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덱스 싣고 떠나는 화물선(사진제공:NASA)
한국시간 어제(화) 오전 11시 29분,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무인 우주 화물선 '드래곤'을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 9호 로켓이 지구를 떠났습니다. 이 장면을 대전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직원들도 숨죽이고 지켜봤는데요. 바로 이 화물선에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태양 코로나그래프, 코덱스(CODEX;COronal Diagnostic EXperiment)가 실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기일식
■코로나를 관찰한다고?
'코로나' 하면 이제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태양의 가장자리 또한 코로나라고 합니다. 개기일식 때 태양이 가려지면 왕관처럼 밝게 빛나는 그 부분 말입니다.
이 코로나와 관련해 과학자들이 아직 풀지 못한 두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왜 뜨거운가?'입니다. 태양의 가장 바깥쪽인 코로나는 태양의 표면 온도인 약 5500도보다 높은 약 100만~300만 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태양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나아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일반적인 현상과 반대되는 겁니다. 온도는 더 뜨겁지만, 태양 표면에 비해 백만 배 이상 어둡습니다.
둘째, '어떻게 태양풍이 급격히 가속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태양은 폭발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에너지 높은 입자들을 방출하는데, 이를 태양풍이라고 합니다. 코로나에서 방출된 태양풍은 태양 근처를 벗어나면서 초속 수백km까지 가속됩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속도로 가속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코덱스는 이러한 태양의 비밀을 풀기 위해 고안된 특수 장비입니다. 기존의 망원경과 달리 세계 최초로 태양 코로나의 형상뿐 아니라 온도와 속도를 하나의 기기에서 동시에 관측해 2차원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코덱스가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측정하는 영역은 태양 반경의 세 배에서 열 배에 이릅니다.
시험을 위해 대형 격실에 장착된 코덱스의 모습(사진 제공:한국천문연구원)
■태양 비밀 풀 특수 망원경 '코덱스'
코덱스는 화물선에 실려 지구를 떠난 지 12시간 만인 어젯밤 11시 52분, 성공적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결합했습니다. 코덱스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에 걸쳐 NASA의 자동 로봇팔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의 예정된 위치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시험 운영 기간을 거친 뒤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활동하게 되는데요. 국제우주정거장의 90분 궤도 주기동안 최대 55분씩 태양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강현우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임무설계프로그램장은 "코덱스의 성공적인 발사는 태양 활동에 기인한 우주 환경 예보 및 관련 연구에 있어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고 밝혔는데요. 태양의 활동을 연구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우주날씨, 나아가 지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인공위성 운영이나 GPS, 항공 통신, 전력 시스템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극지방에서는 더 선명한 오로라를 볼 수 있겠지만요. 코덱스는 우리가 우주 날씨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태양의 비밀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개발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과 NASA 직원들(화면제공:한국천문연구원)
■NASA와 '어깨 나란히'
이번 태양 코로나그래프 개발은 한국과 미국이 지난 2013년 처음으로 논의를 시작한 지 11년 만에 나온 성과인데요. 코덱스 제작을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은 편광카메라와 운영소프트웨어 개발을, NASA는 태양 추적 장치 개발과 국제우주정거장 설치, 운영을 맡았습니다.코덱스의 성공적인 발사는 우리나라가 NASA와 공동으로 해냈다는 데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껏 NASA와 협업해 과제를 한 적은 있었지만, NASA와 동등한 관계로 과제를 수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큰 부담감과 동시에 책임감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백지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우리가 잘해야 후배들에게도 여러 기관과 일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NASA 측 제임스 렌지 기술자는 "함께 일하면서 이전에 없었던 비행 소프트웨어 개발의 측면들에 대해 한국 천문연 직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태양 코로나그래프 공동 개발로 우주과학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한층 높아진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김연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지난 8월에 말한 것처럼 이번 코로나그래프 개발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들이 우주와 국방, 반도체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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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비밀 밝히러”…한미 합작 태양망원경 ISS 도킹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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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06 16:23:01
한국시간 어제(화) 오전 11시 29분,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무인 우주 화물선 '드래곤'을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 9호 로켓이 지구를 떠났습니다. 이 장면을 대전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직원들도 숨죽이고 지켜봤는데요. 바로 이 화물선에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태양 코로나그래프, 코덱스(CODEX;COronal Diagnostic EXperiment)가 실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를 관찰한다고?
'코로나' 하면 이제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태양의 가장자리 또한 코로나라고 합니다. 개기일식 때 태양이 가려지면 왕관처럼 밝게 빛나는 그 부분 말입니다.
이 코로나와 관련해 과학자들이 아직 풀지 못한 두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왜 뜨거운가?'입니다. 태양의 가장 바깥쪽인 코로나는 태양의 표면 온도인 약 5500도보다 높은 약 100만~300만 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태양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나아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일반적인 현상과 반대되는 겁니다. 온도는 더 뜨겁지만, 태양 표면에 비해 백만 배 이상 어둡습니다.
둘째, '어떻게 태양풍이 급격히 가속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태양은 폭발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에너지 높은 입자들을 방출하는데, 이를 태양풍이라고 합니다. 코로나에서 방출된 태양풍은 태양 근처를 벗어나면서 초속 수백km까지 가속됩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속도로 가속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코덱스는 이러한 태양의 비밀을 풀기 위해 고안된 특수 장비입니다. 기존의 망원경과 달리 세계 최초로 태양 코로나의 형상뿐 아니라 온도와 속도를 하나의 기기에서 동시에 관측해 2차원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코덱스가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측정하는 영역은 태양 반경의 세 배에서 열 배에 이릅니다.
■태양 비밀 풀 특수 망원경 '코덱스'
코덱스는 화물선에 실려 지구를 떠난 지 12시간 만인 어젯밤 11시 52분, 성공적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결합했습니다. 코덱스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에 걸쳐 NASA의 자동 로봇팔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의 예정된 위치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시험 운영 기간을 거친 뒤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활동하게 되는데요. 국제우주정거장의 90분 궤도 주기동안 최대 55분씩 태양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강현우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임무설계프로그램장은 "코덱스의 성공적인 발사는 태양 활동에 기인한 우주 환경 예보 및 관련 연구에 있어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고 밝혔는데요. 태양의 활동을 연구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우주날씨, 나아가 지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인공위성 운영이나 GPS, 항공 통신, 전력 시스템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극지방에서는 더 선명한 오로라를 볼 수 있겠지만요. 코덱스는 우리가 우주 날씨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태양의 비밀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NASA와 '어깨 나란히'
이번 태양 코로나그래프 개발은 한국과 미국이 지난 2013년 처음으로 논의를 시작한 지 11년 만에 나온 성과인데요. 코덱스 제작을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은 편광카메라와 운영소프트웨어 개발을, NASA는 태양 추적 장치 개발과 국제우주정거장 설치, 운영을 맡았습니다.코덱스의 성공적인 발사는 우리나라가 NASA와 공동으로 해냈다는 데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껏 NASA와 협업해 과제를 한 적은 있었지만, NASA와 동등한 관계로 과제를 수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큰 부담감과 동시에 책임감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백지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우리가 잘해야 후배들에게도 여러 기관과 일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NASA 측 제임스 렌지 기술자는 "함께 일하면서 이전에 없었던 비행 소프트웨어 개발의 측면들에 대해 한국 천문연 직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태양 코로나그래프 공동 개발로 우주과학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한층 높아진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김연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지난 8월에 말한 것처럼 이번 코로나그래프 개발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들이 우주와 국방, 반도체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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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경 기자 yg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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