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폭행 20대, 정식재판 청구했다가 ‘괘씸죄’ 추가

입력 2024.11.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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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도소청주교도소

■ "격투기 연습하자" 교도소에서 반성 없이 폭력 행사한 20대

지난해 8월 15일, 충북 청주시의 청주교도소. 복역 중이던 25살 황 모 씨가 다른 수감자에게 "스트레칭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했습니다.

황 씨는 그리고 다른 수감자 2명과 함께 피해자의 양 다리를 최대한 벌리도록 한 뒤 어깨를 붙잡고 짓눌렀습니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자 양말을 입에 물려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고 괴롭힘을 이어갔습니다.

영화에서 볼 법한 교도소 내 폭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황 씨는 다시 피해자에게 격투기 연습을 하자고 제안했고 피해자가 거부하자 옷걸이용 나무 막대기로 어깨를 여러 차례 때렸습니다.

다른 수감자들이 이를 말리자 "너 때문에 한 소리 들었다"면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배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교도소에서 폭력을 행사한 황 씨는 결국 다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 '벌금 100만 원' 약식명령 불복 정식재판 청구…벌금 더 늘어

검찰은 당초 황 씨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그리고 법원도 같은 액수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약식 명령은 혐의가 비교적 가벼우면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법원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입니다.

피고인이 결과에 불복하면 정식 재판을 청구해 법정에서 형량을 다툴 수 있는데 황 씨는 벌금 100만 원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재판 결과 황 씨는 더 큰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안재훈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과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25살 황 모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황 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도 소환에 불응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약식명령보다 더 큰 벌금형을 선고한 겁니다.


■ 정식재판 청구 무조건 유리?...법 개정돼 '무거운 처벌' 받을 수도

법원이 황 씨에게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 있었던 건 2017년 법이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2017년 12월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에 따라 법원이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꾸는 등 형의 종류를 바꿀 수는 없지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원은 신속하게 재판을 처리하고 여러 차례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피고인의 부담도 덜어주자는 약식명령의 취지가 무색했던 겁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정식재판 청구가 피고인에게 무조건 유리하다는 통념은 깨졌습니다.

황 씨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가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오히려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안 부장판사는 "감히 교정시설에서 마치 실력자라도 되는 양 다른 재소자와 합세해 폭력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사법의 엄중함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반사회질서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고도 소환에 불응하는 것도 이러한 피고인의 성향의 발현과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별달리 유리한 정상이 없는 피고인을 상당 기간 구금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형의 종류를 바꿀 수 없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벌금형을 선택하되, 약식명령의 벌금 액수는 너무 경미해 죄책과 성행에 합당한 벌금 액수로 처벌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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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도소 폭행 20대, 정식재판 청구했다가 ‘괘씸죄’ 추가
    • 입력 2024-11-02 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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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투기 연습하자" 교도소에서 반성 없이 폭력 행사한 20대

지난해 8월 15일, 충북 청주시의 청주교도소. 복역 중이던 25살 황 모 씨가 다른 수감자에게 "스트레칭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했습니다.

황 씨는 그리고 다른 수감자 2명과 함께 피해자의 양 다리를 최대한 벌리도록 한 뒤 어깨를 붙잡고 짓눌렀습니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자 양말을 입에 물려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고 괴롭힘을 이어갔습니다.

영화에서 볼 법한 교도소 내 폭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황 씨는 다시 피해자에게 격투기 연습을 하자고 제안했고 피해자가 거부하자 옷걸이용 나무 막대기로 어깨를 여러 차례 때렸습니다.

다른 수감자들이 이를 말리자 "너 때문에 한 소리 들었다"면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배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교도소에서 폭력을 행사한 황 씨는 결국 다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 '벌금 100만 원' 약식명령 불복 정식재판 청구…벌금 더 늘어

검찰은 당초 황 씨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그리고 법원도 같은 액수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약식 명령은 혐의가 비교적 가벼우면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법원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입니다.

피고인이 결과에 불복하면 정식 재판을 청구해 법정에서 형량을 다툴 수 있는데 황 씨는 벌금 100만 원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재판 결과 황 씨는 더 큰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안재훈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과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25살 황 모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황 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도 소환에 불응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약식명령보다 더 큰 벌금형을 선고한 겁니다.


■ 정식재판 청구 무조건 유리?...법 개정돼 '무거운 처벌' 받을 수도

법원이 황 씨에게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 있었던 건 2017년 법이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2017년 12월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에 따라 법원이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꾸는 등 형의 종류를 바꿀 수는 없지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원은 신속하게 재판을 처리하고 여러 차례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피고인의 부담도 덜어주자는 약식명령의 취지가 무색했던 겁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정식재판 청구가 피고인에게 무조건 유리하다는 통념은 깨졌습니다.

황 씨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가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오히려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안 부장판사는 "감히 교정시설에서 마치 실력자라도 되는 양 다른 재소자와 합세해 폭력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사법의 엄중함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반사회질서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고도 소환에 불응하는 것도 이러한 피고인의 성향의 발현과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별달리 유리한 정상이 없는 피고인을 상당 기간 구금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형의 종류를 바꿀 수 없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벌금형을 선택하되, 약식명령의 벌금 액수는 너무 경미해 죄책과 성행에 합당한 벌금 액수로 처벌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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