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동에선) 성과 기대 어려운 휴전·인질석방 협상…대선이 끝나야 가닥잡힐 듯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10.31 (06:00)
수정 2024.10.3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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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카타르 협상단이 가자 전쟁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다비드 바르네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가 이날 회동에 참석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가 사망한 뒤 처음 열린 협상이며, 지난 8월 이후 고위급 회담도 처음입니다. 협상에 소극적이었다고 알려진 신와르가 제거된 만큼 이번엔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가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성과는 없었습니다. 다시 만날 일정을 확정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하마스, “영구적인 휴전…이스라엘군의 철수, 봉쇄 해제”
사실 이번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원하는 것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마스는 종전을 원합니다. 현지 시각 29일 하마스 고위 관리 사미 아부 주리는 TV 연설에서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을 끝내고 영구적인 휴전을 할 수 있는 어떤 합의나 아이디어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합의나 아이디어에는 가자지구 전체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 봉쇄 해제, 인도적 지원 제공,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포로 교환 협상이 포함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하마스 조건의 방점은 ‘이스라엘군 철수’와 ‘봉쇄 해제’입니다. 지금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하마스의 생존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하마스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당면 과제입니다.
■ 이스라엘 “하마스 조건 수용 불가”
반면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101명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국내 여론이 거셉니다. 이걸 외면할 수 없으니 휴전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이스라엘을 협상장으로 강하게 밀어 넣고 있습니다. 협상에는 임하겠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봉쇄 해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들 조건은 하마스의 생존을 도울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마스와의 전쟁을 통해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게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인데, 하마스 지도부를 거의 제거해 하마스를 궁지에 몰아넣은 시점에 하마스에 부활의 기회를 줄 이유가 없습니다.
■ 이집트 대통령의 중재안 발표…”제안 받은 적 없다“는 이스라엘
지난 27일 도하에 모인 대표단이 협상을 끝내기도 전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48시간 휴전, 인질 4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을 제안했습니다. 현지 시각 27일 엘시시 대통령은 ”영구적인 휴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임시 휴전이 이행된 뒤 10일 이내에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오랜만에 열린 협상이었고, 어떤 중재안이 제시될지 관심이 높았던 터라 엘시시 대통령이 밝힌 중재안이 이목이 끌었습니다. 과연 이스라엘이 이 중재안을 받을까? 하마스가 이 중재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등이 언론의 관심사였습니다. 언론의 확인 요청을 받은 이스라엘 총리실은 현지 시각 29일,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 만일 제안을 받았으면 즉각 수용했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느닷없이 중재안을 발표했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재안을 아예 무시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이집트가 그동안 가자전쟁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 꼬박꼬박 참여해왔는데, 이번에는 불참한 점입니다.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중재국인 이집트 간에 알려지지 않는 불화나 의견불일치가 있는 듯합니다. 이집트 협상단이 카이로에서 하마스와 접촉해 중재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언론보도는 있습니다만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그 국경은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 필라델피 회랑입니다.
■ 대선 이후에서나 가자전쟁이나 협상 가닥 잡힐 듯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협상을 앞두고 이란을 공습했습니다. 이란의 군사시설만 공격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 직전에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을 타격한 것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현저히 낮춘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입니다.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지금으로선 기약이 없습니다.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의미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협상이든 전쟁이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해리스나 트럼프 중 승자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습을 계속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저항을 이어 나갈 겁니다.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이 열리더라도 성과 없이 겉돌 가능성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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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0-31 06:00:27
- 수정2024-10-31 08:47:19
지난 27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카타르 협상단이 가자 전쟁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다비드 바르네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가 이날 회동에 참석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가 사망한 뒤 처음 열린 협상이며, 지난 8월 이후 고위급 회담도 처음입니다. 협상에 소극적이었다고 알려진 신와르가 제거된 만큼 이번엔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가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성과는 없었습니다. 다시 만날 일정을 확정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하마스, “영구적인 휴전…이스라엘군의 철수, 봉쇄 해제”
사실 이번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원하는 것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마스는 종전을 원합니다. 현지 시각 29일 하마스 고위 관리 사미 아부 주리는 TV 연설에서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을 끝내고 영구적인 휴전을 할 수 있는 어떤 합의나 아이디어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합의나 아이디어에는 가자지구 전체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 봉쇄 해제, 인도적 지원 제공,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포로 교환 협상이 포함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하마스 조건의 방점은 ‘이스라엘군 철수’와 ‘봉쇄 해제’입니다. 지금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하마스의 생존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하마스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당면 과제입니다.
■ 이스라엘 “하마스 조건 수용 불가”
반면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101명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국내 여론이 거셉니다. 이걸 외면할 수 없으니 휴전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이스라엘을 협상장으로 강하게 밀어 넣고 있습니다. 협상에는 임하겠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봉쇄 해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들 조건은 하마스의 생존을 도울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마스와의 전쟁을 통해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게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인데, 하마스 지도부를 거의 제거해 하마스를 궁지에 몰아넣은 시점에 하마스에 부활의 기회를 줄 이유가 없습니다.
■ 이집트 대통령의 중재안 발표…”제안 받은 적 없다“는 이스라엘
지난 27일 도하에 모인 대표단이 협상을 끝내기도 전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48시간 휴전, 인질 4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을 제안했습니다. 현지 시각 27일 엘시시 대통령은 ”영구적인 휴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임시 휴전이 이행된 뒤 10일 이내에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오랜만에 열린 협상이었고, 어떤 중재안이 제시될지 관심이 높았던 터라 엘시시 대통령이 밝힌 중재안이 이목이 끌었습니다. 과연 이스라엘이 이 중재안을 받을까? 하마스가 이 중재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등이 언론의 관심사였습니다. 언론의 확인 요청을 받은 이스라엘 총리실은 현지 시각 29일,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 만일 제안을 받았으면 즉각 수용했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느닷없이 중재안을 발표했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재안을 아예 무시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이집트가 그동안 가자전쟁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 꼬박꼬박 참여해왔는데, 이번에는 불참한 점입니다.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중재국인 이집트 간에 알려지지 않는 불화나 의견불일치가 있는 듯합니다. 이집트 협상단이 카이로에서 하마스와 접촉해 중재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언론보도는 있습니다만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그 국경은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 필라델피 회랑입니다.
■ 대선 이후에서나 가자전쟁이나 협상 가닥 잡힐 듯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협상을 앞두고 이란을 공습했습니다. 이란의 군사시설만 공격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 직전에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을 타격한 것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현저히 낮춘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입니다.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지금으로선 기약이 없습니다.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의미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협상이든 전쟁이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해리스나 트럼프 중 승자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습을 계속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저항을 이어 나갈 겁니다.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이 열리더라도 성과 없이 겉돌 가능성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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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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