요. 마찬가지로 LA타임스의 해리스 지지를 막았습니다.
여기에 항의한 편집장이 사퇴하면서 파문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앵커]
한쪽에서는 부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예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부자도 있죠?
[기자]
테슬라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데요.
트럼프 지지자들을 겨냥해 청원에 서명하면 매일 100만달러씩을 추첨해서 주겠다며 돈을 뿌리고 있습니다.
돈으로 표를 사는게 아니냐 미국 법무부도 경고했지만, 정확히 트럼프에게 투표해야 돈을 주는 건 아니라서 규정을 교묘하게 피하는 걸로 보입니다.
트럼프도 당선되면 머스크에게 정부 효율화 개선을 맡기겠다고 했고, 머스크가 자율주행 규제를 푸는 걸 노리는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있습니다.
[앵커]
미국 선거에서 돈이 중요한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이번에 유독 부자들의 판단이 구설에 오르는 건 트럼프가 특이하기 때문인가요?
[기자]
트럼프와 머스크의 특별한 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선거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국 대선에 사용되는 비용은 약 22조 원에 달합니다.
지난 선거보다는 조금 줄었다지만, 8년 전에 비하면 두 배에 이릅니다.
또, 미국의 1인당 선거비용은 영국이나 독일의 40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렇게 돈이 들어가다 보니 100만 달러 이상 고액 기부자 수도 20년 전에는 23명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408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선거자금을 대는 큰손의 영향력이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막대한 정치광고를 위한 비용에, 기나긴 후보선출과정에도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강 건너 불구경은 아닙니다.
억만장자가 언론을 사들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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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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