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대신 해드릴게” ‘외화 송금’ 유도 전화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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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60대 남성 A 씨는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아프리카에 있는 어느 나라 정부에서 투자를 받는다고 한다"고 하며 A 씨에게 해외 투자를 권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 직접 투자를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엄두를 내지 못하는 A 씨에게 그는 "대신 투자를 해주겠다"며 번거로움을 덜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는 A 씨에게서 투자금을 받기 전, 또 한 가지를 안내했습니다. "추후 투자금 등을 회수하려면 소득세 등 비용을 제외하고 나서 돈을 찾을 수 있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먼저 해외 계좌로 송금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 승인을 거치면 이 돈을 찾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 "투자금 회수에 필요" 해외 송금 유도 전화, 제주서 일주일 새 4건

한국은행을 통해서 외환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A 씨는 한국은행 제주본부를 찾았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해외 송금을 하려고 한다"는 A 씨와 상담을 이어가던 한국은행 직원은 그가 전화금융사기에 휘말렸다는 걸 즉각 알아챘습니다. 한국은행 측은 "사기 전화"라며 A 씨에게 해외 송금을 하지 말라고 안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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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와 비슷한 전화를 받은 사례는 제주에서 확인된 것만 일주일 새 4건에 달했습니다. 한국은행과 시중 외국환은행 직원들이 수상한 낌새를 감지하면서 미리 제지한 덕에, 다행히 금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 세네갈 정부·한국은행·IMF 등 사칭…40~50대 남성 노려

최근 중년층을 노려 해외 투자 명목으로 외화 송금을 요구하는 사기 전화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파악한 이들 사기꾼의 수법은 유명 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는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입니다.

외국 정부나 중앙은행, IMF(국제통화기금)와 같은 국제 유명 기관 이름을 내세우며 "대신 투자해 주겠다"고 속여, 수수료나 소득세 명목으로 외화 수백만 원 입금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개인정보를 탈취해 얻은 50~60대 남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외 계좌로 송금을 유도한 뒤 이 돈을 가로채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며 한국은행을 방문해 상담을 요청해 온 사례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확인한 것만 지난 일주일 새 4건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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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환 거래, 기준액 이상만 '사전 신고'…"소액 금전 피해 주의"

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 송금·수취 시 한국은행이나 외환거래를 담당하는 시중은행 등에 사전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사전 신고 규정은 외환 거래 유형에 따라 하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즉, 일정 금액 아래로 외국환을 주고받을 때는 별도로 증빙 요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구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은 "액수가 비교적 적은 외화 송금과 수취는 별도 신고 없이 가능한 점을 노려, 이 같은 전화금융사기가 중년층을 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속아 금전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특별한 거래관계가 없거나 지인이 아닌 자, 특히 외국의 유명 기관 등으로부터 해외 송금 요청 등을 받은 경우에는 거의 모두가 금융사기이므로 이를 무시하거나 이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