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성적 좋고, 축구협회 운영 우수한데…바꿀 필요 있나요?”
입력 2024.10.30 (14:29)
수정 2024.10.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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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축구협회는 매우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가 대표팀 감독을 결정하거나 다른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협회의 자율성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 팀이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게 저의 조언입니다." (셰이크 살만 AFC 회장)
어제(29일)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을 위해 방한한 축구계 인사들에게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들입니다. 그야말로 칭찬 일색, 축구협회의 불통 행정과 정몽규 회장의 독단을 비판하는 대다수 축구 팬들의 여론과는 사뭇 대조된 의견이었습니다.
■셰이크 살만 AFC 회장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그럼 고치지 마!"
셰이크 살만 AFC 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깃발 교환 및 기념 촬영
AFC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시상식을 주최에 힘쓴 대한축구협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셰이크 살만 회장은 "한국 축구가 올해 이뤄낸 모든 업적에 대해서도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우리가 아시아 지역에 방문할 때는 그 나라에서 하는 축구 관련 활동들을 모두 모니터링하는데, 한국 축구에 대해서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살만 회장의 호평과 달리 아직까진 싸늘한 팬심에,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을 비롯한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의 첫 대답은 '책임은 감독만 지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뛰는 선수도, 협회도 같이 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혹여 질문에 대한 오해가 있나 의아해하던 찰나, 살만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조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건 뭔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굳이 '고치지 말라(Don't fix it)'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조언입니다. 최근 몇 년간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중략) 때때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모두를 다치게 합니다. (Sometimes to create unstability, it damages everyone.)" "만약 조 1위를 달리고 있다면, 이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이 모두가 하나로 뭉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살만 회장의 발언은 홍명보호가 10월 A매치 2연승을 달리면서, 3승 1무(승점 10)로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위라는 좋은 결과를 내고 있음을 고려하면, 지금의 대표팀을 더욱 지지하고 밀어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강조한 '축구협회의 자율성'에 대해 동의하는지에 대해서도 살만 회장은 "당연히 그렇다. 우리에겐 그와 관련된 정관과 규정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몽규 "인판티노 회장, '협회 자율적 결정 꼭 지켜져야 한다' 강조"
이러한 살만 회장의 발언은 그제(28일) 축구회관을 방문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발언과 결을 같이 합니다. 인판티노 회장 역시 취재진의 질문에 "대표팀 감독 선임을 비롯한 어떤 결정이든 대한축구협회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고, 그래야 결과가 좋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축구회관에 방문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맞이하러 나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이후 인판티노 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비공개 차담에선 이런 현안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어제 AFC 시상식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정 회장은 "(인판티노 회장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고, 미디어에 나오는 것들을 모니터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감독 선임에 관해선 FIFA에서도 보고를 많이 하긴 했는데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설명드렸는데 결국에 가서는 다 '축구협회장 책임 아니겠냐'고 말씀하셨다"며 다소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취재진을 혼동케 한 '다 축구협회장 책임 아니겠냐'는 말의 뜻. AFC 시상식 이후 다시 취재진을 만난 정몽규 회장은 '인판티노 회장이 감독 선임에 대해선 절차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식으로 말한 건지' 재확인 차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제 협회의 자율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협회에서 외부의 압력이나 그런 거에 의해서 바꾸거나 그러면 안 된다. 자율적인 거는 꼭 지켜져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AFC 시상식 이후 인판티노 회장이 외신의 질문만 받고 자리를 뜨면서 현장에서 이를 교차 검증할 수는 없었지만, 결국 인판티노 회장은 정 회장이 잘못했다는 '문책성 발언'보다 회장이 자율적인 결정 권한을 가지고 책임도 지는 것이란 '지지성 발언'으로 힘을 더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국회 현안 질의와 국정 감사를 통해 거센 질타를 받은 직후 개최된 AFC 시상식과 FIFA·AFC 회장의 옹호성 발언에,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축구 외교 무대에서 FIFA와 AFC를 '등에 업었다'는 조롱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
이르면 다음 주 최종 발표될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가 축구협회의 전반적인 운영과 정몽규 회장의 연임 등 주요 현안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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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0-30 14:29:56
- 수정2024-10-30 15:39:02
" 대한축구협회는 매우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가 대표팀 감독을 결정하거나 다른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협회의 자율성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 팀이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게 저의 조언입니다." (셰이크 살만 AFC 회장)
어제(29일)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을 위해 방한한 축구계 인사들에게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들입니다. 그야말로 칭찬 일색, 축구협회의 불통 행정과 정몽규 회장의 독단을 비판하는 대다수 축구 팬들의 여론과는 사뭇 대조된 의견이었습니다.
■셰이크 살만 AFC 회장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그럼 고치지 마!"
AFC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시상식을 주최에 힘쓴 대한축구협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셰이크 살만 회장은 "한국 축구가 올해 이뤄낸 모든 업적에 대해서도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우리가 아시아 지역에 방문할 때는 그 나라에서 하는 축구 관련 활동들을 모두 모니터링하는데, 한국 축구에 대해서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살만 회장의 호평과 달리 아직까진 싸늘한 팬심에,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을 비롯한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의 첫 대답은 '책임은 감독만 지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뛰는 선수도, 협회도 같이 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혹여 질문에 대한 오해가 있나 의아해하던 찰나, 살만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조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건 뭔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굳이 '고치지 말라(Don't fix it)'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조언입니다. 최근 몇 년간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중략) 때때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모두를 다치게 합니다. (Sometimes to create unstability, it damages everyone.)" "만약 조 1위를 달리고 있다면, 이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이 모두가 하나로 뭉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살만 회장의 발언은 홍명보호가 10월 A매치 2연승을 달리면서, 3승 1무(승점 10)로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위라는 좋은 결과를 내고 있음을 고려하면, 지금의 대표팀을 더욱 지지하고 밀어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강조한 '축구협회의 자율성'에 대해 동의하는지에 대해서도 살만 회장은 "당연히 그렇다. 우리에겐 그와 관련된 정관과 규정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몽규 "인판티노 회장, '협회 자율적 결정 꼭 지켜져야 한다' 강조"
이러한 살만 회장의 발언은 그제(28일) 축구회관을 방문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발언과 결을 같이 합니다. 인판티노 회장 역시 취재진의 질문에 "대표팀 감독 선임을 비롯한 어떤 결정이든 대한축구협회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고, 그래야 결과가 좋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인판티노 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비공개 차담에선 이런 현안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어제 AFC 시상식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정 회장은 "(인판티노 회장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고, 미디어에 나오는 것들을 모니터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감독 선임에 관해선 FIFA에서도 보고를 많이 하긴 했는데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설명드렸는데 결국에 가서는 다 '축구협회장 책임 아니겠냐'고 말씀하셨다"며 다소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취재진을 혼동케 한 '다 축구협회장 책임 아니겠냐'는 말의 뜻. AFC 시상식 이후 다시 취재진을 만난 정몽규 회장은 '인판티노 회장이 감독 선임에 대해선 절차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식으로 말한 건지' 재확인 차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제 협회의 자율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협회에서 외부의 압력이나 그런 거에 의해서 바꾸거나 그러면 안 된다. 자율적인 거는 꼭 지켜져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AFC 시상식 이후 인판티노 회장이 외신의 질문만 받고 자리를 뜨면서 현장에서 이를 교차 검증할 수는 없었지만, 결국 인판티노 회장은 정 회장이 잘못했다는 '문책성 발언'보다 회장이 자율적인 결정 권한을 가지고 책임도 지는 것이란 '지지성 발언'으로 힘을 더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국회 현안 질의와 국정 감사를 통해 거센 질타를 받은 직후 개최된 AFC 시상식과 FIFA·AFC 회장의 옹호성 발언에,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축구 외교 무대에서 FIFA와 AFC를 '등에 업었다'는 조롱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
이르면 다음 주 최종 발표될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가 축구협회의 전반적인 운영과 정몽규 회장의 연임 등 주요 현안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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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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