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명이나” 잇단 중·장년 고독사…대책은?

입력 2024.10.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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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이 고독사한 고시원50대 남성이 고독사한 고시원

#사례 1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50대 남성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관할 자치단체의 고독사 위험군에 포함됐지만 정기적인 연락과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남성의 요청에 따라 공식적인 안부 확인은 넉 달 전부터 중단됐습니다."(10.22)

60대 남성이 고독사한 집안 모습60대 남성이 고독사한 집안 모습

#사례 2
"대구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홀로 지내던 60대 남성이 또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고립 상태를 걱정한 이웃 주민이 두 차례나 대구시와 기초단체에 관리를 요청했지만 결국 고독사를 막지 못했습니다."(10.28)

■ 고독사, '중·장년 남성' 비율 가장 높다

대구에서는 일주일 사이 두 명이 고독사로 사망했습니다. 한 명은 50대 남성, 그리고 다른 한 명은 60대 남성이었습니다.

대구는 전국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고독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곳입니다. 2019년에는 105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183명으로 늘어 연평균 증가율이 14.9%였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합계가 2,949명에서 3,661명으로 연평균 5.6% 증가한 것에 비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입니다.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건 중·장년 남성입니다. 50대 남성과 60대 남성을 합하면 53%, 절반이 넘습니다.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왜 이렇게 높을까요?

먼저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입니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했고 1인 가구의 31%가 50·60대였습니다.

특히 이 계층은 기존에 있던 관계망이 붕괴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퇴직하게 되면서 원래 있던 사회적 역할이 없어지고, 사회적 관계망이 없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가족 내에서 부모 역할도 좀 줄어들게 되고, 부부 역할도 변화가 생기는 시기입니다."
- 김혜금 영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하지만 이것만으로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가 같은 세대의 여성에 비해 7배가량 많다는 사실이 쉽게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현장에서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정부 지원이나 주변의 도움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경향을 한 원인으로 꼽습니다. 사회적 고립 상태에 빠지고도, 안부 확인은 거부해 사례 발굴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고립 가구 발굴 자체가 어려운데, 특히 대상자분들 거부가 심해서..."
"지금도 고독사 실태조사 기간인데, 모두가 참여해서 실태조사가 잘 이뤄져야 발굴이 되고..."
- 서정숙 대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장.

고독사를 줄이려면 위험군을 발굴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충분한 조처를 해야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에서, 고독사로 숨진 남성 2명은 모두 위험군으로 발굴이 된 상태였습니다. 이웃 주민들도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 반찬을 전달하고, 1~2주일에 한 번 연락을 취했지만, 고독사를 막진 못했습니다.

"7월에 시청 감사관실에 가서 이 사람이 좀 그러니까 케어를 좀 하라고..."
-대구 북구에서 숨진 신 모씨의 이웃 주민

■ 고독사 예방 대책, 기술에 의존해선 한계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이후, 자치단체마다 다양한 고독사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안부 전화나 움직임 감지 등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대책도 많이 나왔습니다.

대구 북구에서 숨진 신 모 씨의 경우, 집안에 설치된 움직임 감지기가 멈춘 걸 이상히 여긴 행정복지센터 직원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숨진 사람을 빠르게 발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숨지는 걸 막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대면 접촉 확대와 함께 평상시 상태를 확인해 주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온라인상의 접근이 깊이 있고 심층적인, 그리고 관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가 되기는 한계가 있을 거예요."
"그것은 단지 일종의 틈새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야 하는 거고 중심축은 사람을 통해서 제공되는 대인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 이진숙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시는 최근 4,500억 원을 투입하는 외로움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시민 누구나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서울 마음 편의점' 4곳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위험군의 대면 접촉을 확대하고 고립과 은둔을 막기 위해섭니다.


■ 고립감->알코올 의존->고립감의 악순환

고독사의 경우, 알코올 문제를 수반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독사로 숨진 사람 가운데 10명 중 6명(63%)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 운전 기준인 0.03% 이상이었습니다.

고독사 사망자들에게서 검출된 평균 알코올 농도는 0.074%였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경우만 따져보면, 이들의 평균 농도는 0.109%였습니다.

사회적 고립감에서 오는 알코올 의존증, 그리고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면서 자제력 등을 잃고 위험한 행동을 함에 따라 다시 사회적 고립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선 정신건강 진단 사업을 확대하고, 주요 위험 요인인 알코올 의존증부터 먼저 치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고령화는 빨라지고, 1인 가구는 늘어나면서 피할 수 없는 고독사.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고, 알코올 의존증 치료 등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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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주일에 두 명이나” 잇단 중·장년 고독사…대책은?
    • 입력 2024-10-30 10: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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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이 고독사한 고시원
#사례 1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50대 남성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관할 자치단체의 고독사 위험군에 포함됐지만 정기적인 연락과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남성의 요청에 따라 공식적인 안부 확인은 넉 달 전부터 중단됐습니다."(10.22)

60대 남성이 고독사한 집안 모습
#사례 2
"대구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홀로 지내던 60대 남성이 또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고립 상태를 걱정한 이웃 주민이 두 차례나 대구시와 기초단체에 관리를 요청했지만 결국 고독사를 막지 못했습니다."(10.28)

■ 고독사, '중·장년 남성' 비율 가장 높다

대구에서는 일주일 사이 두 명이 고독사로 사망했습니다. 한 명은 50대 남성, 그리고 다른 한 명은 60대 남성이었습니다.

대구는 전국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고독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곳입니다. 2019년에는 105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183명으로 늘어 연평균 증가율이 14.9%였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합계가 2,949명에서 3,661명으로 연평균 5.6% 증가한 것에 비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입니다.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건 중·장년 남성입니다. 50대 남성과 60대 남성을 합하면 53%, 절반이 넘습니다.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왜 이렇게 높을까요?

먼저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입니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했고 1인 가구의 31%가 50·60대였습니다.

특히 이 계층은 기존에 있던 관계망이 붕괴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퇴직하게 되면서 원래 있던 사회적 역할이 없어지고, 사회적 관계망이 없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가족 내에서 부모 역할도 좀 줄어들게 되고, 부부 역할도 변화가 생기는 시기입니다."
- 김혜금 영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하지만 이것만으로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가 같은 세대의 여성에 비해 7배가량 많다는 사실이 쉽게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현장에서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정부 지원이나 주변의 도움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경향을 한 원인으로 꼽습니다. 사회적 고립 상태에 빠지고도, 안부 확인은 거부해 사례 발굴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고립 가구 발굴 자체가 어려운데, 특히 대상자분들 거부가 심해서..."
"지금도 고독사 실태조사 기간인데, 모두가 참여해서 실태조사가 잘 이뤄져야 발굴이 되고..."
- 서정숙 대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장.

고독사를 줄이려면 위험군을 발굴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충분한 조처를 해야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에서, 고독사로 숨진 남성 2명은 모두 위험군으로 발굴이 된 상태였습니다. 이웃 주민들도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 반찬을 전달하고, 1~2주일에 한 번 연락을 취했지만, 고독사를 막진 못했습니다.

"7월에 시청 감사관실에 가서 이 사람이 좀 그러니까 케어를 좀 하라고..."
-대구 북구에서 숨진 신 모씨의 이웃 주민

■ 고독사 예방 대책, 기술에 의존해선 한계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이후, 자치단체마다 다양한 고독사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안부 전화나 움직임 감지 등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대책도 많이 나왔습니다.

대구 북구에서 숨진 신 모 씨의 경우, 집안에 설치된 움직임 감지기가 멈춘 걸 이상히 여긴 행정복지센터 직원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숨진 사람을 빠르게 발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숨지는 걸 막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대면 접촉 확대와 함께 평상시 상태를 확인해 주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온라인상의 접근이 깊이 있고 심층적인, 그리고 관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가 되기는 한계가 있을 거예요."
"그것은 단지 일종의 틈새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야 하는 거고 중심축은 사람을 통해서 제공되는 대인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 이진숙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시는 최근 4,500억 원을 투입하는 외로움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시민 누구나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서울 마음 편의점' 4곳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위험군의 대면 접촉을 확대하고 고립과 은둔을 막기 위해섭니다.


■ 고립감->알코올 의존->고립감의 악순환

고독사의 경우, 알코올 문제를 수반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독사로 숨진 사람 가운데 10명 중 6명(63%)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 운전 기준인 0.03% 이상이었습니다.

고독사 사망자들에게서 검출된 평균 알코올 농도는 0.074%였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경우만 따져보면, 이들의 평균 농도는 0.109%였습니다.

사회적 고립감에서 오는 알코올 의존증, 그리고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면서 자제력 등을 잃고 위험한 행동을 함에 따라 다시 사회적 고립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선 정신건강 진단 사업을 확대하고, 주요 위험 요인인 알코올 의존증부터 먼저 치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고령화는 빨라지고, 1인 가구는 늘어나면서 피할 수 없는 고독사.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고, 알코올 의존증 치료 등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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