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역 다단계 찾는 가난한 노인, 주말은 ○○○간다

입력 2024.11.05 (07:00) 수정 2024.11.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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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에 걸친 연작 기사를 차례로 전한다. 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창 :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에 대한 심층 분석이다. 본방송은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https://youtu.be/4NrZHGbAnUo?si=zwUlncgaZg-kA0bs

■ 선릉역 : 서울에 사는 가난한 노인이 남긴 슬픈 흔적

가난한 노인이 선릉역에 모이고, 그 이유는 다단계였다. 이 기사가 나간 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아래와 같다.

한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지인이 그런 걸 얘기합디다.
어디 가면 삼성 주식을 쪼개서 살 수 있고, 코인을 살 수 있다….

코인이 막 바람 불기 시작했던 때라
알지 못하는 코인 말고 적은 돈으로 삼성 주식을 사서 묻어두겠다 하니 코인을 사서 돈을 만들어 삼성 주식을 사 묻어두라….

당시 남편이 사업하다 망해
내외가 파산하고 신용불량 되었다가 막 신용 회복이 되었고
쉰까지 주부로 있다가 막 일을 하던 때라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자꾸 해보라 하고 가보자 하던 곳이 선릉에 있었지요.

그곳이 코인…. 나중에 보니 다 늙은이들이고 당장 있는 돈 투자하고
돈이 조금씩 들어오니 얼마를 벌었네…. 얼마를 벌거네. 하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천만 원 투자했다가(결국 사기였고...) 500만 원만 챙기고
500만 원은 구렁이 같은 돈이었지만 계속 끌려들어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인생 공부 늦게 했다고 생각을 정리한 후
그 일을 소개한 사람들과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즈음 그만둔 것이 지금 생각해도 다행스러운데
여전히 그런 곳에 다니는 늙은이들이 있다는 것이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네요….
영구임대주택이라도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 :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 유튜브 영상 댓글-

선릉역은 헛된 희망의 상징이다. 헛된 희망인 이유, 사실 가난한 노인이 현실을 극복할 방법. 냉정히 말하면 없기 때문이다.

우선 65세 이상의 노인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는 극히 드물다. 나이가 들수록 노동시장에서는 배제된다. 몸이 성하면 최저임금 일자리 정도는 구해 일할 수도 있겠다만, 노년의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 노화는 만성적 질병을 의미한다. 부축 없이는 점점 걷기도 힘들어지는 여정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노령기가 돼서 새롭게 소득을 만들거나 축적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령기의 빈곤은 탈출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오늘도 선릉역으로 몰리는 가난한 노인들의 데이터, 그 흔적은 슬픈 풍경이다.


〈시사기획 창〉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 바로가기〈시사기획 창〉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 바로가기
https://youtu.be/4NrZHGbAnUo?si=zwUlncgaZg-kA0bs


■ 왜 대한민국에는 선릉역이 있는가?

그러나 노인의 헛된 희망이나 어리석음만을 본다면 사회 현상을 제대로 응시했다고 볼 수 없다. 일부의 일탈적 행동이라면 개인 차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빅데이터에서 관측될 정도로 광범위한 사회적 현상은 구조적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경우 그 구조적 설명은 '대한민국에 너무 광범위하게 퍼진 노인 빈곤'이다.

'헤어날 수 없는 가난'에 갇힌 노인이 너무 많다. 그들의 슬픔과 절망과 고통이 많은 만큼, 그 고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예상 수익'이 커진다. 그러지 않고서야 시내 한복판 테헤란로의 임대료를 한 달이라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온갖 경품과 돈을 쥐여주면서 처음 오는 가난한 노인을 유혹할 자본을 구할 수 있겠는가? 선릉역에 다단계가 있는 이유는 그 산업을 움직이는 자본과 사람들이 투입한 자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한 노인의 말처럼 선릉역이 10년 넘게 그러했던 곳이라면, '노인을 이용하는 다단계' 그 자체의 수익성은 장기간 검증된 아이템이다. 그 명목이 건강보조식품이건 코인이건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구조적 노인 빈곤이 존재하는 한 선릉역의 다단계는 번성한다.

따라서 필요한 질문은 7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빈곤한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OECD에서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래 그 수치가 변하지 않는데, 그래도 가만히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와 같은 것이다.

■ 퀴즈 : 가난한 노인의 주말 '특이점'은 어디인가?

선릉역은 평일의 흔적이다. 가난한 노인의 평일 흔적. 그리고 분석 범위를 서울에 한정했을 때의 흔적이다.

그 말은 주말 흔적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이 아닌 곳으로 분석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망설였지만, 꺼낼 수밖에 없는 가난한 노인의 주말 흔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김승범 VWL 소장이 가난한 노인이 모이는 지역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 시각화 자료를 보내왔다. 두 장의 지도인데, 노인이 많이 모이는 곳을 등치선으로 표현했다. 아래와 같이 GIF 파일로 표현해 봤다. 파란 등치선이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특징은 평일이 아닌 '주말'을 따로 살폈다는 점, 분석 범위를 서울이 아닌 수도권으로 넓혀보았다는 점 정도다.


잘 안 보이면 아래 좀 더 또렷하게 만든 시각화를 참고할 것.


숨은그림찾기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진한' 파란 원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 계속 존재한다.

이번에 찾을 곳은 그런 곳이 아니다. 특이점이다. 평일에만 있거나, 주말에만 진한 파란 등치선이 생기는 곳을 찾아야 한다. 위 GIF 파일에는 각각 하나씩 존재한다. 눈에 잘 띄는 곳이다. 화면의 중앙부, 한강 이남에 주목할 것.

우선 평일부터 보면, 정답은 아래 사진에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이곳은 강남 한 복판, 선릉역이다. 이미 다큐멘터리와 선행 기사로 살펴본 '평일의 특이점'이다.

주말은 어디일까? 답은 아래 그림에 있다.


서쪽으로 관악산, 동쪽으로 청계산에 둘러싸인 이 장소, 경기도에 위치한 이 곳이 어디인지 짐작이 가는지? 조금 확대한 아래 시각화 지도를 보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 가난한 노인은 주말에 경마장을 향한다

노인이 경마장을 향한다는 기사는 새롭지 않다. 주로 금요일에서 토요일 사이에 운영하는 과천 경마장은 외로운 노인의 쉼터가 되었다. 노인은 입장료가 무료이고, 마권은 백 원 단위부터 살 수 있다. 무료 입장객 절반이 노인이라는 통계도 자주 인용된다.

한 일간지는 노인을 인용해 “금·토·일 매일매일 오는 사람들은 다 늙은 노인들"이라면서 “할 일이 따로 없으니, 경마도 보고 사람들이랑 얘기하러 오는 것이다. 결국 돈 벌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조선비즈 2024월 3월)

한 정치인은 "지하철 4호선에서 무임승차 비율은 경마장 역이 가장 높다"고 했다. 노인 지하철 무료 승하차 제도를 바꾸자는 취지의 언급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일간지는 4호선 경마 공원의 무임승차 실태와 관련해 '비율'로는 전체 지하철 노선에서 10위권이고, 승하차 인원으로 따지면 100위권 바깥이라고 언급했다. (한겨레, 2024년 1월)

'노인들의 사행 심리'를 보거나 '무임 승하차가 도박을 부추긴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여론을 부추길까 봐 기사 쓰기를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한국마사회 홍보 영상 중에서한국마사회 홍보 영상 중에서

다만 '가난한 노인'이 주중에는 왜 다단계를 서성이고, 주말에는 경마장에 가는지 묻는다면 답은 조금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노인 빈곤의 구조' 차원에서, 가족 없이 홀로 늙어가는 가난한 노인의 주말은 어때야 하는 것일지를 반문해 보자.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각종 공공 지원에 의지해 살아가는 서울의 노인에게 '무료 승하차'가 가능하고 '무료입장'이 가능한 경마장만큼 괜찮은 주말 행선지는 또 어디에 있느냐고, 그냥 집에 있기에 무료해 밖에 나온 노인의 흔적일 수 있지 않느냐고 묻고 답해보자.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최신 실태조사(2022년)를 살필 만하다. 체류시간 통계에서 경마장은 하루 평균 소비 시간이 가장 긴 사행산업이다. 경마장은 하루 평균 7시간 37분 머물러, 강원랜드나 경정 등 다른 사행산업들을 제치고 가장 길었다.

데이터를 보낸 김승범 소장의 견해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책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다단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달리는 말들의 경주에 내일의 삶을 맡기지 않아도 될 만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마련해주는 게 복지겠죠.

소득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적당히 일할 수 있게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그렇고요.

자기 삶에서 차지하는 만원의 한계 효용이 너무 커지니 휴일에도 공원에서 쉬지 못하고 노쇠한 몸을 이끌고 경마든 뭐든 돈 벌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닐까요?"


* 김 소장은 앞으로도 이번 분석 데이터 등을 토대로 정부 유관 기관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등,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해나갈 계획이다.

[한국 사회에서 적당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에는 가격이 붙어 있다. 주거, 교육, 돌봄, 문화 활동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한 보험, 나아가 미래를 위한 보험까지 직접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한국의 복지지출 수준은 선진국의 평균치에 비해 상당히 낮다. 복지 수준이 낮으면 시장에서 구매를 통해서만 어느 정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이 중요해진다. 자유시간이나 쉼을 확보하는 것보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버는 것이 훨씬 더 큰 효용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저임금노동자는 한 시간 더 일해도 소득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지 않아서 더 긴 시간 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이라는 시간 빈곤의 굴레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이승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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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릉역 다단계 찾는 가난한 노인, 주말은 ○○○간다
    • 입력 2024-11-05 07:00:36
    • 수정2024-11-05 08: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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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에 걸친 연작 기사를 차례로 전한다. 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창 :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에 대한 심층 분석이다. 본방송은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https://youtu.be/4NrZHGbAnUo?si=zwUlncgaZg-kA0bs

■ 선릉역 : 서울에 사는 가난한 노인이 남긴 슬픈 흔적

가난한 노인이 선릉역에 모이고, 그 이유는 다단계였다. 이 기사가 나간 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아래와 같다.

한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지인이 그런 걸 얘기합디다.
어디 가면 삼성 주식을 쪼개서 살 수 있고, 코인을 살 수 있다….

코인이 막 바람 불기 시작했던 때라
알지 못하는 코인 말고 적은 돈으로 삼성 주식을 사서 묻어두겠다 하니 코인을 사서 돈을 만들어 삼성 주식을 사 묻어두라….

당시 남편이 사업하다 망해
내외가 파산하고 신용불량 되었다가 막 신용 회복이 되었고
쉰까지 주부로 있다가 막 일을 하던 때라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자꾸 해보라 하고 가보자 하던 곳이 선릉에 있었지요.

그곳이 코인…. 나중에 보니 다 늙은이들이고 당장 있는 돈 투자하고
돈이 조금씩 들어오니 얼마를 벌었네…. 얼마를 벌거네. 하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천만 원 투자했다가(결국 사기였고...) 500만 원만 챙기고
500만 원은 구렁이 같은 돈이었지만 계속 끌려들어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인생 공부 늦게 했다고 생각을 정리한 후
그 일을 소개한 사람들과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즈음 그만둔 것이 지금 생각해도 다행스러운데
여전히 그런 곳에 다니는 늙은이들이 있다는 것이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네요….
영구임대주택이라도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 :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 유튜브 영상 댓글-

선릉역은 헛된 희망의 상징이다. 헛된 희망인 이유, 사실 가난한 노인이 현실을 극복할 방법. 냉정히 말하면 없기 때문이다.

우선 65세 이상의 노인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는 극히 드물다. 나이가 들수록 노동시장에서는 배제된다. 몸이 성하면 최저임금 일자리 정도는 구해 일할 수도 있겠다만, 노년의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 노화는 만성적 질병을 의미한다. 부축 없이는 점점 걷기도 힘들어지는 여정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노령기가 돼서 새롭게 소득을 만들거나 축적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령기의 빈곤은 탈출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오늘도 선릉역으로 몰리는 가난한 노인들의 데이터, 그 흔적은 슬픈 풍경이다.


〈시사기획 창〉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 바로가기https://youtu.be/4NrZHGbAnUo?si=zwUlncgaZg-kA0bs


■ 왜 대한민국에는 선릉역이 있는가?

그러나 노인의 헛된 희망이나 어리석음만을 본다면 사회 현상을 제대로 응시했다고 볼 수 없다. 일부의 일탈적 행동이라면 개인 차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빅데이터에서 관측될 정도로 광범위한 사회적 현상은 구조적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경우 그 구조적 설명은 '대한민국에 너무 광범위하게 퍼진 노인 빈곤'이다.

'헤어날 수 없는 가난'에 갇힌 노인이 너무 많다. 그들의 슬픔과 절망과 고통이 많은 만큼, 그 고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예상 수익'이 커진다. 그러지 않고서야 시내 한복판 테헤란로의 임대료를 한 달이라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온갖 경품과 돈을 쥐여주면서 처음 오는 가난한 노인을 유혹할 자본을 구할 수 있겠는가? 선릉역에 다단계가 있는 이유는 그 산업을 움직이는 자본과 사람들이 투입한 자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한 노인의 말처럼 선릉역이 10년 넘게 그러했던 곳이라면, '노인을 이용하는 다단계' 그 자체의 수익성은 장기간 검증된 아이템이다. 그 명목이 건강보조식품이건 코인이건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구조적 노인 빈곤이 존재하는 한 선릉역의 다단계는 번성한다.

따라서 필요한 질문은 7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빈곤한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OECD에서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래 그 수치가 변하지 않는데, 그래도 가만히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와 같은 것이다.

■ 퀴즈 : 가난한 노인의 주말 '특이점'은 어디인가?

선릉역은 평일의 흔적이다. 가난한 노인의 평일 흔적. 그리고 분석 범위를 서울에 한정했을 때의 흔적이다.

그 말은 주말 흔적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이 아닌 곳으로 분석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망설였지만, 꺼낼 수밖에 없는 가난한 노인의 주말 흔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김승범 VWL 소장이 가난한 노인이 모이는 지역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 시각화 자료를 보내왔다. 두 장의 지도인데, 노인이 많이 모이는 곳을 등치선으로 표현했다. 아래와 같이 GIF 파일로 표현해 봤다. 파란 등치선이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특징은 평일이 아닌 '주말'을 따로 살폈다는 점, 분석 범위를 서울이 아닌 수도권으로 넓혀보았다는 점 정도다.


잘 안 보이면 아래 좀 더 또렷하게 만든 시각화를 참고할 것.


숨은그림찾기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진한' 파란 원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 계속 존재한다.

이번에 찾을 곳은 그런 곳이 아니다. 특이점이다. 평일에만 있거나, 주말에만 진한 파란 등치선이 생기는 곳을 찾아야 한다. 위 GIF 파일에는 각각 하나씩 존재한다. 눈에 잘 띄는 곳이다. 화면의 중앙부, 한강 이남에 주목할 것.

우선 평일부터 보면, 정답은 아래 사진에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이곳은 강남 한 복판, 선릉역이다. 이미 다큐멘터리와 선행 기사로 살펴본 '평일의 특이점'이다.

주말은 어디일까? 답은 아래 그림에 있다.


서쪽으로 관악산, 동쪽으로 청계산에 둘러싸인 이 장소, 경기도에 위치한 이 곳이 어디인지 짐작이 가는지? 조금 확대한 아래 시각화 지도를 보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 가난한 노인은 주말에 경마장을 향한다

노인이 경마장을 향한다는 기사는 새롭지 않다. 주로 금요일에서 토요일 사이에 운영하는 과천 경마장은 외로운 노인의 쉼터가 되었다. 노인은 입장료가 무료이고, 마권은 백 원 단위부터 살 수 있다. 무료 입장객 절반이 노인이라는 통계도 자주 인용된다.

한 일간지는 노인을 인용해 “금·토·일 매일매일 오는 사람들은 다 늙은 노인들"이라면서 “할 일이 따로 없으니, 경마도 보고 사람들이랑 얘기하러 오는 것이다. 결국 돈 벌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조선비즈 2024월 3월)

한 정치인은 "지하철 4호선에서 무임승차 비율은 경마장 역이 가장 높다"고 했다. 노인 지하철 무료 승하차 제도를 바꾸자는 취지의 언급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일간지는 4호선 경마 공원의 무임승차 실태와 관련해 '비율'로는 전체 지하철 노선에서 10위권이고, 승하차 인원으로 따지면 100위권 바깥이라고 언급했다. (한겨레, 2024년 1월)

'노인들의 사행 심리'를 보거나 '무임 승하차가 도박을 부추긴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여론을 부추길까 봐 기사 쓰기를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한국마사회 홍보 영상 중에서
다만 '가난한 노인'이 주중에는 왜 다단계를 서성이고, 주말에는 경마장에 가는지 묻는다면 답은 조금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노인 빈곤의 구조' 차원에서, 가족 없이 홀로 늙어가는 가난한 노인의 주말은 어때야 하는 것일지를 반문해 보자.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각종 공공 지원에 의지해 살아가는 서울의 노인에게 '무료 승하차'가 가능하고 '무료입장'이 가능한 경마장만큼 괜찮은 주말 행선지는 또 어디에 있느냐고, 그냥 집에 있기에 무료해 밖에 나온 노인의 흔적일 수 있지 않느냐고 묻고 답해보자.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최신 실태조사(2022년)를 살필 만하다. 체류시간 통계에서 경마장은 하루 평균 소비 시간이 가장 긴 사행산업이다. 경마장은 하루 평균 7시간 37분 머물러, 강원랜드나 경정 등 다른 사행산업들을 제치고 가장 길었다.

데이터를 보낸 김승범 소장의 견해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책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다단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달리는 말들의 경주에 내일의 삶을 맡기지 않아도 될 만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마련해주는 게 복지겠죠.

소득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적당히 일할 수 있게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그렇고요.

자기 삶에서 차지하는 만원의 한계 효용이 너무 커지니 휴일에도 공원에서 쉬지 못하고 노쇠한 몸을 이끌고 경마든 뭐든 돈 벌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닐까요?"


* 김 소장은 앞으로도 이번 분석 데이터 등을 토대로 정부 유관 기관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등,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해나갈 계획이다.

[한국 사회에서 적당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에는 가격이 붙어 있다. 주거, 교육, 돌봄, 문화 활동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한 보험, 나아가 미래를 위한 보험까지 직접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한국의 복지지출 수준은 선진국의 평균치에 비해 상당히 낮다. 복지 수준이 낮으면 시장에서 구매를 통해서만 어느 정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이 중요해진다. 자유시간이나 쉼을 확보하는 것보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버는 것이 훨씬 더 큰 효용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저임금노동자는 한 시간 더 일해도 소득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지 않아서 더 긴 시간 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이라는 시간 빈곤의 굴레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이승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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