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토막살인’ 군 장교, 피해자인 척 경찰에 ‘미귀가 신고’ 취소 요청

동료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30대 남성이 피해자 미귀가 신고를 취소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육군 장교 A 씨가 범행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피해자인 30대 여성 군무원 B 씨로 가장해 경찰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B 씨를 살해한 뒤 B 씨 휴대전화로 걸려 오는 경찰의 연락을 무시하다 다시 전화를 걸어 B 씨인 척 가장했습니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B 씨 어머니는 지난달 26일 오전 8시 40분쯤 112에 B 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며 미귀가 신고를 했고, 경찰은 곧바로 B 씨의 휴대전화로 등기 문자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오는 보이스톡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도 모른 척하다 같은 날 낮 12시 40분쯤 다시 전화를 걸어 B 씨의 인적 사항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말하며 실종 신고를 취소하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이 A 씨에게 112에 전화해야 한다고 하자 A 씨는 같은 수법으로 112에 "고속도로라 연락이 어렵다"며 "(미귀가) 신고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 이를 응대한 경찰 112상황접수반은 해당 목소리를 듣고 발신자 성별을 '남성'으로 표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관악경찰서로 내려오면서 신고자의 성별이 '남성'이라고 기재된 부분을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며 "경찰서에서는 신고 경위나 B 씨 어머니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피해자 본인과 전화가 연결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지난 2일 B 씨의 시신 일부가 강원 화천 북한강에서 발견됐습니다.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부대 내 주차장에서 세워진 자신의 차량에서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군무원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법원은 지난 5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